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바꾸기? 어쩌란 것인가!


모세의 이혼허락: 신24:1~3
예수의 이혼금지: 막10:6~9와 마5:32, 마19:9, 눅16:18
바울의 이혼사유 추가: 고전7:15


위의 구절들을 볼 때 모세의 이혼허락과 예수의 이혼금지는 분명히 서로 충돌한다. 뿐만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께 사로잡혀 사도가 된 바울은 “이혼 절대 불가”를 가르친 예수의 교훈에 서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와는 또 다르게 이혼을 위한 예외 사유를 하나 더 추가시켰다. 그러면서 “오직 하나님의 계명을 지킬 따름이니라(고전7:19b)”고 단언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고백하는 크리스챤들은 이런 경우를 만나면 당연히 다음과 같이 갈등하게 된다.


• 한 주제에 관한 서로 다른 말씀들, 하나님의 말바꾸기? 어쩌란 것인가!

위의 말씀들 중 대체 어느 것이 진정 하나님의 말씀이며 뜻인가? 모세의 가르침에 근거를 두고 당당하게 이혼을 하란 말인가? 아니면, 예수의 교훈에 따라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이혼을 하지 말란 말인가? “오직 하나님의 계명을 지킬 따름이라”니... 바울은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는 것인가? 하나님이 말바꾸기 하신 것인가?

이와 같은 입장에서 볼 때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민감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아래의 질문들 중에서 자신의 입장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며 논의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1. 구약이 먼저다. 그러므로 이혼허락 쪽에 서야 한다. 일차적으로 유대인을 향해 먼저 주신 말씀이 하나님의 진정한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입장이라면 크리스챤의 견지에서 볼 때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예수의 이혼금지에 관한 교훈, 또는 신약의 이혼금지에 관한 가르침은 뭔가?”

2. 크리스챤은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서라도 이혼은 절대 안된다. 왜냐하면 신약이 구약보다 나중일지라도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의 가르침이 모세의 교훈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입장이라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그러면, 모세를 통한 하나님의 말씀은 뭔가? 하나님이 말바꾸기 하신 것인가? 예수에 의해 율법시대가 끝났으니 구약의 율법에 상관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이혼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가?”

3. 바울의 가르침에 따라야 한다. 그는 성자 하나님이신 그리스도 예수에 의해 결정적으로 붙들려 사도로 쓰임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가르침이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기도 많이 하면 바울의 가르침대로 “이런 일에 구애될 것이 없게 된다”(고전7:15a).
이 입장을 취한다면 위에서 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성경의 가르침은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주어진 옵션이란 말인가?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경우에는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혹은,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 말씀이 없을 때에 어쩔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이런 입장들 중 어느 한 입장에 서고자 한다면 그것은 비록 자기의 주관이며 믿음으로 택한 말씀이라고 할지라도 분명, 하나님은 사람의 상황에 맞춰 얼마든지 변화무쌍하게 입장을 바꾸시는 “말바꾸기의 하나님”으로 우뚝 서게 된다. 모세 때에는 이혼허락, 육신을 입고 오셨을 때는 이혼불가, 승천하신 후 사도를 택해 일하실 때에는 이혼사유 추가...

4. 이외에 다른 입장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 결코 변치않는 진리이신 하나님의 진정한 뜻을 찾아서

성경본문을 볼 때 어렵지 않게 확인되는 이런 충돌현상 때문에 과연, 하나님의 진정한 뜻이 어떤 것이냐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그래서 현대의 실생활에 적용하기가 전혀 가능하지 않은 예수의 이혼금령에 대한 교훈을 더욱 깊이 숙고해 보아야만 한다. 과연, 예수의 가르침은 공허한, 결코 실생활에서는 절대 순종할 수 없는 실천불능의 알맹이 없는 껍질 교훈이란 말인가? 아니면, 성경에 나타난 서로 다른 가르침들은 사람쪽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품목으로 주어진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지난 번에 이어 아래와 같은 과정을 계속 거치므로서 충분히 이해된 결론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


(2) 후세대의 상황속에서 예수의 말씀에 덧입혀진 확대, 추가된 말씀 가려내기

예수의 직언(直言)으로 판단되는 표현들을 가려내면 어느 부분이 예수의 직언이 아닌 신약편저자들의 설교이며 가르침인지를 구별해 낼 수 있다. (지난 번에는 신약편저자들의 표현을 먼저 가려내므로서 예수의 육성(肉聲)교훈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 보았다.)


• 예수는 “재혼금지”를 직접적으로 가르친 적이 없다

고전 7:10~11은 이혼과 재혼을 동시에 금지한다. 그런데 예수는 재혼금지를 직접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유대 율법인 신24:2는 이혼당한 여자의 재혼은 불법도 아니며 죄도 아닌, 지극히 정당하고 자연스런 것임을 명백하게 진술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 율법의 관점에서 본다면 재혼은 결코 간음죄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혼 후에 재혼해서는 안된다거나 재혼하지 말라는 등의 권면과 관련된 “재혼금지” 가르침은 결코 유대적인 교훈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전통에 서 있는 팔레스틴 유대인으로서의 예수가 재혼을 금지시키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했을 리가 없다.

그러므로 재혼이란 용어를 직접적으로 말하면서 재혼금지를 교훈하는 고전 7:11은 예수의 입에서 직접 발언된 말씀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자대로 표현된 이 구절 자체는 예수의 육성(肉聲) 가르침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용어는 예수의 가르침을 시대에 맞춰 교훈하기 위해 사용한 “저자의 표현”이라고 봐야 하는데 바로 거기서 예수의 원천적인 교훈이 갖는 원래의 뜻에 뿌리를 내린. 후세대를 위한 “하나님의 말씀”을 보게 된다.


• 재혼금지 가르침이 예수의 교훈인 것처럼 표현된 이유

예수의 가르침에 단단히 서 있는 신약편저자들에 따르면 재혼은 이혼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일이다. 이혼하지 않고서는 결코 재혼이란 것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혼을 하지 말라, 재혼을 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재혼금지에 관한 교훈은 이혼금지를 강력하게 전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것은 “음행한 연고 이외”라는 조건을 통해 사실상 이혼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킨 예수의 “이혼 절대 불가”의 맥락에 그대로 이어지는 초대교회 시절의 이혼금령 교훈이다.


• 재혼금지는 예수의 이혼금지를 시대의 용어로 나타낸 것

그렇기 때문에 “재혼금지”를 직지(直指)하는 용어가 예수의 직접적인 육성(肉聲) 교훈으로서 문자대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이혼 절대 불가”의 교훈을 전제한 가르침으로 받아들여질 때 “재혼금지” 가르침은 예수의 원천적이고 일차적인 “이혼금지” 교훈에 뿌리를 내린 후세대의 가르침으로서 “시대를 반영하는 표현 확대”에 해당한다.

바로 그런 시각에서 볼 때 바울의 “재혼금지”에 관한 가르침은 예수의 직접적인 육성(肉聲)가르침이 아니라 예수 부활 이후, 고린도 전서를 기록하던 달라진 정황 속에서 “이혼을 사실상 금지시키는 예수의 교훈을 자기 시대의 용어로 다시 표현하여 가르친 후세대의 재해석”임을 알 수 있다.


(3) 현대의 목회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작업

이렇게 신약의 편저자들은 예수의 원래의 가르침인 “이혼 절대 금지” 교훈을 자신들의 시대속에서 가르칠 때 용어를 달리하거나 표현을 바꾸어 현실에 맞게 가다듬었다. 그것은 예수의 시대와는 전혀 딴판으로 달라진 신약편저자들의 상황에 맞춰 예수의 원래의 교훈이 주는 의미를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므로서 원형이 변질되거나 변형되지 않게 제대로 살려낸 영감받은 작업이었다. 그 결과로 예수의 가르침이었던 “이혼 절대 불가”라는 교훈이 주고자 하는 원래의 의미를 당시의 정황속에서 강렬하게 심을 수 있었다.


• 제대로 된 성서적인 가르침을 위하여-문자,구절들에 대한 채집식 조형작업 금지

성서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렇게 해야 한다. 따라서 뜻하지 않게 “말씀에 불순종하는 모습으로 인해 극도의 죄책감에 시달려 차라리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설교하며 목회하는 사역자들은 이와 같은 영감받은 성서편저자들의 방법론을 배워 자신의 현장에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성서적인 가르침이며 목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경본문의 일차적인 의미와는 전혀 상관없이 본문의 문자들을 채집하듯이 성경구절들을 이리저리 잡아 빼다가 여기저기 가져다 대면서 억지로 꿰맞추는 식의 조형(造形)작업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전달자”의 자세로서 전혀 온당치 않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주석없는 해석은 사람이 하나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성경을 주형(鑄型)틀 삼아 자기의 인간적인 사고와 주장을 주조(鑄造)해 내는 짓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 이혼금령에 대한 내용 요약 정리

이에 따라, 저 옛시대의 유물인 성서의 문자속에 담겨져 있는 “생명을 위한 말씀”을 “아무런 손상없이 받아”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생명을 주되 풍성히 주기 위해서” 지금까지 논의한 “이혼 금령”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예수는 “이혼 절대 불가”를 가르쳤다.
그러므로 이 맥락에서 현대의 목회자들도 이혼은 어떤 경우에서라도 절대 안된다는 가르침을 명백하고도 확실하게 주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이런 가르침이 가능할까? 그래서 신약편저자들의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금까지 작업해 왔던 것이다.

2. 복음서 저자들과 바울은 자기 시대 속에서 예수의 이혼 절대 불가 교훈을 “다른 표현으로 바꿔” 이혼 절대 불가의 가르침이 갖는 원래의 뜻을 그대로 이어받아 전했다.
따라서 믿음의 가정들을 향한 목양차원에서 “어떻게, 어떤 표현으로, 어떤 용어를 사용하여 이혼문제를 가르쳐야 할지”를 심도있게 연구해야 한다.

바울은 예수의 “이혼 절대 불가”의 원천적인 의미 즉,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한다”는 말씀에 따라 “이혼한 경우에는 그대로 지내므로 재혼하지 말 것”과 “다시 남편과 화합할 것”을 권고했다(고전7:11). 이혼 후의 재혼은 막10:8~9에 나타난 대로 결혼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을 정면에서 어기는 일이 될 뿐만이 아니라 재혼함이 곧 간음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보는 신학사상의 물줄기를 그대로 이어받는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3. 바울은 종교적인 문제를 이혼사유로 제시했다. 그런데 그가 왜 그랬던 것일까? 이것은 “이혼은 절대로 안된다”는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 이혼을 허락하는 성경의 본문들에 대한 의문

바로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본다. 분명하게도 마태복음은 “아내가 음행한 연고”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 이혼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5:32, 19:9). 하지만 마태복음의 이 예외 규정은 모세의 율법에 이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사실상 이혼을 완전히 금지시키는 내용이라는 것을 위에서 살펴 보았다.

그렇다면 마태와는 또 다르게, 이혼을 할 수 있도록 이혼에 관한 예외 규정을 말하는 바울의 가르침(고전7:15a)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것도 사실상 이혼을 금지시키는 내용으로 봐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 이혼 절대 불가의 선을 벗어나는 것같은 바울의 입장에 대해

실망스럽게도 고전7:15a의 내용은 마태복음이 모세의 이혼허락에 이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상 이혼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혼금지의 의미를 전혀 갖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문제로 인한 부부간의 갈등을 이혼의 방법으로 해소시키므로서 신앙생활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쪽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가르치며 권면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바울은 종교문제, 신앙의 문제로 인한 갈등에 관한 한,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믿음을 위해서라면 이혼해도 좋다는 쪽에 서서 적극적으로 이혼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확실히 예수의 원래적인 “이혼 절대 불가”의 말씀을 사실상 “시대에 맞지 않는 공허한 가르침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예수를 믿음으로 인해 야기된 부부간의 종교적인 다툼이 가정에 화를 가져 오는 상황속에서 예수의 이혼 불가 가르침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예외 규정을 둔 것이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바울은 예수의 “이혼 절대 불가”의 가르침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바울은 왜 예수의 교훈에는 전혀 들어있지 않은 이혼을 위한 예외 규정에 관한 교훈을 준 것일까?


• 바울이 이혼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둔 이유?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와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는 현세에 있어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식과 전토를 백 배나 받되 박해를 겸하여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막10:29~30; 마19:29)는 전통에 서 있었기 때문일까?


• 이혼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하나님의 말바꾸가 아니라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철저한 순종을 가르치는 목사들마저도 이혼을 하는 현세태 속에서 “이혼은 절대로 안된다”는 가르침이 참으로 공허한 메아리가 되게 하지 않으려면... 성경의 이혼에 관한 상호충돌의 가르침들이 하나님의 말바꾸기가 아니라 이 땅에서 질곡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복주시기 위해 허락하신 생명의 말씀이라면... 말씀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도 먼저 “대체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아 보아야 한다. 그럴 때 “왜 이와 같은 결혼의 목적에 반하는 이혼규정을 두어야 하는가”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철저한 예수 증거자인 바울이 예수의 육성(肉聲) 가르침인 “이혼 절대 불가”와는 전혀 무관하게 이혼을 위한 예외 규정, 그것도 종교적인 이유를 둔 배경이 무엇인지를 살펴 보고 그 가르침의 뜻을 파악하므로서 성경이 말씀하는 이혼의 문제를 마감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