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관여하고 있는 '예수살기' 모임의 창립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대선을 앞두고 창립을 준비하는 '예수살기' 모임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런 개연성도 있으니 말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비슷비슷한 조직과 형식을 가진 단체인 데다가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헤쳐 모인 모임이니 '왜 똑같은 모임을 하나 더 만드느냐'는 질문을 받는 것은 당연할 성 싶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차별성을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다. 영성에 대한 강조, 기존 단체들이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참여 등등. 그러나 내가 보기에 기존 단체와 '예수살기'의 극명한 차별점은 '평신도에 대한 이해와 그들을 위한 공간 마련'이라고 보며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목회자와 평신도가 한 자리에서 만나 똑같이 한 표씩을 가지고 모임을 한다는 것은 목회자나 평신도 양자 모두에게 있어 어색한 일이다. 게다가 가장 진보적이라는 기독교장로회로부터 보수적이라고 하는 침례교까지 함께 하는 자리이니 이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매번 회의 때마다 이 문제를 놓고 고심을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평신도들의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할지에 대해 일치된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일단 평신도들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참여할 여지는 적극적으로 남겨 놓되 그들 자신의 위상이나 목회자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이 모임 안에서 평신도의 실체가 형성될 때까지는 보류하고 그 이후에는 전적으로 평신도 자신들에게 맡겨 놓아야 한다는 잠정적인 결론까지만 본 상태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예수살기' 모임에 대한 얘기가 아님에도...

나는 지금까지 자라면서 목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명절 때마다 목사댁에 들어오는 각종 과일이며 고기, 과자류 같은 선물을 볼 때 외에는 해본 적이 없다. 좀 자라 철이 들면서 목사라는 직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목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수퍼맨'이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예배당 건축도 잘 해야 하고(여기는 설계부터 시작해서 건축기술에 지식, 때로는 등짐이나 질통까지도 잘 져야 하는 부분까지 포함된다) 교회경영(작게는 돈 계산에서부터 크게는 전체 교회의 비전스테이트먼트 수립과 집행 등)도 잘 해야 하며, 사람을 잘 모으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모아 놓은 사람 도망치지 못하게 잡아 두는 인품도 있어야 하고, 예배당 구석구석에 글씨도 써 붙일 수 있을 만큼 손재주도 있어야 하고, 귀신을 쫓아낼 능력도 있어야 하고, 청소도 잘 해야 하고, 운전도 잘 해야 하고,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고, 웅변력도 있어야 하고 등등 조건을 따지자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기만 하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까지의 교회에서는 그런 다재다능한 목사야말로 능력 있는 목사, 성공한 목사라고 인정했으니, 큰 욕심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 내게 있어서 목사는 참 피곤한 직책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목사가 된다는 사명, 소명에 별로 끌리는 것이 없었나보다.

그런데 오늘날의 교회도 여전히 이런 수퍼맨 목회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별로 재주가 많지 않은 나는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오늘날은 교회조차도 하나님 말씀만 잘 아는 목사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신학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경영학, 사회학, 인문학, 건축학 등등의 일반학문적 소양이 풍부하면 그걸로 충분하게 보충이 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냥 신학대학교에 입학하여 신학부 4년 대학원 2-3년, 도합 6-7년을 공부하고 목회현장에 나온 목사보다는 경영학이나 사회학, 기타 일반학문을 적게는 4년 많게는 6-7년 먼저 전공하고 신학을 3년 공부한 목사를 더 높게 쳐주는 일이 다반사이다. 전체 수학기간으로 보면 후자의 경우가 더 길 수 있지만 목회자의 기본적 자질을 결정하는 신학에서는 반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교회에는 후자의 경우가 더욱 인기가 높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소위 대형교회에서 신임 목사를 선정할 때 여지없이 이런 기준이 정해지는 것 같다. 강단에서 하나님 말씀을 선포할 때에도 밋밋한 목사가운보다는 어깨에 서너 줄 수놓은 박사 가운을 입은 목사가 더 대단하다는 은연 중의 인식이 있는 것도 이런 사고의 결과이리라고 본다. 무식하게 한 우물, 고리타분한 신학(여기에는 평신도의 신학적 수준이 높아져서 웬만한 것은 다 알고 있다는 전제도 있을 수 있다) 하나만 전공해서는 세상을 잘 모르고 세상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도 없을 뿐더러 목회자의 시야도 좁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만연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신학대학들도 4년제 학부보다는 3년제 M.Div 학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우수한) 일반대 출신의 학생들을 신학대학원에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운용하고 있다.

부족한 지식이나마 M.Div 학제는 미국식인 걸로 알고 있다. 이 M.Div 학제는 철저하게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미국적 사고의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거의 대부분의 신학대학들이 M.Div 학제를 주력과정으로 정하고 운용하는 것은 역시 다방면에서(최소한 신학 외적인 한 개 이상의 분야에서) 재능을 갖춘 실용적인 목회자 배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미 한국교회는 바른 목회자, 바른 목회자 상에 대한 기준을 다재다능한 수퍼맨 목회자로 삼고 있었는데 오늘날에 이 기준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한국교회의 사고구조가 교회 내에서 다재다능한 능력과 전문성을 가진 평신도들의 역할을 최소화시키고 그들의 능력을 비교회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말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교회에는 이미 수퍼맨 목회자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정부장을 금융업에 관계하는 이들이 맡고는 있지만(적지 않은 경우에는 전혀 금융업에 관계 없는 이들로 세운다) 전체적인 교회적 예산편성과 집행은 교역자가 좌지우지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금융전문가가 교회 안에서는 선교비나 송금하는 부차적인 존재로 전락해버린다.

목사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면 '나도 전에 다 해봤어, 그러나 교회는 사정이 좀 달라. 교회는 내가 전문가야'하고 말한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적지 않게 들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종종 그렇게 말한다. 교회가 예배당 건축을 하는 경우에 그 공사를 아무 건설회사나 맡지 못한다. 교회는 일반 건축에 비해 몇 배나 더 많이 설계변경을 한다. 목사가 건축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교회의 생리를 잘 모르는 건축회사는 화딱지가 나서 못해먹겠다고 손을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수십억, 수백억을 들여 건축했다는 예배당에 가보면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이상한 구조가 적지 않게 눈에 띤다. 본론도 길었다.

수퍼맨 목사가 성공한 목사로 인정받는 교회 내적 구조는 교회를 주식회사로, 목사를 사장, 회장 혹은 CEO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하면 그런 구조는 목사청빙위원회의 장로들이나 기타 임직들이 아니라 목사들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이제는 이런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스스로 수퍼맨이기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면 교회가 어떻게 굴러가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부족한 부분은 평신도 지도력이 채워줄 것이다. 아니 전적으로 평신도 지도력을 발굴해야한다. 그것은 단기적으로 보면 미친 짓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한국교회 전체의 내면적 외형적 성장을 위해 유효적절한 처방이다. 모세도 십부장, 오십부장, 백부장, 천부장을 세워서 나름의 그릇대로 역할을 하게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회는 성경적인 가르침을 무시하고 결코 평신도 지도자를 인정하지도 않으며 세우지도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현대종교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기계부속처럼 취급 받는 현대의 인간, 인격체에 대한 자존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많은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나고 그 안에 계신 하나님을 만남으로 전혀 새로운 삶을 영위하게 되는 체험을 한다. 그런데 사회에서 전문인 소리를 듣는데 교회 안에서는 인정해주지 않고 은행 송금이나 시킨다면 어느 누가 교회를 자존감을 갖게 하는 모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이미 평신도의 신앙적 실존적 자각은 교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들이 생명력을 가져야 교회의 미래가 존재할 수 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 평신도들이 깨어나는 속도를 교회가 더이상 외면한다면 우리 젊은 세대에는 목회가 도저히 못해 먹을(?) 짓이 될 지도 모른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다 보니 논점에서 너무 많이 빗나갔다. 결론적으로 말해 목회자들이 수퍼맨 되기를 포기하고 평신도들과 교회의 지도력을 전문분야별로 나누어 발휘한다면 교회는, 그리고 그 교회가 속한 사회는 훨씬 더 건강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목사는 수퍼맨이 아니고 될 수도 없다. 그리고 되려고 하면 그 자신이나 그 주변 사람들까지도 다 피곤하고 피폐해진다. 청징한 영혼을 추구하는 성직자들이 이렇게 자신의 영혼과 육신을 피폐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오늘날은 수퍼맨이라는 유일한 영웅이 아니라 건강한 생활인으로써의 더 많은 영웅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정답은 평신도들이 쥐고 있다고 믿는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양재성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교회에 평신도 전문인이라는 얼마나 많은 보화, 달란트들이 있는가. 그런데 오늘날의 교회는 그 보화들을 땅 속에 묻어 놓고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죄다. 그리고 마지막 날, 주님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을 때 교회는 한 달란트를 땅 속에 묻어 놓았던 게으른 종과 마찬가지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