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교회의 묘지 사업을 도왔던 로비스트가 쓰러졌다. 가족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정신 기능을 잃었고, 음식을 넘기지 못해 환자용 영양제를 맞으며 요양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가족들은 교회가 배신하자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고 주장한 반면, 교회 측에서는 교회 돈을 뜯어내기 위한 얼토당토 안 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정소자 씨는 지난 2004년 광림교회(목사 김정석) 앞에서 시위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 광화문 감리회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남편 강대선 씨가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에게 속아 34억 원을 때어먹고 쓰러졌다는 것이다.

	▲ 광림교회 묘지 사업의 설립 허가를 받기 위해 활동한 로비스트 강대선 씨. 지금은 사업에 투자한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쓰러져 병원에서 요양 중이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광림, 사설 묘지 사업 안 되자 춘천시에 기부채납

사건의 발단은 광림교회가 춘천시 인근의 임야 13만여 평을 매입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림교회는 사설공원묘지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묘지 설립허가가 하늘의 별 따는 것 못지않게 어려웠던 시절, 광림교회는 목 아무개 권사에게 설립허가를 받아주기를 요청했다. 김선도 목사는 허가를 받으면 임야의 절반인 7만 평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 일체를 위임하겠다는 각서를 써주었다고 목 권사 측이 각서를 제시했다. (그러나 광림교회 측은 김 목사는 그런 각서를 쓴 적 없다고 주장한다.)

목 권사는 강 씨를 비롯해 네 명과 함께 설립허가를 받는 일을 하기로 계약했다. 강 씨 등의 노력으로 보건부·외교부·감사원·적십자사의 협조 공문을 얻어냈지만, 강원도는 사설묘지를 불허했다. 그러자 광림교회는 춘천시에 이 땅을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공설묘지 허가를 받았다. 단, 기부 면적의 절반에 대한 영구 사용권을 교회가 얻는 조건을 얻어냈다.

공설묘지사업은 지난 2001년 3월 착공해 2003년 8월 준공했고, 두 달 뒤 개원했다. 이 공사는 처음 60억 원 규모로 추진되었지만 막상 공사가 시작되었을 때의 공사비는 222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업 주체도 광림교회에서 일반 회사로 넘어갔다.

강대선 씨, "우리 몫을 달라"

정부 부처의 협조 공문을 얻어내고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아내는 등 로비스트로 활동하던 강 씨는 광림교회가 1997년 춘천시로부터 공설묘지 설립허가를 받아내자 지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 씨는 묘지추진위원회 대표 자격으로 당시 묘지추진위원회 위원장 최기석 장로에게 약속을 이행하라는 내용증명을 여러 차례 보냈고, 최 장로는 97년 12월 기다려달라고 통보했다. 1999년에도 강 씨는 광림교회에 내용증명을 보내 자기도 지분이 있다며 사업을 같이 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광림교회는 목 권사로부터 묘지 사업에 관한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상태였다. 목 권사는 각서에서 "묘지 관계로 인한 어떠한 사항 발생이나 민, 형사상의 모든 문제 발생 시 본인이 전적으로 책임지겠으며 아울러 묘지 관계의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광림교회는 목 권사와 최기석 장로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재정 관련 문제를 일으켰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출교 처분을 내렸다. 출교된 최 장로 대신 신영국 장로가 묘지추진위원장이 되었다.

강 씨 아내, 사기 혐의로 김선도 목사 고소

	▲ 강대선 씨의 아내 정소자 씨가 감리교 총회회관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는 김선도 목사를 사기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강 씨는 그동안 자신이 벌인 활동에 대한 지분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신 장로는 목 권사와 해결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강 씨가 졸도하여 전신마비 증상을 보이자 지난 2004년부터는 강 씨의 아내 정 씨가 나섰다. 정 씨는 "김 목사는 공설묘지에 대한 사기 행각을 즉각 중지하라"는 피켓을 들고 광림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광림교회에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정 씨를 고소했다. 정 씨도 김 목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고소 사건을 맡은 신 장로는 "일련의 시위와 압박을 가하여 교회로부터 어떤 이득을 취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교회 측은 곧 고소를 취하했다.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정 씨가 김 목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는 방법이 남았지만, 정 씨는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민사소송을 하려면 변호사도 고용해야 하고 소송 비용도 대야 하는데, 우리 가족에게는 그런 막대한 돈이 없다. 또 법조계에서 활동하는 교인들이 즐비한 대형 교회와 싸운다는 게 애초부터 엄두도 나지 않았다."

결국 정 씨는 감리교 총회회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몇몇 언론과도 접촉하며 자신의 딱한 사정을 알리는 쪽을 택했다.

광림, "강대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돈 달라고 하니 난감"

광림교회 측도 이번 사건을 굳이 숨기려하지 않는다. 신영국 장로는 이번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해명에 나서고 있다. 신 장로의 핵심적인 주장은 "광림교회도 피해자다", "광림교회는 감대선 씨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신 장로는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각서(김선도 목사가 목 권사에게 묘지 설립 허가를 받아내면 땅의 절반을 주겠다는 1992년 체결한 각서) 자체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장로는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터무니 없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신 장로는 "목 권사가 자기 돈을 많이 쓰면서 사업을 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렇지만 교회에서도 수 억 원을 사업비 명목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또 신 장로는 "목 권사가 다른 사람들과 동업하기로 계약한 것은 교회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대선 씨 처지에서는 목 권사나 광림교회 묘지추진위원회 위원장 최 장로를 광림교회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최 장로에게 내용증명도 여러 차례 보냈다. 그러나 신 장로는 "목 권사가 교회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임의로 동업 계약을 체결했다. 교회는 강 씨 등과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사업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강 씨가 낸 진정서 등을 보고서야 강 씨의 실체를 알았다고 말했다. 최 장로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대해서는 "최 장로는 당시 치리를 받아 묘지추진위원장에서 물러난 상태였고, 개인적으로 답변했을 뿐 위원장 자격으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장로는 "목 권사 등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교회에 피해만 남겼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교회가 직접 나서 춘천시와 협상을 벌여 사업을 따냈다고 주장했다.

	▲ "광림교회도 피해자다." 묘지추진위원장 신영국 장로는 적극적으로 이번 사태를 해명했다. 특히 그는 강대선 정소자 부부가 교회에 돈을 뜯어내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보았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광림교회 측, 사업 포기 경위 해명

묘지 사업을 일반 회사로 넘긴 경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광림교회는 어려운 기초 작업을 다 닦아놓고 사업에서 수익을 얻기 직전 일반 회사에 넘겼기에, 혹시 뒷거래가 있거나 여전히 김선도 목사가 이 사업에 개입하는 건 아닌지 의혹을 받았다.

사실 묘지 사업은 허가를 받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이 고비를 우여곡절 끝에 넘기고 공사에 들어갔지만, 광림교회는 돌연 일반 회사에 넘겼다. 광림교회라는 대형교회가 추진하는 사업이기에 묘지 회원을 모집하는 일이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황금 알을 낳는다'는 사업을 막판에 포기해버린 것이다.

우선 신 장로는 "교회는 일반 회사처럼 수익을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선한 뜻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김 목사님은 일이 이렇게 복잡하고 꼬이니 교회에 덕이 안 된다며 손을 때자고 말씀하셨다"고 묘지 사업을 넘긴 경위를 해명했다.

당시 광림교회는 목 권사를 치리했으면서도 목 권사를 통해 묘지 사업에 뛰어든 전 아무개 씨 등과 동업해서 묘지 공사를 했다. 사업 과정에서 처한 어려움도 이들이 주로 해결했다. 신 장로는 "2001년과 2002년 사이 묘지 주변 주민들의 민원을 무마하기 위해 10억 원이 넘는 막대한 돈이 들었는데, 모두 전 씨 등이 해결했다"고 말했다.

신 장로에 따르면, 전 씨 등은 묘지를 지어 교회에 넘긴 뒤 공사 대금을 받으려 했다. 그런데 교회가 사업에서 손을 떼자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아울러 공사비가 체불되는 경영난까지 겹쳐 운영권을 건설회사에 넘겼다. 광림교회는 이 건설회사에 땅값으로 10억 원을 요청해 건설회사로부터 어음을 받았다고 한다. 신 장로는 "그렇지만 아직도 현금으로 교환하지 못했다. 건설회사가 손해 본 금액을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고 어음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림교회도 피해자이다. 우리가 소송을 제기할 판국이다"고 주장했다.

로비스트 강대선 씨와 광림교회, 이번 사업에 뛰어든 건설회사와 전 씨까지 모든 이들이 피해자라고 말한다. 특히 강 씨 가족과 광림교회의 주장은 정반대여서 어느 한 쪽의 말이 맞다면 다른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강 씨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감리교 총회회관 등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주장했다. 진실을 풀어줄 열쇠를 쥐고 있는 목 권사와 최 장로 등은 입을 열지 않고 있거나 모습을 감추고 있다. 아직까지 함구하고 있거나 행방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인시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억울한 로비스트 가족의 절규인지 아니면 광림교회 주장처럼 교회 돈을 뜯어내기 위한 자작극인지는 쉽게 판단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뉴스앤조이가 이 기사를 작성한 것은 남편이 혼수상태에 빠진 가운데 광화문 감리회관 앞에서 일인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한 여성의 호소가 과연 진실인가를 추적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거나 단서를 지니신 분은 본지 편집국으로 제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