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이 글을 굳이 써야 하나

난 최근 당당뉴스에 절필하다시피 관망만 하고 있었다. 최근 갑자기 당당뉴스의 조회수가 급반전하면서 그 사태의 핵심에 감리교회의 차기 수장인 감독회장과 관련된 소식이 헤드라인으로 등장하면서 그렇게 되는 것을 보았다.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오랜 인연 탓에 참으며 지켜 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젠 사회인으로서도 교회의 한 지체로서도, 감리회를 사랑했던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도 그냥 있을 수는 없기에 빚진 자의 마음으로 이 글을 감리회의 지도자들과 성도들, 그리고 많이 오해하고 계실 일반 독자나 한국 사회의 시민들에게 드리고 싶다.

2. 법이 무시되고 있는 교회

난 현직 감독회장과도 상관없고 앞으로 세워질 사람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말은 이미 감리교회의 정치에선 밀려난 이른 바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이다. 난 나대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늘 감리교 목사라는 직(職)이 소중했다. 지난 해 6년간의 휴직상태와 어떤 이의 고발, 자유게시판의 글등을 이유로 이제는 글을 쓸 자격마저 잃고 있다. 그래도 늘 찾아가보며 기도할 일이 있으면 기도하고, 지켜보고 있다.

어느 순간 내게 이런 마음의 유혹과 생각도 들어왔다. 좋은 사람- 혹은 내 편이나 우리 편이 감독회장이나 윗자리에 앉으면 복직을 청원하고 싶은 생각과 이제라도 줄을 대어서라도 감리교회에 복직하고픈 유혹(?)이었다. 실상 외국으로 선교하거나 국내에 있어도 소속이 불확실한 나를 목사로 인정하질 않으려고 해서 어떻게 할까 고민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는 속으로 은근히 차라리 내가 감리회를 떠난 것이 타의든 자의든 잘한 일이었구나는 생각을 했다.

나는 교역자가 실수하고 잘못하면 징계를 받고 때때로 교회를 떠나서 자숙하고 광야에서 오랜 주님과의 깊은 만남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참아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하나님은 날 그렇게 인도하셨다. 마치 핍박자 사울이 자기가 행했던 잘못들-그리스도인 잡아죽이고 스데반 죽이는데 찬성하고-을 생각하면 자신은 절대로 복음으로 은혜로 구원받지 못할 중죄인임을 알았던 것과 같다.

그런데 어떻게들 할려고 이렇듯 법아닌 법을 만들고 불법아닌 불법들을 저지르는지 모르겠다. 누구 누구 할 것없이 감리교회 안에 지금 '법'이 있는가? 만약 감리교회가 스스로 징계를 받고 자숙하지 않으면 이 후 감리교회는 어떤 사태로 발전하고 결국 아주 흉물스런 교회로 세상의 버림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3. 학연을 키운 면이 많다

감리교가 신학대학을 3개 가지고 있고(공인된 것) 그외 군소 신학교들도 많다. 주류는 역시 냉천동 감신이지만 한 때 다원주의 종교론으로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후에 감리교회 안의 목회자들 사이에 감신대의 일부 신학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의도적이든 아니든 다른 신학을 보내고 있다. 목원대학은 농촌목회의 정체성이 뚜렷했던 6~70년대 이후 현재는 뚜렷한 색깔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항상 두루뭉실이 , 은혜로, 원만하게 라는 말로 넘어가던 사안들도 이제는 너무 뚜렷한 학연과 서클 정치가 족쇄가 된 것같다. 난 목원을 나왔지만 당당뉴스에서 기자로도 일하고 감신대 출신들과 자주 교제했기에 큰 장벽을 못 느꼈지만 이젠 아닌 것 같다. 그 갭(간극)이 상처로 그 상처들이 미움으로 미움이 분노로 커지고 다시금 그 에너지-선이든 악이든 판단은 그 분이 할 것이지만-가 지금의 현상으로 드러난 것 뿐이다.

이제 감리교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적어도 우리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 그리고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정체성을 고민해야 겠다. 웨슬리(1703~1791)와 거의 동시대를 살면서 웨슬리보다 더 훌륭한 예수님의 제자들이 되었던 죠지 휫필드(1714~1770), 죠나단 에즈워드 (1703~1758)등은 당대의 영국(잉글랜드)만이 아니라 그의 영감과 계시들은 후대에 미국청교도를 일으키고, 결국 성령의 역사로 한국 선교에 까지 이르게 된다.

4. 감리회의 정체성을 고민하자

난 목원대학에서 당시 신학교 1년생이었던 내가 목원대 설립자인 스턱스(도익서박사,1915~1997)와 테니스를 즐겼던 시절도 있었다. 그는 친절하게 나에게 테니스 그립을 알려 주었고, 난 목원대학에서 전학년을 미국에서 보낸 장학금으로 공부했으며, 석사과정도 마칠 수 있었다.

내가 감신대에 갔었어도 아마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겠지만 인생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었겠다. 문제는 우리가 다 같은 감리회의 일원이며 우리가 이렇게 세상에 공표되는 한 우리는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길과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목회자답고, 감리회의 믿음과 일치되는지, 또 모든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합당한 것인지 점검해야 한다.

말이 난무한다. 욕설도 오고간다. 큰 소리가 오고 간다. 과연 교인들이나 교회에 오는 사람들이 목사들의 이런 모습에 성스러움은 커녕 자기들과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존경은 고사하고 그들에게 멱살안잡히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목원대학이 학원 자율화로 몸살을 앓을 때 난 장학금의 수혜자이기에 학교 당국에 협조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배들이 의분으로 학장실에 들어가 학장을 '마귀'라고 까지 지칭하며 물러가라고 할 땐 섬찟했다. 데모 대열에 참여하면서도 난 늘 지도부에게도 마구잡이로 이끌기 보다 찬반투표를 요구했었다. 무슨 무슨 개혁이가 혁명(?)이 어떤 분명한 원칙도 없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종교개혁은 결국 그 주도권이 하나님께 있다면 '개혁'이란 명분으로 우리가 지금 하나님의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교만을 회개해야 한다.

고집스럽게 지키려는 사회법-후보자격 논란-이나 억척스럽게 주장하는 교회법-44%의 지지-, 양 측이 각각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 법의 토대보다 그 법을 만드신 하나님을 향해서도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을 지 생각하면 섬찟한 생각이 든다. 다윗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기름부음 받은 사울왕을 죽이려는 생각을 거두었다. 그 옷자락을 벤 것으로도 양심에 심한 가책을 받았다.

우리의 목사직이 하나님으로부터 오고(소명), 총회를 통해 정상적인 절차(안수)를 거쳐야 완전한 세움(성직)이 되듯, 감독회장도 그 권위가 하나님으로부터 와야 하고, 정상적인 선출 과정인 투표를 거쳐야 한다. 논의의 핵심인 사회법의 '후보자격 여건'인데 그 동안 충분히 소명하지 않고 투표를 진행한 현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다. 선관위원장을 해임하는 것으로 이 문제가 끝나지 않은 것을 보면 현재 감독회장의 지도력에도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적절한 절차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을 힘으로 밀어부치는 신임 당선자에게도 문제가 있다. 서로 문제가 있으니 해결이 나지 않는다.

5. 이대로 가면 두개의 총회는 불을 보듯하다.

원하든 원치않든 이제는 각각의 지지자들로 나뉘어진 상태라고 본다. 당당뉴스가 아무래도 현 회장을 약간 두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기독교 타임즈는 모르긴 해도 신임 당선자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언론의 대결도 볼 만하다. 만만치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난 그에 대한 대답을 모른다. 뿌린대로 거두고 심은대로 거둔다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겠다. 그러나 이 사태를 방치하면 결국 30년전의 분열-권유순 목사 언급-처럼 분리로 갈 것이 보인다. 감리교 바로 세우기 모임도 있다. 난 변선환 교수이후로 다수를 따라 악을 행하게 되는 愚(잘못)를 범하지 않으려고 더욱 열심히 주님을 의지하고 그 분만을 추구하다보니 양 쪽에서 다 버림받고 그래서 양 쪽에 다 빚도 없고 얻어맞을 일도 없다. 단지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교회 안의 다른 목회자 몇몇을 인터넷으로 강하게 비판한 것도 문제는 문제다.

언론은 무엇인가? 인터넷을 통해서 대안으로 제시된 당당뉴스가 최근 총회기사로 꽉 찼다. 처음엔 작은교회나 약한 교회들과 사람사는 모습들이 보여서 좋았는데..다분히 실험적인 것들이고 아직은 미완성인 것들이지만 그 나름 순수했다고 본다면 지금은 너무 싶숙히 교회 정치와 관련되어 보기가 좀 민망하다. 어서 총회 사태가 해결되는 것이 당당뉴스가 안정되는 길이기도 하지만 당당뉴스 스스로도 가십거리나 흥미거리로 교회문제를 다루기 보다는 진지하게 하나님 앞에서 고민하면서 미래를 대시할 수 있는 대안적 교회 공동체를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변명 하나 늘어놓자...사실 총회 문제로 한 가지, 당당뉴스에 한 가지 같이 쓸려고 했지만 여유가 없다. 길게 늘어놔도 별로 읽을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고... 마음은 급한데 펜은 잘 써지지 않는다. 난 감리회의 두 감독회장이 나온 이후로 감리회를 안고 크게 슬퍼했고 울며 통곡했다. 아팠고 가슴이 저몄다고나 할까...둘이 하나가 아니질 않기 때문이다. 저 사람의 문제가 내 문제요 내 문제가 저 사람의 문제라고 느끼면 하나가 될 것이다. 하나가 된다음엔 뭐할꺼냐...하나가 되는 것이 화평이요,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이요 화평의 하나님이질 않는가? 총회를 안하고, 단상을 점거해 감독회장 당선자를 발표하고 우리 감리회가 대한민국 국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