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SNS를 통해서, 혹은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자주 듣게 되는 영화 제목이 있다. 그 영화는 바로 <극한직업>이다. 지난 설 연휴 마지막 날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오늘(15일)자로 개봉 20여일 만에 역대 박스오피스 4위에 등극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감상평은 대체로 ‘재밌다’ 세 글자로 표현한다. 웃음의 코드에도 호불호가 있겠지만 시작부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인 듯싶다. 열심히 구르고 달리지만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다섯 명의 마약반 형사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들이 마약 밀거래를 하는 범인들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보면, 왜 영화 제목이 극한직업인지 알 수 있다. 무언가 큰 사건을 해결할 것 같은데 도주하던 범인이 차에 치여서 중상을 입고 나서야 검거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웃기다.

게다가 범인을 잡겠다고 잠복근무를 하던 망해가는 치킨집을 인수하게 된다. 치킨집을 작전 회의실로 만들어 놓고 심각한 회의도 한다. 그러다가 치킨집 간판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에게 갈비맛 치킨을 팔게 되면서 소위 ‘대박을 친다.’ 갈비맛 치킨이 소문이 나면서 전국적으로 손님이 몰려들고, 마약반 형사 반장은 아내에게 평생 형사 생활로도 사주지 못했던 명품백까지 선물하게 된다. ‘왜 이렇게 잘 되는 거야?’ 짜증 아닌 짜증을 부릴 때 웃음의 절정에 이른다. 치킨집을 차린 건지, 형사를 관둔 건지 아리송한 설정 속에서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애쓰는 우리네 자화상을 보기도 한다. 마약반 형사로서 능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별로 안 멋있어서 더 친근하고 웃기다.

한동안 진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대세였다. 세태를 풍자하고, 역사 정신을 되살리자는 등의 주제가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거창한 주제 의식을 스크린에 담아내고자 하는 영화가 멋있는 것 같다. 그런 깊이 있는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영화가 좋은 점도 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집중하지 않으면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한계가 있다. 자칫 다른 생각에 빠졌다가는 영화가 주고자 하는 스토리와 메시지를 다 이해하지 못하고 나올 때도 많다.

그런 점에서 극한직업이라는 영화가 왜 천 만이 넘는 사람들에게 재밌다는 호평을 얻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굳이 저 영화의 스토리를 이해하고, 숨어있는 메시지를 찾겠다고 온 몸에 힘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달콤한 팝콘을 씹으면서 보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세상살이에 고달파서 스트레스로 뭉친 어깨 근육을 시도 때도 없이 훅 하고 들어오는 박장대소가 풀어준다는 느낌이 든다. ‘아,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이는 구나!’ 어딜 봐도, 누구를 만나도 웃을 일 하나 없어서 갑갑하던 삶에 청량제 같은 역할을 했다면 이 영화는 참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누구나 웃을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에서 재미와 즐거움은 따라온다. 커다란 장벽이 있는 것처럼 무거운 이야기를 허물어 버리고, 온 몸에 힘을 빼고 뭉친 근육을 풀어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지금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요구이다. 그러한 요구를 잘 수렴하고 반영하는 교회가 많은 이들에게 유익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세파에 시달리고 지쳤어도 교회를 떠올리면 웃음 짓고 행복할 수 있는 것.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이게 해 줄 수 있는 교회가 진짜 행복한 교회다.

몇 해 전에 우리 교회에서 정기적으로 갖던 전도축제의 이름을 ‘호락호락’(好樂好樂)이라고 지은 적이 있다. 좋을 ‘호’에 즐거울 ‘락’을 음을 따와서 두 번 표기하여 부른 것이다. 호락호락의 본래의 의미는 ‘일이나 사람이 만만하여 다루기가 쉬운 모양’이다. 음을 따오고, 본래의 의미를 살려서 ‘교회란 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 문턱이 낮고 쉬우며, 즐겁고 또 즐거워야 한다.’라는 취지였다. 전도란 다름이 아니라 교회의 뜰을 밟을 수 있게만 해도 시작이 반인 것이다. 교회는 그렇게 누구나 올 수 있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이며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 뭉친 어깨 근육처럼 마음의 근육이 뭉쳐버려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잠시 쉬었다 가라고, 모든 걱정과 근심은 내려놓고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과 기쁨을 누려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교회는 멋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목회자는 고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고 때로는 웃고, 우는 친근하고 부담 없는 행복한 교회, 행복한 목회자가 예수님 닮은 모습이 아닐까?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셔서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의 숨통을 틔우셨던 그 분의 사랑 많고 인자한 모습이 우리가 회복해야 할 본질이다.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기에 더 바쁜 각박한 세상에서 교회가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 한 편이 되어 보자. 어딘가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행복한 하나님 나라를 이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