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의 발걸음을 걷습니다.>

그동안 매주 월요일은 순례단 자체의 여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광주시 퇴촌에서 남종면으로 이동하는 날은 성직자만이 하루 여정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역시 순례단 자체대열로 하루를 시작하는가 했는데, 출발장소에는 하루 순례에 참여하기 위해서 참여하신 분들이 이른 일찍부터 속속 도착하셨습니다. 그리고 멀리 인천에서 오시는 수녀님들과 청주 지역의 신부님, 이천에서 오시는 목사님의 장소 문의가 이어졌습니다.

순례단은 “기쁘게 순례에 임하고 있으며,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동지애를 느낍니다. 큰 기쁨을 가지고 여전히 사람이 희망”이라는 김규봉 신부님의 기도로 하루 발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순례단은 오늘 달래강에 접근할 수 있는 지점이 많지 않아 대부분 도로를 통해 이동하였습니다. 귀농하여 13년째 친환경농업을 실현하고 있는 박찬교 선생님의 지역에 대한 정겨운 설명과 함께 괴산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역사 문화, 운하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안내를 받았으며, 유창리를 시작해 감물면 소재지, 100년전만 해도 포구가 있었다는 오간리, 오성리, 제월리 등을 거쳐 기곡 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기곡마을에서는 이장님의 환대로 마을 시설에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으며, 오후에는 괴강교를 거쳐 달래강을 따라 칠성면 도정리 칠성교 하단의 천변에 천막을 마련하였습니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관동대학교 박창근 교수와 함께 운하의 문제점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박창근 교수님은 ‘실체 없는 운하계획’에 대해 영강의 교량 개수 등 구체적인 상황을 등을 제시하며 문제점을 비판하였습니다.

저녁식사 전에 괴산댐을 다녀온 순례단이 도로에서 탈진한 황조롱이를 발견하여 괴산군청 관계자에게 인수하였습니다. 황조롱이는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 보호받고 있습니다. 괴산군청 관계자가 이후 소식을 전해주겠다고 하니 다음 소식에 자세한 상황을 전하겠습니다. 황조롱이가 무사히 살아나 자연의 품으로 되돌아가기를 기원해봅니다.

순례단은 내일부터 달래강을 떠나 백두대간을 넘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역사 문화 유적 훼손하는 운하>

오늘 일정을 시작하는 유창리(하유창)는 돌도끼, 찍개, 그물추 등 신석기 유물이 출토되는 역사의 고장이라 합니다. 고려때부터 조선조 초기까지 수세창고가 있어 유창이라 했고 지금도 창터들에는 주출돌과 기와조각이 산재해 있다 합니다.(유창리 마을유래비 중 인용 )

비단 유창리뿐만 아니라 순례단이 지나는 경로가 대부분 강변이다 보니 각 마을마다 많은 문화와 유적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운하 추진계획에는 문화 유적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한반도대운하연구회’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문화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더군요. 이 모임에서 펴낸 “한반도 대운하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물길이다 (대한민국 국운융성의 길, 한강과 낙동강 물길잇기)”라는 긴 제목의 책에는 문화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합니다.

문화유적은 한 국가의 상징입니다. 숭례문 이야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강은 한반도 전체의 역사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산실입니다. 강을 따라 우리의 역사가 만들어져 왔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역사의 기록들이 강 주변에 산재해 있습니다.

운하를 추진하는 측에서는 운하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강 주변의 역사 문화 유적에 대한 조사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유물 발굴조사 기관의 현실을 살펴보면 얼마나 허황된 이야기인지 알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조사인력 전체가 2,000여 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어떻게 1년도 안되는 시간 내에 모든 운하 예정지에 대한 조사를 시행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조사 인력과 조사 비용, 조사 기간 등에서 형식적인 조사를 하고 운하를 추진한다면, 상식적이지 못한 정책 결정에 의해 우리 사회가 미처 파악하지도 못한 우리의 역사문화 유적을 영원히 파괴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국토는 선조들의 숨결이 곳곳에 배어있고, 현 세대가 터를 묻고 살아가며, 앞으로 우리의 미래세대가 살아갈 소중한 곳입니다.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가 함께 공유하는 국토를 운하라는 이상한 사업으로 훼손할 수는 없습니다.

그 누구도 임기가 한정적인 권력에게 그러한 무한대의 권한을 부여한 적 없습니다. 우리의 국토는 대통령 한사람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권력은 한시적이지만, 역사와 문화유적은 영구적인 것입니다.  (운하와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문화연대 “한반도 운하가 문화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참조하시면 자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http://www.culturalaction.org )

<두려움에 대해>

어제부터 순례단이 지나는 지역은 과거 달천댐 반대운동이 치열하였던 지역입니다. 대부분의 지역 주민이 운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운하로 인해 또 댐 이야기가 나올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간리에서 마을 유래를 유심히 살펴보는 순례단이 궁금하였는지 다가오신 한 어르신은 운하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냐는 질문에 “듣기는 듣는데, 잘 이야기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운하가 진짜 되는가? 우리는 운하 해봐야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고 잘라 말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운하로 인해 또 댐 이야기가 나오면 무조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군요. “잊으려고 하면 또 댐 이야기 나오네”라며 “우리가 여기 떠나 어디 가서 살겠어”고 심각하게 여러 말씀을 하시더군요.

운하 계획이 추진된다면, 그것이 조령터널 노선 혹은 속리산 국립공원을 훼손하면서까지 진행되는 하늘길(SKY) 노선 모두 불가피하게 댐과 같은 시설이 들어서게 됩니다. 충주조정지댐에서부터 충주리프트 시설의 40여 미터에 이르는 수위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달래강의 발목에 이르는 수심을 극복하기 위해서 댐과 같은 시설이 필요합니다.

누구도 운하가 지역민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어느 지역이 얼마만큼 수물 될 것이며, 얼마나 많은 공동체가 파괴될 것인지, 정든 고향산천을 떠나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지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매번 달천댐 계획으로 인해 자신의 터전에서 내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살았던 지역주민에게, 운하는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내 몰릴 수 있다는 새로운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혁 목사님(34 이천 장호원 대서 교회 )은 "언론을 통해 접했었고 아울러 농촌 목회를 통해 생명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에 참여하였다 합니다. 또한 ”현 정부의 슬로건이 국민성공시대입니다. 성공이란 단어는 좋지만 생명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운하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사업”이기에 도보순례에 대해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하였습니다.

인천에서 아침 6시 30분 미사를 끝내고 먼 길을 떠나 참여하신, 인천 주안1동 성당의 노 안젤라 수녀님은 “수녀연합회를 통해 도보순례에 대해 알게되었으며, 앞으로 기회가 날 때마다 동참하고 싶다”고 합니다. 노안젤라 수녀님과 길주리아 수녀님은 1주일에 하루 있는 휴식을 이용하여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가톨릭 청주교구에서 오신 박규성 신부님은 운하는 “세상의 역기능적 역할을 하게 되며, 순간적인 이익보다 장기적 안목을 생각한다면 바로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함께 동참하신 박정호 신부님은 “세상은 비판이 난무합니다. 이러한 세태에 순례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처음 가졌던 생각을 지켜주시기를 바라면서 항상 마음으로는 함께 하겠다."고 하시네요.
 

<함께하는 사람들>

순례단 외에 장경훈님, 강동일(청년환경센터), 이혁 목사님, 청주교구의 박규성 신부님, 박정호 신부님, 인천 주안1동 성당의 길 주리아 수녀님 ․ 노 안젤라 수녀님 ․ 선유회 회원님들, 안정균님, DMZ평화생명동산의 정성헌님, 김용철님, 김채은님 등이 참여하셨습니다. 오후에 참여하신분들과 괴산에서 참여하신 분들은 기록하지 못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1. 3월 4일(화) <알림>생명의 강 살리기를 위한 기도회 

* 2. 3월 7일(금) <알림>'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봉암사 기도법회

* 3월 3일(월) 일정 : 감물면 오창리 인근 하유창에서 출발 -> 상유창 -> 강을 건너 -> 괴산읍 농촌리 인근 솔밭관광농원 앞 제방길 -> 이탄교 - 산수동 -> 제방길 따라 이동 -> 괴강교 -> 괴산읍 칠성면 철성교 하단 체육공원까지 이동

* 3월 4일(화) 일정 : 오전 순례는 도정리 천변 체육공원을 출발하여, 34번국도 태성리의 오일뱅크까지 이동(7.5km)하고 종료되며, 오후에는 조령 3관문에서 예정인 [생명의 강 살리기를 위한 기도회]에 참석 예정입니다. 화요일 순례 참여자께서 조령3관문 기도회 참여 경우, 자체 이동 방안을 마련해서 참여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 3월 5일(수) 일정 : 34번국도 칠성면 태성리 오일뱅크 -> 갈금리 -> 유하리 -> 연풍면 -> 원풍리 지역으로 이동

* 3월 6일(목) 일정 : 조령 3관문 - 조령 2관문 - 조령 1관문 - 진안리 - 문경읍 마원교까지 이동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박찬교님께서 지역과 경로에 대한 안내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칠성면 삼산리 기곡마을 회관에서 점심식사 장소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오픈테이블의 황인태님이 선식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의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3. 3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