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힘없이 내리던 12월 27일

(아! 오늘이 미국에 있는 내 딸 생일...)

얇은 융단을 깐 낙엽을 사뿐히 밟으며 거리를 나섰다.

이렇게 길이 미끄러운 날에는 더욱 조심을 해야 해서

한 걸음 한 걸음을 새색시같이 발을 떼었다.

오늘은 홍명희 시인과 최선영 화가와 만나는 날

점심은 날씨와 어울리는 추어탕을 먹고 아트리에로 갔다.

최선영씨는 뉴드의 크로키를 한 지 3년이 넘었고

초기의 그림을 얻은 바 있는 나로서는 그의 그림이

강열해지고, 특징을 잘 살린 그림으로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최 화가는 선량하고, 단순하고, 고집이 세서

내가 마다하는 데도 굳이 그림을 액자에 끼어서 준다.

나야 좋지만 체면을 세우느라 사양한 걸 그는 벌써 알고 있었던 모양.....

집에 가지고 와서 부리낳게 벽에 걸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지, 아니면 천진동자여서 그런지

돈을 주고 팔 생각을 아니하고, 언젠가도 바자회에 그림을

기부하여 기금을 몽땅 사회단체에 준 일도 있다.

나는 그림의 세계는 몰라서 이것저것을 물었다.

누드의 크로키는 30분 하고 15분 쉬기를 세 번

모델의 동작은 1분, 2분, 3분... 그 새에 다 그리기를 마쳐야 한다.

그래 그런지 탓치가 빠르고 연결선이 뚜렷하여 생동감이 흐르고

그림이 살아 있다.

미의 상징인 비너스도 그렇지만 오늘날의 비너스도 꽤나 있다.

모델 외에, 젊은 여인은 모두 美人이고 비너스.

바닥에 그림을 펴놓고 그의 설명을 들으니 감상하기 도움이 된다.

붓의 크로키와 색연필의 크로키가 있는데

두 가지 다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어 좋다.

짧은 시간에 그려야 하는 세밀한 부분의 발가락과 손가락  

그리는 요령의 설명을 들으니 그도 재미있고.....

이밖의 油畵 몇 점을 카메라에 담는데

손님이 와서 우리는 작별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다음을 기약하고 우리는 헤여졌다.

그는 紳士道를 발휘, 바깥까지 나와 배웅해주니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최선영 씨,

여러 모로 오늘 즐거웠고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런 팽계로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며 안녕히!

*참고로 최선영 화가의 블로그는

http://blog.daum.net/young61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