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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어”
최윤희  |  aa2291415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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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2월 19일 (월) 18:42:27
최종편집 : 2024년 02월 24일 (토) 10:12:13 [조회수 :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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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학교 폭력 피해자의 아버지
이해준 소장

“폭력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어”

 

학교 폭력(이하 학폭)은 역사가 참으로 오래됐다. 기자가 어린 시절에도 학폭은 존재했었으니까. 그런데 왜 이리도 학폭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질 않는 걸까? 주위에 널린 게 변호사고 주위에 널린 게 상담사고 한데 말이다. 환경적인 요인만 봤을 때는 문제가 해결되고도 남을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학폭 문제는 심각한 문제로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다. 여기 학폭 피해를 입은 아이의 아빠 이해준 소장이 있다. 그러나 그는 기존 학폭 피해자 부모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 그가 아들의 변호인 역할을 하면서 아들은 학폭을 너무나 잘 이겨냈다. 지금부터 그 비결을 들어보자.

글. 최윤희│사진. 이종관

 

   
 

학폭을 당한 아들

“아들이 지금 파출소에 있다는 데 가봐야겠어. 빨리 와줘!”

아내의 전화에 급히 파출소로 달려간 이해준 소장. 아들은 풀이 죽은 채 혼자 우두커니 파출소 의자에 앉아 있었다. 경찰관은 말했다.

“아들이 학생들한테 맞았어요.”

아들이 학폭을 당한 이유는 이랬다.

“친구를 괴롭혔던 중학교 3학년 선배들을 페이스북 메신저로 친구와 함께 선배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 내용을 본 선배 4명에게 그걸 빌미로 맞았대요.”

다행히 아들의 얼굴은 폭행을 당하긴 했지만, 폭행의 흔적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순간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쩔 수 없었다.

“아들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선배들 이야기를 했더라도, 이미 사과한 일에 대해서 너를 폭행한 것은 절대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야. 폭력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어.”

 

초토화된 집안 분위기

“아무리 합당한 얘기를 하더라도 아들의 기분은 엉망일 수밖에 없었고 아들은 방에서 나오질 않았어요. 아들이 중학교 2학년이었고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는데 집에 들어가면 집안이 절간같이 조용했어요. 불은 다 꺼져있고 제 아내는 희귀 난치질환을 앓고 있어서 급격한 스트레스로 병이 재발하여 독한 약을 먹고 누워있었어요. 딸한테는 오빠가 학폭을 당했다고 얘기를 안 했어요. 그런데 1년 있다가 아내가 우연히 딸의 일기장을 봤는데, 오빠 얘기가 다 쓰여있더래요. 아들은 학폭의 후유증이 너무 커서 새벽 2~3시까지 잠을 못 잤어요. 제가 새벽 3시에 아들 방에 들어가 보면 멍하니 컴퓨터를 보고 있었어요. (뭐를 하고 있던가요?)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원래 게임을 많이 하는 애가 아닌데... 그래서 제가 얘기를 했어요. 울고 싶으면 울고,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를 하라고. 그러니까 아들이 그때 터졌어요. 무서워서 잠을 못 잔다고 울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같이 울었어요.”

 

분노가 폭발한 아빠

그는 아들의 학폭 피해를 계기로 분노가 폭발했다.

“부모들은 아이가 학폭을 경험하면 지옥을 경험해요. 아이들의 상처를 보면 부모들은 죄책감을 가져요. 내가 잘못 키웠기 때문에 애가 이렇게 됐구나 하는 죄책감. 그러면 무기력감을 느껴요. 그러면 우울증을 겪게 되고 심지어는 공황장애를 겪는 부모들도 생겨요. (소장님은 어떠셨어요?) 저는 분노가 표출됐어요.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요. 그러면 주체할 수가 없는 거예요. ‘누구 한 사람 걸려라’ 이런 마음이 들었어요. ‘누가 지금 나한테 시비를 걸면 진짜 그 사람은 끝난다’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정신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운전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위험하다고. 어떤 사람은 이런 일을 당하면 굉장히 우울해서 위축되는 반면, 저는 내재돼 있는 분노가 폭발해요. 저는 성격이 다혈질이어서 욱하는 게 있는데 그건 평상시에 그렇고 이런 큰일을 당하면 오히려 평정심을 갖게 돼요. 반대로 아내는 평상시에는 평정심이 있는데 이런 일을 겪으면 조절이 잘 안되는 성격이에요. (완전 반대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아내한테. ‘이제 신경 쓰지 마, 내가 앞으로 다할게. 그냥 당신은 애 밥이나 잘 차려줘’라고요. 그리고 아들한테는 아빠의 역할과 엄마의 역할을 얘기해주고, 아빠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 등을 다 말해줬어요.”

 

미온적인 학교 태도

그렇다면 이후 아들의 학폭 사건은 어떻게 됐을까?

“아들이 학폭을 당했을 때가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이었을 때였어요. 등교를 못하던 시기였어요. 그때 학교에 아들의 학폭 사건 때문에 사실확인서를 쓰러 갔어요. 선생님을 만나러 가면서 저는 이런 기대를 했어요. ‘괜찮아?’ ‘어때?’ ‘겁먹었지?’ ‘걱정하지 마!’ 그런데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와서는 ‘사실확인서 써’ 이게 전부였어요. 그리고 담임교사와 학년 부장이 차례로 와서 똑같은 걸 물어봤어요. (무엇을 물어보던가요?) ‘왜 그랬어?’ ‘왜 나갔어?’ ‘걔네들이 네가 그런 말을 했으니까 때린 거네.’ 이런 얘기들을 하는 거예요. 저는 너무 화가 나서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따졌어요. ‘왜 똑같은 질문을 돌아가면서 애한테 하느냐?’고 했어요. (그랬더니요?) 이게 자기네들 절차래요. 그래서 ‘무슨 소리냐? 학년부장, 학생부장, 교사 한꺼번에 와서 물어봐라’고 정색하며 얘기했어요.”

어떤 교사도 아들한테 와서 “몸은 괜찮니?”라고 물어본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냥 사실에 대해서만 물어보고 확인하고 학폭 담당 교사는 향후에 사건이 어떻게 진행된다는 절차에 대한 설명만 했다고 한다. 그러니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긴급 보호 조치를 받다

“제가 나중에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까 절차상에 ‘긴급보호조치’라는 게 있는 거예요. (그게 뭔가요?) 학폭 피해를 입은 아이가 피해가 심하다는 판단이 되면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긴급보호조치를 내릴 수 있는 거예요. 학폭 당한 학생의 출석을 유예시킬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있는 걸 말해요. 그런 얘기들을 저한테 아무도 안 해줬어요. (그건 누가 해주는 건데요?) 학교폭력 담당 교사가요. 제가 열 받아서 교육청에 얘기했어요. (누구한테요?) 장학사한테요. (뭐라고요?) ‘지금 뭐 하는 거냐?’고요. (그랬더니요?) 제가 우리 애가 19명이 있는 가운데 폭행을 당했는데 당신들은 왜 아무런 조치도 안 해주냐고 항의를 심하게 하니까 그제야 학교장 긴급보호조치가 나왔어요.”
그러고 나서 학교 학폭 담당 교사한테 전화가 왔다.

“아버님, 그때 제가 말씀드렸는데 무슨 소리세요?” (선생님)

“어떤 절차로, 어떻게 기준이 되고, 어떤 지원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해주셨잖아요?” (이 소장)

그랬더니 담당 교사가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이 맞으니까.

 

학교와 교사는 권한이 없다

“교사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그때 그 당시에 저는 굉장히 화가 나있었어요. 제가 이제는 연구소(이해준학교폭력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고 느끼는 것이지만, 교사들이 그럴 수밖에 없더라고요. (왜요?) 현재 학교 폭력 시스템에서 교사와 학교가 할 수 있는 권한은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왜냐하면 섣불리 피해 학생이기 때문에 피해 학생이라는 인식으로 대하게 되면, 가해 학생 측에서 민원이 들어와요. 왜냐하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에서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당신들이 무슨 근거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으로 나누냐고 민원을 넣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리 학생이 폭력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피해 학생이라고 단정 지을 수가 없는 거예요. 학폭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요.”

그리고 학폭이 발생하면 교육청에서는 학교 측에 중립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교사와 학교 측은 기계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그의 얘기를 듣다 보니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학폭이 발생했을 때, 담당 교사와 학교 측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항의를 하는데 실상을 알고 보면 헛된 짓인 것이다. 그래서 상처를 입고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징계는 크지 않으니까,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정보가 없어서 그래요. 그래서 당황을 많이 하죠.”

실제로 상담을 하다보면 교사와 학교를 대상으로 고소하는 학부모들이 되게 많다고 한다.

 

   
 

학폭 사건을 교육청으로 이관하게 된 이유

“조금만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현재의 학교폭력시스템에서의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많이 제한돼 있어요. 학폭을 당하게 되면 학부모들이 맘 카페에 글을 올리잖아요. 그러면 대부분의 댓글이 학교에 가서 ‘교사들을 뒤집어놔라’고 얘기들을 해요. 그런데 이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교사들이 왜 저런 모습을 취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과거에 학부모들이 그렇게 만든 거예요. (무슨 말이죠?) 극성맞은 학부모들이 교사들을 계속 고소하고 괴롭히고 민원을 제기하니까 교사들이 학을 떼는 거예요. 원래 2020년 전까지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학폭 문제를 해결했어요. 교육청에서 해결하지 않고. 그런데 왜 학폭 문제를 교육청으로 이관했냐 하면, 학교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리다 보니까 외부의 환경에 너무 흔들리는 거예요. (예를 들면요?) 학교운영위원회 누구다 하면 학교장이 암묵적으로 불공정하게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교육청에서 이 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해야겠다고 결정을 내려서 학폭심의위원들, 즉 전문가 집단을 만든 거예요. 그리고 교육청으로 학폭 문제를 이관시켰던 거죠.”

 

교사의 소명 의식을 잃어버리지 말았으면

사정을 다 이해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교사의 소명 의식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기운 내라’ ‘많이 다쳤니?’라고 얘기하는 게 누구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닌데, 피해 부모, 가해 부모한테 하도 많이 당하다 보니 교사 스스로가 그런 것들을 차단해 버렸어요.”

그가 안타까워하는 것이 현재의 학교폭력시스템에서 학교와 교사가 방관자일 수밖에 없는 것. 시스템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결국 교사들과 학교 측의 태도가 아이들에게 큰 실망을 안기기도 한다고 한다.

“실제로 상담을 해보면 초등학생 아이가 학폭을 경험하고 나서 자퇴하는 경우가 있어요. (왜요?) 교사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요. 학생 입장에선 내가 피해자인데 교사들이 나를 보호해 줄 줄 알았는데 막상 경험을 해보니까 보호해 주지 않거든요. 게다가 피해 학생이라고 학폭위에서 결정이 나면 교사들이 애를 위로해줘야 하는데 위로를 안 해줘요. 그러니 실망할 수밖에요. (아드님도 그랬나요?) 제 아들은 달랐죠. 제가 교사를 바꿔놨어요. (무슨 얘기죠?) 저희 아들을 담당했던 학폭 담당 교사와 학생부장 교사도 처음엔 굉장히 기계적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얘기를 했죠. ‘공무원이냐? 교사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라. 그러면 그 선택에 맞게 내가 대우를 해주겠다.’ ‘나는 선생님이 우리 아들의 기억 속에 정말 좋은 선생님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선생님의 모습은 과연 좋은 모습으로 남겠는가? 우리 편을 들어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상처 입은 아이한테 위로의 말 한마디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 그게 교사의 소명 아니냐?’고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학생부장 선생님이 나중에 술 먹고 저한테 전화를 하셨는데 ‘죄송하다’며 ‘아들을 바꿔 달라’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사과를 꼭 하고 싶다고. 그래서 아들을 바꿔줬죠. 그랬더니 선생님이 ‘미안하다. 네가 학교 오면 선생님이 잘 돌봐줄게’라고 얘기를 했대요. 나중에 들어보니 학생부장 선생님이 제가 했던 얘기들이 너무 공감이 됐고 자기도 딸을 키우는 아빠인데 아버님 말씀에 너무 공감이 가서 자기가 너무 잘못한 것 같아서 전화했다고 아들한테 말했대요.”

 

아들의 변호사가 되다?

그는 아들의 학폭 문제를 변호사에게 맡기려고 했지만,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본인이 직접 하게 됐다고 한다.

“한 집에서 900만 원이라는 비용을 지출하는 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사실 되게 자괴감이 들었어요. 아내한테 얘기를 했어요. 변호사 비용이 900만 원이 든다는데 너무 비싸다. 그랬더니 아내가 제 목소리를 듣더니 ‘변호사 선임하는 것도 중요한데 나는 당신이 했으면 좋겠어. 당신은 충분히 할 수 있어. 당신, 회사 다니면서 기획 쪽 업무를 많이 했고 굉장히 논리적이잖아. 그리고 법률적인 상식도 많고. 그러니까 당신이 하면 좋겠어.’ (어떤 법률적 상식이 있으셨어요?) 노동법 인사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노동법에 대해서, 근로기준법에 대해서 조금 알고 있었거든요. 아내는 아들이 바라보기에 아빠가 직접 진행하는 게 아들한테 더 좋은 영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내가 해볼게’라고 대답하고 진행하게 된 거예요.”

 

전문가가 되다

그때부터 그는 자료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학폭 예방법은 일주일 정도 공부했단다. 빨리 익혔다.

“근데 웃겼던 거는 자료를 다 읽고 나서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육부에다 유권해석을 받으려고 이 조항에 대해서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어요. 그랬더니 담당자한테 연락이 왔어요. 유권해석은 교육청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교육부에서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하는 거예요. 저는 당장 교육부 담당 학교 담당 사무관한테 전화를 해서 이걸 왜 교육청에서 판단 하냐? 이거 법률조항인데 상위부서인 교육부에서 판단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어요. 그런데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무슨 소리냐?’고 했죠. 그리고 학교폭력예방법에 보면, 신고의 의무가 있어요. 어떤 조항이 있느냐 하면 누구든지 학교 폭력 광경을 보거나 그걸 목격한 사람이 있으면 신고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에요. 신고를 하지 않으면 교직원은 이런 징계를 받는다, 이런 처벌을 받는다는 조항이 있는 거예요. 제가 이런 세세한 사항까지 알고 있으니까, 저를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하더라고요.”

 

함부로 대하지 못할 사람

장학사는 ‘이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고, ‘함부로 대하지 못할 사람’으로 인식한 것 같다.

“장학사가 아들의 학폭이 신고 되고 나서 저한테 전화가 왔어요. ‘아버님, 4명의 아이만 학폭위로 갈까요? 아니면 나머지 애들도 다 갈까요?’ 제가 그랬죠. ‘무슨 소리냐? 다 같이 가야죠.’ 그러니까 ‘확인하려고 전화드린 겁니다’라고 하더라고요. 만약 제가 몰랐다면 4명만 학폭위로 갔을 거예요. 현장에는 19명이 있었거든요. 제가 문제제기를 한건 신고의 의무도 중요하지만, 이 폭력이 계획적인 폭력이라는 거를 알고 있는 아이들을 공범으로 봐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결국 선도 조치 받은 애들은 13명이 됐어요. 여자애들도 있었는데 4명 중 2명이 들어갔죠. 나중에 들으니까 신고의 의무로 이렇게 선도 조치를 받은 경우가 없었대요. 다들 몰랐던 거죠. 모르고 논리를 못 찾았기 때문에 선도 조치를 못 받은 거죠.”

 

학폭 이후 아들은...

아들은 학폭을 당한 후 과연 어떻게 됐을까?

“아들의 심리적인 안정 때문에 상담을 받게 됐어요. 사실은 아들의 마음을 알고 싶었어요. 상담받고 좋았던 게 그동안 저에 대해 생각했던 것과 아들이 갖고 있던 심리적인 결핍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는 거예요. 아들은 저를 굉장히 어려워하고 무서워하고 권위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 얘기를 듣고 저는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왜요?) 아들하고는 초등학교 때 같이 게임도 하러 다니고 나름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얘기를 들으니까 ‘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깨달음이 있었어요. ‘이러면 안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제가 아들한테 두 가지를 약속했어요. 첫째, 잔소리하지 않기, 둘째, 설득하지 않기.”

 

아들과 대화를 많이 하다

이후 아들과 PC방 데이트를 했다. 이것이 부자지간의 사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들이 힘들기 때문에 내가 위로를 해줘야 하겠다는 것보다는 오히려 저는 상대적으로 학폭에 대한 얘기는 별로 안 했어요. 제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많이 얘기해줬어요. 좀 철학적인 얘기들을 많이 해줬어요. (어떤 얘기죠?) 군대 제대할 때 제대하면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아빠도 그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근데 아빠가 생각해 보니까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이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사는 게 중요한 거더라. 근데 돌이켜보니까 아빠는 지금까지도 그 고민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아빠는 네가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좋은 대학을 가서 어떤 돈을 벌지 그게 중요하기보다 네 인생을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그 얘기를 많이 했어요. 아들도 제 얘기에 공감을 많이 했고요. 그러고 나서부터 저희 대화가 되게 철학적으로 된 거 같아요. 저는 아들한테 ‘아빠가 지금 작가이기도 하고(‘아빠가 되어줄게’ 저자) 이해준학교폭력연구소 소장이기도 하고 후불제 장례업체 대표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호칭이 많은데 정작 돈을 벌지 못한다.’ 그랬더니 아들이 ‘아빠, 돈이 뭐가 중요해? 아빠 인생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라고 하더라고요.”

 

   
 

아들의 상처가 치유된 게 아니었어!

아들은 아빠와 얘기를 많이 하면서 많이 깨져있었다. 아빠를 이해하는 아들이 됐다.

“아들은 학폭이 자기한테 인생의 전환점이 됐고 아빠가 변한 게 자기한테는 더 큰 변화였다고 얘기를 해요. 아들은 ‘우리 아빠가 내가 뭘 선택하든 나를 응원해 줄 거야’ ‘우리 아빠는 되게 합리적인 사람이야.’ (되게 뿌듯하시겠어요?) 뿌듯하죠.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는 아들이 이제 학폭에 대한 상처를 거의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폭이 끝나고 아들이 어느 정도 평온해졌다고 생각하고 이젠 극복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배정을 하잖아요. 보통 가까운 고등학교를 지원하는데 아들이 지원을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봤죠. ‘왜 그 고등학교를 안 쓰냐?’고. 그랬더니 그제야 아들이 ‘가해 학생들이 거기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차’ 했죠. ‘아직 아들의 상처가 극복된 게 아니었구나’ ‘이제 1년이 지났으니까, 상처가 해결됐을 거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제 생각이었고 아직 아들은 그 애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더라고요. 트라우마는 절대로 잊을 수가 없는 거더라고요. 부모들의 역할이 되게 중요한 게 트라우마는 그 기억의 크기를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크기를 작게 해주는 거예요.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을 작게 해주려면 다른 기억을 만들어서 거기에 넣어줘야 해요.”

 

가해 학생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다

“가해 학생들에 대한 생각을 두려움의 존재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내 인생에 불필요한 존재라고 인식하게끔 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어떻게요?) ‘일진 아이들의 삶을 네가 한번 생각해 봐. 걔네들 삶이 뻔하지 않겠니? 걔네들은 두려움의 존재라 아니라 극복의 존재야. 문신이 있는 애들 있잖아. 아빠도 예전에 어렸을 때 문신 있는 애들 되게 두려워했거든. 곰곰이 생각해 보자. 남자들이 왜 문신을 화려하게 할까? 결핍 때문에 그런 거야. 본인 스스로가 약하니까 문신을 해서 내가 강하다는 걸 사람들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거 아니겠니? 정말 강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아니? 평온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그 아이들이 문신을 했든 뭘 했든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 상대방의 결핍을 두려워한다는 건 너무 어리석은 거 아닐까?’ 그랬더니 우리 아들이 ‘아빠 얘기가 맞는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아들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가해 학생들을 피해 다니지 않는다

아들은 이제는 가해 학생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은 나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때부터 아들은 가해 학생들을 피해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쳐다보면 더 당당히 같이 쳐다보곤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가해 학생들이 어떤 액션을 취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 아빠의 조언 덕분이다.

 

아들은 자존감도 높아지다

“우리 집에 에어컨이 없어요. (덥지 않으세요?) 덥죠. 더운데 일부러 안 산 게 아니라 제 아내는 에어컨 바람을 너무 싫어하고 저는 밤에 들어가니까 더운 걸 잘 못 느끼고 그래서 별로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 작년 여름에 아들이 팬티만 입고 방에서 나오더라고요. 그러더니 ‘아빠, 오늘 집이 완전 더워요’라면서 웃으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보통 아이들이라면 화를 내고 짜증내잖아요. 에어컨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그런데 아들은 그러면서도 웃으면서 짜증 한 번 낸 적이 없어요.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죠. 에어컨이 없다는 게 불편할 수는 있어도 불행한 건 아니잖아요.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환경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래서 아들이 생각보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일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학폭 당한 아이들이 우울증을 겪고 위축돼있는 경우가 많아서 자칫 잘못하면 자존감도 많이 떨어질 텐데 아빠의 자존감 높은 교육 덕분에 아들은 그런 것에 지장 받지 않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잘 자라고 있는 듯했다.

 

학폭 당한 아이들과 부모들이여!

마지막으로 학폭을 당한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해줄 말이 있으면 해달라고 했다.

“학교폭력에서 제일 중요한 건 가해자 학생의 처벌이 아니에요. 부모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자녀의 상처 치유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해요. 물론 가해 학생들이 처벌을 받으면 우리 자녀의 일정 부분의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될 순 있어요. 그렇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에요. ‘더 글로리’란 드라마를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송혜교가 가해 학생들한테 복수를 해요. 복수를 다하고 나서 자해를 시도해요. 우리가 봤을 때 ‘가해 학생에게 복수를 했는데 왜 자해를 시도할까?’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결국엔 그거거든요. 가해 학생이 처벌받는다고 해서 내 상처가 치유되는 건 아니에요. 그 드라마에서도 결국에는 송혜교가 치유받은 건 송혜교를 이해하고 조력했던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치유가 됐어요.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여자, 남자주인공이었던 의사, 송혜교를 조력했던 할머니 등.”

 

자녀의 상처를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해야

그리고 그의 조언은 계속됐다.

“제가 드리고자 하는 얘기는 학폭의 피해 부모들이 자녀들의 상처를 어떻게 위로해주고 어떻게 극복해줘야 하느냐 라고 봤을 때, 자녀의 상처를 온전히 이해하고 온전히 그 상처에 대한 피해들을 공감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하고의 관계가 좋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그 문제를 이겨낼 수가 없어요. 결국에 학폭의 피해는 상처를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사람을 통해 극복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학폭을 당한 부모들이 이 기사를 본다면 자녀의 상처치유에 더 집중해야 하고, 자녀의 결핍이 무엇인지 봐야 하고, 내가 이제껏 키워왔던 양육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도 한번 되돌아보셨으면 좋겠어요.”

이해준 소장은 정말 중요한 얘기를 많이 했다. 학교 폭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처 치유이고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 그리고 부모와 자녀와의 평상시 소통이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 자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었다.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한테는 악몽이지만, 터닝포인트가 된다면 이 소장의 아들처럼 부모와의 관계가 더욱 좋아지고 자존감도 높아지며 가해 학생을 피하기보다 당당하게 맞서면서 치유 받은 사람으로서 피해 받은 또래 학생들에게 누구보다 필요한 멘토 역할도 해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유익한 인터뷰였다.

 

 

<이 기사는 계간 ‘치유’ 5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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