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웅 목사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교회 안의 물음과 도전이 거센 시대에 에큐메니칼 운동의 역사와 현재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불러주시니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난 두 번의 모임에서 대단히 적절한 강사님들의 발표를 통하여 에큐메니칼 운동의 정의와 역사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안재웅 박사님은 아시아와 세계교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국교회가 자랑하는 에큐메니칼 지도자이시고, 이찬석 교수님도 감리교회에서 에큐메니칼 신학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분이라 반갑고 고마웠다. 두 분의 발표를 통하여 확인된 것처럼 현대 에큐메니칼 운동은 교회의 분열을 극복하고, 이 땅에 복음을 전하는 기독교회의 신앙고백적 실천이다. 세상을 보는 기독교의 관점과 그에 대한 신앙고백으로 인하여 “교회일치”와 “선교”라는 현대 에큐메니칼 운동의 두 기둥을 정립하였다. 

이 발표는 세계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21세기 에큐메니칼 운동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다. 발표자는 2022년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 제11차 총회에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두 명의 중앙위원 중 한 명으로 선출되었다. 세계교회협의회 제11차 총회에서 나누었던 논의들과 지난 6월 열린 중앙위원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8년간 진행될 세계교회협의회의 신학과 정책 방향을 소개하고, 세계교회와 한국교회가 걸어갈 에큐메니칼 운동의 미래를 생각하고자 한다.  

교회를 둘러싼 상황들

에큐메니칼 운동의 일반적 정의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연합하여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를 수행하는 것이다. 선교의 현장은 세상이다. 하나님의 구원의 의지는 세상을 향한 것이지 교회를 위한 것이 아니다. 에큐메니칼 신학은 1961년 세계교회협의회 제3차 뉴델리총회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선언하면서 교회중심의 선교에서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었다. 이후 복음주의 신학과 운동도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수용하였고, 현대 선교신학은 하나님의 선교를 기본으로 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구원받은 성도의 공동체로 세상 안에 존재하며 세상을 향하여 나아간다. 때문에 선교의 현장인 세상의 상황을 분석하는 것은 교회의 일차적인 과제이다. 

세계교회협의회는 총회를 중심으로 세계교회의 중심 과제를 설정하고 공유한다. 동시대의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문제를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극복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다. 열 한 번의 총회 주제들은 교회가 바라본 세계적인 상황과 교회의 신앙 실천의 방향을 보여준다.  

21세기의 교회를 둘러싼 상황은 이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로 가득하다. 2013년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린 총회는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주목하며 생명, 정의, 평화의 메시지를 선포하고, 9년 동안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걸어왔다. 제11차 총회 현재 세계교회협의회의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진행하는 구조는 다음과 같다. 

제11차 총회는 부산총회와 달라진 상황 속에서 열린 총회로 인류를 위하여 교회가 마주한 여섯 가지 도전들을 제시하였다. 이 도전들은 교회가 직면한 상황이며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다. 제11차 총회 주제 해설서는 이 도전들을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1) 코로나19
온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고, 더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슬픔에 잠기고, 부서지기 쉬운 허약함에 내몰리며, 미래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시기는 우리를 무릎 꿇게 한 파열된 시간으로, 많은 사람들과 지역 사회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겨줬고 일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절망했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겸손함을 배웠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와중에도 서로가 연결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사랑과 지지가 필요하지만 그럴수록 사랑을 표현하고 생생하게 드러내기가 더 어려워진다.

코로나19는 또한 서양 사회에서 그토록 많은 이들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자립 자조, 독립, 개인주의 가치들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우리 인간은 창조 세계의 주인이 아니라, 창조 세계의 일부이고 극히 취약한 존재라는 것이 자명해졌다.

팬데믹은 또한 세계의 많은 불평등 상황을 더 분명하게 드러냈고, 우리 시대의 가장 중대한 도전들에 대한 의식을 고조시켰다. 교회들 역시 예배드리고 성례전을 집례하고 세상에 봉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였으며, 때로는 국가권력과의 관계, 하나님과 그 백성을 섬기는 일 등에 관한 논쟁을 진행하기도 했다. 

창조 세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고통과 고난으로 울부짖는 소리와 지역 공동체와 민족이 외치는 저항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세상 사람들은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괴롭고 무기력”하다. 세상의 모든 사람, 특히 가장 고통받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언제나 그러했듯 그리스도는 긍휼을 베푸신다.

2) 기후 변화
우리는 기후가 변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인간이 한 일 때문에 기후가 변한다.
우리 인간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구는 인간의 지배욕으로 신음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특히 젊은이들이 요즘의 기후 위기에 관해 얘기한다. 에베레스트 정상(쓰레기)에서 바다 밑바닥(플라스틱)까지, 시베리아(기록적인 고온)에서 킬리만자로(“영원한” 눈이 사라지고 있음)와 태평양 섬(많은 곳이 물에 잠길 수 있음)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지구 생체 신호들은 인간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많은 생물 종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우리 모두가 의존하고 있는 창조 세계의 풍요로운 생물다양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우리는 한계를 모르는 삶이 한계를 모르는 파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배웠다.

많은 과학자가 지구는 오늘날 인류세(Anthropocene, 人類世)라고 불리는 지구 역사의 새로운 시기에 있다며, 특히 지난 200년 동안의 산업화 기간에 인간 지배의 영향은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고 진단한다. 인류는 창조 세계를 돌보는 데 실패했고,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창조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은 이제 모두의 변화와 회개를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창조의 첫 열매인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들로서 미래를 향한 담대한 희망으로 살아간다.

3) 불평등
우리는 세계의 부가 극소수의 손에 집중되고 국가와 국가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글로벌’ 경제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불평등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심화되기만 했다. 일부 지역은 수많은 도전과 함께 전염병에 대처하는 일이 마지막 지푸라기처럼 보이기 때문에, 많은 국가가 경제적 파멸의 낭떠러지에 내몰리기도 했다. 일부 국가와 국민은 국제협약과 국제원조로부터 후퇴하고 “우리부터 살자”는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 세계의 현실은, 목자 없는 양처럼 살아가는 고아와 과부와 외국인 등의 “가장자리” 사람들을 긍휼하게 여기는 성경의 전통과 상반되게 돌아가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과 맺은 언약의 신실함에 도전하는 것이다. 최근 많은 교회와 에큐메니컬 단체들은 새로운 국제 금융과 새로운 경제 설계를 통해 “생명의 경제”를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우리는 또한 끔찍한 만행들을 목격하기도 했으며,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 Black Lives Matter)라고 부르짖는 예언자적인 선포를 접하고, 백인 우월주의를 지지하고 인종차별주의를 부추기는 불평등에 맞서는 강력한 저항을 경험하기도 했다.

에큐메니컬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스 1세는 지난 제7차 연례 G20의 종교 간 포럼 대표자들에게 보낸 음성 메시지에서, BLM운동과 관련하여 “무한한 인간의 생명 가치는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 그래서, 인간은 시장가치나 교환을 위한 상품가치로 환원할 수 없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

인간의 존엄성에는 피부색, 성별, 나이, 민족 또는 종교가 따로 없다. 모든 사람은 동일한 가치를 지니므로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며, 그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 기회를 빌어 모든 형태의 구조적 불평등, 인종주의, 자민족 중심주의, 부족주의, 카스트주의 그리고 계급주의 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정책 입안자와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불의와 모든 형태의 차별 관행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4) 디지털 혁명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 혁명은, 이전의 산업 혁명보다 훨씬 더 급진적인 세상을 낳을 수 있다. 우리가 살고, 말하고,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는, 많은 경계를 넘어 함께 소통하고 일을 가능하게 하여, 직접 만나지 않고도 의사소통을 원하는 사람들의 필요에는 부응하지만, 결국 인간 이해에 대한 근본적이고 불편한 물음에 직면하기도 했다. 

대면 소통이 후퇴하면서 경우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소외를 낳는다. 미래에는 인간의 육체적인 한계나 정신적인 한계까지 극복하게 되어 오늘날의 “인간”을 의미하는 것이 더는 그때의 “인간”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공 지능, 알고리즘, 기계 학습, 보다 “완벽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생물학적 연구, 로봇의 개발 및 사용 -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자유와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제기할 것이다.

5)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소망과 확신의 상실
많은 사람이 정부, 국제 포럼 또는 국제협력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 자유의 상실과 인권의 유린을 목격한 세상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는 일치보다는 자기중심주의와 분열로, 보편적이고 국제적이기보다는 지역이기주의로, 모든 인류가 하나라기보다는 차별과 개별 정체성에 대해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

사람들 간의 폭력이 난무하고, 땅을 잃고 난민이 되거나 박해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여성과 어린이들이 갖은 폭력에 시달리며, 수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인간의 근본적인 취약성과 불안과 공포에 신음하고 있어 전 세계가 고통으로 울부짖고 있다. 이러한 고통과 불의한 현실 앞에서 세계의 여러 정부나 조직들의 효율성은 제한되며, 오히려 고통과 불의를 심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곳곳에서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사건들을 만들기도 했다. 이웃을 돕고, 정부와 보건 기관이 구호를 위해 노력하고, 과학자들이 백신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위해 애를 쓰고, 국가가 함께 협력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세계는 새로운 연대와 새로운 희망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이 ‘사랑’을 공공의 무대에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기후 위기, 빈곤 문제, 건강 이상과 같은 의제들 앞에서는 인간이 하나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팬데믹은 이 진실을 명백하게 했다.

6) 세상은 평화와 정의를 부르짖는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나, ‘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가 열릴 2022년 세상이나 모두, 온갖 불의로 가득하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고통받는 사람으로, 고통받는 피조물로, 고통받는 지구로 훼손된 세상이다. 사람들이 계속 기도하고 평화를 갈망하는 동안에도 여러 곳에서 – 때에 따라 비극적이게도 종교의 이름으로까지 행해지는 – 끔찍한 전쟁과 폭력이 일어난다. 소수는 잔치를 벌이고 다수는 굶어 죽으며 극심한 불평등과 불의가 만연한 세상이다. 인간이 계속해서 인간에 대한 지배를 행사하고 타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일부를 배제하고 억압하는 권력 행사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창조 세계 자원이 계속 착취당하고 남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의 고향인 지구를 나누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회개와 쇄신이 요구된다.

세계교회협의회 제11차 총회를 이 도전들에 대한 교회의 대응과 극복 방안을 모색하는 총회였다. 총회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관점에서 이 도전들에 대응하는 과정을 “화해와 일치의 순례”로 명명하였다. 다음 총회까지 세계교회는 화해와 일치라는 가치에 의거하여 인류가 직면한 도전들에 대응해 갈 것이다.  

제11차 총회의 논의와 성과

세계교회협의회 총회의 주요 논의는 문서로 정리되어 발표된다. 이번 총회는 네 개의 성명서와 네 개의 회의록을 채택하였다. 성명서는 다음과 같다. 

1) 평화 성명서. 갈수록 고조되는 양극화와 국가 간 전쟁,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인종차별, 경제적 불의 등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것에 대항하며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끌기 위해 교회의 역할, 즉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현할 것을 선언하였다.

2) 환경 성명서. 이번 총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성명서이며,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새 위원회를 정식으로 조직하기로 하였다. 향후 8년, 2030년에 개최될 제12차 총회까지 세계교회협의회의 가장 중요한 운동이 될 예정이다.

3) 우크라이나 전쟁 성명서. 총회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규탄하며 휴전과 평화를 촉구하였다. 성명서는 러시아의 군대 철수 및 국제 사회의 중재 역할을 촉구하며 교회 역시 화해와 치유, 위로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하였다.

4) 중동문제 성명서. 중동에서 자행되는 모든 폭력을 단호하게 규탄하면서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스라엘이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을 세워 팔레스타인인을 차별 대우하는 것에 대한 표현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총회는 중동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국제법 수호 촉구 및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강조하였다.

네 개의 회의록은 다음과 같다. 

1) 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회의록.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밝혔다. 현재 휴전 중이지만, 언제 또 전쟁이 발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의와 인권을 염려하며 항구적인 평화를 호소하였다.

2)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 회의록. 회원 교회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은 한국 전쟁의 종식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나아가 평화 캠페인 실행 및 한국 교회와의 연대를 새롭게 하기로 결정하였다. 

3) 시리아-아람 집단 학살 의사록. 1915년에 일어난 이 살상으로 50만 명이 넘는 시리아계, 아람계 그리스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제10차 부산총회 역시 이 문제를 ‘아르메니아 대학살’과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었다. 현재 대다수의 국가가 관계악화를 우려해 이 사건을 집단학살로 공식화하지 않고 기피하는 상황에서 총회는 이 사건을 집단학살로 인정하고 ‘시리아-아람 집단학살’로 공식 명명하였다.

4) 서(West) 파푸아 의사록. 서 파푸아는 인도네시아로부터 수많은 억압과 탄압, 종교적 차별을 받았다. 기독교인이 대다수인 원주민들이 계속되는 인도네시아의 폭압에 맞서 시위를 벌이던 중 수십 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총회는 이러한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인권 보호를 촉구하고, 평화를 위해 세계 교회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권고하였다.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정치, 경제, 사회적 현상들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교회의 실천적 대응을 요청한다. 가장 기본적인 요청을 함께 기도하는 것이고, 국제연합과 같은 국제기구, 인도주의를 실천하려는 국가의 당국자들과 언론과 협력하여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회의록이 채택된 것을 그러한 요청과 실천을 진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한반도 평화 회의록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반도 종전과 평화구축에 관한 회의록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2013년 10차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부산총회에서, 분단된 한민족의 평화, 화해, 통일을 위한 지속적인 모색으로 세계 에큐메니컬 운동의 이목을 끌었기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선언>(2013)을 성명서로 채택했다. 세계교회협의회는 다음 11차 총회를 맞이하는 기간 동안 한반도 평화이슈에 대한 참여를 적극 독려해왔고, 이 이슈와 관련된 여러 기획들과 활동들을 수행하였다.

세계냉전체제 하에서, 한반도와 그 민족들이 분단된 지 77년이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서명했음에도, 지금까지도 한국전쟁은 공식적으로 끝맺음되지 않았다. 세계교회협의회는 지난 40년 동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이 함께 평화적 대화(dialogue)와 협력(cooperation)을 지속시키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세계 에큐메니칼 연대(solidarity)를 조성해왔다.

WCC부산총회라는 한반도 평화에 희망 가득한 순간 뒤에, 남북의 긴장이 고조된 시기를 겪었다. 한편, 잠재적으로 다시 시작된 긴장이 재앙적인 갈등의 위험이 확대되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위협이 다시금 고조된 이 시기에 부산총회의 유산을 계승하며,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린 11차 총회기간 중 한반도의 평화, 화해, 그리고 통일을 위한 세계교회협의회의 주요한 기여를 인정한다. 그러므로:

강력히 요구한다.
세계교회협의회 회원 교회와 파트너들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공동예배>, <한반도 평화통일과 협력을 위한 에큐메니칼 포럼>(EFK), <한반도 종전평화캠페인>(Korea Peace Appeal Campaign)이 전쟁을 끝내고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하여 2023년 정전협정 70년이 되는 해, 전 세계 1억 명의 서명을 목표로 진행하는 캠페인을 통해 한국교회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동행하며 다시금 세계교회와의 연대를 재(再)갱신하기를.

기도한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의 기독교 자매와 형제들을 위하여, 분단으로 인한 서로의 정치적 이유들이 해결되고, 평화통일이 이루어지기를

제69차 중앙위원회 

세계교회협의회 제69차 중앙위원회가 6월 21일부터 2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교회협의회 본부에서 열렸다. 세계교회협의회 제11차 총회에서 선출된 150명의 중앙위원회 위원들이 모인 첫 회의였다. 150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136명이 참석하였고, 세계교회협의회와 협력하는 국제기독교단체들과 지역 교회협의회 임원, 본부 직원들과 자원봉사자(스튜어드) 150명이 참석하여 7일간 회의를 진행하였다. 총회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계획하는 중앙위원회는 (1) 제11차 총회 이후 정의와 화해, (2) 일치의 순례의 전략적 방향과 계획, (3) 차기 총회까지의 프로그램과 업무에 관한 재정과 홍보 방안, (4) 기후정의위원회 등 주요 단체의 프로그램 논의, (5) 분과위원회와 협동위원회 위원 선정, 신규 회원 가입 신청 등을 논의하였다.

제리 필레이 총무는 2030년 총회까지 진행할 중점계획(Strategic Plan)을 제안하면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목적을 설명하였다. (1) 교제를 강화하고 연대와 협력을 심화한다. (2) 변화를 만들어내는 제자로서 함께 증거한다. (3) 영성과 응답, 단결을 북돋는다. (4) 혁신적이고 영감을 나누는 소통을 강화한다. 이 계획은 제11차 총회의 주제에 따라 8년간 정의, 화해, 일치의 순례라는 세계교회협의회의 방향을 담고 있다. 

여섯 개의 상임위원회 중 인선위원회는 세계교회협의회의 주요 사업들을 진행하는 분과위원을 선정하였다. 한국교회에서는 신앙과 직제위원회 최상도 교수(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영남신학대), 교육위원회 위원장 정미현 교수(한국기독교장로회, 연세대), 국제위원회 신승민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청년위원회 이은재 전도사(기독교대한감리회, 서광교회), 로마가톨릭교회와 협동위원회 김정형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연세대), 오순절교회와 협동위원회 김한호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춘천동부교회)가 선정되었다. 11월 실행위원회에서 구성되는 기후정의위원회에 한국교회 추천 인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번 회기 가장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분과위원회에서 한국교회의 참여와 기여가 확대되리라 기대한다. 

프로그램위원회는 총무가 제시한 “중점계획 2023-2030”에 의거한 2023-26년 목표와 지표를 추가하고, 정의, 화해, 일치의 순례에 대한 공동 이해를 위한 신학적 기반 개발, 에큐메니칼 대화 보고서를 발송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와 함께 “정의, 화해, 일치”, “성 정의”, “인종차별 극복”,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를 다루는 네 개의 참조그룹을 조직하기로 했다. 정책위원회는 나이지리아루터교회, 중앙아프리카장로교회, 국제사도오순절교회, 독일개신교자유교회연합의 신청서를 심사하고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였다. (1) 2025년 중앙위원회까지 같은 지역의 세계교회협의회 회원교회의 동의를 얻을 것, (2) 대기 기간에 회원교회 전체의 찬성 여부를 확인할 것. 이러한 논의는 총회 주제였던 화해와 일치의 순례라는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며, 화해라는 표현 안에 정의가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중앙위원회는 정전 70주년을 맞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성명서를 포함하여 네 개의 성명서와 세 개의 회의록을 채택하였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성명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전 70년,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성명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이 양쪽으로 갈려 있는 것을 하나로 만드신 분이십니다. 그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 사이를 가르는 담을 자기 몸으로 허무셔서, 원수된 것을 없애시고,”(엡 2:14)

“악한 일은 피하고, 선한 일만 하여라. 평화를 찾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시 34:14)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는 최근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 그리고 북측의 미사일 실험과 같은 군사적 대응의 악순환으로 한반도 내 전쟁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갈등과 긴장의 고리를 끊어내고 평화와 대화의 길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전 세계의 비핵화를 위해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땅에서 긴장과 대결의 구도가 다시 증폭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아직 공식적으로 종전이 선언되진 않았으나 올해가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정전 70주년이 되는 중대한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합니다.

2019년 하노이에서 개최된 북미 정상회담이 돌연 결렬된 이후 남북관계는 크게 약화되어 왔습니다. 2020년 6월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철거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남북 정부, 민간단체, 시민사회, 교회 공동체간의 소통이 완전히 단절되었고 이와 같은 정황에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WCC는 40여년 가까이 남북의 그리스도인들 간 만남을 주선하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 에큐메니칼 연대를 지지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제사회의 혼란 속에서 2019년 12월 이후 조선그리스도교연맹(Korea Christian Federation, KCF)과의 교제가 성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암울한 상황을 마주하며 우리는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자매와 형제들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분단으로 갈라진 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남과 북의 그리스도인들이 주도하는 에큐메니칼 공동 증언과 연대행동이 재개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현재 고조되고 있는 도발과 대결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의 대전환이 시급합니다. 한국전쟁의(1950년~1953년) 종전을 공식적으로 선포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입니다.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 여전히 휴전에 봉착해 있다는 것은 갈등으로 치닫는 남북관계를 보다 불안정하게 심화시키며 더불어 현재 한반도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건설적이지 않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 간 오랜 신뢰와 약속이며, WCC도 이를 전폭 지지하고 있습니다.(평화협정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지난 11차 카를스루에 총회에서 채택된 한반도 평화 의정서와, WCC의 ‘평화의 빛’ 프로젝트에 반영된 것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중앙위원회는 한국전쟁에 공식적인 종전을 선언하고 1953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를 시급히 취할 것을 아래와 같이 깊이 호소합니다.

우리는, WCC의 모든 회원교회와 에큐메니칼 협력 파트너, 특히 1950년~53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국가의 교회공동체가 각 해당국 정부와 함께 한반도 화해와 평화협정을 공동으로 지지할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미국, 일본, 한국, 북한 정부가 역내 대결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적인 발언과 군사적 행위를 자제하며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상호 대화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 능력의 고도화는 여전히 자제되어야 하지만, 북한 주민과의 민간교류와 협력, 정치적 대화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대북 제재 ‘최대 압박’ 완화를 강력히 권고합니다.

우리는, 깊은 신뢰와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앞당기는 중요한 매개로서, WCC 사무국이 가능한 한 시급히 전 세계 에큐메니칼 공동체의 대표자들과 함께 남북한 그리스도인들 간의 실질적인 ‘민民 - 민民’ 교류를 속히 재개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WCC의 회원교회와 에큐메니칼 협력 파트너 그리고 세계의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한반도 땅에서 “평화를 이르게 하는 일들”(눅19:42, 롬14:19)에 대해 성찰하고, NCCK가 추진하는 ‘한반도 종전평화캠페인(Korea Peace Appeal)’을 지지하며,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2] 적극 동참할 것을 요청합니다. 한국교회와 연대하여 지역과 세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일구기 위한 노력에 전 세계 에큐메니칼 공동체가 참여할 것을 권면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서로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2023년 6월 26일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

 
에큐메니칼 운동의 미래

지금까지 세계교회협의회 총회와 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현대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요 주제들을 살펴보았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두 축인 교회일치와 선교의 관점에서 교회가 속한 세계의 상황을 통찰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지나고 있지만 그 외 다섯 개의 도전과 상황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도전에 대한 세계교회협의회의 응답은 화해와 일치의 순례가 될 것이다. 

많은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중요한 요청은 청년과 평신도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국가와 대륙과 세계 차원에서 이러한 요청을 반영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과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교회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신앙적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교회협의회가 준비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로 “니케아 2025”이다. 325년 열린 최초의 공의회였던 니케아회의를 기념하며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2025년 8월 28일-9월 3일 예정된 세계대회의 주제는 “가시적 성례전을 위하여 현재 위치는 어디인가?”(Where Now for Visible Communion?)이다. 신앙과 직제위원회를 중심으로 현대적 의미의 예배와 교회론을 연구하고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1,700년 전 니케아에 모였던 공교회의 논의와 성과들을 진지하게 다시 고찰하고 새로운 해석과 실천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를 선언한 초대교회 교부들의 신앙고백과 실천을 오늘의 교회가 어떻게 재해석하고 적용할 것인지 기대한다. 

안재웅 박사님이 첫 모임에서 제시한 에큐메니칼 운동의 열 두 가지 과제 역시 교회일치와 선교를 중심으로 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중요한 과제들이다. 예를 들어, 교회의 일치와 갱신, 해방의 복음, 정의와 평화, 화해와 치유, 생명과 환경,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등, 바닥공동체 강화, 돌봄의 선교, 하나님의 나라 확장, 전통종교와 사상, 전통문화와 민담, 전통음악과 미술 다듬기, 아시아신학, 통일과 복지 등이다. 한반도의 그리스도인으로 평화를 만드는 사명도 대단히 중요한 교회의 과제이다. 또한 구조적 차원에서 국내 사역과 아시아 지역의 사역, 국제적 차원의 사역은 유기적인 연대와 협력을 통하여 교회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다음 세대에 에큐메니칼 신앙을 전수하는 것도 필수적인 과제이다. 

지난 5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 교회와 에큐메니칼 리더스회의”의 주제인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가 에큐메니칼 운동의 많은 과제를 포괄하는 미래 교회의 사역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는 세상을 섬기는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에 대한 세상의 요청과 기대에 부응하는 방법은 자기를 부인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는 선을 이룰 것을 믿는다.  
* 박도웅 목사는 미국 드루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하였다. 동인교회 담임목사이며, 배화여대와 강서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감리교회와 에큐메니칼 운동』, 역서로 『웨슬리 vs 칼빈』, 『에큐메니칼 선교학』이 있다. WCC 제10차 총회(부산) 한국준비위원회 행정사무국장, 제11차 총회(카를스루에) 한국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22년, 제11차 총회에서 중앙위원으로 선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