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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안공동체 탐방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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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11월 06일 (월) 13:13:47
최종편집 : 2023년 11월 10일 (금) 05:35:10 [조회수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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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안공동체 탐방을 마치고

 

이정아사모
부천선한목자교회/물푸레나무청소년공동체 대표

 

1. 세이비어교회를 향하며

 

2023년 9월20일(수)-10월4일(수)까지 한국서번트리더십훈련원(유성준교수)과 함께하는 미동부 대안공동체탐방과 뉴욕후러싱제일교회(김정호목사) 한어회중 창립 50주년 기념 ‘희년목회 희년교회’ 컨퍼런스에 발제자로 참여하며 2002년 안식년에 방문했던 세이비어교회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2002년 당시 우리는 작지만 이웃을 섬기는 교회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소년소녀가장돕기(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다.), 독거 노인 도시락나눔방문, 비행 청소년 (역시 현장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 축구팀, 공원 무료 급식 등이 10년 동안 교회가 했던 일들이다. 사실 쉽지 않았다. 전임 목회자의 개인적인 문제로 교회가 이미 갈라지고 해체가 된 상태에서 남아 있는 교인들 20여 명은 새로 온 후임 목회자에게 교회 부흥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끝까지 교회를 지키겠다고 남아 있던 교인들이 감당하기에는 그들의 상처와 후유증이 컸던 시기에 쉽지 않은 새 출발이었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10년의 교회사역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로 가야할 지 길을 찾아야 했다. 이 방법이 아니라면 어디서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하나님께 물어야 했다. 한 달의 작정 기도를 마치고 세이비어 교회를 만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 페스티벌 센터앞에서 23년 미국공동체탐방팀과

2002년 세이비어교회를 방문하며 사역 현장들을 소개받았다. ‘그리스도의 집’과 ‘토기장이의 집’, ‘선한목자 방과후교실’, ‘사마리아-여인숙’, ‘침묵 수련원’ 등. 참으로 놀랍고 감격적인 현장들이었다. 교회가 있으나 없다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일주일의 짧은 방문으로 본 세이비어는 너무 멋진 교회였다. 더 많이, 더 깊게 그 가능성을 알아보고 싶었다. 이 교회의 힘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목회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 교회가 가능한지 등을 경험해야겠다고 결심하고 6개월을 세이비어 공동체에 남았다. 사역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교회가 힘겨워하고 서로를 상처주는 상태의 나의 교회공동체로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참여는 ‘선한 목자 사역의 방과 후 교실’이었다. 이민자 자녀들, 초등학교 방과 후 활동이었다. 매일 이곳에 봉사자로 활동하고 끝나면 인근의 장애인과 생활하고 있는 ‘라르쉬 공동체’의 저녁 식사 모임에 참여했다. 또 ‘페스티벌 센터’의 서번트 리더쉽 과정에서 고든 목사님이 진행하는 강좌에 등록하고 한 학기 동안 고든 목사님과 만나는 경험을 했다. 길을 모르겠다고 시작한 여정에 세이비어 교회와 고든 목사님과의 만남은 큰 위로이자 배움의 장이었다. 처음 경험하는 미국의 생활과 봉사활동에 센터의 담당자는 아이들을 만나는 활동이 적당하다고 제안하고 ‘선한 목자 사역’의 리더인 바바라 무어를 소개해주었다. 그녀는 매우 친절하게 나를 사역으로 안내하고 고든의 영적 자서전 숙제를 할 수 있도록 도왔고 공동체의 여러 활동과 침묵 수련원 등에 초대하고 자신의 집과 친구들과의 만남에도 초대했다. 나의 영적 안내자로, 어머니로 나를 환대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시작하게 된 아이들을 위한 좋은 주말 활동은 이 경험에서 온 것이었다.

6개월의 세이비어 교회의 영적 여정을 마치고 돌어오니 남편은 부목사에게 담임목회자 자리를 내어주고 새로운 시작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헌신과 노력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이 있었으나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쁘게 교회를 떠났다. 집에서 가정 예배를 드리고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기도를 했다.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 성도들의 자녀들과 이웃의 아이들과 주말학교를 시작했고 어린이 그림책 도서관, 장애 공동체와 사는 공동체가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 공동체는 세이비어교회를 통해 보여주신 지역을 섬기는 작은 공동체의 역할을 동의하고 출발한 새 공동체이다. 우리에게 이전 교회 공동체와 같은 사역의 방향에 대한 갈등은 전혀 없다.

물푸레나무 어린이 그림책 도서관은 청소년공동체로 바뀌었고 거리에서 청소년을 만나는 청개구리 식당을 운영하는 활동으로 확대되었다. 정신장애인과 사는 공동체도, 좋은 주말활동도 이제는 없다. 대신 대안 가정공동체 ‘샬롬빌리지’ 사역과 어린이 식당 ‘마루’, ‘두루두루’ 식당 등의 사역으로 각각의 서번트 리더들이 일하는 사역이 새롭게 생겨났다.

한국교회의 현장에서 세이비어교회의 모델을 실험하고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작은 공동체가 하고 있는 사역들이 워낙 급진적인 사역의 현장들이기도 했고 공동체의 훈련의 과정들이 수월하지 않았다. 3년의 리더쉽 훈련 과정과 관상기도 훈련, 하루 세 번의 정해진 기도시간과 하나님께 드리는 일정한 공동체의 노동 시간을 지키고 리더들의 공동 재정을 실천했다. 작게 사역별로 나뉘어 사역공동체를 형성하도록 교회의 멤버들이 서로를 지원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 공동체는 멤버쉽을 이룬 교회 멤버가 10여 명인 작은 공동체이다. 세이비어공동체를 통해 인도하신 하나님의 이끄심을 믿고 지금까지 왔다. 최근에 시작되는 노숙인 사역과 목회 훈련 그룹과의 만남은 새롭게 출발되는 사역들이다.

한국 사회의 현실과 교회의 역할을 상기하며 신앙공동체의 새로운 자기 점검과 새 출발이 요청되고 있다. 21년 만에 다시 세이비어공동체를 만나기 위한 여정에 동참했다. 이번 여정은 한국서번트리더십훈련원과 뉴욕 후러싱 제일교회가 함께하는 ‘희년목회, 희년 교회 컨퍼런스’ 참여를 시작으로 ‘브루더호프 공동체’, ‘아미쉬 공동체’, ‘메노나이트 공동체’와 뉴욕의 노숙인 사역인 바우리 미션 탐방과 세이비어 공동체 방문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함께 이번 탐방에 참여한 분들은 모두 한국 사회에서 각자의 서번트목회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는 공동체의 사역자들과 동역자들이어서 서로에게 좋은 동기부여와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지속적인 협력과 기도로 더 넓은 연대의 확장을 기대하게 된다.

 

2. 신앙생활 공동체 브루더호프를 만나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은 만남은 ‘브루더호프 공동체’였다.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공동체여서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이곳의 박성훈 형제 가정은 공동체를 이해하고 가까이 가기에 좋은 안내자였다. 17년 전 공동체에 들어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 이 가정이 몹시 용감해 보였고 신앙생활 공동체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고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특히 공동체 내의 학교를 돌아보며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하고 있는 활동과 익숙한 모습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과 쥬스를 만들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갑자기 한국의 우리 아이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이래야 하는데...’ 자연에서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이 아이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되어 보이는 작은 아이가 어른의 도움이 없이 자전거를 혼자 고치고 있었다. 생활 속에서 배우고 자기의 역할을 해내고 마음껏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의 삶은 감동 그 자체였다. 사실 한국의 입시 위주 교육과 경쟁을 바탕한 현실을 비관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 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 내심 마음 한 켠에서 무력감이 있었다. 우리 인간의 삶의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가 생겼었다면 이곳의 현실을 마주하며 세상 다른 한 곳에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아쉽지만 동화같은 이상한 이 나라, 하나님의 나라 공동체가 나의 현장에서도 실현될 수 있을지 조심스레 꿈꿔본다.

 

   
▲ 아이들이 짓고 있는 농장의 축사

노인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배려되고, 함께 공동체에 기여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곳, 젊은이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농사를 짓고, 가구를 만들고, 음식을 준비하는 곳,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하고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모여 노래하고 축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곳, 이곳은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해내고 있었다. 우리가 이 공동체에서 배우는 것은 철저히 자신의 사적 소유를 포기한 삶, 공동체와 하나되고 공유하고 나름의 자유를 보장해주며 만들어가는 하나님 나라의 가능성이다. 용감하고 본질적인 그리스도 공동체의 본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이런 공동체가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꽃피고 열매 맺게 되기를 기도한다.

 

3. 내적 여정을 향하여

 

아미쉬 공동체와 메노나이트 공동체를 간단히 돌아보고 세이비어교회를 만나러 워싱턴으로 향했다. 21년 전의 추억과 만나러 가는 길은 약간의 긴장을 주었다. 내가 만났던 공동체가 여전히 그곳에 있을지 그들은 아직도 나에게 신선한 충격과 도전을 줄지, 과거의 현장을 만나러 가는 긴장으로 잔뜩 힘이 들어갔다.

고든 목사님이 없는 세이비어 공동체는 그의 말대로 그가 없어도 지속되고 있었다. 아니 너무나 잘 자라나 있었다. 교회의 해체가 아니라 그의 목회 철학대로 소명에 따라 세워진 소그룹들이 너무나 잘 성장하고 크게 성장해 있었다. 페스티벌 센터는 기도실과 모임을 위한 홀을 남기고 새롭게 변했다. 3층과 4층에는 비영리단체들의 공유 오피스가 생겨 다양한 비영리 조직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그동안 진행되던 대면 서번트 리더쉽 학교는 잠정 중단되었다고 한다. 센터의 총무인 Bill Mefford는 고든이 살아있을 때 그를 만나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고든이 없는 지금은 그때만큼의 영향력이 없다는 고백을 솔직히 해주었다. 초기 멤버들이 이제 80대를 넘기고 나이가 들며 젊은 세대들에 의한 공동체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볼 수 있었다.

 

   
▲ 씨타센터와 센터를 설명하는 바바라 무어
   
 

새롭게 리모델링한 ‘토기장이의 집’에서 나의 영적 어머니인 바바라(Babara Moor)를 만났다. 몸이 좋지 않은 남편을 집에 두고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어 만나주었고 ‘선한 목자사역’이 사라지고 ‘씨타 교육센터’가 새롭게 시작된 이야기와 ‘희년 주거사역 아파트’들을 돌아보는 안내를 손수 해주었다. 워싱턴 백악관 북쪽 지역이 ‘도시의 고급화’(Gentrification)가 이루어지며 그 지역에 살던 빈민들이 이곳에서 쫒겨나지 않도록 건물들을 구입하여 수입에 맞는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고 그 수를 점점 더 늘려가고 있었다. 한 희년 주택의 1층에는 100여평 정도의 센터를 만들어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예술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소극장에서 아이들은 드라마를 배우고 공연도 하고, 작은 교실 등에서 악기를 배우고, 무용실에서는 뉴욕의 발레단의 봉사로 발레를 배우고, 각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의 수업을 신청할 수 있다. 방과후 교실의 역할을 하던 선한 목자사역이 담당교사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았지만 오히려 더 큰 예술교육의 공간이 세워져 있었다. 구석구석 공간을 돌아보며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공동체의 힘에 감탄했다.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한 것은 자신의 소명을 잘 발견하고 소그룹과 비젼을 나누고 함께 시작하는 이들의 강력한 영적 연대와 미국이라는 사회의 펀딩의 문화와 관련이 있다. 마약중독자들의 주거를 지원하는 ‘새공동체 교회’(Jim Dickerson목사) 역시 90여 가구가 들어 갈 임대주택(Affordable Housing)을 교회 옆에 부지를 구입하고 건축을 준비하고 있었다. 40여 년의 시간 동안 마약중독자들과 함께 살며 공동체를 이뤄 온 그들의 영적 여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들일 것이다. 소명을 찾아 가는 일에 잘 훈련 된 공동체의 모습을 다시금 확인했다.

 

   
▲ 데이 스프링 수양관에서

이번 방문의 특별함은 ‘데이스프링 침묵 수련원’에 머문 이틀 밤의 경험이다. 20년 전 세이비어 교회는 내 교회의 사역을 새롭게 출발하게 해준 경험과 외적 여정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인도해 주었다면 이번 여정은 외적 사역의 뿌리인 내적 여정의 중요성과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었다. 공동체의 의무인 침묵 기도의 공간에 머무르며 비록 아침 시간과 저녁 시간의 머무름이었지만 아늑하고 평화로운 경험이었다. 새벽 산책 가운데 마신 공기의 신선함과 고요함 속의 새소리와 따스한 햇살의 축복 그 길들을 걸었을 영적 공동체들의 발자취를 느끼며 그 속에 잠시지만 내가 있을 수 있어 기쁘고 감사했다. 고든 목사님과의 20년 전 약속을 항상 마음에 두고 살아왔다. 한국에 돌아가 세이비어 교회와 같은 공동체를 시작하겠다는 약속, 그 약속을 마음에 가지고 살아왔고 이제 다시금 그 자리에 서며 다시금 걸어가게 될 영적 여정을 묵상해본다. 그분이 이끌고 가실 이 땅 위에 그분의 나라를 위해 주님의 친절하신 요청과 안내를 믿고 기다리며 지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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