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평화누리 성명서>
“검찰은 삼성비자금 사건의 실체를 명백하게 밝혀, 권력-재벌의 잘못된 유착관계를 끊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들끓고 있다. 아니 들끓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항상 의아한 것은 우리나라 지도층 관련 비리사건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처음부터 거의 높낮이 수위가 결정되는 것이다. 어떤 사건은 실체보다 훨씬 부풀려져 지속적인 논란이 되는가하면, 또 어떤 사건은 본질은 커녕 곁가지를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며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사실 여하에 따라서 우리사회를 크게 뒤흔들 수 있는 너무나 엄청난 사건이다.

삼성그룹이 어떤 회사인가? 삼성은 이미 90년대 중반 이후 어떠한 라이벌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우리나라에서 독보적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적 기업이며, 그 영향력은 단순히 경제계를 넘어 우리나라 모든 영역에서 거의 절대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김용철 전 법무팀장의 고백에 의하면 삼성은 일부 관계자들만이 알고 있는 엄청난 비자금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정치계, 언론, 사법기관 등 관리가 필요한 조직과 주요 인사들에게 정기적으로 ‘떡값’을 상납하여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삼성의 떡값관리의 필요성은 기업으로서의 삼성전체의 운영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건희 회장의 재산상속과정에서 벌어진 애버랜드 주가조작 사건과 같이 기업주 일가의 이해관계를 위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2005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에 관한 정보공개’에 의하면, 이건희 회장은 전체 0.28%의 지분으로 금융계열사 출자를 통해 삼성 그룹을 지배하고 있고 삼성그룹내 5개 금융계열사가 여타 27개 계열사에 총 1조2천756억 원의 고객돈을 출자해 이건희 회장의 지배력을 뒷받침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배우자인 홍라희 씨,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의 보유지분을 모두 합치면 3조3200억 원이다. 삼성그룹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모두 148조1880억 원에 달하므로, 2.2% 정도의 보유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삼성 비자금 사건은 엄청나게 왜곡된 삼성의 지배구조가 그 핵심이다. 왜곡된 지배구조를 유지 강화, 세습시키기 위하여 온갖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고, 이를 보호, 방어하기 위하여 주요 국가 기관에 대한 전 방위적인 로비가 절실하였던 것이며, 그 로비를 위해 소위 비자금이 필요하여 은밀하게 조성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검찰과 특검은 이번 사건을 이상과 같은 방향에서 가닥을 잡고 수사를 진행시켜야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여부는 속단하지 않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설된 것만으로도 전면적 수사에 나설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 사건을 맡아 실체를 파헤쳐야할 검찰을 보며 우리 국민들 중 과연 몇 명이나 그들이 자기 수뇌부 및 조직과 관련된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믿고 있을까? 검찰은 처음부터 떡값을 받은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해야만 수사할 수 있다며 자신들의 직무를 유기하는 듯 한 발언을 하더니, 마침내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까지 포함된 고위 검사명단이 공개되자 특별수사 감찰본부를 설치하며 일단 수사에 나설 채비를 갖춰가고 있으나 두고 볼 일이다.

삼성그룹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국민경제를 건실하게 담보하기 위해서는 각종 부패의 고리를 스스로 차단하고 투명하고 준법적이며 합리적으로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길 바란다.

한 가지 더 언급한다면 사건 초기부터 보여 온 주요언론들의 미지근한 반응이다. 주요언론사들이 사건규모에 비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국 언론사들의 진실규명의지에 매우 의심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통일시대평화누리는 이제라도 검찰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바로 규명하여 관련자를 엄중처벌하고, 관계 당국도 더 이상 권력과 기업이 밀착함으로써 사회의 공공성을 뒤흔드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어 줄 것을 분명히 촉구한다.

-통일시대평화누리의 주장-

1. 우리는 이번 삼성비자금 사건이 돈으로 권력핵심부를 매수하여 사회를 지배하려는 잘못된 관행이 의심되는 것으로 검찰은 조직논리에 연연하지 말고, 엄정한 수사와 투명한 공개를 통해 사건 일체를 명백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

2. 언론들은 사회의 공기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명심하여 이번 사건을 분명히 규명하고 국민들에게 알림으로써 경제정의실현에 앞장 서 줄 것을 당부한다.

3. 삼성그룹의 해당 임직원들은 이번 위기를 적당히 모면하려 들기 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드러내고 썩은 부위를 도려냄으로써 이번 기회에 부패와 사유화의 문제를 떨쳐 내고 세계적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하기를 기대한다.

3. 우리 국민들과 시민사회는 이런 중대한 사태들의 전후과정을 면밀히 살펴, 진실규명을 이끌어내고 더 이상 권력과 기업이 유착하여 사회를 지배하려는 욕구가 일어나지 않도록 끝까지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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