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히트 작곡가

다비

“인생 밑바닥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 ‘저 별’,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의 OST 등을 작곡한 다비. 삼십 대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부모의 이혼, 자살 시도, 스타 작곡가로서의 유혹 등의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났다. 세 시간 이상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것을 털어놓은 그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글. 최윤희 │사진. 김광용

시작된 결핍

“부모님께 들은 얘긴데, 제가 어렸을 때 남동생을 엄청나게 때렸대요. 이유는 기억나질 않아요. 제가 두 살 때였으니까요. 제 동생은 갓난아이였고. 저는 너무 어려서 잘 기억나지 않지만, 추측해 보면 아마 제 동생에게 질투를 느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한창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가 갑자기 동생이 태어나고 모든 관심과 사랑이 동생한테 쏠리니까 질투심이 생겼겠죠.”

부모가 이혼하다

애정결핍으로 시작된 결핍은 부모가 이혼하면서 더 커지게 됐다.

“아빠 입장에서는 성격 차이이고, 엄마 입장에서는 종교적인 문제였던 것 같아요. 엄마는 교회를 다니시면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셨는데 아빠는 구원은 받았지만, 교회생활을 전혀 하시질 않으셨어요. 그러니까 엄마 입장에서는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소통이 잘되지 않으니까 더 이상 결혼생활을 지속하실 수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제 나이 성인이었을 때 그랬으니까 컸을 때잖아요. 엄마, 아빠의 이혼 과정을 다 지켜본 저로서는 가만있을 수가 없었어요. 저도 제 목소리를 냈죠. 두 분의 이혼을 말렸고 화가 나서 거칠게 욕도 하고 그러니까 두 분이 일이 년 정도 결혼생활을 더 유지하시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어 결국 이혼을 하셨어요. 그러면서 어머니는 위자료를 받고 나가시고 아빠랑 저랑 남동생이 같이 살게 됐어요.”

엄마랑 같이 살지 않은 건 위자료 때문이었다. 위자료가 생각보다 적어서 엄마가 서울에서 집을 얻을 돈이 없으니까, 자식과 같이 살지 못하고 아빠랑 같이 살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도 상처를 꽤 많이 받았다.

“힘들게 살고 있는 엄마를 보니까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제가 첫째로서 돈을 벌어서 엄마 생활비를 도와주고 우리랑 같이 살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책임감이랑 의무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돈을 벌어야겠다

그때부터일까. 그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 돈을 좇게 됐다. 그전까지는 집안 형편이 어렵지 않아서 돈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았는데, 부모님의 이혼 후로는 자신이 엄마 생활비 일체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까지 이르게 되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빠와 싸우고 아빠가 “집을 나가”라는 소리를 할 정도로까지 크게 싸울 일이 생겼다. 자존심이 강했던 그는 아빠와 같이 살고 싶지 않았다. 이제 성인이 된 그이기에 자신이 벌어서 충분히 생활할 자신이 있었다.

‘비스트’의 용준형이 제안하다

“아빠의 돈으로 살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러던 차에 그 당시 빅뱅 다음으로 잘 나가던 아이돌 그룹인 ‘비스트’의 멤버였던 용준형이란 형을 만났어요. 제가 개인 앨범을 낸 상태였는데 형이 그걸 어떻게 듣고 저를 마음에 들어서 캐스팅했어요. 안 그래도 집을 나가려고 하던 차에 그런 제안을 받고 잘됐다 싶었어요. 형은 그 당시 저작권료를 가장 많이 벌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제 재능을 알아보고 나랑 같이 일하자고 하니까 정말 기뻤어요.”

곧바로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한테 자랑을 막 늘어놓았다.

“‘엄마, 나 됐어. 나 로또 맞았어. 이 형 무슨 차 다니는 줄 알아?’라고 했고, 엄마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이제 내가 엄마 다 책임질 거다’라고 말했어요. 그때는 정말 자신이 있었거든요.”

이상과 다른 현실

그런데 그런 자신감과는 달리 현실은 달랐다. 이쪽 일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로서는 연예계 생리가 낯설었고 어리둥절했으며 이해되지 않는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혼란이 왔다.

“저는 꿈이 아티스트였어요.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써달라고 부탁을 받았을 때 지금까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지만, 자신이 있었거든요. ‘아이돌 음악? 뭐 어려운 것도 아닌데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곡을 쓰면서 제가 다 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의 뿌듯함이란... 그런데...”

저작권료가 나눠지다

그는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가 곡을 만들었지만, 전문적인 형들이 더 멋있게 편곡을 입혀주고 가사를 잘 팔릴 수 있게 멋있게 바꿔주고 해서 좋긴 했는데, 앨범 크레딧에는 그의 이름이 아닌, 팀 이름으로 나가니까 거기에서 오는 상실감이 굉장히 컸다. 그렇게 되다보니 저작권료가 n분의 1로 나눠지게 되고 그가 받는 저작권료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처음 썼던 곡이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의 OST 곡이었는데, 21등인가에 올랐었어요. 많은 곡 중에서 21등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거든요. 어쨌든 저작권료가 금방 안 나오고 다섯 달 있다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까 다섯 달 동안 돈을 기다린 거죠. 사실 제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진 않았지만, 내심 저작권료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저작권료가 겨우 70만 원밖에 안 들어오니까 좌절감이 정말 컸어요.”

높은 현실의 벽

그의 좌절감이 컸던 이유는 지드래곤이나 박진영 같은 유명 프로듀서가 버는 돈이 몇천만원 단위인데 그것을 바라보다 보니 자신의 적은 저작권료와 비교가 되고 거기서 오는 좌절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죠. 사실 몇천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몇백원까지는 들어올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 차이가 너무 크니까 좌절감이 클 수밖에요.”

게다가 그는 포르쉐와 벤츠를 타고 다니고, 몇억짜리 집에서 사는 형들을 보면서 높은 곳을 꿈꿨다. 그런데 다섯 달 동안 기다린 보람이 겨우 70만 원이란 액수라니... 꿈은 물거품이 돼버렸고 자신의 미래까지 불투명해져 보이니까 괜히 형에게 불만이 생겨 트집 같은 질문을 했다.

형에게 불평을 토로하다

“왜 이렇게 저작권료가 적냐고 형에게 물었더니 형이 갑자기 절 혼내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는 처음 정산할 때 10만 원 들어왔어. 그런데 너는 지금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온 거잖아’ 그러니 만족하라는 말투였어요. 그러면서 나중에는 돈을 더 많이 벌게 될 거라며 희망을 줬어요. 그렇게 혼나고 나니까 정신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너무 요행을 바랐나 보다. 첫 곡부터 차트에 오른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한 일이고 커리어도 얻었는데 내가 너무 감사하지 못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됐고, 이제부터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좋은 기회가 오다

비스트와는 약 1년 반 정도 같이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작곡가 형과 프로듀서 형이 싸우게 되고, 프로듀서 형이 나가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에게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준형이 형이 그랬어요. ‘다비야, 너도 나가고 싶으면 나가. 그런데 열심히 할 거면 같이 해보자’라고 해서 처음엔 얼떨떨했지만, 준형이 형이랑 잘 맞던 터라 잘됐다 싶어서 열심히 하겠다고 하고, 8개월 동안 열심히 했어요. 형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밤도 많이 새면서 열심히 곡을 만들었어요. 형은 연예인이라 스케줄 때문에 자주 오지 못하고 잠깐 들렀다 곡만 확인하고 가는 정도라 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많이 외롭게 쓸쓸하게 보냈어요.”

날아간 곡 4곡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싸우고 나갔던 프로듀서 형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결혼한다고 오더니 둘이 화해를 하더란다. 그동안 그는 다섯 곡 정도를 열심히 지하공간에서 새벽 2~3시까지 작업하며 만들어놨는데, 프로듀서 형이 다시 오는 바람에 곡 모두가 날아갈 처지가 됐다.

“그때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제가 쓴 다섯 곡 중에 한 곡만이 채택됐어요. 그리고 나머지 네 곡은 사용되지 못했죠. 그때 쓴 곡이 비스트의 ‘버터플라이’란 곡인데, 준형이 형과 공동 작곡한 곡이었어요. 그 곡이 또 1등을 하게 됐고 형을 통해 ‘노을’ 형들의 노래를 만들게 됐어요. 그리고 그 노래가 2등을 한번 했고. 그런 식으로 외형적으로 봤을 때는 성적은 좋았어요. 상처는 받았지만, 감사한 게 훨씬 많았죠. 그런데 저작권료를 보면 또 깜짝깜짝 놀라는 거예요. 그렇게 1등, 2등을 해도 저작권료는 너무 적었으니까요. 그래서 저작권료로 돈을 벌어먹고 사는 게 아니구나 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도 첫 저작권료보다는 많이 들어왔다. 첫 번째 달에 200만 원. 두 번째 달에 400만 원이 들어왔으니까. 그렇지만 듣는 횟수가 줄어듦에 따라 저작권료는 다시 산정되기 때문에 점점 입금되는 액수는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작곡을 해서 팀으로 나누는 시스템이라면 미래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준형이 형과 헤어지다

“그때 저희 엄마랑 같이 살고 있었어요. 엄마가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 그렇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제가 첫째이기 때문에 엄마랑 같이 살면서 제가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곡 한 곡으로 몇백만원이 들어와도 생활비와 월세 등으로 다 나가다 보니 남는 건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이러다가는 생활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준형이 형한테 얘기를 하고 1년 반 만에 형과 헤어졌어요.”

‘헤이즈’의 노래로 1등을 하다

그렇게 호기 있게 헤어졌지만, 그도 앞날이 걱정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 같다. 이번에는 준형이 형을 통해 헤이즈라는 가수를 만나게 되었다.

“헤이즈 누나가 제 곡들을 너무 마음에 들어 해서 자기 노래를 써달라고 했어요. 누나는 한창 뜨고 있던 가수였지만 신인이라 저에게 부탁하는 입장이었어요. 그 당시 저는 정말 조그마한 옥탑방에 작업실을 갖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완성해서 낸 노래가 ‘저 별’이라는 노래였어요. 그 노래가 8일 동안 1등을 했어요. 대박이었죠.”

8일 동안 1등을 하니까 저작권료가 지금까지 받은 것에 비해 최대 5배까지 뛰었다. 1,200만 원을 받은 것이다. 그는 드디어 월 1,000만 원을 받는 비싼 작곡가가 됐다. 그리고 또 헤이즈랑 작업해서 E.P앨범을 발표했다. 그 곡 이름이 ‘비도 오고 그래서’. 그 곡 역시 1등을 했는데 무려 34일 동안 1등을 했다.

저작권료가 무려 한 달에 6,000만 원!!

“모든 곡을 다 합치니까 한 달에 6,000만 원이 들어오더라고요. 엄마, 아빠는 당연히 좋아하셨고 제가 집안의 자랑거리가 된 거죠.”

그러면서 집안을 책임지는데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기니까 다른 마음이 또 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제작시스템으로는 돈을 벌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헤이즈랑 또 헤어질 생각을 하고 결국 헤어졌다.

“제 결핍의 원인이었던 질투와 시기가 또 발동된 거죠. 비교 의식도 들기 시작하고 그렇게 1등도 하고 감사도 하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거기까지 올라가자 제 속에 감춰져 있던 결핍이 또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1등도 여러 번 하고 제작시스템도 빤히 알다 보니 ‘내가 잘만 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욕심이 생겼어요. 다른 큰 제작사랑 비교를 하면서 말도 안 되는 비교를 했죠. 이미 제 눈이 많이 높아져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럴 여력은 안 되고 현실이 너무 다르니까 또 좌절이 되더라고요.”

기대했던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

그러면서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라는 프로그램. 그런데 그 당시 코로나 때문에 관객 없이 녹화를 했다. 그 프로그램은 모든 가수가 출연하고 싶어 하던 꿈의 무대라 그 무대 제안을 받고 너무 기뻐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가 꿈꿨던 그 프로그램만 나가면 공연 섭외도 많이 들어오고 음악도 알리고 그러면 사람들이 음원을 듣게 되고 음원을 많이 듣게 되면 저작권료를 많이 받을 거고... 라는 꿈같은 생각들을 했는데 코로나라는 장벽을 만나면서 그의 꿈은 산산이 무너졌다. 모든 게 생각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 그는 현실 앞에서 또 한 번 무너지고 말았다.

사랑과 행복과 성공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세 가지. 사랑과 행복과 성공, 즉 돈이었다.

“그때 저는 부족함이 없었어요. 엄마를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있었고 작곡가로서 능력을 갖추게 되니까 행복도 있었어요. 게다가 사랑까지 있었어요. 제가 추구하던 모든 것이 다 있었던 거죠.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였어요. 제가 다 갖게 되니까 또 거기서 더 높은 데로 올라가려는 욕심이 생겼어요. 돈도 더 있어야 하고, 엄마한테 연예인들이 사는 집처럼 더 좋은 집을 사드리고 싶고 동생도 성공해야 하고 여자 친구도 내 소유가 돼야 하고... 모든 게 내 마음대로 됐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사람은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갖고 싶고 둘을 가지면 셋을 갖고 싶고 좋은 차를 사면 더 좋은 차를 싶고 좋은 집을 사면 더 좋은 집을 사고 싶은 것이 본성이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본성을 갖고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 생각대로 안 되다 보니 화가 많아졌다.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 분노의 대상은 바로 남동생.

남동생에게 분노를 표출하다

“남동생이 저랑 같이 일하고 있었어요. 매니저도 해주고 스타일리스트도 해주고 영상도 찍어주고 모든 걸 다 해줬어요. 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죠. 그런데 그 동생에게 제가 막 퍼부었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 화를 제가 주체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비가 막 쏟아지는 날이었는데 동생한테 갑자기 전화해서 욕을 해댔어요. 아마 다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동안 쌓였던 거, 그리고 제안의 분노, 그러니까 제가 생각했던 대로 안 되는 것에 대한 분노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동생한테 편하다고 막 해댄 거죠.”

동생도 형이 왜 그런지 몰라서 이유를 알려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난데없이 전화해서는 막 퍼부어 대니까. 그리고 여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그 당시 그는 너무 잘나가는 스타 작곡가였다. 그가 찾지 않아도 여자들이 그에게 몰려들 때였다. 그러다 보니 그는 분노를 여자들에게 적용했다. 여자 친구가 아닌 여자로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엄마와도 신앙적인 갈등 때문에 많이 싸웠다. 엄마는 전도사였는데 그와 말씀을 가지고 많이 부딪혔다. 그러다 보니 엄마하고도 소홀해졌다.

여자 친구한테 사기까지 당하다

“게다가 헤어진 여자 친구가 사업해서 투자하면 무조건 몇 달 안에 몇 배를 벌 수 있다고 해서 1억 이상을 투자했어요. 그랬다가 완전 사기를 당했어요. 그 돈이 다 날아갔어요. 물론 전 재산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벌어놓은 돈이 반이 날아간 거였어요. 결국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랑과 행복과 성공(돈)이 다 날아간 거예요.”

정신을 차리게 되다

그에게 남은 건 이제 그 자신뿐이었다. 그러다가 사람이 바닥까지 내려가면 그때야 정신을 차린다고 하지 않나. 그때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내가 왜 그랬지?’ ‘내가 뭘 한 거지?’

그리고 엄마한테 그동안 있었던 얘기를 다 털어놓았다.

“엄마는 내 아들이 어느 순간부터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하면서 지금이라도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저는 끊어진 엄마와 동생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어요. 많이 후회를 했죠. 엄마한테 그랬어요. ‘다신 이런 일 없도록 내가 잘해볼게.’”

자살시도를 하다

그런데 그는 엄마한테 이렇게 다짐까지 해놓고 엄마를 실망하게 해 드리는 일을, 또한 자신과의 약속을 깨버리는 일을 했다. 자살을 시도했다.

“그 당시 저는 너무 우울하고 공허했어요. 그럴 때마다 노래를 만들었어요. 노래에다 푸는 거죠. 할리우드 스타들을 보면 스토리들이 다 마약하고 인생의 시궁창까지 갔다가 뭔가 도전해야겠다고 해서 신화 같은 스토리들을 써 내려가잖아요. 대중들은 그런 스토리들을 너무 좋아하고 열광하죠. 저도 그런 걸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실제로 커터칼 같은 걸로 팔을 그었어요. 그런데 너무 따가워서 용기가 없어서 못 죽은 거죠. 자살 시도를 하면서 우울증도 함께 왔어요.”

한 이름을 발견하다

그는 이미 인기에 취해, 돈에 취해, 여자에 취해 현실을 제대로 보는 눈을 상실해 있다가 극단적인 시도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카일 아이들먼 목사의 ‘나의 끝, 예수의 시작’이라는 책 이름처럼 그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한 이름을 발견했다.

“제안에 씨앗이 하나 있었어요. 예수그리스도라는 이름의 씨앗. 사실 이전에도 불안감과 두려움이 찾아올 때, 분노 조절이 잘 안될 때 제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막연하게 부르고 붙잡았던 이름이 바로 ‘예수그리스도’였어요. 제가 죽을 것 같을 때만 불렀던 이름이었는데, 역시 인생 밑바닥까지 내려가니까 또 부르게 되더라고요.”

예수는 그리스도를 선포하다

그리고 예수는 그리스도를 선포했다고 한다. 방에서 공중에다 대고 선포했다고 한다. 선포할수록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이상한 소리 같지만, 그때 무엇인가가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날 노려보면서 ‘그거 너 아니잖아’하는 거예요. 제방에 아티스트들이 붙여놓는 부적같이 생긴 포스터가 있었는데 그걸 다 뜯어버리고 막 선포했어요. ‘이 집안에 들어와 있는 공중의 권세 잡은 자야, 날 혼미하게 하고, 날 우울하게 만들고, 끊임없이 자살 생각을 가져다주는 사탄 마귀야, 거짓말쟁이야, 살인자야, 내 안에 계신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지금 내 집안에서 떠나갈지어다.’ 이걸 대적기도라고 하는데 집안 전체를 다 돌아다니면서 사탄 마귀가 떠나라고 했어요.”

대적 기도를 하고 새사람이 되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목이 쉴 정도로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선포를 하고 났더니, ‘휴’하고 한숨이 나왔고 그때부터 평안이 임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주 잘 잤다고 한다. 그 안에서 무엇인가가 빠져나간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새사람이 되었다.

“점점 예수님을 따라가다 보니까 제가 추구하던 욕심들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걸 느꼈어요. 어느 정도로 멀어지는 것 같았냐 하면 사도바울처럼 모든 걸 배설물로 여길 만큼 가치 있게 여겨지지 않았어요. 이제 저에게는 돈도, 명예도, 인기도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이 중요하게 됐어요.”

가족들과의 관계도 회복되다

그러면서 가족들과의 관계도 회복되었다.

“엄마랑 관계가 많이 회복됐어요. 엄마랑은 신앙관 때문에 자주 부딪히곤 했는데 엄마가 전도사님이신데도 불구하고 제 믿음을 인정해 주시고 제가 선포자라는 것도 인정해 주셨어요. 그래서 외가댁에서 제가 예배를 인도하게도 해주셨고. 엄마랑은 믿음으로 묶어 있어서 그런지 제가 회복되고 나서는, 더 많이 가까워졌고 이제는 엄마랑 간증 얘기도 하고 포럼도 하고 말씀도 나누고 그래요. 엄마랑 동역자가 된 것 같아요.”

비 오는 날 동생한테 이유 없이 퍼부었는데 이후 동생하고는 회복은 한 걸까?

“동생하고 자주 연락하고 지내진 않아요. 그렇다고 동생이랑 서먹하거나 원수 관계는 아니에요. 단지 이제는 제 주위에 믿음의 형제, 자매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크리스천들과 하는 교류가 더 많아져서 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조금 소홀해진 것뿐이에요.”

기억에 남는 미국 전도여행

그는 정말 거듭났다. 전도 활동도 열심히 다니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작업실 겸 집을 교회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전도 활동을 하고 있는지 그 일화를 소개하면 그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제가 미국에 가서 전도를 하는데, 한 명의 영혼을 더 만나야 할 것만 같은 아쉬움이 있었어요. 택시를 잡으려고 가면서 여기서 만나면 전도하고, 여기서 못 만나면 다음을 기약하자고 생각하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저 끝에서 어떤 여자가 원숭이처럼 비틀대면서 걸어오는 거예요. 필라델피아의 마약 좀비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이상하게 걷는 것처럼요. 폭탄 머리를 하고 옷은 찢어져 있고 눈은 이미 풀린 상태고, 완전 미친 여자 같았어요. 그래도 기도하면서 걸어가고 있던 터라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마지막 영혼인가 보다 생각하고 다가갔어요.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사람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어요. 그래도 예수가 그리스도라고 영어로 얘기를 하고 따라 하라고 했죠. 그런데 눈도 못 맞추고 눈의 초점도 못 맞출 정도의 상태이다 보니 따라 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런데 예수는 따라 했어요. 그러고 나서 제가 한 30~40번 정도 계속 따라 하게 하고 찬양도 불러주고 하면서 예수는 그리스도라는 말을 하길 바랐죠. 그런데 어떤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왔어요. 보니까 행색이 거지 같았어요. 옆에서 있으면서 계속 저를 지켜봤는데 제가 그 사람한테도 예수는 그리스도라는걸 선포하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얼떨결에 고백을 하더라고요”

그의 전도 얘기를 들으면서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구나 다시 한번 감탄했다. 사람의 일은 모르는 거다. 하나님은 인기에 취해, 돈에 취해, 명예에 취해있던 그를 완전 새로운 사람을 만드셔서 예수그리스도를 선포하게 하시고, 미국 할렘가보다 더 위험한 곳에서 전도를 하게 하시고, 끊임없는 열정을 주시고, 이제는 목사보다도 말씀을 더 많이 외우고 말씀을 선포할 정도의 선포자로 서게 하셨다. 그를 보면서 그분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생각하니 미소가 번져갔다. 마지막으로 현재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물어봤다.

“하나님은 살아계십니다. 그대들이 그토록 찾고 원했고 갖고 싶었던 사랑이 바로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이 바로 사랑이시고, 사랑을 온전히 그분께 받으면 그대들의 아픔과 상처는 100퍼센트 완치가 될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분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이 한마디의 고백입니다.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삼일 만에 부활하신 ‘예수는 그리스도’. 이 고백을 꼭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는 계간 ‘치유’ 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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