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사건, 만들어진 신화?

성경 본문들 서로간의 상호 불일치 문제, 예수사건과 신화의 문제 등과 같은 성경 본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기본사항이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1. 성서편저자들의 개별적인 독자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마태복음의 내용과 누가복음의 내용이 서로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입장에서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선포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개별적인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지 않을 때에는 그들이 말하는 내용들이 왜 그토록 서로 다르냐에 대해 아무런 대답을 얻지 못한다.

• 마태복음의 특징적 경향성

마태복음에 친유대적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마태복음 저자가 유대인들을 상대로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전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유대인들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서는 그들을 상대로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전할수 없을 것이다. 특히 마태복음은 야고보서와 같이 행함을 강조하는 독특성을 보여주는데 산상설교는 마태복음의 행함 강조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마태복음에 나타나는 이런 친유대적 경향성과 행함의 강조는 마태복음 저자가 율법에의 순종을 강조하는 유대인들에게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선포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에 전폭적으로 관심을 쏟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행함의 강조는 ‘오직 믿음으로’를 주장하므로서 발생하는 율법폐기주의, 혹은 도덕무용론과 같은 흐름을 교정하기 위한 마태복음 저자의 말씀교육 차원에서도 볼수 있다.

• 신약성서 본문들 간의 불일치는 자연스런 일-마태복음과는 경향이 다른 누가복음

따라서 마태복음 저자와 복음선포의 상황이 달랐던 누가복음 저자는 동일한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선포할 때에 마태복음 저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전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본문들 간에 같은 사건을 두고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느냐고 묻는 것에 대해 답변하지 못하는 것은 부지중에 두 복음서 저자들의 개별적인 독자성이나 개인적인 특성들, 복음선포 상황의 차이 등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이들의 독자성과 개별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복음서 본문들간의 상호 차이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서로 다른 시각을 통해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조점이 같을 수 없고 표현방법도 같을 수 없다는 것에 입각하여 신약성경 본문 개개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2. 성서편저자들은 목회자요 설교자이며 특화된 신학자였지 세계사 연대표를 꿰뚫고 있던 역사가가 아니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저자의 역사적 사건 보도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 것과 두 본문간의 역사적 시간상의 불일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은 세계사 연대표에 예수사건을 꿰맞추는데 관심이 있던 역사가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수의 사건이 세계사 연대표에 맞아 떨어져야만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이 된다고 본다면 그것은 유대교 역사를 세계사의 시간표에 맞추는 조각맞추기와 같은 일이 된다. 그렇게 되면 예수사건은 한낱 지상의 저 한 쪽 구석에서 발생했던 여러 사건들 중의 하나로 간주되고 그것으로 끝나고 마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신약성서편저자들 모두가 예수사건을 말할 때 세계사 연대표에 맞춰서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선포했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처음부터 갖지 말아야 한다. 신약편저자들 모두는 결코 세계사 연대표를 훤히 꿰뚫고 있던 역사가가 아니라 그들은 세계사 연대표상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애당초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조직적으로, 논리적으로 선포하면서 교육했던 목회자요 설교자였으며 신학자였기 때문이다.

• 누가복음 저자를 역사가로 볼 때의 난점

만일 신약성서 편저자들을 세계사의 시간표에 중요사건들을 잘 맞출 수 있는 역사가로 본다면 성경본문을 대할 때 문제들만 계속 제기된다. 행5:36절에 보면 ‘이전에 드다가 일어나’라는 표현이 있고 37절에는 ‘그 후 호적할 때에 갈릴리의 유다가 일어나’라는 기록이 있는데 실제 세계사 연대표에서 이 사건을 추적하여 시간적인 순서를 알아보면 순서가 바뀌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시간적으로 갈릴리 유다 사건이 먼저 발생했고 그 다음에 드다의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누가복음 저자는 이 순서를 바꿔서 기록했다. 왜 그랬을까? 이 문제는 아래 3번의 항목에서 설명된다.

• 역사적 시간표에 대한 특화된 역사해석

분명 이것은 누가복음 저자의 착오도 아니고 오류도 아니다. 누가복음 저자의 독특한 “역사해석”의 결과이다. 누가복음 저자의 이와 같은 독특한 “역사해석”은 그가 단순히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선포하는 ‘앵무새’같은 입장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선포하고 교육했던 독자적이고 특별한 은사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신약편저자들의 독특한 개별성, 독자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예수사건이 세계사 연대표에 맞춰져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므로서 신약편저자들 개개인의 특화된 독특성을 통해 들려오는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신약편저자들의 선교상황과 신화의 활용

신약편저자들이 역사가가 아니라 설교자였고 목회자였으며 예수의 그리스도 되심을 논리적으로나 조직적으로 틈새없이 적극적으로 선포하던 특화된 신학자였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말은 곧 그들이 처했던 특수한 선교 상황을 고려해야만 본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과 연결된다. 분명 그들이 말씀을 전하던 선교적 상황은 이방문화인 헬라문화가 뒤덮고 있던 때였다. 그렇기 때문에 헬라문화권 속에서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선포하고 설교하면서 예수가 어떻게 그리스도이신지를 교육시킬 때 이방의 문화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런 활용도구들 중의 하나가 바로 신화이다.

신화란 인간존재의 생물학적인 범주를 넘어서는 차원의 것을 말하는 문학이다. 이 신화는 초자연적이며 신적인 존재의 활동을 설명하고 그 활동의 초자연적 성격, 혹은 신적인 특성을 말하면서 동시에 현실세계를 해석하고 현실상황에 의미를 부여하는 “의미주기”와 관련된다. 따라서 신화를 마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꾸며낸 창작 동화나 소설같은 범주에 국한시켜서 생각해서는 안된다.

• 신화의 가치와 진실성의 문제

이 신화의 가치와 진실성은 실제로 존재하고 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물과 현상을 통해 증명된다. 창세기는 우주창조에 대해 말한다. 이 우주가 처음에 “왜” 만들어졌느냐를 말한다. 창세기는 이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창조방법론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말씀으로 만드셨다고만 기술한다. 그래서 이에 대해 학술적으로 말할 때에는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창조사화, 혹은 창조신화라고 명명한다.

그렇지만 신화가 단지 가공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뜻이 아니다. 창세기가 진실로 참된 이유는 실제로 세계가 현존하므로서 그 진실성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 죄와 죽음과 질병과 뜻하지 않는 고난과 삶의 고통이 어떻게 해서 시작된 것이냐를 말하는 일명 “기원사화, 혹은 기원신화(起源神話)”들의 진실성 여부도 실제로 죄와 죽음과 질병과 고난과 삶의 고통들이 인간존재의 전영역을 장악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현상을 통해 입증된다.

이렇기 때문에 신화라는 용어가 신학에서 사용될 때에 그 용어는 인간존재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현실 세계속에서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선포할 때, 인간존재로서의 삶에 아무런 거부감없이 ‘생의 의미’를 잘 부여할수 있게 해주는 “예비된 문학적 도구”라고 말할 수 있다.

• 불트만의 비신화와 필자의 입장

이러므로 예수사건과 신화의 문제에 관한 한 필자의 견해는 불트만의 비신화화의 입장과는 정반대이다. 그에 말하길, 현대인의 입장에서 성경본문의 메세지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신화적인 요소들을 모두 벗겨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필자는 인간언어의 특성상 특정사건을 감동적으로 표현할 때, 특히 자신이 경험한 특정 경험을 감동에 젖어 가능한 한 그 감동 그대로를 나타내기 위해 자신의 지적 수준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수준에서 표현하고자 할 때, 그 사건을 통해 체험하게 된 그 감격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습관, 그리고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활용되는 보편적인 언어 기술이 바로 “신화처럼 표현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신화처럼 표현된 내용’은 일종의 ‘신화’인 셈이다.

• 구원받은 경험의 감동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한 언어기술이 신화적 표현

지금은 60이 넘으신 분으로 부터 당신의 월남 전 참전 경험담을 듣는 기회가 있었다. 빗발치는 포탄과 날아오는 총알들 속에서 바로 옆에 있던 동료가 그대로 총에 맞아 숨지는 순간에도 자신에게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 주신 하나님을 경험했다는 그 분의 이야기 속에서 현대판 신화를 접할수 있었다. ‘비오듯 쏟아졌던 포탄을 뚫고 살아 귀환함’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있지도 않았던 일을 꾸며 만든 포장된 이야기였을까? 아니다. 그의 월남전 참전 경험담과 거기서 살아 남을수 있었던 것, 그리고 살아남음에 대한 자신의 인생 해석은 전형적인 신화적 표현으로 언명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 분의 ‘구원의 감격’을 나타내는 유일한 통로였고 그 분의 어휘력 안에서 동원될 수 있었던 표현력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번 칼럼에 ‘포탄이 비오듯...천사가 그 날개로...’라는 문장을 썼던 것이다. 이 문장을 통해 그는 그의 ‘기적적인 살아남’과 “월남전에서의 생환”을 신화적으로 표현하므로서 그의 ‘삶의 감동’이 어떤 것인지를 표현했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으로 자신의 신앙고백도 함축하여 나타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수의 제자들과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 그래서 결국 유대교에서 추방당했을 뿐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라는 별칭을 들었던 사람들로 부터 듣게 되는 예수와 예수사건에 대한 증언은 헬라문화의 신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듣기에는 마치 그리스-로마 신화같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결과 예수와 예수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유치한 동화라고 따돌림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별다른 거부감없이 수용되므로서 복음전파의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 예수사건과 아폴로니우스에 대한 신화적 표상

더군다나 아폴로니우스라는 실존인물에 대한 신화적인 표현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선포하는 신약편저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헬라문화에 익숙해 있던 이방인들에게 예수의 그리스도되심과 하나님의 아들되심을 선포하는데 너무나 좋은 통로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1세기경에 활약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서 신피타고라스학파에 속한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사람을 위한 좋은 일’을 하면서 활동했는데 이 좋은 일이란 바로 기적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유익을 가져다 주는 일을 행하는 것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기적을 통하여 삶에 큰 유익을 주는 좋은 일을 행했으므로 사람들에게 숭배받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생전에 금욕적인 생활을 하면서 여기저기를 떠도는 방랑생활을 했다. 그리고 무지한 사람들을 모아 가르치고 교화시켰으며 예언을 하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의 질병을 고쳐 주었다. 특히 인간세계를 교란하고 어지럽히는 귀신들을 추방하므로서 사탄의 세력을 평정했다. 그는 죽은 자를 살려내기도 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 일을 했던 그는 도미티아누스 황제에 의하여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라는 죄명으로 체포되었고 억울한 고초를 겪은 후에 처형되었다. 하지만 그는 부활하여 영생불멸을 가르쳤으며 승천한 후에는 ‘진정한 영웅신’으로 섬김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삶의 여정을 회상하며 그를 기렸다. 이에 대해 히에로클레스라는 사람은 아폴로니우스를 그리스도에 비유하여 설명하기도 했다고 한다.

• 예수사건과 신화는 문화사역의 한 방법

이러므로 이런 헬라의 문화풍토 속에서 예수사건을 증언하고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설명할 때 신화라는 문학적 기법을 활용한 것은 신약편저자들에게 있어서는 별로 대단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은, 지극히 통상적이고 평범한 문학적 기법이었고 문화사역이었음을 알수 있다. 신약편저자들의 이런 문화사역은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전하는 아주 좋은 통로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구원받은 경험을 감동적으로 증언할 때 나타나는 신앙의 언어, 그리고 신앙 고백 자체가 헬라인들 입장에서 볼 때에는 마치 예수사건이 그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신화같은 이야기”로 들려서 오히려 별 거부감없이 예수의 그리스도도심이 저들의 믿음세계에 매우 쉽게 수용될수 있었다.

3. 성서편저자들은 세계사의 틀 안에서 구원사를 본 것이 아니라 구원사의 빛 안에서 세계사를 해석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런 관점이 없으면 누가복음과 마태복음의예수탄생 연대의 시간적 차이, 족보 기술방식의 차이, 행5:34~37의 갈릴리 유다 사건과 드다 사건의 앞뒤 순서가 바뀐 이유 등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한다.

• 누가복음의 독특한 역사기술 방식-화자 중심 시간 진술법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차이는 “화자중심의 시간 진술법”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될 때 쉽게 풀린다. 마태복음은 풍요하면서 사회적 지위가 있는 배운 자들이 중심된 마태공동체원들을 향해 그들의 지적인 수준에 맞춰 예수 탄생의 시점을 일반 세계사의 관점에서 기술했다. 그런 결과에 의하면 예수의 탄생은 아켈라오 등극 때이다. 그렇지만 누가복음 저자의 관점은 마태복음 저자와는 달랐다. 그는 예수를 중심으로 하는 구속사의 빛 안에서 인간역사의 세계사 연대표를 관망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서 세계사 연대표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세계사 연대표는 구속사의 입장에서 볼 때 역사성을 증빙하는 참고자료로 사용도는 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 세계사는 구속사를 설명하는 참고자료

누가복음 저자는 화자로서의 자신이 중심이 되어 세계사를 해석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고 말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0년을 기점으로 주전의 시대와 주후의 시대를 나누는 것과 같다. 즉 누가복음 저자의 입장은 누가복음을 저술하던 때를 0년으로 기점삼고 세계사를 구속사의 참고자료로 기술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볼 때 행5:36절의 ‘이전에 드다가 일어나’의 표현은 가까운 과거를 지시하는 표현이 된다. 드다 사건은 유대 역사의 시간표상 주후 44~46년 경에 발생했다. 사도행전은 주후 70~90년 경에 기록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중심의 시간 진술법의 입장에서 보면 드다 사건은 가까운 과거의 사건으로서 ‘이전’의 사건이 되고 호적할 때 갈릴리의 유다에 의해 발생했던 저 먼 사건으로서 ‘그 후’의 사건이 되는 셈이다. 이것은 주전의 시대를 말할 때 숫자가 적은 연대가 가까운 과거를 나타내고 숫자가 커질 수록 먼 과거를 나타내는 것과 같다. 화자인 누가복음 저자가 자신을 0년으로 보고 새시대를 시작하는 관점에서 과거의 역사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와 같은 표현으로 표기된 것이다.

• 화자 중심의 시간 진술법에서 본 예수 탄생 연대 차이

따라서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예수탄생 연대가 서로 다른 것도 이런 입장에서 풀 때 쉽게 이해된다. 구원의 감격과 체험의 감동은 항상 “현재적 경험”이다. 누가복음 저자는 이방세계에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전할 때 이 구원사건을 항상 “현재적인”사건으로 전하기 위해서 ‘구원사건과 체험의 생동감’있게 말했다. 예수사건을 저 먼 옛 이야기로 전할 때에는 말 그대로 “소설”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복음 저자는 자신이 복음서를 기록할 무렵 예수탄생의 ‘현재적 생동감’을 화자중심 시간 진술법의 입장에서 기술했는데 그렇게 볼 때 아켈라오 폐위 때가 더 가까운 과거가 된다. 따라서 예수탄생의 세계사적 시간 연대표에 관심하기 보다는 세계사적 시간 연대표를 구속사의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누가복음 저자의 입장에서 볼 때 예수는 아켈라오 시대에 출생했다고 기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예수 탄생을 아켈라오 등극 시점에 맞춰 기술하면 그것은 예수탄생을 10년이나 더 먼 과거로 미뤄버리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 마태복음의 족보와 누가복음의 족보의 차이

이런 역사해석의 관점은 족보를 기술한 두 본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마태복음 저자는 아브라함에서 시작하여 연차적으로 예수에게 까지 흘러왔는데 누가복음 저자는 이와 달리 거꾸러 거슬러 올라갔다. 화자인 누가복음 저자를 기점으로 예수탄생이 가장 가까운 사건이 되고 이 예수탄생은 태고적 하나님과 연결된다. 그러나 동시에 화자중심의 관점에 따르면 이제 인간존재의 세상역사는 예수 탄생을 기점삼아 새롭게 시작되었다는 것이 강조된다.

그러므로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나타나는 예수탄생, 족보기술과 같은 내용들이 마가복음과 요한복음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히 설명될수 있다. 그들은 서로 입장도 다르고 처지도 달랐으며 상대하는 청중도 달랐고 선교적인 상황도 달랐다. 그러나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증거하고 기술하는 그들의 신학이 서로 달랐다는 것에 있다. 그 결과 인간존재의 제역사를 바라보는 눈이나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선포하는 방식이 같을수 없었다.

4. 성서편저자들은 구약을 재해석한 탁월한 문학가들이요 문필가들이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마태복음 저자는 유대인들을 상대로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전할 때 구약의 본문들을 재해석하므로서 유대인들에게 그들이 갖고 있는 메시야 개념을 다시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구약의 본문들은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표지하는 본문임이 강조되었으며 그에 따라 그리스도를 나타내는 본문으로 증언되었는데 이 때 나타난 것이 구약성경 본문에는 없는 마2:23의 등장이다.

• 구약 본문에는 있지도 않은 구절을 있는 것처럼 말한 독특한 재해석

분명히 이 구절은 구약성경 본문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마태복음 저자의 눈에는 이것이 보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유음유추에 의한 의미 연결”이라는 독특한 해석방법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른 마태복음 저자의 사11:1의 재해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줄기”라는 히브리어 단어의 발음 ‘내체르’와 ‘나사렛’의 연결을 통한 메시야 개념 재해석

“줄기”라는 히브리어 단어는 ‘내체르’라고 발음된다. 이 내체르를 나사렛이라는 유사발음에 연결시켰다. 이것은 예고된 메시야가 제왕 메시야가 아니라 재해석된 메시야로서의 그리스도 예수를 표지한다고 해석된다. 왜냐하면 그는 다윗의 자손이긴 하지만 군사적 영웅으로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목자로서 오기 때문이다. 다윗은 제왕이 되기 전에 아버지의 양을 치는 목자였다. 예수는 바로 다윗의 후손으로서 군사적 무력을 한 손에 거머쥐고 오는 제왕이 아니라 양을 치는 목자로서의 그리스도라는 점을 이런 고도의 문학적 방식으로 부각시켰다. 이새를 원가지 삼고 뻗어나가는 다윗계열의 줄기인 내체르, 그러나 이 줄기는 제왕으로서가 아닌 목자로서 나타난다는 것이 이같은 탁월한 문학적 기법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 나실인을 말하는 “나지르”라는 발음과 ‘나사렛’과의 연결을 통한 메시야 개념 재해석

한 편,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나실인은 “나지르”라고 발음된다. 이 발음이 나사렛이라는 보잘 것 없는, 구약의 본문 어디에서도 단 한 번 나타난 적도 없는 촌 동네에 연결된다. 이것은 전혀 뜻밖에 발생하는 하나님의 선택을 나타낸다. 하나님은 유대인 일반이 알고 있는 그런 메시야, 유대인 일반이 기다리고 있는 그런 유형의 제왕을 보내시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생각도 못한 사람을 선택해서 보내신다는 뜻임을 강조한다. 그것은 마치 사무엘이 이새의 아들을 왕으로 세우기 위해 이새의 집에 갔을 때 하나님은 사무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뜻밖의 사람, 막내 다윗을 지목하여 왕으로 기름부으라고 하셨던 것처럼 그렇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선택하셔서 보내신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이렇게 마태복음 저자는 매우 탁월한 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구약본문을 해석하므로서 흔하디 흔한 유대교 일반이 기다리고 있던 메시야 개념을 획기적으로 재해석하였다. 그 결과 일반 유대인들은 보지도 못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 구약본문을 열심히 읽었을 테지만 발견해 내지 못했던 비밀, 예수의 그리스도되심을 이와 같은 지적인 방식을 통해 유대인들을 향하여 증언하고 선포하고 교육했던 것이다.

• 각자 자기 시대를 살면서 제 역할을 다하도록 쓰임받던 사람들

신약편저자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독특성과 개별성을 갖고 복음선포 사역의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서신과 복음서를 서로 꿰맞추려고 해서는 안된다. 누가복음과 야고보서를 서로 일치시키려고 해서는 안된다. 마태복음과 야고보서가 서로 행함을 강조하는 본문을 갖고 있다고 해서 두 본문 상호간을 왔다갔다 하면서 서로간의 말씀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서로 다른 상황에서 선포되었던 말씀들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마치 창세기 본문을 요한 계시록의 본문과 서로 연결시키려는 것과 같은 일이 된다. 그러므로 각각의 본문에 충실해서 그 본문이 말씀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그 메시지를 통해 현실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말씀의 생활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런 배경을 잘 알고 본문을 대할 때 진정한 본문중심 설교, 참다운 주석설교, 엑기스를 뽑아내는 역동적인 강해설교가 출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