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필자가 자유게시판 에 올렸던 본인의 글입니다.(번호 2873번).

얼마 전에 신앙의 갈등을 겪고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정말 다닐만한 좋은 교회가 있다면 소개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고 생각해봐도 도무지 그런 마땅한 교회가 딱히 마음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냥 대충 믿으면서 그저 그런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교회들은 많이 있지만 그가 부탁한 '좋은 교회'는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현재의 기독교(개신교를 지칭함)의 실상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교회는 많이 있지만 진정으로 신앙생활을 함께할 만한 교회는 눈뜨고 살펴봐도 없다는 사실, 바로 이것이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토로하고 있는, 개탄스러운 현실이다.

요즘 엄청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아프간 피랍 사태를 통해서 우리가 똑똑히 보고 있는 것은 이 땅의 기독교가 얼마나 일반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비난받고 있는가 하는 사실이다. 그것은 비단 이번 사태 때문만이 아니라, 그동안 기독교에 대하여 쌓여온 분노와 비판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서 폭포수같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제 일반 국민들에게는 기독교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을 지경까지 추락해버린 것 같다.

성서의 경고 말씀처럼 지금 교회는, 기독교인들은 아무 쓸모없어 땅에 버려져 발에 짓밟혀 버리는 맛 잃은 소금 같은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누구를 원망하고 탓할 것인가? 말 그대로 자업자득인 것을.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지나간 세월은 엎질러진 물처럼 어찌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제부터라도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무엇을 고치고 바꾸고 개혁해야 '좋은 교회'가 될 수 있는가?

1. 기독교인들이여, 가치관 바꾸라

지금 당장의 시급한 과제인 선교정책을 바꾸고, 타종교나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화합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더욱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개혁은 지금부터 기독교인들의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라 생각한다.

기독교가 그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면 그것은 세상의 빛으로서, 소금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 때다. 그런 정체성은 어디서 생기는가? 그것은 기독교인의 가치관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기독교 가치관은 당연히 이 세상 사람들의 가치관과는 달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내 보기에 기독교인이나 세상 사람들이나 다를 것이 없다. 똑같은 가치관, 똑같은 인생관,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는 할 것이나 내 말은 일반적인 경향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세상이 추구하는 것들-돈, 권력, 명예, 성공, 사회적 지위, 편안함, 안락함 등등-을 기독교인들도 똑같이 추구하고 있다. 심지어는 그 방법까지도 세상적인 수단을 그대로 닮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의 기독교 위기의 근본 원인은 바로 이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기독교인들의 가치관이 세상 사람들과 별다를 것이 없다면 기독교가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아니 오히려 존재하는 것이 세상에 해로울 뿐이다. 왜냐하면 그런 위선적 종교는 사람들의 바른 가치관 형성을 왜곡시키고 무엇이 참된 진리인지 헷갈리게 만들 뿐이므로. 그런 역사적인 본보기가 바로 예수님 당시의 바리새인이 아니겠는가?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성서의 가르침과 그 가치관으로 산다는 것일진대, 어찌 세상 사람들과 같을 수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사이비요, 가짜다. 기독교인이라는 허울을 쓰고 있을 뿐, 사실은 그냥 세속인일 뿐이다.

기독교인들의 가치관은 그런 것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왜 달라야 하냐고? 같으면 어떠냐고? 아니, 그것은 어쩔 수 없다고?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한, 피할 수 없는 굴레라고? 그런 말을 하고 싶다면 차라리 기독교 신앙을 버려라. 그 편이 훨씬 정직한 행동일 것이다. 차마 그렇게 버릴 수는 없다면,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껍데기만 기독교'인 모습을 벗어버리고 진실한 신앙생활의 길로 나서라.

내가 말하는 진실한 신앙생활이란 무슨 종교생활을, 교회생활을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과 거리가 먼 이야기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관을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바꾸어 살기를 힘쓰라는 것이다.

2. 기독교인이여, 소유욕 버려라

그러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꾸어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지나친 소유욕을 버리고, 절제와 '가난의 영성'을 가지기를 더욱 힘쓰는 것이다. 나는 기독교 가치관의 본질은 육신의 욕심을 억제하고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 믿는다. '땅엣 것'보다 '하늘의 것'을 더 사모하는 삶이란 말이다.

생각해보자. 기독교인이 세상 사람들이 갈구하는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음식을 똑같이 좋아하고 원한다면 그것이 어찌 기독교인의 가치관이라 할 수 있겠는가? 기독교인이 더 편안하고 더 호화로운 것을 좋아해서 그것을 충족하기 위하여 더 많은 재물을 모으기에 급급하다면 그런 사람을 어찌 기독교인이라 하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오늘날 이 땅에는 많은 부를 향유하고 호의호식하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운 줄 모른 채, 기독교인 행세를 하는 자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부끄러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하나님이 주신 축복으로 알고 자랑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그들은 겉으로는 신앙심이 아주 깊은 사람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열심히 예배드리고 기도 많이 하고 십일조와 헌금도 많이 내고, 게다가 교회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 봉사도 열심히 할지 모른다.

진짜 문제는 그런 식의 외형적인 종교생활을 잘하는 사람을 교회가 칭찬하고 인정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그런 사람이 훌륭한 기독교인인가? 예수께서 칭찬할 만한 신자인가? 마태복음 19장에 보면, "예수께서 영생의 방법을 묻는 부자 청년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고 나를 좇으라'고 하셨다. 그러나 그 부자 청년은 재물이 많은 고로 슬픈 기색을 하며 물러갔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부자 청년은 겉으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종교생활을 잘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외적인 것보다는 그의 속마음 중심을 보고 계셨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의 가치관이 무엇이냐를 보시는 것이다. 비록 그 청년은 열심히 신앙생활 한다고 했지만 그의 깊숙한 마음속의 가치관은 바로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삶보다는 재물을 더 사랑하고 있었다. 속마음은 세속적인 것을 여전히 사랑하면서 겉으로만 드러난 종교적 열심은 아무 소용없는 헛일임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예수님의 가치관이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이 가치관을 따라 살고 있는가? 오히려 더 많은 재물을 모으기 위해서 하나님과 예수님을 이용하려고 하지는 않는가? 어떻게 하면 더 부자되는가를 설교하는 목사가 인기를 얻고 그저 축복을 선포하는 교회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현상은 도대체 무엇인가? 사람들이 자주하는 기도 역시 대부분은 이 세상에서 더 잘 먹고 더 잘 살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닌가?

유명한 세리장 '삭개오' 이야기를 생각해보자(눅 19장). 그가 예수님께 칭찬받은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그가 그때까지 재물을 위해서 살아오던 가치관을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미련 없이 버렸다는 데 있다. 그는 소위 '소유적 삶'에서 '존재적 삶'으로 전환한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의미 있는 회개의 한 본보기로 성서에 기록되어 전해오는 것이다.

3. 기독교인이여, 삭개오 운동하자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그것은 교회가 이제부터 '삭개오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교회가, 또한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살아왔던 더 많은 소유를 위한 삶, 세속적이고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버리고 삭개오처럼 영적인 것을 더 사모하는 가치관으로 바꾸어 사는 운동을 벌이자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교회는 더 큰 건물 짓기나 교인수 늘리기, 쓸데없이 요란한 행사 벌이기를 자제하라. 외형적 성장주의를 버리고 무엇보다 먼저 내면적 신앙의 성숙을 위해서 더욱 힘을 쏟으라. '축복 대성회' 같은, 별로 들을 것도 없는 행사에 돈 쓰지 말고 차라리 성서 세미나를 열든지, '가난한 마음 갖기 운동' 같은 것을 시작하라. '성공', '축복' 같은 세속적 욕망을 부추기는 설교를 그치고 하늘의 것을 더 소망하도록 외치라.

교인들은 좀더 검소하고 절제하는 삶을 살기를 힘쓰라.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솔로몬의 모든 호화로운 옷보다도 들에 핀 백합화의 아름다움을 더 귀하게 여길 수 있는 가치관을 가지라. 부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라.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며 자족함을 배우기에 힘쓰라. 나태하고 게으르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현재의 삶을 최선을 다해서 성실히 살되, 육신적인 것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말이다.

부자 교인이라면 할 수 있는 대로 검소와 절약의 모범을 보일 순 없는가? 차도 작은 것으로 바꾸고 집도 줄여 살 수는 없는가? 일부러 더 가난하게는 살 수 없어도 그저 평범한 서민들과 같은 수준으로 살 수는 없는가? 그래서 남는 물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쓸 수는 없는가? 진정으로 청지기 정신으로 자신의 부를 사용할 수는 없는가?

사실 이것은 교회의 지도자들부터 마땅히 솔선수범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먼저 실천되지 않고서는 교회의 진정한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물론 모두 다 테레사 수녀나 장기려 박사같이 살라는 게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과 같은 호의호식의 삶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도자들부터도 삭개오의 가치관을 갖지 않는데 무슨 변화가 일어나겠는가?

교회여, 기독교인들이여, 이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제라도 바뀌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나마 있는 것도 다 빼앗길" 날이 곧 닥칠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세상과 다른 가치관을 가지기에 제발 좀 힘쓰라. 더 많은 소유와 성공을 추구하는 기복적 신앙을 버리고 절제와 가난의 영성을 배우고 기르기를 힘쓰라.

이게 쉬운 일이 아님은 물론 잘 안다. 그래서 '좁은 길'이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적어도 좋은 교회, 진정한 기독교인으로 살기 원한다면, 비록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 길을 가기위해서 애쓰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을 추구하는 삶, 물질적 탐욕에서 자유하는 영성을 가진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하나 둘씩 늘어갈 때, 비로소 이 땅의 기독교는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빛과 소금으로서의 본연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이글은 뉴스앤조이에도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