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
그 많던 교회청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신학-기술 공생 네트워크 / 한미인문분야 특별협력사업 해외학자 초청 콜로키움
박일준  |  iljoon85@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2년 05월 23일 (월) 13:07:40
최종편집 : 2022년 05월 27일 (금) 16:44:27 [조회수 : 3916]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로버트 제라시(Robert Geraci),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시대의 종교”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현대 첨단기술과학의 문제를 신학적으로 성찰하며, 포스트휴먼 미래 시대를 위한 신학적 대안을 함께 성찰하는 모임인 ‘신학-기술 공생 네트워크’(대표: 김은혜 교수[장신대])는 21일 오전 꽃재교회에서 한국연구재단 한미인문분야 특별협력사업(연구책임자: 송용섭[영남신대])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 맨하탄 칼리지의 종교학 교수인 로버트 제라시를 초청하여 “그 많던 교회청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부제를 내걸고,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시대의 종교”의 문제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라시 교수의 두 강연 “인공지능과 현대종교들” 그리고 “가상세계들과 근대성의 신화들”이 던져주는 묵직한 도전은 그의 방법에 있다. 당연히 그는 현대의 최첨단 기술들을 활용하여 교회와 신학이 당면한 위기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묻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학자로서 그는 현대 최첨단 기술연구들이 종교(적 담론들)을 활용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신학적 관심과는 정반대의 관심사로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문제에 접근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연구는 ‘그 많던 교회청년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물음에 대해서 메타버스에 열광하며 새로운 목회방식을 찬양하는데 바빴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에게 나름의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두 강연들이 던져주는 도전들이 묵직하다.

이날 콜로키움에 참석한 이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제시하는 모법답안을 통해 학습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단계를 지나 인공지능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단계에 이르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인공지능에게 윤리적 덕목을 설계하자는 제안이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황은영 교수의 질문이 있었고, 감시 자본주의의 현실 하에서 도덕적 윤리적 대안들을 토론하자는 제안은 너무 안일한 방안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었으며, 아울러 신학이 기독교적 정신을 함양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김성복 목사(꽃재교회)는 목회자로서 가상현실 세계를 통해 주어지는 authentic fake가 신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통념적 대답을 뒤집어, 우리의 교회가 이 가상현실이 제공하는 위로보다 더 진정한 것을 제시하고 있느냐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교회의 선교정책이 이제 무종교인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대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20대의 7-80%가 무종교인으로 통계에 잡히는 시대, 우리가 왜 젊은이들을 잃고 있는지를 깊이 성찰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 강연중인 제라시 교수

종교학자 제라시 교수는 레이 커즈와일이나 한스 모라벡같은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의 인공지능 이야기가 서구 기독교 담론의 묵시적 종말론을 담론적으로 활용하여, 인공지능들이 인간처럼 살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정신을 정보로 환원하여 디지털 네트워크에 업로딩하는 시대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독교의 종말론적 담론을 묵시문학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주목한다.

여기서 제라시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종교적 상징담론을 이렇게 활용하는 것이 신학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데 관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종교가 사라질 것처럼 보이는 미래 현실을 그려내면서 굳이 종교적 담론을 활용해야 하는 모습에 주목한다. 즉 종교는 포스트휴먼의 미래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기억을 구성하며 살아가는 한 인간 삶에 의미를 부여해가는 핵심적인 상징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때의 종교와 종교적 상징의 역할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종교의 모습과 많이 다른 모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문화적으로 서구권과 상이한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치하며 인간의 종말을 예고하는 이야기적 구조와는 달리, 로봇과 인간이 함께 공생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며, 때로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과 인공지능의 모습들을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아톰> 시리즈나 <공각기동대> 등을 통해 보여준다. 이는 곧 인공지능 설계에 우리의 문화적 종교적 담론들이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인공지능 연구에 인문학적 통찰을 개입시켜, 보다 ‘인간적인’ 방향으로 발전을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신학적 그리고 특별히 윤리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논찬중인 김성복 목사

 

여기서 더 나아가 제라시는 오늘날 우리들의 문화 속에는 전통적 모습의 종교들이 감당하던 역할들을 대신하고 있는 “진짜같은 가짜”(authentic fake)가 종교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다중접속 온라인 게임인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중 하나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해 팀을 이루어 여러 가지 어드벤처나 레이드 등을 수행한다.

제라시는 이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18개월을 투자해서 게임 최고등급에 이르렀다고 책에서 밝히고 있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전의 갤러그 게임 등처럼 한 사람의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용의 소위 슛팅 게임이 아니라, 게임을 위한 서사적 구조 즉 이야기적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 서사의 많은 부분이 전통 종교로부터 차용된 상징들이라는 것이다.

여기서도 인공지능 연구의 경우처럼 종교적 담론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디지털 네트워크에 우리의 정신을 ‘업로딩’하는 시대가 되어도 종교(적 담론)은 여전히 살아 기능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문제는 그렇게 살아있는 미래의 종교성이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종교일 것인가이다. 이 물음에 대해 제라시는 다중접속 온라인 게임이 우리들에게 제공하는 종교적 역할을 서술한다.

 

   
 

 

마르크스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폄하하며, 종교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마르크스의 공산주의가 가져다 준 현실이 (그의 말을 그대로 따르자면) 종교가 가져다 주는 아편보다 더 나은 위로였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가 가져다 준 현실도 우리 시대의 젊은 영혼들에게는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그리고 부의 대물림 구조 속에서 결코 게임이 가져다 주는 위로보다 더 낫지 않았으리라.

이전의 게임 즉 7-80년대 오락실 게임과 오늘날의 다중접속 온라인게임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요즘의 게임이 함께 팀을 구성하여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팀을 유지하려면, 누군가는 팀원들의 개별적인 사항들을 챙겨야 하고 그런 가운데 소위 종교가 감당하던 심방의 역할이 게임공동체 안에서 수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편의점 알바를 해야 하는 현실을 견뎌낼 수 있는 멀쩡한 정신은 거의 없다. 현실에서 겪은 좌절과 패배감을 그대로 끌어안고 살아갈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위로와 인정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길을 도모한다. 가장 순간적으로 효과를 낼수 있는 방법은 음주나 약물이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은 이런 방법보다는 게임에 몰입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시민을 통제하고 싶은 정치권력은 ‘중독’이라고 낙인찍고 규제하고 싶어 하겠지만, 실상 게임 속에서나마 우주를 구하는 영웅이 되고, 함께 롤플레잉하는 동료들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지옥같은 현실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라시는 종교학 용어인 ‘authentic fake’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7-80년대 한국경제가 계속적인 부흥기에 있을 때 한국 교회도 계속적인 성장기에 있었고, 그래서 열심히 전도하고 선교하면 교회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2022년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은 지난 30년 간 교회성장은 멈추었을 뿐만 아니라 인구감소와 맞물려 퇴보하고 있다.

하지만 그 30년 간 소위 중대형교회는 하락세가 아니었다. 현상유지 혹은 성장세를 거듭하는 중대형 교회들이 있었음에도 한국교회는 하락세를 멈추지 못했다? 왜? 이상하지 않은가? 바로 게임 공동체들처럼 소규모 공동체로 기독교 공동체의 기초공동체를 나름 구성하던 소위 작은 교회들 또는 미자립 교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흥성장기 한국교회는 이 작은 교회들을 성장하지 못한 교회, 그래서 성장시켜야 할 교회로 보고 미자립교회로 판단하며, 이 작은 교회들을 중대형화하는데 몰입했고,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실천신학류도 대체로 이러한 관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혹은 이런 관심을 세속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영성이라는 이름으로 도피하고 있었다. 교회는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기보다는 오히려 교사로 성가대로 활용하는데 더 관심이 있었고, 이 젊은이들이 위로와 양육이 필요한 이들이라는 사실을 간과했고, 그 대가는 컷다. 교회에서 젊은 세대가 사라진 것이다.

그들은 오늘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반한 가상세계들에 거주한다. 그 가상세계들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게임공동체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what it means to be human)를 나름 협상해 나가며, 인간적 삶을 구축해 나아가고 있음을 제라시는 자신의 설문조사를 통해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인간이란 응당 무엇이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오늘의 우리 교회가 어떤 대답들을 들려주고 있는 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대목인 것이다.

iljoon85@naver.com

 

   
 

 

   
 
   
▲ KTTN 소개 - 김은혜
   
 
   
 
   
 
   
▲ 질문하는 황영은
   
▲ 논찬 - 김성복 목사

 

 

[관련기사]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72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5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홍선 (59.6.101.154)
2022-05-23 17:02:21
종교를 통해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가상공간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 어쩌면 그들은 현실을 부정하는 표현으로 게임속에서 새로운 자신(아바타)을 만들어서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려는 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유익한 강의였습니다.
리플달기
3 0
박현숙 (1.225.171.202)
2022-05-23 17:00:29
오늘날 젊은 세대가 "진짜같은 가짜"에 공감하고 가상세계에 몰두하고 있다면 이제 교회가 종교의 역할에 답해야 할 때인듯 합니다. 따라서 김성복 목사님의 "교회가 가상현실보다 진정한 것을 제시하는 가, 더 위로를 주고 있는 가 성찰할 때"라는 말씀이 더욱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리플달기
2 0
김태정 (175.120.4.165)
2022-05-23 16:01:00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논의..
가슴 깊이..
무겁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리플달기
2 0
조성현 (125.248.18.239)
2022-05-23 15:58:11
제가 살아가는 현시대적 일이 아닌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접하고보니 정신이 번쩍드는 시간이었습니다ᆢAl와 공생하고 상생하는
가운데 기독교적 진리와 가치를 지향하며 우리 청소년들뿐만이 아닌
우리의 믿음생활 패턴도 점검해보며 더 깨어있기를 소망하며 귀한 시간 통해
하나님나라를 삶 가운데 어떻게 이루어갈지 고민 할수 있도록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리플달기
3 0
송광현목사 (119.67.81.68)
2022-05-23 15:13:14
유튜브를 통해 참여했었습니다.
영어로 진행되어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김성복목사님의 논평을 통해, 목회자로써 가상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였습니다.
리플달기
4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