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소식 17일째(2.28) - 생명과 평화는 한 길이다.

<한천을 단순화 시키는 운하>
오늘은 충주시 소태면의 중천리 월촌마을 여우섬 앞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우리의 길을 걷는 것이 모든 것을 걷어 들이는 새로움의 일정”이 되기를 바란다는 곽흥도 목사님의 기도로 하루의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여우섬 자체는 오랜 하상 퇴적에 의해 형성된 섬이며, 섬 내부에는 농경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순례단은 강원도를 넘어 충청북도로 이동하면서 남한강에서 많은 둔치와 여울, 하상에 돌출된 암반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남한강 구간의 하상 둔치 및 모래톱 등은 운하 계획이 추진된다면 모두 사라질 대상입니다. 화물선의 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대상은 모두 제거되어야 하며, 하천 자체를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기 때문에, 둔치 및 여울 등 다양한 지형에서 비롯될 수 있는 생물종 다양성 역시 매우 단순화될 위험이 큽니다.

충주지역 남한강과 달천의 등 지역 생태환경의 중요성과 운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충주환경운동연합의 박일선 대표께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순례단이 여우섬을 지나 충주지역에서 만난 첫 번째 다리는 목계교입니다. 순례단은 목계교 하단에서 충주조정지 댐까지 하천변을 따라 이동하였습니다. 이 지역은 인도가 확보되지 않은 길이나, 갈대숲과 주변 경관이 수려한 지역입니다. 그러나 이 지역 역시 화물선 운행을 위해 강천갑문에서 충주조정지댐까지 운하 수위가 50미터 혹은 55미터로 유지된다면 대부분 수몰될 지역입니다.




<운하와 전투기가 하천과 자연의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순례단은 강변에서 매우 이질적인 소리를 들었습니다. 주변 공군기지를 이용한 군용비행기 소음은 순례단의 일상적인 대화조차 어렵게 하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나 군용비행기의 소음 사이로 들리는 무수한 새들의 지저귐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이곳에 운하가 만들어진다면 저 수많은 철새들은 사라지고, 화물선의 매캐한 배연가스와 소음만 들릴 것입니다. 강변에서 군용 비용기의 굉음이 사라지고 화물선의 소음이 아니라 아래로 흘러가는 물 흐르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만을 들을 수 있는, 생명과 평화가 함께하는 날을 기대합니다.

운하를 추진하는 측에서 이 지역의 운하 수심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것인지 작은 논의도 있었지만, 낮은 수심과 중간 중간 돌출되어 있는 암반을 보면서 순례단은 답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잠시 충주 조정지댐의 하류 부분을 사진으로 보겠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간 중간 암석이 돌출되어 있으며, 댐 하류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토사 퇴적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상태입니다.

충주조정지댐의 현재 수위는 순례단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해발 65m 미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운하 계획에 의하면 이 지역은 충주리프트까지 약 65.1미터로 유지되어야 하며, 달천을 따라 충주리프트까지 상류는 모두 최소 6미터의 수심 확보를 위해 하상 굴착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또한 현재의 수위보다 약 1미터 정도의 수위 상승이 필요할 것입니다. 현장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달천을 따라 하상굴착이 가능하냐는 질문 자체가 우문입니다.

오늘 점심은 가금면 사무소 앞의 공원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점심시간 이후에 많은 분들이 새롭게 참여하였습니다. 이후 오후 첫 일정으로 중앙탑앞에서 충주환경연합의 박일선 대표께서 지역의 문화와 생태, 운하의 문제점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었습니다. 충주의 탄금대는 백제시대 철을 생산하던 지역이며, 충주는 고구려의 중원고구려비, 신라의 중앙탑, 백제의 탄금대와 가야문화 등이 함께 어우러진 혼성문화지역이며, 동시에 다양한 생태 경관을 가진 지역이라 합니다.

중앙탑에서 순례단이 중앙탑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에 어느 시민분이 다가와, 순례단임을 확인하고 “고향이 다른 지역인데, 몇 년 사이 고향이 많이 개발되었다. 충주를 제2의 고향 삼아 살고 있는데, 또다시 운하로 인해 훼손되고 파괴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소회를 밝히시더군요.

<붉은박쥐 서식지 보전공사>
중앙탑을 지나 가금-칠금 확포장 공사 현장에 인접해 있는 붉은박쥐(일명 황금박쥐) 서식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천연기념물 제452호인 붉은박쥐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개체수가 수백마리에 불과한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서식지를 보전한다고 하면서 공사를 하더군요. 휘귀종의 서식지 보전도 중장비가 동원되는 공사가 필요한 시대인가 봅니다.

현재 붉은박쥐 서식지와 관련하여 충주환경운동연합은 ‘가금-칠금국가지원도로 확포장공사 도로구역결정처분 등 무효확인’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이 소송엔 황금박쥐와 수달, 고니 등 7종의 동물이 원고로 참여하고 있다 합니다. 이번 소송은 운하와도 관련이 있는 소송으로, 현재 운하계획과 도로와의 관련성에 대한 자료가 요청된 상태라 합니다.(충주환경연합 박일선 대표 설명 및 관련 보도자료)

<멀쩡한 교량 철거. 재보수. 국민세금이 낭비된다>
순례단은 이후 남한강을 달천과 만나는 탄금대교를 지나갔습니다. 탄금대교 주변은 현재 새로운 다리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탄금대교 지역의 수위는 해발 65.1m가 예정되어 있으며, 다리의 표고(형하고)는 해발 71.5m로 여유가 6.4m에 불과하여 무조건 철거 대상입니다. 현재 한강과 낙동강 등 본류 구간에서만 형하고 11미터에 미달되는 교량은 최소한 25개이며, 모두 재개설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최근 교량 1개의 공사비는 약 1,000억 원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서울시 건설안전본부에 따르면 1종 교량(대교) 건설에 2,000억 원에서 4,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2005년에 완공된 마포대교 상류 측 교량 공사비는 2,198억 원, 한남대교 상류 측 교량은 1,055억 원이 소요되었습니다. 또한 하상 지하에 매설되거나 교량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수도관, 가스관, 전기배선 등 각종 생활시설물들을 일시 중단하거나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시민불편은 가중되고 추가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더욱이 얼마나 많은 국민세금이 사용될지 의문입니다.(생태지평 연구소 보고서 참조)

순례단은 이날 결빙되어 있는 달천 옆 제방도로에서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날 저녁시간에는 충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운하의 문제점과 대응을 위한 논의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오늘은 약 16.5km를 이동하였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순례단 외에 운디네출판사의 정재홍님, 장경훈님, 전교조 중등지회의 허건행님, 이학재님, 이현주목사님, 창조한국당 당원분들, 최영진님, 초록교육연대 김광철님과 유관호님 이창국님 손철희님 남궁효님 배기봉님, 김현도님, 김순미 마리아님, 운수노조의 김용인 위원장님과 괌계자분들, 사찰생태연구소의 김재일 회장님과 관계자분들, 가톨릭 인천교구의 황상근 신부님, 충주 지역 전교조 초등지회의 김재호님 이민우님 배현정님 성애리님 등이 함께하였습니다.  

충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에는 많은 분들이 참석한 상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일정 안내>

* 2월 29일(금) 일정 : 휴식

* 3월 1일(토) 일정 : 금강사 인근 28일 종료지점에서 출발 -> 탄금대교 앞에서 하검단리 마을 방향으로 이동 -> 하검단교를 넘어 제방길을 따라 용두동 달천교 방향으로 이동 -> 달천교를 넘어 제방길을 따라 단월교 방향으로 이동 -> 19번 도로를 따라 달래강 주유소 인근으로 이동 -> 노루목다리 -> 강변길을 따라 싯계교 방향으로 이동 -> 강변도로를 따라 수주팔봉 방향으로 이동 예정

* 3월 2일(일) 일정 : 수주팔봉 출발 -> 이류면 문주리 -> 산길 따라 이동 -> 불정면 하문교 -> 감물면 하유창까지 이동 예정

* 3월 3일(월) 일정 : 감물면 오창리 인근 하유창에서 출발 -> 상유창 -> 강을 건너 -> 괴산읍 농촌리 인근 솔밭관광농원 앞 제방길 -> 이탄교 - 산수동 -> 제방길 따라 이동 -> 괴강교 -> 괴산읍 칠성면 도정리 아랫말 인근 지역으로 이동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충주환경운동연합 박일선 대표님이 지역에 대한 안내와 설명을 지원해주셨습니다.
- 충주․제천 한살림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충주지역 시민단체에서 순례단과의 간담회를 마련해주셨습니다.
- 이재욱님께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의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2. 28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