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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2일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100일 순례를 떠났습니다.(사진제공 당당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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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조용한 움직임이 개신교 등 4대 종교 성직자 및 환경운동가 20여 명으로 구성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100일 순례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길 떠남과 돌아옴은 ‘침묵’의 ‘순례’로, 생명의 모심에 대한 순례자들의 영성의 무늬와 결을 읽을 수 있습니다. 길을 들여다보며 귀를 기울이며 걷는 ‘침묵의 순례’는 지나온 삶을 묻고, 오늘의 자신을 되새김질하며, 내일의 하루를 위해 숨을 가다듬는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드러운 땅의 속살과 창조세계의 피조물을 가장 친밀히 만날 수 있는 순례의 길일 것입니다.
“거룩한 이는 땅스런 모두를 반긴다.…땅은 동시에 어머니. 자연인 모두의 어머니. 인간인 모두의 어머니다. 모두의 씨앗을 품고 있으니 모두의 어머니다.” (빙겐의 힐데가르트)
손으로 빚고, 발로 뿌리 내리고, 허리 굽히는 노동의 몸들은 창조세계의 생명의 모든 것에 경외감을 둡니다. 순례를 통해 우리의 몸과 영혼은 가벼워지고 비워지고 낮아져서 빈들의 홀로 핀 들 꽃 한 송이에 두 손 모아 감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침묵의 순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뭍 생명들에게 열어 놓는 ‘생명 살림의 영성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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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의 녹색의 향연의 말씀을, 저 영롱한 겨울 빈 나무 한 그루와 저 작고 연한 매화 꽃 한 송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사진제공 당당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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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신학자 매튜 폭스는 “영성이란 우리를 내세적인 사람으로 만들지 않고 우리를 더욱 충만히 살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라고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영성이란 사회적 정의로운 행동과 깊은 내면의 성찰인 기도의 통합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기도와 행동이 일치되는 모습을 몇 년 전 피조물의 고통에 찬 신음에 귀 기울인 새만금 간척 사업에 반대한 4명의 성직자의 65일에 걸친 삼보일배를 통해서 보았습니다.
인문학자인 고미숙은 이에 대해 자신의 책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에서 “지난 1세기 동안 오직 근대화를 향해서만 맹목적으로 질주해왔던 이 땅에서도, 저항은 오직 분노로만 표현되었고, 결코 계급의 경계, 인간의 경계를 넘지 못했던 이 땅에서도 ‘축제와 혁명, 혁명과 구도의 아름다운 일치’, ‘포연 없는 전쟁’이라는 생성의 장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100일 순례는 영성이 내면적인 기도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도 아니고, 또한 사회적 불의에 대한 저항적인 행동만으로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도와 행동의 아름다운 영성의 일치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영성은 단지 인간의 영혼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그의 사회적 관계들과 땅과 피조물의 생명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 내지 ‘생명의 영성’으로 파악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자아에만 그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과 효율성에 입각하여 이윤을 얻기 위해서라면 풀 한포기라도 남기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자본 중심적인 세계관은 우리가 직면해 있는 생태계의 위기와 그에 따른 인류의 어두운 미래라는 불안에 대처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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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내와 격려를 주시는 하나님께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과 하루하루 함께 동행하시기를 온전히 마음 모아 깊은 기도를 바칩니다. (사진제공 당당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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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쪽 끝자락에서는, 추운 겨울 내내 가슴 한켠에 묻어두었던 견딜 수 없는 보고픔에, 그리운 얼굴 하나 ‘매화꽃’이 살포시 꽃봉오리를 여밀며, 봄날의 애틋한 첫 사랑을 그림자 드리워진 구석진 곳까지 바람에 흐드러지게 실어날러 주었다지요. 이런 꽃을 볼 때면 하나님의 온갖 신비함과 형용할 수 없는, 우주의 아름다운 거대한 서사시가 꽃 한 송이에 빼곡히 쓰여 있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하나님의 봄 숨결의 ‘신성’(神性)은, 당신의 그 감미로운 입맞춤으로, 깊은 겨울밤에 곤하게 잠든 피조물의 세계를 조심스레 일깨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창조계 전체가 하나님의 살아 있는 지혜와 말씀을 담고 있으며, 그 모두가 하나님의 ‘대화’이자 ‘사랑’의 말씀입니다.
“개개의 피조물은 하나님의 말씀이며, 하나님에 관해 말하는 책입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생태 신학자 토마스 베리는 지구는 끊임없이 숨 쉬며 생육하는 거대한 생명체로서, 지구는 하나님의 일차적 계시의 실재(Reality)이자, 일차적 성서이며 하나님과 인간이 사귀는 첫 번째 자리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들은 하나님의 녹색의 향연(香煙)이라는 것입니다. 아씨시의 가난한 영혼 성 프란치스꼬는 ‘태양의 찬가’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감미롭게 읊습니다.
내 주여! 당신의 모든 피조물 그 중에서도,
형님 해님에게서 찬미를 받으사이다.
그로 해 낮이 되고 그로써 당신이 우리를 비추시는,
그 아름다운 몸 장엄한 광채에 번쩍거리며,
당신의 보람을 지니나이다.
지존이시여! 누나 달이며 별들의 찬미를 내 주여 받으소서.
빛 밝고 절묘하고 어여쁜 저들을 하늘에 마련하셨음이니이다.
언니 바람과 공기와 구름과 갠 날씨를 그리고
사시사철의 찬미를 내 주여 받으소서.
그러하기에 하나님의 녹색의 향연의 말씀을, 저 영롱한 겨울 빈 나무 한 그루와 저 작고 연한 매화 꽃 한 송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그리하여 이 봄날의 사순절은 바로 녹색의 길로 나서시는 하나님의 거룩한 고난의 첫 시간입니다. 이 길목에 자신을 여의고, 하나님의 이슬로 적셔진 경건한 영혼들은, 푸름의 생명의 숨으로 충만한 녹색의 성화(聖化)의 길로 초대받습니다.
“구겨진 마음들을 어서 어서 펴서 아른아른한 아지랑이 부드럽게 춤추며 봄볕 속의 길로 나서자.”(조태일, ‘봄볕 속의 길’)
그 길속에 언제나 다독이시며 ‘인내와 격려를 주시는 하나님께서’(롬 15:5)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과 하루하루 함께 동행하시기를 온전히 마음 모아 깊은 기도를 바칩니다.
녹색별에 우리를 거두어 주신
오, 주님 찬미 받으소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