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목사이자 상해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장과 교통부 총장을 지내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출범시키는데 핵심 산파역할을 했던 해석 손정도 목사를 기념하는 학술 세미나가 16일 오후 정동제일교회 문화재예배당에서 개최됐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회(위원장 이병우)와 (사)손정도 기념사업회(이사장 전용재)가 공동 주관한 ‘손정도 목사 학술세미나’에 이명화 박사(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와 성백걸 박사(백석대학교)가 각각 “독립운동가 손정도” “손정도 목사의 애국신앙운동”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고 김승태 박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와 서영석 박사(협성대학교)가 논찬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회 위원장 이병우 감독은 개회사에서 “3.1운동에 이어서 임시정부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신 손정도 목사의 활동과 그의 신앙적 유산을 이어받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게 된 것은 감리교회의 후손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일일 것”이라며 “손정도 목사 학술 세미나를 통해서 감리교회가 나라와 민족, 그리고 사회 앞에서 빛과 소금으로써 감리교회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취지를 밝혔다.

(사)손정도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전용재 감독은 “손정도 애국지사를 기리는 기념사업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태동기의 바른 역사를 재조명 하고자 남,북 학술대회, KBS TV 다큐멘터리 제작, 생가복원 및 기념관 건립, 손정도 정신 연구학당 설립, 해석 손정도 장학회 설립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다.”고 알리고 “이러한 모든 사업계획의 시작이 바로 오늘 학술세미나를 기점으로 추진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일성의 부친 김형직이 죽을 때 손정도 목사를 찾아 의지하라는 유언에 따라 김일성은 손목사를 찾아 많은 도움을 받았고, 청년시절 중국 지린에서 7개월간 감옥에 있을 때 손목사가 옥바라지를 하고  일본 헌병에 이첩되기 전 큰돈을 써서 석방시키기도 했다. 김일성은 훗날 자신의 회고록에 손 목사를 '국부' '생명의 은인' '친아버지' 등으로 지칭했다. 김일성은 손 목사 자녀들과 자주 어울렸으며 차남 손원태씨와는 친구였다. 손 목사의 장남 손원일 제독은 한국 해군의 창설자로, 6,25 때는 김일성과 적이 되어 싸우기도 했지만 손정도 목사는 남과 북에서 모두 존경받았다.

▲ 발제 1 – 이명화 박사 (도산학회 회장)

손정도 목사의 항일역정과 독립운동 - 이명화 (도산학회 회장)

이명화 박사는 해석 손정도 목사의 항일독립운동가로서의 면모에 집중해 그의 활동을 재해석해 보고자 했다. 해석은 기독교인으로서, 목회자로서, 그리고 민족주의자이며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면서 그의 의식과 가치 추구는 내적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동시적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고 본 이박사는 “해석의 목회 활동은 기독교 전교만이 아닌 독립의 의식을 깨우치게 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1908년에 서울 감리교 협성성경학원에 들어가 신학수업을 받으며 민족운동의 요람인 상동교회에서 해석은 많은 애국지사를 만나 교류하면서 투철한 애국의식과 민족의식을 키워나갔다. 해석은 신학교 졸업 후 1909년 황해도 진남포교회 전도사로 파송 받아 황해도 교육구국운동과 신민회에 가담하고 1910년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미감리회 연회에서 청국선교사로 임명된다. 1911년 집사목사 안수를 받은 해석은 본격적인 선교활동을 하여 하얼빈에서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하면서도 200명의 교인을 얻었고 모금과 강연, 설교와 노동, 교회건축 등 열정적인 목회를 한다. 결국 1912년 7월 일본수상암살사건에 연루되어 조선총독부에 압송된 뒤 진남 진도로 유배되고 거기서 고문과 악형을 받아 일생을 후유증으로 고생했다.

해석은 1914년 6월 동대문교회 목사로 파송을 받아 그의 설교와 간증, 믿음의 실천에 감동받은 많은 신도들이 몰려들어 교회 앞마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크게 부흥했다. 1915년 현순의 후임으로 정동제일교회 목사로 발령받았을 때 주변의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에서 많은 젊은 남녀들이 그의 설교를 듣고자 예배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때 해석은 남녀를 구분 짓는 예배당의 휘장을 과감히 제거했다고 한다. 그의 부임기간동안 정동교회는 한국 최고의 교회로 발전했다.

해석은 정동교회에 부임한지 3년만에 신병치료를 이유로 사임하고 3.1운동과 파리강화회의에 의친왕 이강공과 하란사를 참여시키는 일에 뛰어든다. 이승훈, 길선주, 이필주, 손병희 등을 민족대표33인으로 세우는 일을 성사시킨 후 상해로 망명해 윌슨 미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해 한국의 독립운동을 알리고 한국정부를 승인받으려 손정도는 입정, 현순은 석정, 최창식은 운정으로 암호명을 정하면서 까지 추진하던 계획은 북경에서 하란사가 급사하는 변고를 당하면서 실패한다.

해석은 1919년 4월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하였다. 1919년 4월 신한청년당 가입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설립을 주도한 해석은 4월 29일 대의원 선거에서 평안남도의 대의원으로 선거되었다. 초대 부의장에 선출되었으며 임시의정원 의장이 되었다.

▲ 상해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 당시 손정도 목사(두번째 줄 왼쪽 8번째)

해석은 미주에 있는 도산을 초빙하였고 5월 25일 상해에 도착하여 국무총리 대리 겸 내무총장에 부임한 도산과 함께‘대한민국임시헌장’을 발표하고 정부 내각을 조각하고 임시의정원 명단을 발표했다. 정부가 수립된 후 임시정부의 가장 큰 현안은 자금 모금, 재정확보에 몰두했고 독립신문에 「독립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뇨」라는 글을 통해 먼저 독립할 만한 민족이 될 것과 싸울 준비를 할 것과 독립을 위해서는 죽을 각오를 하고 피를 흘릴 것으로 요구했다.

그리고 미주에서 부임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 이승만에게 편지를 보내 2천만의 대통령으로서 조속히 상해로 와서 대국을 수습해 줄 것을 재촉했으며 1920년 1월에는 김석황, 김립·김철·김구·윤현진·김순애 등과 함께 의용단을 결성하여 전쟁 시에 독립군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한편 권총으로 형사․밀정․친일자를 암살할 것, 상해 임시정부와 연락을 취하여 독립공채를 강제 매각하고 독립신문을 구독할 것 등을 모의했다.

1921년 3월 3일에 대한예수교진정회를 결성하고 중국 각 교회와 국제사회에 한국 교회의 참상을 전하고 한국 독립을 선전해 기독교인들로부터 한국의 독립에 대한 동정과 원조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해석은 기독교 목사로서의 종교운동과 독립운동가로서의 독립운동을 동시에 전개해 나갔다. 그에게 두 운동은 결코 배반되지 않는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듬해 1922년 2월에는 대한적십자회 회장에 취임했다. 또한 1922년 10월 22일에 결성된 韓國勞兵會에 발기인 16명 중에 한사람으로 참여했다. 한국노병회는 10년이내 1만명 이상 勞兵을 양성하고 백만원 이상의 戰費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0년 넘게 운영되다가 1932년 10월에 해산되었다. 이 외에도 해석은 임시정부의 공립학교인 仁成學校 교장, 교통총장, 흥사단, 국민대표회의에서 李鐸과 함께 평남대표, 림 신첩교회 담임, 액목현교회 담임을 맡는 등 목회활동과 독립운동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그리고 재만한인의 생활안정과 동시에 독립운동의 재정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방도로 농업공사 운영을 추진하며‘이상촌운동’을 현실화했다. 고향의 전 재산을 처분해서 동생 손경도의 명의로 경박호 일대 額穆縣 지역에 3천일경(120결) 정도의 땅을 사서 농장을 개발하는 동시에 중국 당국과 직접 교섭하며 한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활동을 적극 전개했다. 1930년 봄 이후에는 사실상 목회가 불가능할 정도였고 건강이 악화되었고 식사도중 선혈을 토해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회생하지 못하고 1931년 2월 19일 밤 12시에 병원에서 4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명화 박사는 “해석은 선교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목사로서 기독교에 헌신했지만 민족을 구원하는 일에 자신의 생명과 피를 아끼지 않았다. 해석에게 목회자로서의 신앙운동과 민족독립운동은 결코 분리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손정도의 삶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이상촌건설’이라는 만주에서의 활동에 대해 ”현실을 뛰어넘는다는 의미의 용어와는 달리 해석의 이상촌건설운동은 국민안정과 재정원을 확보코자 했던 현실적인 대책이었으며, 궁극적으로 독립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재정적, 군사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던 독립운동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평가했다.

▲ 발제 2 – 성백걸 박사 (감리교 역사와 신학연구소장 / 백석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복음의 길, 독립의 길, 평화의 길 

- 근대 제국주의를 넘은 손정도(1882~1931)의 한국기독교 패러다임

성백걸 교수는 망국기와 일제 식민지 시대에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불꽃으로 타올랐던 손정도 목사의 복음 인생과 사상을 성찰하면서 그 민족사적이고 인류 보편사적인 의미와 가치를 찾아보려고 했다. 손정도가 태어나 자란 시대는 조선이 망해가는 구한말이었고 서구 근대 제국주의의 전철을 밟은 일제에 의해 식민지로 떨어진 시대였다.

성교수는 “바로 그 때 손정도에게 새로운 삶의 비전과 민족구원, 그리고 인류평화의 빛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다가왔고 그는 자신의 시대에 온몸으로 만나고 믿고 모시고 따른 예수님의 복음의 길에 전적인 투신을 했고, 거기에 조국독립의 길과 인류평화의 길을 융합하고 통합해내며, 아낌없이 인생의 불꽃을 살랐다”고 했다.

성교수는 손정도가 23세에 과거시험을 보러 평양으로 향한 점에서 “그는 23세까지 조선의 전통 유교 선비 집안에서 과거 공부를 하며 성장한 유학의 서생이었다”고 그의 정서와 세계관은 이미 동양적 혹은 유학적인 가치관으로 결정되어 있었음을 간파하면서 “그가 기독교를 받아들인 후에도 계속 작용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자기 나름대로 파악하는 데 깊은 영향을 끼쳤고 이것은 한학을 공부하고 기독교로 개종한 1세대 개신교인들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했다. 즉 “간절하게 찾고 있던 자기 내적 생명의 거듭남과 함께 절망에 빠진 조국의 희망을 예수 그리스도 체험 안에서 품게 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여기 핵심은 손정도의 생명이 그가 체험한 그리스도의 부활 생명 안에서 인류사의 새 생명으로 거듭났다는 데 있다. 그 새 생명은 개인사와 민족사와 인류사의 이전과 이후를 가르며 새로운 삶의 세계를 열어가는 우주적인 생명력과 창조력을 지닌 하나님의 새 생명이었다. 그는 이제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과 진리의 공선이 어떻게 인류의 맘에 비추어 그것을 변화하게 하며 새 생명이 되어 거룩함과 화평함의 아름다운 꽃을 피게 하는지” 온몸으로 보여주며 신앙운동과 독립운동과 선교운동을 전개했다.

성교수는 손정도의 삶을 조망하며 “손정도는 민족의 살길이 오직 일제의 식민지배로부터 자유하는 독립에 있다고 믿었을 뿐만 아니라 동양평화의 관건이 조선의 독립에 있다고 동아시아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했으며, 여기에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행복이 직결되어 있다고 보았다”고 짚어내며 “그래서 자유독립과 국민이 가져야 할 민족주의를 부르짖고, 신앙자유의 용기로 화평한 복음을 전하며 진리와 정의로 선한 싸움을 싸워보리란 결심으로 하나님께 약속하고 투신했다”고 목사이면서 독립운동가이고 실천가였던 그의 삶을 정리했다.

그러면 어떻게 평화와 생명 세계를 실현해갈 수 있을까? 성교수는 손정도가 아주 독특한 사랑과 평화사상을 지니고 있다고 소개하며 “천지 우주 만물과 인간들이 자기중심을 지니고 충돌하지 않으며 조화롭게 살도록 창조되었는데, 그 생명의 중심이 바로 ‘서로 살리는 사랑’”이라고 손정도가 적은 목회수첩을 빌어 밝혔다.

성교수는 손정도가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부활생명 안에서 인류 우주사의 새 생명으로 꽃 피어나기를, 동북아시아의 평화 질서를 세우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실현하기를, 종교전쟁과 지배 이데올로기의 우상과 망상과 허상을 깨고 인류의 평화와 사랑의 세계를 여는 예수 생명화의 복음선교를 실천하기를 간절히 외치고 있는 것”이라며 “손정도가 전통 변혁과 동시에 근대 제국주의를 넘어” “그 사랑의 길과 평화 세계를 새로 연 구원자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랐다”고 밝혔다.

성교수의 발제를 듣고 논찬에 나선 서영석 교수(협성대)는 △3.1운동과 손정도목사의 활동과 행적 △만주에서의 기독교와 독립운동의 관계규명 △손정도 목사의 생명운동, 정의,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 진리의 개념을 오늘날 이 시대에 어떻게 구현시킬지 등에 대해 더 연구되어야 할 것을 당부했다.

또 현재 남북의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임을 강조하며 “손정도의 정신으로 화해와 상생의 기틀을 마련한다면 민족 화합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고, 또한 양극화와 반목이 혼재한 이 사회에도 통합과 상생의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고 연합과 일치를 몸소 실천한 손정도의 삶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 사 회 – 이용윤 총무

▲ 개회사 – 이병우 감독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장)

▲ 환영사 – 이강전 장로 (손정도 기념사업회 상임공동대표)

▲ 논찬 1 – 김승태 박사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

▲ 논찬 2 – 서영석 박사 (협성대학교 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