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그 말을 조금 다른 의미로 짚어보자면, 모든 사람은 그 사회가 정해놓은 일정한 질서와 규정을 지킬 것을 요구받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법 준수의무'입니다.

인간은 본디 자유를 추구하고 사는 존재이지만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싫어도 어쩔수 없이 그 법을 지켜야만 하는 것입니다. 거기엔 그런 의무에 대한 개인의 호 불호, 또는 각자 나름대로의 해석의 여지가 개입될 수 없습니다. 그저 문자적으로 지켜야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우리의 신앙생활에서는 어떻습니까? 신앙생활 속에도 그런 법이나 의무가 존재할까요?

신앙생활의 교범인 성서에는 수많은 하나님의 명령 또는 율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그 명령이나 법을 대하여야 할까요?   '하나님의 명령'이니까 무조건 순종해야하는 것일까요?  비단 성서뿐만아니라 오늘날의 신앙생활 중에서도 우리는 그러한 법 또는 의무사항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것들은 물론 좋은 의도에서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바르게 인도하고 잘못된 길로 빠지지않도록 하기위해서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런 것들에 대하여 우리들은 과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입니까?

필자는 모름지기 신앙생활이란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뜻에 대한 자유로운 순종과 헌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요된 의무의 준수는 무의미하다는 말입니다. 스스로의 자유로운 결단과 선택으로 하나님의 뜻을 순종할 때만이 그 신앙생활이 비로소 의미있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창세기에서 선악과를 에덴동산 중앙에 두시고 인간에게 먹지말라고 하신 하나님의 뜻은 인간에게 그저 무조건 순종하라는 것이기보다는 기꺼운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순종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유의지를 주신 것 아니겠습니까?

또한 복음서에 보면 예수께서 여러번이나 안식일법을 어긴 것 때문에 바리새인들이나 서기관들과 대판 논쟁이 붙은 사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논쟁의 핵심은 안식일은 하나님의 법이요 거룩한 명령인데 왜 그것을 경홀히 여기고 법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서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생각으로는  마땅히 거룩한 율법을 최선을 다해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을 순종하는 일일진대 어찌하여 예수는 그것을 어기고 있느냐는 것이지요. 그들로서는 도무지 예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율법에 대하여 서로 생각하는 관점이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즉 유대인들은 율법은 하나님의 거룩한 명령인고로 문자적으로 무조건 지켜야할 의무로 생각한 반면, 예수는 외형적 준수가 아니라 그 참 뜻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하나님이 참으로 원하시는 바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예수는 율법에 대하여 보다 자유로운 입장에 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그당시 유대인의 시각으로 본다면 예수는 매우 위험한 '자유주의자'로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안식일 논쟁에서 우리가 새삼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해도 그것은 각자가 그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바로 깨달아서 자유의지로 순종하고 실천할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억지로 그저 하나님의 명령이니까 의무로 지켜야된다라고 할때는 이미 그런 순종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는 바로 그것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위에서 간단히 살펴본 대로, 신앙생활은 자유로운 순종과 헌신일 때 의미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교회는 어떠한 경우에도 종교적 의무라거나 하나님의 뜻이란 말로써 순종을 강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만일 아직도 그러한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자유의 신앙을 본 보여주신 예수님의 뜻을 배반하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강조하는 소위 주일성수란 규례를 비판적으로 성찰해보고자 합니다. 이것을 문제삼아보는 이유는 이 규례야말로 '오늘의 안식일법'으로서, 이것을 위반하면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는 죄를 짓는 것이란 논리로 신자들을 옭아매는 의무규정이라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필자가 주장하고자하는 논점은 안식일과 주일의 연관성에 관한 신학적 논쟁이 아니라 '주일성수'란 이름의 율법화된 의무규정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주일성수를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일요일은 주님의 부활하신 거룩한 날이므로 그날을 거룩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일요일예배가 신자의 의무여야하는 것입니까? 성서 어디에 그런 근거가 있습니까?  또는 안식일을 지키라는 구약의 명령때문입니까?  다만 날짜만 바꿔서?  그렇다면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안에서 폐지된 율법을 다시 지키려하는 어리석음이 아닌가요?

잠깐 살펴본 대로 필자의 소견으로는 주일성수의 타당성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주일성수의 문제점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첫째는, 일요일날 예배참석의 율법화, 의무화를 초래하여 신앙생활의  본질인 자유로운 참여와 헌신대신에 신앙생활을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것'처럼 부담감과 죄의식을 가지게 만들어 버린다는 점입니다. (마11:28)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주일성수규례 때문에  일요일날 예배에 빠지게 되면 무슨 큰 죄라도 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신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또한 성도간의 교제를 나누기 위해서 일요일에 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참석이어야 하는 것이지, 어떤 식으로든 종교적 의무로 규정지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어떤 사정에 의해서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고 때로는 일상의 피로를 풀기위해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가족과 함께 자연을 즐길 기회를 갖는 것도 우리의 삶에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닙니까? 아니 안식일의 본질적인 의미는 그날 하루를 온전히 푹 쉬는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것이 왜 죄가 됩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그렇게 죄의식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배가 의무가 되어버리면 삶의 활력소와 기쁨을 얻어야 할 신앙생활이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어버리게 됩니다. 그런식으로 많은 신자들이 신앙생활의 중요한 요소인 자유를 뺏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든 교회는 주일성수와 관련해서 신자들에게 결코 의무감으로 인한 죄의식을 갖도록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것을 정죄하는 대신, 신자들 스스로 필요를 깨닫고 자발적으로 예배든 교육이든 참석하도록 하는 대안을 모색하는데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2. 둘째는, 일요일날 자체를 다른 날들과 구별하고 신성시함으로써, 일요일만 신앙생활하고  나머지 6 일은 그냥  세속적으로 살아도 되는 날로 인식시키는 폐해입니다.

사실 이것은 성서의 말씀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미 성서는 모든 날이 다 거룩하다고 선언하고 있지 않습니까? 성서 어디에도 일요일만 특별히 거룩하다는 말씀은 없습니다. (갈4:10, 골2:16).  결과적으로 일요일을 거룩한 날로 자꾸 강조하는 것은 결국 신앙생활과 일상생활이 일치되지 못하고 이중적이 되어버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야 일요일만 신자행세를 하는 "썬데이 크리스챤"들만 양산할 뿐입니다.

한 예를 들어봅시다. 많은 교회에서는 신자들이 일요일날 일하거나 장사하는 것을 금기시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죄라고 여깁니다. 그러면 다른 날은 장사해도 되는 세속적인 날이고 일요일은 장사하면 안되는 거룩한 날입니까?  도대체 그런 구별이 성서 어디에 있습니까?   

율법적으로 일요일날 가게 문닫고 일 안하는것이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 일요일에도 필요하다면 일할 수도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서 일요일에도 장사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주일성수를 강조하는 현실은 그런 삶의 형편을 먼저 살펴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을 정죄합니다. 이런 교회분위기 속에서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가 죄인이라고 자책할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것은 예수님당시 율법을 지키지못해서 죄인으로 낙인찍인 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와 무엇이 다릅니까? 또한 그렇게 만든 바리새인들의 율법주의와 무엇이 다릅니까?

사실 그런 것은 일요일을 진정으로 거룩하게 지키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일요일에 장사하고 일하는 것 그자체가 죄가 아니라 진짜 죄는 더많은 돈을 벌고 더 성공해 보겠다는 그 세속적 욕심이 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조건 '주일성수'했다고 해서 훌륭한 신앙인이 되는 것도 아니요 일요일을 어겼다고 해서 사이비 신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신앙생활은 그런 규정준수와는 전혀 관계없는, 삶 속에서의 말씀의 실천여부입니다.

어떤 이는 만일 그렇게 신자들의 자유에만 신앙생활을 맡겨두면 스스로 바르게 신앙생활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염려할지도 모릅니다. 그럴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필자는 탕자의 비유에서처럼, 집을 뛰쳐나가버리는 둘째아들을 억지로 붙들지 않으시고 스스로 깨닫고 돌이켜올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아버지의 심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에 남아있기는 했지만 참 자유의 신앙을 가지지 못했던 맏아들보다는 차라리 그 편이 나은 것 아닌가요?

우리가 추구해야할 참된 신앙생활은 '일요일만 거룩하게 지키는' 주일성수가 아니라, 참 자유인으로 사셨던  예수님처럼,스스로의 자유로운 결단과 자발적인 순종을 통해서 매일 매일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살아내는 삶입니다.

이제는 신앙생활에 있어서  종교적인 의무란 없습니다.우리는 하루속히 이런 율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교회도 그런 식의 종교적 의무들로 사람들을 얽매어놓으려 하지말고 자유로운 결단과 헌신을 바탕으로하는 보다 성숙한 신앙인들을 길러내는데 온 힘을 경주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