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이승규 기자의 기사입니다.

	▲ 신승원 목사는 정재규 목사의 발언에 대해 슬픈 일이라고 했다. 소위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황당함과 분노를 느꼈다. 정재규 목사의 발언은 우리 사회 가장 바닥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하는 분들을 바라보는 목회자의 인식이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이런 시각은 소위 한국교회 지도자를 자처하는 목회자들의 수준을 보여준다. 개탄스럽다."

신승원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는 지난 1월 31일 MBC '100분 토론'에 나온 정재규 목사(기독교지도자협의회 상임총무)가 영등포산업선교회를 거론하며,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을 가르치고, 데모를 주도하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신 목사는 "과거 1970년대와 1980년대 군부독재시절 정부 기관 등에서 우리를 그렇게 음해했지만, 민주 정부가 들어선 뒤 산업 선교에 몸을 바쳤던 많은 분의 명예가 회복됐다"며 "과거 독재 시절 안기부에서나 나올만한 발언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나갔다는 점이 매우 유감이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그날 토론의 주제와는 전혀 다른 맥락의 발언이 나와 우리도 놀랐다"며 "정재규 목사에게 공문을 보내 공개 사과와 해명을 촉구하겠다"고 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이성욱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는 "교회가 노숙인을 돕자고 하면 헌금을 많이 하지만, 비정규직을 위한 돈은 많이 내지 않는다"며 "비정규직이 노숙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교회는 노숙인이 될 수밖에 없는 제도는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의 모순과 관련해 교회가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나서야 하는데, 침묵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터뷰는 2월 4일 오후 3시 영등포산업선교회 사무실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인터뷰에는 신승원 목사와 이성욱 목사가 참석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정재규 목사의 발언을 접하고 난 뒤 영등포산업선교회 분위기는 어땠나.

처음엔 황당했다. 분노도 있었다. 우리 사회 가장 바닥에서 고난과 고통당하는 분들에 대한 교회의 인식 수준이 그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점에서 슬프다. 발언을 한 정재규 목사의 개인 수준이라기보다는, 소위 한국교회 지도자를 자처하는 목회자의 인식 수준을 보게 됐다. 개탄스럽다.

예전부터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좌익 세력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 않았나.

1970년대와 1980년대 군부개발독재시대에 정부 기관이나 공영방송으로부터 그런 음해성 발언을 많이 들었다. 민주 정부가 들어선 뒤 각 방송사에서 방영한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잘못 알려진 부분들을 바로 잡아, 명예가 회복됐다. 보상도 받았다. 정 목사의 발언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안기부에서나 나올법한 발언이 공중파를 통해 여과 없이 나갔다는 점에서 슬프다.

정 목사의 발언은 토론 주제와도 전혀 맞지 않았는데.

발언의 맥락을 보니, 교회의 자정 능력을 놓고 양 쪽 편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우리 단체가 예로 나왔다. 가난하고 소외된 인권을 대변하고 아픔을 껴안으려고 했던 선교조차도 자정의 대상인 양 인식하고 얘기하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목회자의 윤리적·도덕적 타락은 당연히 자정의 대상이다. 하지만 산업 선교에까지 자정을 들이대다니.

교회는 노동 운동이나 산업 선교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다.

그런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산업 선교를 하는 목회자들이 어렵고 힘든 가운데, 이 일을 감당하고 있다. 이들은 부와 명예를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노고를 인정하기는커녕 무조건 비난하니까 슬프다. 한국교회가 이런 부분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교회가 갖고 있는 자원과 재원으로 오히려 활발하게 참여했으면 좋겠다. 이게 바로 오늘 이 시대 교회가 예수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 이성욱 목사는 사회 모순을 해결하는 데 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이성욱 목사- 교회에 가서 노숙인을 위한 모금을 하면, 교인들이 많이 하지만, 비정규직 선교를 한다고 하면 헌금하지 않는다. 그런데 비정규직과 노숙인을 따로 생각하면 안 된다. 비정규직이 노숙인이 되는 사회 구조가 있는데, 교회는 이 구조는 건드리지 않는다. 이들이 노숙인이 되고 난 뒤, 밥 주고 먹고 살게 해주는 것이 선교인가. 노숙인이 발생하지 않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부분에 교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비정규직이 노숙인이 되는 사회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이 간다. 그런 점에서 이랜드 사태를 한국교회가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과제일 것 같다.

이성욱 목사- 개인적으로 이랜드 노동자들이 사랑의교회에 가서 농성을 하는 것은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려운 사람과 고통을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지지한다. 그런데 교회 쪽은 어떤가. 노동자들이 정치적인 생각으로 교회를 공격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100번 양보해 정말 그렇다고 하자. 교회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교회 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오히려 사랑의교회에 찾아왔으면 더 감사해야 한다.

오정현 목사가 한 신문에 한반도 대운하를 찬성하는 글을 썼다. 대운하를 통해 소통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왜 교회 앞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동자와는 소통하려 하지 않나. 그런 사람이 소통을 말할 자격이 있나. 제자훈련을 열심히 하고, 잘해왔다고 자부한 교회여서 더 가슴이 아프다. 물론 사랑의교회 교인 중에는 개인적으로 모금함에 돈을 넣고 가시는 분도 있다. 하지만 청년회와 남신도회 여신도회가 농성하는 천막으로 찾아와 함께 기도하고, 지지 발언은 못한다. 이게 제자훈련의 현주소다.

정재규 목사는 산업선교회 활동이 사회에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정재규 목사에게 공개 사과를 촉구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지금 우리 사회 제도는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교회가 약자의 방패막이가 돼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야기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자질이나 소양에 문제가 있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발언 당사자의 공식 사과를 바란다. 일단 오늘 정재규 목사 앞으로 공문을 보낸다. 기다려 보겠다. 반응이 없으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야겠다. 우리 내부에서 인식의 차이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천수만의 노동자의 명예까지 관계된 부분이다.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목사님은 목회자 세금 납부를 어떻게 생각하나.

단순하게 생각한다. 대부분 목회자가 면세점 이하에 해당한다. 일단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정당한 세금 납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 목회자의 경우 소득이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지 않나. 그런 부분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세금 납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한 의무을 이행하는 것이다. 교회 자정 능력을 회복해나가는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