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신학진리의 삶에 대한 영향.
하나님 자체는 무한하시고 헤아릴 수 없는 분이시지만 사람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 정도는 신학적 가르침의 수준에 결정됩니다. 신앙은 신학에 근거한 신뢰입니다. 따라서 신학이 어떤 수준의 진리성인가에 의해 신앙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분의 거룩한 사랑을 확증하시기 위하여 십자가가 있게 하셨다는 것과, 그분의 주권적 영광을 위하여 십자가가 있게 하셨다는 해석에는 하나님 실재의 차이를 가져옵니다. 전자는 사랑의 아버지이지만 후자는 폭군의 신으로 이해되게 됩니다. 그러기 때문에 신학은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1.2.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들의 영향.
신앙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에 비례하여 성장합니다. 영적 모험의 발걸음을 내 딛고 더 깊은 수준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 신뢰입니다. 우리 존재의 모습을 은밀히 다시 가다듬도록 이끌어 주고, 우리의 고통과 상처와 무의식적인 동기들을 변형시키시어,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그러한 사람으로 우리가 변형될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것도 이 신뢰입니다. 신앙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기초로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일반적으로 알고 믿어온 진리지식이, 예수께서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눅 10:27) 하신 말씀을 가능하게 하는지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하나님에게 가졌던 부정적인 태도는 우리의 영적 여정을 방해할 수 도 있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을 두려워하거나, 화난 아버지의 상, 의심쩍게 바라보는 순경, 아니면 지독한 판사의 상으로 본다면, 여정에 대하여 열성을 갖거나 어쩌면 흥미를 갖는 것조차 힘들 것입니다.
어렸을 적에 종교적인 훈련으로 우리 안에 뿌리 내린 이러한 하나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사실상 지난 세대에서 물려받은 유산으로서, 성서의 가치에 대한 왜곡-때로는 180도로 왜곡-을 보여주는 종교적 가치관들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1.3. 삶을 무력하게 만드는 신학상의 부정적인 이미지들의 예.

1.3.1. 심판자 또는 감시관.
18세기 이성의 시대의 영향을 받아서 르네 데카르트의 철학적 이원론이 주도하는 사상과 하나님은 ‘저기 멀리’ 계시면서 이 천체를 기계적으로 관리하신다는 뉴턴의 물리학으로 형성된 관점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이원론은, 이 지구상에서 우리는 하나님과 완전히 결별되어 있어서 하나님을 찾고 고통을 받으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반면에, 하나님은 저 멀리 천국에서 우리를 감시하시고 심판하신다는 신념입니다.

1.3.1.1. 외적 행동 중시.
외적인 행동들이 내적인 행동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외적인 행동’은 의식에 참여한다든지, 단식과 자선과 육체적 보속행위와 같은 선행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제도나 형식, 의례 같은 것들에 의해 우리의 가치를 평가하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외형적으로 감시관의 눈에 나지 않을 행동들을 선택하게 합니다.

1.3.1.2. 선행으로 회유하여야 할 분.
나 자신이 모든 선행을 시작하면 하나님께서 그것에 대해 갚아 주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 경기자의 관중석에 하나님이 앉아서 관람하시는 동안에 우리는 우리의 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혹은 하나님의 총애를 받아 내기 위해 하나님을 회유하려는 싸움을 벌이는 것과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가 잘하면 하나님은 엄지손가락을 쳐드시고 우리가 잘못하면 엄지손가락을 내리십니다.

1.3.2. 지나친 내세 지향.
구원론 중심신앙은 지금 이 세상에서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일 대신에 하늘나라에 가는 것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하나님으로부터 저 세상에서 상을 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서 쌓는 노력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주일 예배에 충실하게 나가고 금요일에는 절대로 고기를 먹지 않으며 주일마다 헌금을 넉넉하게 냅니다. 그는 고해성사와 성세성사를 적어도 일년에 한번은 하고, 그가 죽을 때에 신부님이 병상 곁에서 병자성사를 베풀어 주어 최소한 연옥에 가고, 어느 정도 정화를 한 다음, 그 영혼을 위해 바친 미사의 덕분으로 정화의 기간이 줄어들고, 마침내는 내세에서 그의 모범적인 카톨릭 신앙에 대하여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지옥을 피하고 연옥의 기간을 줄이려고 하나님과 흥정을 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말은 키팅 신부의 글을 인용하는 것이어서 카톨릭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개신교도 더 나을 것이 없습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하나님과 이웃을 똑같이 무조건 사랑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 사람들은 지금 여기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웃에게 보여 주어야 하는 일차적인 의무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의 보상에 대한 강조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적 정의의 의무를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외적인 종교생활에 전심하는 그 밑바닥은 하나님이 저주하시어 지옥으로 보내실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하나님을 회유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매주 미사에 꼭 참석하고 내 죄를 고백하면, 이러한 태도를 갖게 한 그 가치관 자체는 결코 바꾸지 않더라도 만사가 잘 될 거야” 하는 것입니다.

1.3.3. 기독교 허무주의
절대예정 및 주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므로 인간의 무용(無用)감을 갖게 하여, 시대적 허무주의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기 위하여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설명은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도구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무의식적 소극성을 만들어 왔습니다. 십자가의 구속사건을 필연적 주권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구원론 중심 신학체계가 만들어 낸 자연적인 귀결입니다.
주일날 교회에 나가는 것은 천국 가는 티켓을 상실하지 않을 정도의 의무를 행하는 것이요, 신앙행위에 열심을 내는 것도 모두 자신의 욕심과 영달의 성취를 위하여 하나님의 도움을 받기 위한 방편이기 쉬운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진정한 신뢰와 사랑이 아니라 하나님을 이용하여 한 몫 잡으려는 무의식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도구라는 무의식을 가진 사람에게 지당한 행동이라 할 것입니다.

1.3.4. 거대한 규모의 죄와의 타협
신앙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두 개의 분명한 구원관이 있습니다. 따라서 종종 한 교회 안에 두 종류의 신앙고백자들이 있습니다.
한편은 복음을 죄로부터의 구원이라고 간주합니다. 그들은 천국의 소망이나 이 땅의 소망보다 이것을 더 크게 생각하고 더 높게 칩니다. 그들에게 있어 최대의 사실은 죄로부터 구원받는다는 사상을 깨닫는 것입니다. 이것이 복음의 매력이요 영광인 것입니다. 그들은 이것을 지옥에서 구원받는 것보다 더 귀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죄 자체에서 구원받는 것을 죄의 형벌에서 구원받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후자에 대해서는 오히려 별로 많이 생각하지 않고 기도도 많이 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그들을 죄악의 속박으로부터 건지시고 그들을 비참한 상태에서 들어올려 사랑의 자유를 주시기 위해 보냄 받았다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영광이요 기쁨인 것입니다. 그들은 이것을 깨닫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복음 구원의 좋은 소식인 것입니다.
다른 한 편의 사람들은 지옥에서 구원받는 것에 주로 관심이 있습니다. 죄에 대한 형벌이야말로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사실상 두려움이 그들의 모든 종교적 노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복음은 죄로부터의 구원의 수단으로 생각되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면죄부의 체계-그들을 죄 가운데 살게 내버려 두면서도 두려움과 위험을 제거해 주는 거대한 장치-로 생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복음 신앙에 대한 자신들의 체계를 면죄부 제도라고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부르면 틀림없이 화를 낼 것입니다. 그들은 이 점을 분명히 생각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사실상 그것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죄에 대한 저주의 공포를 없애 주고 그러면서도 그들을 죄 가운데서 자신들을 위해 살도록 내버려두고 그들이 평생을 죄 가운데서 자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께서 마침내 그들을 천국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면죄부 제도임이 분명한 것입니다. 정말이지 그것은 아주 거대한 규모의 타협입니다. 그로 인해서 온 교회가 평생동안 죄 중에 뒹글더라도 후에는 천국에 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견해는 아주 널리 퍼져 있고 흔해빠진 것이기 때문에 어느 교회에 가든지 발견됩니다. 여러분들은 교회 안에서도 세상 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세상에 동화되어서 여러 가지 의무를 소홀히 하며 평생 동안 다소간 죄에 빠질 것을 예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그들에게 “당신은 그것이 옳다고 생각합니까?”하고 물으면, 그들은 “아뇨, 옳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고 대답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식으로 삽니까?” “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잖아요. 그러니 육체를 가지고 사는 현세에서는 불완전 이상의 것을 기대할 수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국 구원을 받으며 죄 용서를 받으리라고 기대합니다. 어떻게? 모든 죄에서 진실로 돌아서리라는 강력한 소망이 아니라 복음이, 하나의 거대한 면죄부 제도 - 교황 레오 10세가 발행해서 그 시대의 범죄하는 신앙고백자들을 위로하는데 사용했던 것보다 더 거대한-라는 가정 위에서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기는 그때와 같이 이따금씩 죄짓는 사람들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죄 안에 살고 있으며 또 자기들이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사는 날 동안 죄 중에 살 것을 기대하면서 드디어는 구원받을 것을 바라고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1.3.5. 지혜를 버린 무조건 믿음.
하나님의 역사하심 가운데 있는 것이긴 하지만, 지금도 광야에서 만나를 기다리며, 물고기 입에서 돈을 얻으며, 까마귀를 기다리며, 연못가에서 천사를 기다리며, 건강을 치유사역에 맡기는 것 등의 비정상적인 행태들이 횡횡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자금과 계획과 추진과 사람 선택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도만 하면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경에서 비상조치로 취하여졌던 하나님의 일 하심들이 정상적이며 평상적인 것으로 오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그리스도인들의 실력이 약화되고 무식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건강을 위한 하나님의 정상적인 방법은 정상적인 삶과, 음식, 운동, 휴식등과 같이 자신이 스스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방법을 모두 버리고 앉아서 기도만 한다든가 공부해야하는 학생이 하늘에서 지식의 말씀이 떨어지기를 위해 철야기도를 한다든가 하는 것은 아버지의 정상 방법이 아닙니다.
삶을 사는 데 있어서 믿음만이 적용될 때가 있고, 그것과 함께 지혜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믿음과 지혜의 적용을 잘하지 못하면 삶이 아주 혼란스러워 집니다. 무조건 믿음으로 행하면 안 됩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만드신 것이지만 물고기와 개는 다른 조건 다른 방법으로 살아갑니다. ‘믿습니다’ 한다고 하여 물고기가 공기 중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개가 물속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경우에는 믿음이 아니라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물질은 언제나 조건성입니다. 조건을 적절하게 잘 이해하고 그 조건 안에서 생기 있고 조화 있게 행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인간은 영혼과 육체로 합하여진 존재입니다. 다시 말해 영원성과 조건성이 합쳐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인간은 영혼과 물질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하여야 할 존재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들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 지혜입니다. 물론 특별한 경우에는 조건 성을 초월할 수도 있습니다. 비상시에는 말입니다.

1.3.6. 신학의 결격성(缺格性)
신앙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에 근거합니다. 이것은 신학 작업에 의하여 되는 것인데, 신학이 하나님을 정말 신뢰할 분으로 설명하든지, 아니면 우리를 착취하시는 폭군으로 설명하든지, 우리가 수용하는 신학체계는 우리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말의 표현상으로는 하나님을 최상으로 기술합니다. 그러나 그 논리 구조의 이치를 살펴보면 최악의 하나님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의 영혼은 말에 속지 않습니다. 말의 진실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을 가집니다.
우리의 현재 상태가 하나님을 그리 신뢰하지 못하다는 형편임을 인정한다면, 우리가 이제까지 수용해오고 받아들여 신앙의 근간으로 삼아왔던 신학체계가 치명적인 결격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합니다. 신학은 설계도와 같은 것입니다. 동일한 시멘트, 철근이라 하여도 설계도에 따라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건물은 천차만별로 다른 모양을 가집니다. 사람들의 영혼의 집을 짓는 설계도, 즉 신학이 현재의 우리로 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빈약한 체계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함께 생각해 본대로 우리 삶에 신앙으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이미지들은 신앙의 근간을 이루는 신학 진리에 대한 반응입니다. 이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신학적 진리체계를 세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독교의 진정한 소망은 없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로 부어주시는 부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특별조치일 뿐 정상적 방법이 아닙니다.
인간들의 치열한 논리와 사상과 감정과 행동의 열매로 우리의 존재를 주체적 인격체로 함양하여 갈 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의도하셨던 원 계획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진정한 변화는 인테리어 개조가 아니라 새로운 구조물 건축에 있습니다.

1.4. 시대의 무력함의 모습.
또한 붕괴된 기독교 신학과 절망에 빠진 인류에게 소망의 빛이 필요합니다. 아더홈즈(Arthor Frank Holmes)는 “세상은 쾅 소리도 없이 흐느껴 울며 끝난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그것은 기독교 세계관이 사라진 결과이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20세기는 참으로 절망적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기독교 신학이 붕괴된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구원론 중심 신학이 더 이상 인류에게 소망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엘룰(Jacques Ellul)은 서구의 허무주의를 낳게 한 데 대해서 기독교의 신학적인 잘못이 영향을 미쳤다고 자기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허무주의와 기독교”라는 글 속에서 서구의 허무주의를 낳게 한 세 가지 요인을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절대적 초월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데서 인간을 허무로 몰아 넣었다는 것, 둘째는 이렇게 해서 현실적인 가치 부정 때문에 인간을 세속적인 허무로 몰아넣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원죄의 절대화라는 신학적 이해 때문에 허무주의가 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의 주장에 대해서 신학적인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서구의 자유사상과 민주주의가 직면하는 위협과 좌절에 대해서 자기 반성을 한다는 데 대해서 우리는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가 없습니다.

1.5. 새로운 신관의 요청.
현대인은 새로운 신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성서의 창조적 신앙과 하나님과 세계와의 관계성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서를 복음 적으로 이해하고 그 사신의 보편성을 견지하면서 모든 시대에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원동력으로서의 절대적 가능성을 밝혀 주는 그러한 신학을 형성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금 세상에 만연되어 있는 새롭고 광포한 물질주의적 이교 신앙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가 경배하는 하나님에 걸맞은 큰 세계관을 가져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그런 세계관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는 산채로 그들에게 잡아먹히는 신세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 현상은 이미 널리 드러났습니다. 정통교단에 속한 교회의 교인의 수는 계속 감소 추세에 있는 반면, 복음주의와 뉴 에이지는 급속히 확장되고 있습니다. TV나 라디오, 카세트, 컴퓨터 등의 하이테크에 접근하면 괜찮으리라고 생각했던 정통 교단의 시도도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교회 마케팅을 강조하는 ‘뉴 미디어 주의자’들은 변화의 추세를 잘못 읽고 있는 것입니다. 대중 음악과 뉴 미디어가 새로운 문명을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는 있으나 그것은 부수적인 현상일 따름입니다. 교파간 세경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복음 주의자나 뉴 에이지 확대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있으나, 그것도 본질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 세대에서의 교회에 대한 느낌은 무력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전통신학이 다음과 같은 것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인간 안에 심겨진 창조 완성에 대한 본능을 도외시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초월적인 세계를 자신의 삶속에 끌어들이면서 종교의 피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적극적 창조자/생산자로서 나아가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뉴 에이지 관행들이 분명하든 미미하든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속하는 이유는 기독교 신학이 사람 개개인의 내부에 하나님과 만나려는 영적인 욕구를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초월적인 존재와 합일함으로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존재 확인 욕구를 전통 기독교 신학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통신학은 인간을 하나님의 필요를 채워 주는 수단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둘째는 기존 전통신학이 인간의 총체적인 삶, 범위를 조금 더 넓혀서는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인간의 전 삶에 매우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의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신학의 중심은 구원론인데, 이 구원론은 인간의 구원을 말할 뿐 현재 인간이 처한 모든 상황의 적극적인 의미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언행심사에 의미가 충만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구원신학은 인간 대체의 일반적인 문제를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말합니다. 때문에 그 문제가 그 사람에게 적극적인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인간을 하나님의 수단으로 설명함으로 인간의 창조완성에 대한 욕구를 무시하고 인간의 일상의 삶을 무가치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의 수단이나 도구일 때에는 창조적 능동성을 상실하고 수동적 허무성에 빠지게 됩니다. 기독교 세계관이 지배하는 서구세계가 집단적 허무주의에 빠진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인간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도구라고 설명하는 전통신학은 결국 인간에게서 소망, 자유, 창조성, 능동성, 가치, 의미를 상실시켜 버렸습니다.
그 결과로 인한 기독교 신학의 위기는 종교의 위기로서가 아니라 기성 종교 제도(전통신학을 포함하는)의 위기로서 나타납니다. 기성의 폐쇄적인 종교 제도로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인간 안에 창조하신 본능이 요구하는 영성을 담아 낼 수 없습니다. 만유를 창조하시고 만유 안에 계시고 만유를 다스리며 통치하시는 하나님을 담아 낼 수 없습니다. 인간 삶의 모든 총체적 상황을 의미 충만한 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학입니다. 결국 전통 기독교 신학은 우주와 인간을 존재 목적을 찾지 못하고 허공에 떠도는 우주의 미아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전통신학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제3의 신학 또는 민중 신학을 포함한 토착화 신학 운동이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토착화 신학운동도 역시 대안 없는 성토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통신학과 토착화 신학의 한계는 이 두 가지를 서로 상호 보완하면 된다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그런 신학으로는 극복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대안은 이 두 가지를 포함하고, 더 나아가 우주 삼라만상에 대한 통합적 이해가 가능한 새로운 신학의 형성에 있습니다. 이 신학은 그 나름대로의 정합성(coherence), 통일성을 가지고서 다른 이론이나 사변들과는 날카롭게 대립되는 명확히 기독교적인 실재관이 있다는 것과, 이 세계관은 합리적이며 실제의 현상과 일치하고 역사와 경험의 지평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어야 합니다.

1.6. 기존 신학을 재고할 때.
신앙자들의 고정관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신학은 절대라는 인식입니다. 그래서 칼빈 선생님이 말한 것은 무조건 진리이고, 누구도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그것과 다른 해석을 하면 이단으로 정죄합니다. 그러나 칼빈 신학은 성경에 대한 칼빈의 해석일 뿐입니다. 후대에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교회의 대중적 지지를 받은 것뿐입니다. 물론 그의 가르침이 그 당시에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에 교회의 가르침으로 정착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칼빈의 신학이 대중적 인정을 받고 있습니까? 어떤 장로교 신학교에서는 칼빈 신학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 합니다. 신학은 역사와 시대에 따라 바뀌어지는 성경에 대한 해석입니다. 근본주의 신학, 자유주의 신학, 신정통주의 신학, 수정주의 신학, 해방신학등 여러 신학의 유형들이 나타났었으며, 그 시대 별로 그 소임을 담당 하였습니다. 세계와 인간의 문제를 의미있게 해석하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신학 내용이 부적절하게 이해되면 보다 의미있는 해석을 위한 시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절대 고정불변의 분이 아닙니다. 그분의 존재성 자체는 고정된 불변이겠으나 하나님의 성격은 해석에 의하여 규정되어 집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해석이 하나님의 어떠함을 설정한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계시를 통하여 하나님의 어떠하심을 역사적으로 체험한 하나님으로서 우리에게 드러내어 줍니다. 거기에는 체험, 이해, 해석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어떤 분으로 만났느냐, 어떤 필요 상황에서 만났느냐에 의해 해석내용이 결정 되어진 것입니다.
후대의 우리들은 그 성경의 해석에 따라 하나님과 인간과 우주와 삶이 다르게 접촉되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신앙은 크게 좌우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신학은 하나님과 인간과 우주와 삶을 보다 의미 있게 해석해내는 작업을 끊임없이 시도해야 할 것입니다.

1.7. 선택의 불가피성.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가려면 기성의 제도와 사상, 심지어 감각들조차 무너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새로운 싹은 그 씨앗이 썩지 않으면 피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규범의 붕괴나 집단 갈등과 같은 혼란과 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의 인간관, 종교관, 신관, 종교제도가 무너지면서 엄청난 갈등과 혼란이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립니다. 종교제도를 종교와 동일시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현상을 ‘타락’과 ‘종말’로 이해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존 종교제도의 붕괴 속에서 종교의 성숙 가능성을 보는 사람들은 ‘새 문명을 요구하며 꿈틀거리는 새로운 영성’을 발견할 것입니다.

우리는 두 가지의 선택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자기 갱신에 따른 고통을 피하고자 타락과 세기말을 한탄하며 무너져 내리는 문명과 신학에 자신을 던져 버릴 것인가? 아니면 갱신의 고통을 감내 하면서,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하나님에 대한 소망의 한 숨 호흡과 한 술 밥의 현장에 창조주 아버지 하나님을 초대할 것인가? 이제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1.8.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인간경작” 신학.
“인간경작”의 신학은 현 시대의 무력과 무의미를 극복하고 아버지 하나님과 관계를 회복시키며, 적극적인 소망과 세계에 대한 통일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단순히 죄를 면제 받거나,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을 완성하고 아버지 하나님과 가장 깊은 사랑을 나누며 가장 풍성한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실력자로 완성되고자 하는 경작관점의 강력한 인생을 살 수 있게 합니다.
구원론 신학은 인간을 수동적이며 피동적으로 만드는 경향을 가집니다. 죄를 이기는 구원이 아니라 죄에서 건짐받는 구원, 더 이상 용서받을 죄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죄를 면죄 받아야 하는 신앙에 고착된 삶, 상황을 창조하는 믿음이 아니라 상황때문이라고 핑계만을 말하는 믿음을 만듭니다. 이 세상을 언젠가는 구원받아야 하는 곳으로 알지 이 세상을 넉넉하게 경작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으로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인간경작”의 진리를 통하여 이 세상과 천국에 대한 분명하면서도 적극적인 소망과 의미를 가지고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시대의 소망은 “구원중심 신학”을 넘어서 “인간경작 완성”의 신학으로 믿음체계를 바꾸는 것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