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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걸을 거란 딸이 걷게 됐어요”interview ‘소아 뇌전증’ 딸을 둔 김예랑 집사
최윤희  |  youloveme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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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4월 20일 (목) 21:16:32
최종편집 : 2023년 04월 25일 (화) 23:43:18 [조회수 :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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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소아 뇌전증’ 딸을 둔 김예랑 집사

“못 걸을 거란 딸이 걷게 됐어요”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엄마도 예쁘다’ 영화 ‘롤러코스터’ 등에 출연하며 개성 있는 연기로 주목받았던 탤런트 김예랑 집사. 어느 날 그녀는 33개월 된 딸이 ‘소아 뇌전증’에 걸렸다는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의 죄’ 때문은 아닌지 자책하며 지내기도 했지만,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하나님의 계획을 발견하게 되고, 못 걸을 거란 의사의 말은 물거품이 돼서 이제 딸은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 눈물과 감동으로 물든 그녀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글. 최윤희 │ 사진. 김예랑 집사 제공

 

   
 

수많은 우영우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참 재미있게 봤다. 평소 티브이를 잘 보지 않는 기자지만, 미국에서 넷플릭스로 본 후 한국에 와서도 연속해서 보게 됐다. 그 드라마를 보게 된 건 착한 드라마이고, 자폐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사람이 변호사라는 설정, 비장애우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통쾌하게 변론을 이어가는 모습, 그녀가 비록 모습은 비장애우와 다르지만 겪는 일상이 똑같다는 게 신기(?)해서 더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어찌 됐든 드라마를 보면서 장애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드라마는 못 봤지만, 장애우가 나온 또 하나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한지민과 쌍둥이 언니로 나왔던 다운증후군을 앓는 정은혜 작가 때문에도 이 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한층 부드러워진 게 사실이다.

지난 8월 끝난 정 작가의 개인전에 다녀왔는데, 다른 갤러리에 사람들이 한산한 것과는 달리 정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갤러리에는 사람들이 바깥까지 줄을 서서 있었다. 그런데 정작 정 작가는 그곳에 없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쉬러 요 앞에 카페에 갔다고 한다. 그동안 정 작가의 그림들을 둘러보며 감상하고 있는데, 극 중 같이 출연했던 한지민, 김우빈과 같이 정답게 표정 지은 그림도 있었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도 못생기게(?) 그리는 능력이 있는 정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는데, “정 작가님”이라는 소리가 밖에서 들린다. 정 작가가 왔나보다 생각하고 나가보니 역시나 정 작가가 팔을 휘적휘적이며 무표정하고도 씩씩한 발걸음으로 들어서는 게 보인다. 사람들은 “정 작가님”을 연신 불러대며 구입한 책과 사인지를 들고 사인을 받고 같이 사진까지 찍었다. 완전 연예인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장애우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그 자리를 뜬 적이 있다.

 

“혹시 간질이에요?”

김예랑 집사의 딸 려원이는 33개월 때 ‘소아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예전 말로는 ‘간질’이다. 33개월이면 만 2살인데 처음에 어떻게 발견하게 된 걸까?

“제가 셋째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었는데 려원이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려원이가 혹시 간질인가요?’라고요. 저는 당황했어요. 우리 집안이나 남편 집안에 그런 병력을 가진 사람은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산후조리원에서 3일째였던가. 산후조리고 뭐고 얼른 짐 싸갖고 집으로 왔어요.”

출산을 한 후 몸도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뇌전증으로 의심되는 려원이를 데리고 동네 병원으로 갔다. 검사를 해보니 뇌전증이 맞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우리 려원이가 뇌전증이라니.’ ‘이제 33개월인데 말도 안 돼.’ ‘하나님, 왜 이런 시련을 어린 려원이에게 주시나요?’ 그녀는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런데 새벽에 난리가 났다.

“려원이가 새벽에 막 소리치면서 벌레가 보인다고. 거미가 보인다고 그러는 거예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당황도 되고 어찌할 바를 몰라 정말 엉엉 울었어요.”

 

귀신 들린 거 아니야?

소란도 있었고 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소아 뇌전증 치료로 유명한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 그녀는 남편과 상의한 끝에 려원이의 기도 제목을 SNS에 올렸다. 사실 결심하기까지 고민을 했다. 간질로 알려진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워낙 안 좋은데다, 려원이는 여자라 나중에 흠이 될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고민을 할 때가 아니었다. ‘아이가 병에 걸렸는데 그런 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그래서 SNS에 기도편지를 올렸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해줘서 몇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르는 려원이를 위해 기도해줬다. 그때는 코로나가 발병하기 전이라 많은 사람이 병원으로 직접 찾아와서 응원해주고 기도해주었다. 그중에는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플 때는 안 믿는 사람들도 기도해주면 거절하지 않는다. 그만큼 갈급하기 때문이다. 기자의 엄마가 말기암으로 호스피스에 계실 때 보니까 안 믿던 분들도 마지막에는 꼭 세례를 받고 가는 걸 봤다. 이제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데 좋은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병을 앓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녀에게 사람들의 방문과 응원은 큰 힘이 됐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도 있었다.

“뇌전증이 옛날에는 간질이란 말로 많이 불렸잖아요. 물론 지금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있지만요. 오셔서 응원해주고 기도해주는 것까지는 좋은데 ‘귀신 들렸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사실 병의 원인은 하나님이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편견이 강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게다가 이런 말도 했다.

“너 려원이 임신했을 때 콜라 먹었잖아.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

“요즘 부부싸움 많이 했잖아. 그래서 그런 거 아니야?”

“려원 아빠가 요새 담배 피웠니?”

별의별 말들을 다 해댔다. 물론 걱정해서 그렇게 말해주는 것까지는 좋은데 입장 바꿔 생각해봤을 때 그렇게 얘기하면 여러분은 어떨 거 같은가? 당연히 기분 나쁘고 불쾌하지 않겠는가? 그런 말을 할 바에야 아예 병문안을 오지 말던가 입 다물고 가만히 있던가. 그게 환자 가족한테 오히려 도움이 되는 거다. 이런 것들이 그녀를 더 힘들게 했다.

이것에 보태 가족인 엄마와 외삼촌은 더한 말로 그녀의 가슴을 찔러댔다.

 

   
 

사탄 들렸어

“그 당시 엄마가 이단에 빠졌었어요. 외삼촌이 목사님이셨는데 같이 이단에 빠진 거죠. 그런데 오셔서는 ‘사탄이 들었다’는 둥 ‘네가 회개하지 않아서 하나님이 이렇게 하신 거다’라는 둥 어이없고 기가 막힌 말씀들을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빨리 회개하래요. 전 아이가 아파서 미치겠고 화도 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엄마란 사람이, 외삼촌이란 사람이 와서 그런 말을 하니까 어떻겠어요? 막 화를 냈죠. 려원이는 일주일 있으면 뇌를 열고 수술해야 하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저는 지금까지 엄마한테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어요. 그런데 그날은 정말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막 울면서 대들었어요. 외삼촌한테 말했던 거 같아요. ‘외삼촌, 정말 죄송한데요. 일주일 뒤면 제 아이가 뇌를 열어야 해요.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씀하시는 게 하나님의 성품에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아는 하나님은 그렇지 않아요. 하나님은 사랑이시잖아요. 머릿속으로 그렇게 생각하셔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라고요.”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속상했겠나? 다른 사람들은 릴레이금식기도까지 하면서 려원이를 위해서 간절히 기도해주고 있는데, 엄마란 사람이 외삼촌이란 사람이 위로는커녕 저주의 말을 하고 갔으니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우리는 말조심을 해야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지 않나. 그만큼 말 한마디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원수가 될 수도 있다. 하루아침에 그녀의 엄마와 외삼촌은 그녀와 원수가 됐다. 게다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줌으로 인해 그녀를 아프게 했다.

사실 려원이가 아팠을 때 그녀는 자신의 죄 때문에 그런지 알고 회개 기도를 엄청나게 했다.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다. 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자신의 죄부터 먼저 생각할까? 교회에서 그렇게 가르쳐서 그런 걸까? 아니면 우리 안에 양심이란 놈이 그런 생각을 갖게 해서 그런 걸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녀 역시 죄책감에 시달렸다. 나 때문에 잘못 없는 려원이가 병에 걸린 것 같고, 고통을 당하는 것만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병원에서의 시간은 흘러갔다.

 

떡볶이와 하나님

“약물이 4개 이상 되면 난치성 판정을 받아요. 그리고 지적 장애인이 돼요. 그런데 려원이는 약을 6개를 먹어도 안 듣는 거예요. 그다음 단계가 ‘케톤 식이요법 치료’라는 건데 사흘을 굶어야 하고 말도 안 되는 음식들을 먹어야 해요. 이 치료는 물도 못 먹어요. 우리가 3일 금식할 때도 물은 먹잖아요. 그래도 힘들잖아요. 그런데 그 어린아이가 물도 못 먹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더라고요. 우리 려원이가 떡볶이를 좋아했어요. 병원 푸드코트에 있는 떡볶이가 별로 안 맵고 맛있었거든요.”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하러 기도실로 갔다. 그곳은 그녀와 려원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드는 집과 같은 곳이다. 같은 병실의 중증환자들에 비해 려원이는 겉으로는 멀쩡했기 때문에 병실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서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그중에서 제일 많이 간 곳이 기도실이었다. 그날은 ‘떡볶이 먹게 해달라’는 기도를 위해 갔다.

“하나님, 저는 지금 다 괜찮아요. 저는 진짜 하나님 원망하지 않았잖아요. 제가 지금까지 다 바쳤고, 모든 걸 다 내려놨고, 경기 멎게 해달라는 기도도 안 하고, 주님 뜻 이뤄달라고 기도할 테니까 아버지, 진짜 우리 려원이 떡볶이만 먹게 해주세요. 경기를 20분만 멎으면 떡볶이를 먹을 수 있어요. 그러니 20분만 경기를 안 하게 해주세요. 제발요. 네?”

그녀는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만약 경기를 하게 되면 바로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러면 려원이가 기절해서 곧바로 잠이 든다. 그러면 떡볶이를 못 먹고 바로 ‘케톤 식이요법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니 그 떡볶이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겠는가? 오죽하면 경기 멎게 해달라는 기도조차 안 한다고 했겠네? 결과는 어떻게 됐을 것 같은가? 하나님이 들어주셨을까?

“뇌전증 환자들의 경기 양상이 다 달라요. 어떤 아이는 멍하게 있고, 어떤 아이는 대발작을 일으키고, 어떤 아이는 몸이 뻣뻣해지고 어떤 아이는 고개가 돌아가면서 경기를 하는 아이도 있고... 우리 려원이는 오른손이 올라가면서 경기를 시작해요. 그런데 제가 간절히 부르짖으며 기도하고 있는데 려원이의 오른팔이 올라가는 거예요. 그러면서 ‘픽’하고 쓰러졌어요. 숨도 거칠게 쉬고... 그때 ‘제 믿음이 그냥 딱 여기까지구나’ 했어요. 려원이한테 ‘려원아, 나가자.’ ‘하나님은 죽었어.’ ‘기도해도 소용없어.’ 그랬어요.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하나님께 욕을 했어요. 제 입에서 나와 본 적이 없는 무시무시한 욕, 온갖 저주의 말을 하나님께 쏟아냈어요.”

당연했다. 그렇게 떡볶이를 먹게 해달라고 했는데, 다른 큰 기도도 아니고 그저 치료받기 전에 너무 안쓰러우니까 려원이가 너무 먹고 싶어 하는 그 흔한 떡볶이 한번 먹게 해달라고 하는데 그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걸 안 들어주시고 또 경기를 일으키시나 하는 마음에 너무 화가 나서 저주의 말들이 입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하나님을 용서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하나님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당신 누구세요?’가 됐다.

 

   
 

“왜 네 딸만 기도하니?”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금방까지만 해도 하나님을 저주하며 온갖 해서는 안 될 욕들을 해대던 그녀가 30분 만에 다시 기도실로 돌아온 것이다. 왜일까?

“하나님께 따지려고 갔어요. 엄마 아빠가 아무리 싫어도 ‘엄마, 밥 줘.’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러면서 다시 얘기하잖아요. 그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잖아요. 아버지인 하나님한테 따지고 싶었어요. ‘왜 안 들어주시냐고.’ ‘떡볶이가 뭐 대단한 거라고 그거 하나 못 먹게 하시냐고.’ 막 째려보면서 씩씩거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너는 왜 네 딸만 기도하니?’ 갑작스런 말씀이셨어요. 떡볶이랑 그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런데 그게 이해가 됐어요. 그리고 회개가 됐어요. 반전의 하나님이셨죠.”

 

“려원이는 여기 있을 애가 아니야!”

그녀는 ‘떡볶이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달라졌다.

“저는 병실에 있는 아이들을 려원이랑 다르게 생각했어요. 같은 병인데 그 아이들은 중증 환자라 말도 못 하고, 목에 관을 끼워놓고 매일 석션을 해줘야 하고, 위에 관을 삽입해서 음식을 먹어야 하고, 걷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는 아이들이었거든요 반면, 우리 려원이는 겉으로는 너무 멀쩡했기 때문에 ‘우리 려원이가 왜 여기 있지?’ ‘얘네들하고 달라!’ ‘우리 려원이는 여기 있을 애가 아니야!’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기도실에서 그 말씀을 주신 이후에는 저를 변화시켜 주셨어요. (어떻게요?) 제가 려원이랑 그 아이들을 위해서 돌아다니며 기도를 해줬어요. 려원이도 링거를 꽂은 상태에서 걸어 다니며 기도해줬어요. 그때부터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의 이름도 알게 됐고 아이들과 인사도 하고 려원이는 서연이라는 친구도 사귀게 되었어요.”

하나님은 참으로 희한하신 분이시다. 떡볶이 기도하러 갔더니 그런 깨달음을 주셔서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게 하셨으니 말이다. 떡볶이 사건 때문에 하나님을 다시는 보지도 않을 사람처럼 저주하며 욕했던 사람이 그 말씀을 받아들인 것도 기적중의 기적 아닌가? 하나님의 은혜다.

 

언니, ‘아멘’ 했어요?

“그게 ‘화이팅게일’을 탄생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일명 ‘화이팅게일’은 그녀가 만든 기도공동체 모임으로 활동은 카톡방에서 이루어진다. 아픈 아이들을 위한 기도 모임이다. 가끔 라방(라이브 방송)도 하면서 게스트로 찬양사역자들이 나와서 찬양도 하고 얘기도 나눈다. 중증 환자들의 엄마들도 카톡방에 들어와 있는데 중보기도 제목이 있을 때마다 같이 기도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도 나누는 희로애락이 있는 공간이다.

하나님의 계획을 우리는 알 수 없다. 넓고도 깊은 그 계획을 우리 같은 미물이 어떻게 알겠는가? 떡볶이 사건으로 이런 계획을 하실지 그녀도 미처 알지 못했을 거다. 다 지나고 나면 이해가 되는 게 우리의 실제 모습 아닌가.

그녀가 병실을 돌아다니며 기도해주자 일명 ‘아멘 동생’이라고 불리는 ‘믿음’(가명)이 엄마는 그녀의 ‘아멘’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서 그녀를 만날 때마다 경상도 사투리로 “언니, 아멘 했어요?” “언니, 오늘은 왜 아멘 안 해요?” 그랬단다. ‘아멘 동생’은 불교 신자였는데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나 보다. ‘아멘 동생’ 아들은 정말 잘생겼는데 갑자기 식물인간이 돼서 누워만 있고 거의 5년째 병원에 입원 생활을 하고 있던 아이였다고 한다. ‘아멘 동생’하고 려원이는 친해져서 마녀 놀이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려원이가 퇴원할 때는 배웅하러 나와서 겨울왕국 물통도 선물해줄 정도로 아주 친하던 사이였다. 그런데 그 ‘아멘 동생’이 나중에는 염주도 빼고 하나님을 믿고 드디어 ‘화이팅게일’ 카톡방에 입성하게 됐단다. 이게 다 하나님의 계획이었나 보다.

 

릴레이 금식기도회의 기적

그녀는 병원에 있으면서 참 많은 은혜를 경험했다. 병원이야말로 그녀에게 있어 하나님을 체험하는 ‘광야교회’였다.

“려원이가 케톤 치료 후에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안철민 교수님이라고 심혈관센터 교수님이셨는데 릴레이 금식기도회를 하자고 제안하셨어요. 전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에요. 남의 아이를 위해서 바쁘신 교수님이 인도해주신다는 거잖아요. 그것도 하루에 세 번 ‘오늘은 누구누구 기도하는 날입니다’ ‘오늘 말씀과 기도는 이겁니다’라며 5주 동안 매일 올려주셨어요. 그때 은혜가 엄청났어요. 분명히 처음에는 려원이 고쳐 달라고, 후유증 없게 해달라고, 걷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기도가 회개기도로 바뀌는 거예요. 저뿐 아니라 카톡방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전부 다 그랬어요. 나중에는 ‘하나님 려원이 걷게 하지 않으셔도 주님은 선하십니다’라는 고백을 하게 되고, ‘하나님이 려원이를 데려가셔도 선하신 분이십니다’ 이런 기도가 나오더라고요.”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아이가 낫는 기도를 해도 모자랄 판에 걷게 되지 않아도 좋고, 데려가셔도 좋다니... 게다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기도’도 나왔다고 한다. 사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던 카톡방인데 그곳에서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건 정말 하나님의 은혜다. 하나님을 만나지 않으면 이런 기도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도 카톡방에서 나오지 않고 은혜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사실 려원이가 1차 수술을 받고 나서 실어증에 걸렸었어요. 3일 동안 무슨 말을 걸어도 웃지도 않고 대답도 안 하고 안 먹고 그랬어요. 애가 충격을 받은 거예요. 수술실에도 혼자 들어갔지, 중환자실도 혼자 1박을 해야 했지. 그래서 엄마들이 중환자실 보내는 거를 제일 힘들어해요. 게다가 오른쪽 다리가 안 움직이지, 머리는 붕대를 푸니까 머리가 하나도 없지... 려원이는 공주병인데 그 모습에 너무 충격을 받은 거죠. 그런데 3일 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도 견디더라고요. 기도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수술 후에는 열도 안 나고, 구토도 안 했어요. 얼마나 은혜예요. 게다가 더 기적은 수술 후에는 려원이가 못 걷는다고 했어요. 그런데...”

 

걷다

“려원이가 아플 때가 셋째를 막 낳았을 때인데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때였어요. 남편이 영화감독(‘신이 보낸 사람’ 연출, 김진무)인데 제가 아이 낳을 때 한 번도 옆에 없었어요. 영화 일 때문에 바빴으니까요. 태교 여행도 한 번도 못 가보고... 주변에서는 이런 저의 모습을 보고 ‘하나님이 너를 정말 크게 쓰시려나 보다’라고 하고, 저 또한 ‘나는 천사인 것 같아’ 그런 착각을 했어요. 한마디로 교만했죠. 남편은 15살 때 입은 상처 때문에 ‘교회를 왜 가야 해?’라고 하면서 교회를 안 갔어요. 저는 3대째 예수 믿는 집안이라 신앙이 좋다고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는데 남편의 신앙은 그렇지 못하니까 남편을 정죄하고 미워했죠. 시부모님도 아들 편이니까 아들 편만 들고 미울 거 아니에요? 엄마도 이단에 빠져서 회개하라고 하니까 미워하고... 그런데 하나님이 저에게 회개 기도를 시키시고 용서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나는 의롭고, 나는 사랑이 많고, 나는 우리 남편보다 신앙이 좋고, 우리 시댁보다 신앙이 좋고, 우리 집은 선교지다 라고 생각했던 모든 영적 교만들을 회개하게 하셨어요. 그리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했습니다. 아멘’ 하는데 려원이가 실어증에 걸렸었잖아요. 말을 하면서 ‘엄마, 나 걷고 싶어’ 그러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빨리 휴대전화로 찍어야겠다 싶어서 카메라 세팅을 하고 찍었는데 진짜 걸은 거예요.”

병원이 난리가 났다. 뇌수술해서 경기 일으키는 부분을 완전히 도려냈는데, 그래서 오른쪽 다리 운동신경이 작동하지 못하는데 걸으니 다들 놀랄 수밖에. 오후에 교수님이 회진을 오셨는데 다들 귀신 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단다.

“마치 이런 거죠. 코드를 뽑았는데 전기가 들어오는 거요.”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난리가 났지만, 그녀는 이유를 알았기에 담담했다. 하나님은 그녀에게 회개하라고, 용서하라고 그것이 려원이가 걷는 것보다 우선이란 걸 알려주셨다. 가장 중요한 걸 담보로 하나님은 그녀를 믿음 안에 세워가셨다.

 

주님을 전하겠습니다

그녀는 하나님께 “제가 만나는 모든 사람한테 려원이 얘기를 전하겠습니다”라고 서원했다. 그래서 CBS TV ‘새롭게 하소서’에 나가서 간증할 기회도 생기고, 그걸 보고 ‘다니엘기도회’에서도 연락이 와서 간증하고, 많은 교회에서 요청이 와서 간증하러 다닌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했는데 선교사님이 오셔서 선교할 사람 일어나라고 했어요. 저에게 여동생이 있는데 동시에 일어난 거예요. 그때 저는 ‘하나님, 선교하겠습니다’라고 서원했어요. 그간 그걸 잊고 살았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려원이의 병을 통해서 그때 서원을 기억나게 하셨어요. 그래서 간증 들어오는 건 다 하려고 해요.”

원래 탤런트인 그녀는 연기를 너무 사랑할 정도로 다시 탤런트로 복귀도 해야 하지만 하나님이 자꾸 사역을 하게 하셔서 순종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소아 뇌전증 중증질환 아이들을 위한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

 

   
 

우리 아이 쳐다보지 마세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다 쳐다봐요. 어린아이들은 괜찮은데 나이 먹는 아이들이 문제예요. 몸은 자라는데 여전히 유모차에 타고 있어야 하니까 사람들이 다 쳐다보죠. 그러니까 엄마들이 무서워서 밖에 잘 안 나가고 어떤 분은 공황장애가 오는 분도 있어요. 그렇지 않게 되려면 결국 캠페인밖에 없어요.”

그 일을 하려고 한다.

“아이들의 형제자매들은 많은 것을 못 누려요. 가족여행도 한번 못 가보고, 외식도 잘하지 못해요. 그런 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결혼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 사회랑 단절돼서 집과 병원, 병원과 집 이렇게만 다녀야 하고, 밤에는 잠도 못 자고 석션해야 하고, 석션을 잠깐 까먹으면 숨 막혀서 하늘나라 가는 거거든요. 사실 코로나 걸렸을 때 나라에서 무료로 심리치료 해줬었잖아요. 코로나가 걸려도 그렇게 해주는데 우리도 똑같이 세금을 내고 사는 우리나라 국민인데 무료 심리치료가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그래서 무료 심리치료와 중증환자센터 건립을 위한 캠페인을 하려는 거다. 서울대학교병원에 중증환자센터가 한 곳 있는데 그나마도 병상이 10개밖에 안 된다고 한다.

“중증질환 환자들 엄마들은 자꾸 숨어요. 사람들의 인식이 안 좋고 시선도 불편하니까 자꾸 움츠러드는 거죠. 아이들 간병도 너무 힘들고 나머지 자녀들은 엄마 결핍에 시달리고 가족여행 한번 못 가보고 정말 삶의 감옥에 갇혀 살고 있죠. 이들을 위한 센터가 있으면 잠시나마 여행도 가고 머리 좀 식히고 간호할 힘을 얻고 오지 않겠어요?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해보려고 해요. 하나님께서 자꾸 이런 쪽으로 일을 시키시네요.”

 

안녕, 응원할 게

그녀는 중증장애인에게 하면 안 되는 말을 알려줬다.

“부모님께는 ‘꼭 나을 거야’라는 말을 하시면 안 돼요. 저도 많이 들었는데 그렇게 얘기하면 아이가 나은 엄마에게는 살아계신 하나님이고, 안 나은 엄마한테는 살아계시지 않는 하나님이 되는 거예요. ‘낫지 않으면 교회에 못 나가는구나!’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들려요. 좋은 마음으로 해주시는 말씀이지만 이런 걸 아시고 조심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이런 게 저희에게는 큰 상처예요. 그리고 아이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안타깝게 쳐다보시는데 그게 아주 불편해요. 그들은 도와줘야 한다고, 나보다 불쌍하고 낮게 보는 시선이 있어서 그런 건데 그렇게 보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선교지 갈 때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나라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나 가서 보면 오히려 우리가 은혜 받고 오잖아요. 아예 모른 척해주시던가, 표정 관리가 잘 안되면 그냥 똑같이 대해주세요. 이렇게 말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안녕, 응원할게.’ ‘너무 멋있고 너무 대견하다.’ 이런 말이 필요한 건 아이들이 힘든 재활 치료를 하고 이기고 이겨서 어른 장애인이 되는 거잖아요. 전 그게 너무 멋있었어요.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런 파이팅 되는 말을 해주시면 얼마나 힘이 나겠어요?”

그녀도 처음에는 같은 병실에 있는 아이들을 쳐다보지 못했다고 한다. 보는 사람이 너무 아프니까. 물론 그 말은 맞다. 그러나 그들을 다른 사람으로 보니까 그런 생각이 더 드는 건 아닐까? 장애우에 대한 인식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도 그들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one of us’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이 기사는 계간 ‘치유’ 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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