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아산 이내교회 이현석 목사가 감리교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필자의 허락을 얻어 전재한다.

선거에 대한 전략적 선택 그리고 횡설수설
이 름 이현석
날 짜 2008-10-02 21:20:55

자고로 민주주의의 발달과 함께 도입된 선거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발달했다. 과거에는 용병술을 기반으로 한 정치술이 중요했던 반면, 최근에는 선거전을 기반으로한 정치술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선거는 상호간의 승패가 분명하다. 속설에 권력은 나눠가질 수 없다는 것이 이 선거전의 비장함을 잘 나타내주는 말이다. 그래서 선거에 임하는 사람들은 승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다. 다시말하면 선거의 결과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이며, 선거의 승리는 곧 전략적 선택의 승리이기도 하다.

이번 우리 감리교 감독회장의 선거에는 어떠한 전략적 선택이 존재했을까?

일단 “공정한 선거”라는 환상은 일치감치 깨버리자라고 말하고 싶다.
권력획득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선거에서 공정한 선거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선거는 운동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한”이라는 현대적 의미는 “법과 독립적 기구에 의한 선거관리 정도”의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정한”이라는 단어가 “표심”으로 연결되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가지는 자기 공동체에 대한 관성적인 반응의 결과이다.

어째튼 후보자들은 “법과 독립적 기구”를 자신의 영향력하에 두고자 한다. “법과 독립적 기구”를 통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관위가 누구편이었느냐는 것은 선거에서 그다지 결정적이지 않다. 단지 그것은 정치세력의 우열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가령 이번에 문제가 된 선관위원장을 생각해보자. 출발은 직무정지이다. 사람들은 흔히 “직무정지가 타당했냐, 아니냐 그것이 감독회장의 권한이냐 아니냐”만을 말한다. 그러나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공지사항에 보면 선관위원장의 직무정지는 누구 편을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선거를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후보자 등록 효력정지에 대한 선거사무, 감독회장의 결재없이 무단 복제한 감독회장의 헤드지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공정한 선거라는 관점에서 보면 혹은 감독회장의 관점에서 보면, 선관위원장은 적어도 그 시점, 그 상황까지는 이견의 여지없이 “법과 독립적 기구의 범위”안에서 움직인 것이다. 좀 더 찐한 속된 표현으로는 누구를 지지하는 지는 명백하지만 직무정지의 타당한 근거는 제공하지 않았던 셈인 것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1.전략적 선택-전략적 목표에 웃고 전술적 대응에 울다.
전쟁사에서 전략적 선택에 관한 서술중 고전은 알렉산더와 페르시아의 전쟁이다. 적은 수의 군대를 이끈 알렉산더는 페르시아 군대를 상대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가? 이는 근대의 나폴레옹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논지이다.

1)A후보측-

전략적 목표설정이 뛰어났다. 한가지 핵심문제에 집중했고 그것은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전략적 목표설정은 득표1위가 아닌 득표 2위였다.
즉 2등이 없는 선거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등이 중요시했던 것은 1등의 약점을 비판하고 공격하여 후보를 철회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 작용한 것이다.

만약 승리의 관건이 득표 1위를 얻는 것이었다고 추측해보자. 1강 3중의 후보구도 속에서 3중 후보의 전술적 선택은 후보단일화에 매몰된다. 이 협상은 때로는 원하지 않는 결과 즉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만약 그랬다면 세후보가 연대하여 사회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즉 득표 3위 혹은 4위가 감독회장이 될 수 있는 개연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득표 2위 전략은 득표 3위, 득표 4위 후보자에게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빼앗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회법에 의존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전략적 선택 없는 선거전의 승리는 불가능하다.

당신이라면 멋지게 패배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싸워 승리할 것인가? 해답은 Life Style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의 문제 일뿐이다. 그것이 권력 획득을 위한 선거전의 본질일 뿐이다.

2)B후보측-

전술적 대응에 실패했다. 대세론은 단기적인 전술적 대응에 실패하면 전략적인 목표획득에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네거티브를 허용했다.
선거전에 있어서 네거티브는 가장 일반적인 선거전략이다. 이는 사람들이 긍정적 이미지보다 부정적 이미지에 더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전은 상대방의 네거티브를 비판하기도다 네거티브로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방법으로써 네거티브를 적절하게 차단해야 한다.
네거티브를 허용한 전술적인 실수는 J목사님의 문제이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실수가 아니라 기회를 놓친 것이다. “요즘과 같은 상황속에서 그러한 인사청탁은 불가능했다 치더라도” 무엇인가 대중이 원했던 “행동”을 취했다면, 대중들은 즐거워했을 것이다. 자신을 즐겁게 만드는 지도자를 향한 네거티브는 불가능하다.

둘째, 상대후보에 대한 대응에 미온적으로 반응했다.
후보 3인이 연대하여 제기한 “가처분 소송”은 선거전에 있어서 아주 강력한 반격이었다. 반격은 예정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준비가 부족했으며, 대응이 미온적이었다. 시의 판단은 이렇다. 도대체 어느 때 싸우는 것이 유리한가?

2.단편적인 문제들..

1)법률적 대응
양 후보 모두 법률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감독의 감독회장 출마”와 “범죄경력조회서”이다. 그러나 양측의 대응 방식은 달랐다. 한쪽은 텍스트 자체를 바꾼 것이며, 다른 한쪽은 해석의 문제에 집중한 것이다.

감리교 게시판에 올라온 주병환목사님의 글은 참으로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명문이다. 나는 그 글을 통하여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에 하나는 <동일사안에 대한 분명한 결론>이다. 그러나 그분들이 노력한 것 만치, 결과가, 법사상적 측면에서 교회법이 지향하는 가치기준이 드러나는 의미 있는 결과였는가?

엄밀히 말하면 범죄경력확인서는 장유의 해석에 따르면 공직자용이 제출되어야한다. 그러나 목회자가 공직자는 아니지 않는가? 과거의 범죄경력으로 현재를 판단하는 것이 성서적 원리에 부합되는 것일까? 나는 적어도 그런점에서 범죄경력확인서는 명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명시하지 않은 것은 우리 교회법이 가지는 허술함이다. 선거전술은 이 허술함을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시키기보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특징을 갖는다.

또 한가지 “범죄경력확인서”의 취지는 좋다. 난 특별히 공직자용으로 제출되는 것에 대하여 찬성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후보자격을 판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연코 반대이다. 어쨌든 범죄경력에 대한 모든 내용은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의 몫은 유권자에게 맡겨져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이다. 난 적어도 교회의 법가치가 사회의 법가치보다 후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법 개정에 등한시 했는가?

2)전략적 배치
틈새를 장악한 것은 놀라왔다. 교회개혁운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선거전에 배치된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그분들이 보여주었던 신앙적양심에 비추어 보건데, 교회개혁운동세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분들은 단지 그 길을 갔을 뿐이다.

이것은 곧 전략적 배치의 문제이다. 전략적 배치는 아군 뿐만 아니라 적군 혹은 독립세력을 포함한 다양한 세력에 대한 배치문제이다.

한가지 더... 기독교타임즈와 당당뉴스를 생각해보자. 어느매체가 득표전에서 효과적이었을까? 득표수 1위가 전략적 목표일 경우 기독교타임즈이다. 그러나 기독교타임즈가 전체 선거전에서 당당뉴스만큼 효과적이었을까?

3)선관위원장은 편파적이었는가?
선관위장이 편파적이었다면 선거 자체를 거부했어야 한다. 그것은 부정선거이기 때문이다.
만약 선관위원장이.. 주병환 목사님의 글에 등장하는 그대로 중앙연회건에 대한 감독회장님의 입장이 공정선거에 위배되는 것이었고, 장유의 유권해석 또한 공정선거에 위배되는 것이었다(역설적이게도 그 근거는 또 사회법이 되겠지만). 그런고로 나는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하여 선거법에 대한 엄격한 문자적 해석과 교회의 일반적 법정서를 고려했다고 주장한다면 과연 선관위원장이 편파적이었다고 하는 것은 법률적 근거로 증명할 수 있을까?

3.글을 마치며...

전략적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특정후보의 진영이 훨씬 뛰어났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반면에 다른 후보는 전략적 선택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까닭은 어디에 있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그 후보의 지도력 유형이 후보자 개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였고, 전략적 선택보다는 Life Style이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실제로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멋진’ 혹은 ‘정정당당한’이라는 표현은 실제로 그 후보의 가치기준을 잘 드러내는 표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선거의 승패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우리는 두 목사님을 필요이상으로 비난할 필요는 없으며, 우리 자신의 감정을 승패에 이입시킬 이유도 없다. 선거전에 있어서 법으로 방어하고 법으로 공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러한 공세를 이기고 난관을 이겨내는 것이 곧 지도자의 길을 걷기 위한 첫 시작인 것이다.

어쩌면 이제는 그 시작을 위한 마지막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에 아주 가까이 와 있는지도 모른다. 냉정한 관점에서 마지막 승리를 위한 어떠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할까? 그리고 그것이 우리 감리교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타협은 아주 어이없을 수도 혹은 놀라울 수도 있다. 싸움은 아주 극적일수 있고 지리할 수도 있다. 패배자에게는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명예심이 필요하며, 승리자에게는 승리를 축하받을 존경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들에게 나누어줄 존경심과 명예심을 가지고 있는가? 이것이야말로 내가 그들의 도덕성을 비난하기 이전에 내가 가져야만 하는 도덕성인 것이다,

ps.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
정치는 일체의 도덕 ·종교에서 독립된 존재이므로 일정한 정치목적을 위한 수단이 도덕 ·종교에 반(反)하더라도 목적달성이라는 결과에 따라서 수단의 반(反)도덕성 ·반(反)종교성은 정당화된다는 정치적 사고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이 말이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는 어떠한 방책도 허용된다는 뜻으로 이해되어 왔다. 따라서 그러한 사고방식에 의하여 행동하는 사람을 모두 ‘마키아벨리스트’라고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