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엮은 민중신학(15) - 설교와 종교

                        정연복 엮음(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첫째 마당: 설교

1. 빵이신 ‘말씀’/J. 바니에
  
     이야기의 논리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전달되는 열정이다.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해박함과 명석함을 과시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무상으로 부여받은 것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겸허하게 증거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자양분을 공급하려 하는가는
     그의 어감에서 드러나게 된다.
     자양분을 제공하는 이야기는
     하느님이 자기의 입을 통해 말씀하시도록 하는
     그런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람들은 지극히 단순한 말,
     즉 겸손과 진리와 사랑을 수반한 말에서 감동을 받는다.
     지성적이며 복잡다단한 설교는
     마음의 자양분을 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런 설교는 머리에서 나온 것이며 따라서 황량하다.
     공동체 구성원에게 필요한 사람은
     복음과 그들이 영위하는 삶을 증거하고
     그들의 약점과 역경, 희망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J. 바니에, 성찬성역, 『공동체와 성장』, 성바오로출판사, 143-144쪽.)
                 
2. 예수의 복권/서준식

     찬송가를 부를 생각, 배울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것들은 나에게 있어서는
     예수의 삶의 의미와 예수의 삶을 한결같이 묵살하는
     반예수적 음모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수는 기독교에서 따돌림을 당해왔다.
     예수는 복권되어야 한다.
     예수는 ‘죄인의 벗’이라고 한다.
     나는 이 말을, 흔히 예수꾼들이 말하듯이,
     예수가 개인의 내면적 죄 때문에 시달리는 우리를
     구원한다는 의미에서 죄인의 벗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도 예수의 전기에서
     그런 의미를 찾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예수가 ‘죄인의 벗’이라 할 때
     그것을 ‘사회적 약자의 벗’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려 한다.
     공관복음에 나와 있는 ‘죄인의 벗’ 예수는
     목사들의 설교에서도, 찬송가에서도 찾아낼 수가 없다.
     예수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2000년 전에 살았더라면 틀림없이 예수를 처형했을 인간들이
     감히 예수의 이름을 떠들어댐으로써,
     자신들의 불의를 
     예수의 이름으로 얼버무리고 정당화시키고 권위 짓고 있다.       
      (서준식, 『모래바람 맞은 영혼』, 형성사)

3. 말의 위선/함세웅

      입으로, 말로 먹고 살아가는 우리들,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큰 잘못은
      말의 위선, 입술의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이사야는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부족한 존재, 더러운 존재로 솔직히 고백한다.
      이 솔직함이 이사야를 깨끗하게 한다....
      정화된 이사야는 “제가 있습니다.
      저를 보내주십시오”라고 자신 있게 나선다.

      입만 열면 하느님, 사랑, 믿음, 용서,
      희망, 구원, 예수님, 형제애, 십자가, 영성 따위의
      풍요로운 말 잔치가 벌어지지만
      과연 그 말들에 나의 참된 삶, 진지함, 고민이 담겨 있는지
      깊이 되새겨야 한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말을 상투적인 것으로 여겨 외면하듯
      세상 사람들도 사제의 말을, 교회의 말을 외면할지 모른다.
      우리에게 있어서 쇄신과 회개란
      바로 우리가 말의 의미를 깊이 깨닫고 서로 통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함세웅, 『칼을 주러 오신 예수』, 빛두레, 65-67쪽.)
       
4. 민중언어/안병무
     
     한국교회는 민중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렇게 모은 민중을 비역사화하고
     피안에의 도피만을
     구원의 유일한 길인 것처럼 이끌어옴으로써
     민족공동체와 그 운명에 대해서 아랑곳하지 않는
     게토화된 민중으로 만들어버렸다....

     새 시대를 책임질 교회의 언어는
     게토화된 교회 내의 언어권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것은 민족공동체에서 볼 때
     이미 그것에서 끊어진 언어이기 때문이다.
     까닭은 그것이 비역사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의 길은 결코 이른바 신학적 언어 채택이 아니다.
     아니! 민중의 언어를 찾아야 한다.
     민중언어는 이야기체다.
     그것은 삶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개념적 논리적인 사변의 언어는
     생존을 위해 아귀다툼을 해야 하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삶인 민중에게는
     상관없는 기표(記表)다.
     노동판에서 논두렁에서, 동대문 시장에서,
     그리고 옥중에서 어떤 종류의 말을 쓰는지 귀기울여 보면
     목사들의 설교 용어가
     얼마나 이방어적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민중언어를 어떻게 배울 것인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들과 살아보는 길밖에 없으리라.
     나는 그 이상의 방법을 모른다.
     단지 구체적인 방향으로 다시 예수의 언어를 제시한다.
     예수의 언어, 특히 그의 비유는
     참 민중언어의 전형이다.
     그런데 그것은 교회 안에서,
     그렇다고 신학대학에서 형성된 게 아니라
     민중과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민중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데서 저절로 생겨난 언어다.
     (안병무, 『역사 앞에 민중과 더불어』, 한길사, 103-105쪽.)

5. 민중의 설교자/안병무

     내가 처음 성서를 읽고서 느낀 것은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려면
     아무래도 “살기 힘들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독일에 가서 10년 가까이 성서를 공부해보니,
     “예수는 점점 모르겠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의 생활조건이
     성서를 해석하는 방법을 제공해준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과감히 자기반성을 통해 예수의 가르침의 본뜻이 뭔가를
     알아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누구든지 나에게 올 때
     자기 부모나 처자나 형제자매나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누가 14:26),
     “죽은 자들의 장례는 죽은 자들에게 맡겨 두고
     너는 나를 따라라”(마태 8:22),
     “하느님 나라를 위해 고자 된 사람도 있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한마디로, 비가정적이고 비윤리적인 말이라 할 수 있다.
     신학자들은 이 말들을 ‘종말론적’ 언어라고 해서
     글자 그대로 받지 않으려고 한다.
     예수는 그때를 너무 다급하게 생각해서
     곧 종말이 온다고 믿었을 거라고 해석해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40년 동안이나 그 말을 전해준 전달자는
     단순히 사변의 유희를 일삼았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 말을 그대로 지키면서 전했다는 말이다....
     적어도 초대교회에서
     가정을 갖고 재산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에 의해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단적으로 말하면, 사유재산 같은 건 포기하고,
     그날그날 먹고 사는 것으로 만족하는
     그런 무리들에 의해 보존되어왔을 거라는 말이다.
     그야말로 ‘떠돌이 설교자들’이었다.
     이들 떠돌이 설교자들은
     2세기 무렵까지 이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이 ‘래디컬한’ 말들은
     결국 예수에게 돌릴 수밖에 없다.
     초대교회에서 만들어졌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다.
     왜?
     초대교회의 생활양식이 그런 래디컬한 말을
     만들어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예수는 떠돌이 설교자들과 같은 모습의 생활을 했다.
     가정도 고향도 떠났고
     소유라곤 전혀 없는 그야말로 ‘무소유자’였다.
     따라서 가정에 대한 책임도 없었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냐?
     하느님의 뜻대로 하는 사람이어야지” 했던 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말일 수 있었다.
     하나도 억지나 극언이 아니었다....
     기독교는 소유를 버리고
     집과 고향을 버리고 떠돌아다녔던 예수에게서,
     그리고 그의 삶을 그대로 따라 살았던
      ‘떠돌이 설교자’들에 의해 전승된
     그 말씀에 기초해서 형성된 것이다.
     이는 문화, 경제, 권력 할 것 없이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기독교는 철두철미 하층계급에서 시작되었음을 말해 준다.
     그런데 바울 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생활조건에 따라
     성경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누가복음은 마태복음에 비해 더 순수하다.
     누가복음은 예수의 시대와 그 이후의 시대를 갈라놓고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이렇다는 투로 구별한다.
     그래서 누가복음 22장에 나타난 대로
     내가, “너희들을 보낼 때
     돈주머니와 자루를 가지지 말라고 했을 때
     부족한 것이 있더냐?”라고 반문하고서
     “없었습니다”라고 대답하니까,
     “이제는 돈주머니 있는 자는 가지고 가라.
     검이 없는 자는 겉옷을 팔아서라도 그것을 사라”고 한다.
     전혀 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시대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이 말을 예수 시대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예수를 따르던 떠돌이들’이 외친 그 생생한 말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떤 지식이나 이론이 필요한 게 아니다.
     오늘날 가난한 근로자들이나 농민들이
     사실 조금만 눈을 뜨면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성경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지식인들이란
     이미 마음이 오염되고 생활 조건이 달라져서
     그 자리에 가기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미 ‘선악과’를 따먹었다....
     예수의 제자들과 같이 다니라면,
     “저 무식한 것들은 밥 먹을 때
     손도 안 씻고 먹는다”고 경멸한 우리다....
     우리는 교리화 이론화되기 이전의
     순수한 말씀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을 철저하게 고발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안병무, 『역사 앞에 민중과 더불어』, 한길사, 119-126쪽.)

둘째 마당: 종교

1. 예수의 종교/프란츠 알트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은 현대신학은 ‘영혼’을 고려하지 않는다.
     스위스의 위대한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인간의 영혼 속에 신적인 능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미 2,000년 전에 예수는
     영혼을 통한 자기실현과 자각을
     “성령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예수의 관점에서 보면 종교란 본질적으로
     신의 사랑과 구원에의 믿음으로 스스로를 지향하는 것이다.
     요즈음 기독교라고 일컫는 것들은
     예수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 대부분이 ‘미신’이다.
     (프란츠 알트, 구승희 역, 『인류 최초의 멋진 남자! 예수』, 한얼, 16-17쪽.)

2. 희망과 기쁨의 종교/호세 까르데나스
     “잔칫집에 온 신랑 친구들이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야
     어떻게 단식을 할 수 있겠느냐?”(마가 2:19).
     이 구절은 예수의 사명이 지닌 성격을 분명히 해주고 있다.
     즉 예수에게는 비탄에 잠긴 사람과 닮은 점이 하나도 없다.
     예수는 사람들을 계율에 짓눌리게 하려고 온 게 아니다.
     그는 행복을 주기 위해 온 것이다.
     예수는 사람들 사이에 구축되어 있는
     인간 관계의 옛 질서를 말씀과 행동으로 부순다.
     사다리와 같은 계급 구조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어우러지며,
     친교를 맺는 예수(마가 2:15-17)는,
     팔레스티나에서 횡행하고 있던
     종교인들의 배타주의와 차별 대우를 산산조각 낸다.
     그는 대다수 사람들이 멸시를 당해야만 하는
     종교적, 정신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 질서의 뿌리까지 파헤치고 있다.
     (호세 까르데나스, 이종렬 역, 『민중의 예수 - 마르코 복음에 의한 고찰』, 성요셉출판사, 32-36쪽.)

3. 예수의 종교비판/田川建三
   
     유대교는 단순히 종교만이 아니다.
     오히려 종교적 요소는 그 이데올로기적 외피에 불과하다.
     고대의 유대교는 사회를 지배하는 체제였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종교적 권위의 외피를 수반하면서
     민중의 전체 생활 하나하나를 규정하는 이데올로기적 힘이었다.
     유대교의 주된 담당자인 종교적 상층 계급은
     동시에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명확히 지배계급이었다.
     따라서 1세기 팔레스틴에서
     종교적 외피를 근본적으로 비판해 간다면,
     그 외피를 넘어서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에 맞닥뜨리게 된다.
     예수의 유대교 비판은 근본적으로 이루어졌던 까닭에,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의 아픈 곳까지 찔러댔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살해되었다.
     (田川建三, 김명식 역, 『예수라는 사나이 - 역설적 반항아의 삶과 죽음』, 한울림)     

4. 예수의 종교비판 - 실제적인 삶에의 애착/프란츠 알트

     예수는 사랑과 평화를 위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예수는 이런 교조적인 신학자들을 일관되게 반대했다.
     “그대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마태 23:3)는 것이
     신학자들에 대한 예수의 견해였다.
     유대교에서는 예수를 ‘율법 파괴자’ ‘범죄자’, ‘선동자’로 보았다....
     예수는 제도적이며 도그마적인 모든 종교를 의문시했다.
     예수는 모든 종교적 율법을 극복했다.
     이것만이 진정한 종교에 이르게 한다.
     종교는 하나님과의 재결합이며
     하나님을 상기시키는 것이며
     하나님에 대해 희망을 품는 것이다.
     내가 그에게서 배울 수 있었던 실제적인 삶에의 애착은
     신학자들이 꿈꾸는 잃어버린 미래의 낙원에 대한 순진한 믿음보다
     훨씬 더 고무적이고 인간적이다.
                
5. 좋은 종교, 나쁜 종교/니니안 스마트

     심층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특정의 종교 교리를 확신하지는 않았지만
     인류가 균형 있는 성장을 하고
     통합적인 인격을 형성시키는데
     종교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에리히 프롬은
     종교가 만약 인간주의적(humanistic)이기만 하면
     좋은 힘이 될 수 있지만....
     전체주의적이고 경직된 종교는
     인간에게 나쁘다고 지적하였다.
     왜냐하면 이러한 종교에서는
     인간의 내부에 있는 선하고 합리적인 모든 것들이
     신에게 투사되고,
     인간은 죄의식과 무기력감에 허덕이게 되고 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체주의적인 종교에서
     인간은 자신의 선함으로부터 소외되고 만다.
     따라서 프롬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타자에 대한 누미노스 체험은 정신 건강에 해롭다.
     그는 루터(루터의 종교는 누미노스 체험으로 가득 차 있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그리하여 루터는 인간들을
     교회의 권위로부터 해방시키기는 했지만
     다시금 그들을 더 전제적인 권위,
     즉 확실한 구원의 전제 조건으로
     인간에게 완전한 복종과 자아의 폐기를 주장한
     유일신의 권위에 예속시켰다.
     루터의 신앙은
     복종의 대가로 받는 사랑에 대한 확신이다.”

     어쨌든 힘과 권위에 대해 지나친 존경을 하고,
     그리고 신의 보살핌과 은총이 없으면
     인간은 악하고 완전한 죄인이 되고 만다는 루터의 입장은
     프롬이 보기에는 결코 건강한 것이 못된다.
     이것은 인간주의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인간의 착한 본성을
     발휘시킬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프롬이 자신이 해석하는 바에 따라
     신비가와 예수의 종교에 더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다....
     유아와 마찬가지로
     성인도 계속해서 유아기 상태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며
     자유를 기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진정하게 인간주의적인 입장은 자유를 강조한다.
     프롬에 의하면
     “나는 아들은 아버지와 맞서고
     딸은 어머니와 맞서게 하려고 왔다”는 예수의 말은
     인간이 모두 유아기 상태에 머물러 있고자 하는 욕심을
     버려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니니안 스마트, 강돈구 역, 『현대종교학』, 청년사, 97-99쪽.)
     
6. 참된 종교와 거짓 종교/호세 꼼블린

     종교란 실천하기 나름에 따라
     인간에 유익할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
     이미 종교를 앞세워 숱한 죄악이 저질러졌다.
     그릇된 종교가 끼치는 해악보다
     더 큰 해악은 없다.
     사실상 신과 초월자를 빙자한 불의보다
     더 큰 불의는 없다.

     참된 종교와 거짓 종교,
     참된 예언자들과 거짓 예언자들 사이의 투쟁은
     구약시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참된 종교는 생명, 인간사랑,
     잘못에 대한 용서를 추구하는 종교이다.
     거짓 종교는 죽음, 증오, 복수,
     개인 이기심과 집단 이기심을 조장하는 종교이다.

     그러나 참된 종교와 거짓 종교를 식별하는 최종 기준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하느님에 관하여 가르쳐 주신 내용이다.
     그 어떠한 종교도
     예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것과 같은 핵심적인 내용을
     가르쳐 주지 못했다.
     우리는 항상 아버지의 아들이신
     예수의 삶과 말씀에 마음을 개방함으로써
     하느님에 관한 우리 관념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참된 종교는
     사회적으로 반대와 방해를 피할 도리가 없다.
     그것은 정치 권력을 쥔 자들이 종교를 이용하려 들고
     자기네 권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종교를 해석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소위 신민(臣民)들은
     두려움을 조장하는 종교에 사로잡혀 있기 마련이고;
     부자들은 물질적인 문제와는 상관이 없는,
     정의에 대한 관심을 잠재우는 지극히 영신적인 종교에 맛들이게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세상에서 받은 고통을 보상해 주는
     사후의 천당 세계에 희망을 걸거나
     혹은 순전히 영적이고 윤리적인 성덕과 성화에
     매달리게 하는 종교에 사로잡히게 되고;
     지식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우수하다고 인정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많은 이론과 개념을 갖고 추상적인 종교를 만들어내고;
     무식한 사람들은 지식인들을 우러러 부러워하고
     계속 무지한 채로 남아 있게 하는,
     주술적이고 마술적인 단순한 행동과 동작을 강요하는 종교를 믿는다.
     (호세 꼼블린, 김수복 역, 『알기 쉬운 신학입문1 - 예수』, 일과놀이,  26-27쪽.)

7. 희망의 종교/이승복 목사

     예수살기 모임을 통해 오늘 우리 시대에 주시는
     하나님의 가르침을 겸허하게 배우려 했고
     새롭게 다가오는 미래가 어떤 희망,
     어떤 세계관으로 무장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어렴풋한 깨달음을 얻었다.
     적어도 지금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야 할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적그리스도적인 상황일 것이고
     이에 반해 종교는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희망의 종교는
     작금의 자본주의에 물들어 그들과 짝하여 가는
     모습이 아니어야 한다.
     인간뿐 아니라 온 우주와 자연이
     함께 구원에로 나아가게 하는 종교여야 한다.
     인간의 독선과 오만에 의해 철저히 파괴된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되고 오염된 지구가 살아나며,
     인종과 성차별이 극복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더 이상 나뉘지 않는
     신천 신지의 희망을 주는 종교여야 한다.
     모든 대립과 투쟁이 종결되고
     화해와 평화가 추구되도록 가르치는 종교여야 한다.
     언어와 전통, 문화의 장벽을 넘어 서로 용납하고 존중하며
     참여와 연대를 통해 합하여 선을 이루게 하는 종교여야 한다.
     (『새 세상을 미리 사는 교회 - 한울림교회 창립 10주년 기념자료집』, 도서출판 예수살기, 60-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