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의 풍경 중 눈에 선한 한 그림이다. 교회에 오기 전에, 그토록 볼일을 다 보고 교회에 오라고 당부한 내 말은 어디로 들으셨는지, 여지없이 오늘도 예배들 드리다가 문을 박차고 나가신다, 그 볼일이란 걸 다 보고 교회로 다시 오신다.

	국화 ©김학현

글을 못 읽어서라고?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어제도, 그제도, 계속하여 똑 같은 실수를 했으면 한번쯤은 반대로 해봄직도 하지 않은가? 그러나 여전하다. 변함이 없다. 설교를 하다가 하마터면 줄기를 놓칠 뻔했다.

그러고 수선을 피우면 다른 어르신들도 일제히 그리로 시선이 집중되기에 예배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다반사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시는 분이 옆 사람에게 설교의 내용을 물을 때도 더러 있는데, 필요 이상으로 큰소리를 치는 바람에 예배 분위기가 산만해 질 때도 있다. 그분도 변함이 없다. 작게 해도 들을 수 있다고 말해도 그게 안 된다.

내가 목회하는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어르신들이 장래의 나의 모습이라면, 참으로 난감하다. 그러나 어쩌랴? 그게 내 모습일 게 뻔한데. 우리 어르신들의 변함없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벽에다 대고 소릴 치는 것은 아닌지.

변해야 할 때 변하지 않는 사람, 변하면 안 될 때 변하는 사람, 우리는 이런 웃지 못 할 이야기들을 써가며 생이라는 스토리를 적어 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귀에 경 읽기, 마이동풍(馬耳東風)’, 이건 비단 나만 경험하는 것일까?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경험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일 게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아니고, 하나님이 경험하시는 마이동풍 사건일 것이다. 우리는 너나없이 하나님 앞에서 마이동풍, 우이독경이다. 어르신이야 노쇠하여 운동신경은 물론,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다고 치지만, 멀쩡한 우리는 성도라고 하면서 왜 그리 자기 고집대로 하는 것일까?

그렇게 오늘도 사랑의마을에서는 또 다른 내가 살아서 나를 휘젓는다. 그 어르신을 통하여, 그분은 말씀하신다. ‘어이! 자네, 그렇게 똥고집을 부려서 다른 이들을 천국으로 안내하겠어? 아니 네 자신이라도 천국 삶을 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