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을 포기한 기독교
무지가 앎이다? 

1. 무지(無知)가 앎(知)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어른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것을 얼버무리기 위해서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였다. 칼빈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무지(無知)가 앎(知)이라고. 칼빈은 무엇을 얼버무리기 위해서였을까? ｢예정｣이란 그의 궤변에 대해서 였다.
구원받을 자와 유기될 자의 예정에 대하여 그 정당성 입증을 요구하는 이성적인 사람들에게 칼빈도 적합한 설명이 없음을 인정하였다. 그것에 대한 답변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들이 예정의 문제를 탐구함에 있어 기억해야 할 것은, 그들은 하나님의 지혜의 가장 깊숙한 곳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이며, 거기서 그가 안심하고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돌진한다면, 그는 그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기는커녕 헤어나올 수 없는 미궁에 빠지고 말 것이다. 대개 하나님이 그 자신속에 감추어 두시기를 원하시는 것들을 인간이 아무 탈 없이 꼬치 꼬치 캐낼려고 한다든지, 또 하나님은 그 속에서 또한 그의 완전하심이 나타나 보이도록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배하기를 되기를 기뻐하시는 그 숭고한 영원한 지혜를 인간이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
우리는 무지(無知)가 앎(知)이라는 이 일에 있어서 무지함을 부그러워하지 말자. 도리어 우리는 아는 것을 열망하는 것이 위험할뿐더러 어리석으며, 더욱 치명적인 그런 지식 탐구하는 일을 기꺼이 삼가도록 하자. 여기에는 우리를 파멸로 곤두박질치게 할 수 있는 그러한 추측(推測)을 크게 두려워 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기독교강요. III:xxi:1,2. Dale M.Yocum,기독교신조대조,손택구 역(서울:예수교대한성결교회(연합) 출판부,1988).p.103에서 재인용.


2. 무지가 앎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논리가 정당하지 못할 때 얼버무리기 위한 논법중의 하나가 의미없는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임기응변의 속임수이다. 예를들어 물고기를 점차로 공기로 숨쉬도록 훈련시키면 나중에는 오히려 물에 빠져 죽는다고 하는 것이다. 서커스단에서 코끼리 춤추는 훈련을 시킬 때 사용하는 훈련기법을 물고기에 적용시킨 논법이다. 논리자체로는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는 아닌 것이다.
어떻게 無知가 앎(知)이 될 수 있는가? 칼빈이 이 말을 한 것은 그가 지적한대로 하나님의 깊은 비밀을 알고자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파멸로 이끄는 지식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에서 그렇게 말하였으나 사실은 그의 ｢예정｣설이 하나님의 성실과 사랑과 공의를 설멸하지 못하기 때문에 질문자들의 입을 막기 위한 억설이었던 것이다. 자기주장을 앞뒤가 모순되지 않게 설명할 수 있었다면 그 말을 하였을까?
칼빈의 이말을 기독교신학자들이 이상한 말을 해놓고 그 말에 대하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도피처로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이면 무조건 하나님의 신비에 속한 것이니 괜히 섣부르게 알려하다 이상한데로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이유도 없이 적당한 설명도 없이 무조건 믿으라는 것이다. 분명히 우리가 설멸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나님께 적합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 자기네들은 자기들이 하나님의 심오한 지혜를 알려고 연구하면서 떠들은 말이 하나님과 인간을 얼마나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생가해보지도 않으면서, 자기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영역이니 감히 침범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자기들만 말씀을 연구하고 탐구할 자격증이 있는 것처럼. 자기들이 인간이 알아할 지식과 알지말아야 할 지식의 경계선을 그어 놓는다. 그들 자신이 곧 하나님 노릇을 한다.

3. 성경도 ｢알지말라｣ 하는가?
정작 성경은 어떻게 말하는가? 칼빈처럼 이래저래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가? 오히려 성경은 분명히 알고 지식을 가지고 믿으라고 한다. 다음의 두가지만 살펴보아도 그렇다.
① 하나님을 대적하는 열심
하나님은 지식없는 열심을 원하시지 않는다(롬10:1-3). 바울 자신이 하나님께 열심이 있어던 것 만큼이나 이스라엘 백성도 하나님께 열심이 있었다. 하나님을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잡아 죽이고 제자들을 핍박하고 성도들을 잡아죽이는 열심을 보였다. 그러나 바울은 그 열심은 오히려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우리의 신앙은 바른 지식을 따른 것이어야 한다.
②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아
바울은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더욱 알기를 원한다(엡3:18-19). 그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을 앎으로 가능하다. 하나님의 모든 충만이 우리에게 충만하게 되는 비밀 역시 그리스도의 사랑의 넓이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닫게 될 때이다. 바울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식과 모든 총명으로 점점 더 풍성하게 해주시기를 원하다(빌1:9).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저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 그리스도의 지식에까지 이르기를 원하고 있다(골3:10,벧후3:18).

이렇게 하나님은 하나님의 비밀과 지혜를 우리가 알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은 어느 한곳에서도 우리가 알기를 제한 하시지 않으신다. 바울 역시 칼빈처럼 우리가 알지말아야 할 것을 지정하거나 선을 긋지 않았다. 바울은 우리가 하나님의 비밀을 알게 하기 위해 성경의 편지들을 기록하였다. 바울은 하나님께서 계시로 자기에게 알게하신 것을 우리가 읽어 깨달아 알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하여 성경을 기록하였다(엡1:9,3:3-4). 그는 생명을 걸고 복음의 비밀을 알리려고 하였다(엡6:19).

4. 기독교 지성의 파산
이로 보건데 칼빈은 기독교 타락의 시초이다. 왜냐하면 타락은 지식이 잘못되거나 지식이 없는 무지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인데, 우리 신앙인들이 하나님의 비밀을 알려고 하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지성적 추구를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독교 지성이 파산된 것은 바로 칼빈의 자기 변호를 위한 궤변의 결과이다.
칼빈의 궤변은 모든 인간들의 존재이유를 상실시켜 버렸다. 하나님 자신의 전지전능의 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과 도구로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예정｣이라는 궤변을 만들고 그 궤변에 덤비지 못하도록 자기 궤변을 하나님의 영역으로 신격화시켜 버린 것이다. 칼빈의 예정교리는 운명론과 수동주의, 그리고 자아상실로 인한 주체성의 파산을 가져왔다.
인간논리의 최고 구성요소는 6하원칙이다. 이 6하원칙을 구성시키신 분이 하나님이다. 창조된 인간도 6하원칙을 가지고 논리를 만드는데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그분이 하신 일에 논리와 합리가 없겠는가? 인간은 6하원칙을 구성할 수는 있어도 정당하지 못하게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논리와 합리는 온전 완전 무흠하다. 때문에 인간과 피조물에 대하여 하나님의 논리와 합리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다만 인간이 그것을 아직 알지 못할 뿐이지. 자기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곧 하나님께서 인간들이 알면 안될 것으로 정하신 것처럼 말하는 자들이 사실 오늘날 기독교와 세계절망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무지가 미덕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기독교는 사실상 지푸라기 신학과 세계관을 구축하여 왔다. 때문에 21세기를 맞는 이 시대에 외칠 메시지가 없는 것이다. 이 세대를 설득할 논리가 없는 것이다. 영세전에 모든 인간의 삶과 운명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미 작정되어 있는데 그들에게 더 이상 무슨 할말이 있는가? 오히려 무슨 말을 한다면 그것이 논리적 모순인데. 하나님이 죄의 창시자이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인간의 타락을 기뻐하셨으며, 어떤 사람은 구원하고 어떤 사람은 지옥 보내면서 그것이 자신의 절대주권을 나태내는 것이라고 기뻐하시는 하나님을 누가 제정신이라고 생각하는가? 미쳤어도 한참 미쳤지.

5. 우리의 소망
이제 우리는 하나님의 비밀을 다 알 수 없다하더라도 계속 알려해야 한다. 적어도 우릭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6하원칙으로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6하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왜｣이다. 이 ｢왜｣가 인간의 것이 되면 비록 논리는 성립된다하더라도 그것은 하나님을 반역한 인간의 궤변이 된다. 진정으로 정당한 논리와 합리는 하나님의 ｢왜｣가 인간의 6하원칙을 다스리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 하나님의 ｢왜｣로 성립된 6하원칙으로 구성된 지식이 오늘날 자아 주체성을 상실한 인간을 책임있는 한 존재로 성립시켜 줄 것이다. 지성이 살아야 한다. 우리를 창조하신 자의 지식에까지 이르도록 우리는 하나님의 지식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 마치 하나님 처럼 우리위에 군림하는 궤변자들의 미친 소리를 제거하고 설득력 있는 이해를 추구하여 인간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무지를 깨야한다.
인간은 지식을 발견하는 것 만큼 발전한다. 도덕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서는 말이다. 과학문명은 발전하는 반면 인간성은 상실되어가는 데, 이것은 인간존재의 자아주체성의 상실로 인한 것이다. 만사에 자신이 책임지는 확고한 주체성있는 인간이라면 상태는 달라졌을 것이다. 믿는 자이든 믿지않는 자이든 운명론속에 살고 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다분히 신에게 있다는 무의식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 자아 주체성을 발견하는 것만큼 그의 삶에 책임을 지고 산다.
공중을 나른다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도전 끝에 지금은 우주선이 우주공간 곳곳에 이른다. 우리도 하나님 아버지의 지식에까지 추구하는 생각하는 존재가 될 때 책임있는 개인, 사회, 국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