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도목사의 항일역정과 독립운동

이명화 (도산학회 회장)

▲ 이 명 화 박사 (도산학회 회장)

머리말

해석 손정도 목사는 감리교 목사이며 항일독립운동가로 잘 알려져 있다. 손정도목사(존칭 생략, 이후 해석이라 칭함)의 일생과 독립운동의 행적은 그간의 연구성과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해석은 기독교인으로서, 목회자로서, 그리고 민족주의자이며 독립운동가로서의 활동하면서 그의 의식과 가치 추구는 내적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동시적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해석의 목회 활동은 기독교 전교만이 아닌 독립의 의식을 깨우치게 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우리 민족이 고난과 역경에 처있다해도 반드시 하나님의 구원을 받아 독립할 수 있다는 믿음은 기독교 정신으로 무장되었고 애국정신으로 승화되어 해석은 항일독립운동의 중심에 서있을 수 있었다.

본 발표자는 해석의 항일독립운동가로서의 면모에 집중해 그의 활동을 재해석해 보고자 한다. 따라서 해석의 생애를 밝히는 데 있지 않으므로 그의 구구한 이력에 대해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본 발표를 위해 당대 발간 신문과 독립기념관 소장의 도산안창호 자료와 흥사단자료,『美監理敎朝鮮會報』, 일본 외교사료관 소장 일본 정보 문서 등이 사료로 이용되었다.

2. 해석의 구국운동과 독립운동

1) 해외 선교활동과 구국운동

해석은 평양 주재 감리교 선교사였던 문요한(文約翰, John. Z. Moore, 1874～1963)의 비서 겸 한국어 선생이 되어 그의 목사관에서 일하게 되면서 기독교에 입교하였다. 1903년 숭실(崇實)학교에 입학해 공부했다. 1908년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숭실대학(Union Christian College)에 입학했으나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중퇴했다. 1909년 6월에 진남포와 삼화구역의 전도사로 파송되어 사역한 해석은 서울 감리교 협성성경학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신학수업을 받았다. 당시 협성성경학원을 다니면서 상동교회를 출입했으며 그 당시 상동교회가 ‘민족운동의 요람지’로 불리워졌듯이 상동교회에서 해석은 많은 애국지사들을 만났다. 특히 상동청년회의 애국지사들과 교류하는 가운데 투철한 애국의식과 민족의식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 1909년 황해도 진남포 감리교회 전도사로서 활약하면서 해석은 당시 황해도 지역에서 불붙었던 교육구국운동에 가담했다. 그리고 비밀결사 신민회에 가입해 활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명근사건과 신민회사건 등으로 많은 애국지사들이 검거당했지만 해석은 1910년 5월,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미감리회 연회에서‘청국선교사’로 임명되었다. 그렇기에 검거 선풍을 피알 수 있었다고 본다.

중국에 선교사로 파견될 예정이었던 해석은 강제 병합 직전인 7월에 중국어를 익힐 목적에서 北京으로 건너갔다. 이 때 北京에서 신민회의 일원으로 파견되어 활동 중인 曺成煥을 만났으며 고국이 강제 병합당한 소식을 北京에서 접했다. 해석의 초기 독립운동의 의식을 보여주는 자료가 북경과 하얼빈에서 각각 도산 안창호에게 보낸 편지이다. 1911년 12월 25일에 북경에서 보낸 편지에서 해산은 1910년 봄에 남대문 세브란스병원에서 도산과 만난 후 도산이 망명길에 오르고 자신은 여름에 중국어 연수를 위해 북경에 왔음을 상기했다. 해산은 중국어 연수를 받은 후 국내로 돌아와서 1911년 봄에 직접 목도한 이른바 안악사건의 재판 소식과 함께 대성학교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또한 1912년 1월 23일자 편지에는 조성환편을 통해 도산의 편지를 전해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해석이 비밀결사 신민회원 회원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그가 신민회 회원들과 상당한 친분을 맺고 도산과는 호형호제 하는 가까운 관계였음을 알 수 있다. 해석은 도산 안창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의 독립운동 방침이 소개하고 있는데, 교회 안에 청년으로 구성된 기도회를 설립하고 회원금을 모집하고자 했다. 그 기금의 반은 무기를 구입해 예비해 두고 그 반은 기도회에서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자 했다. 큰 교회마다 청년기도회를 두고서 미주의 공립협회나 국민회처럼 인구세 성격의‘국민의무금’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의도했다. 해석은 1911년에 여러 곳에 기도회가 이미 성립되어 있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편 1910년대 전반기에 해석의 독립운동에 대한 인식과 함께 향후 독립운동 진행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다. 동 편지에서 해석은 ”兄님이여 우리 일은 엇더케해요 不可不한 방침이 有하야 할 터인되 靑年이 北方 俄, 淸 兩國에 유디케 하야만 될 터인되 그 방침은 土地를 買하는 거시 必要할 듯 하기로 昨年부터 周旋을 좀 이스나 內地에 苦難이 甚한 고로 容易치 못하웨다.....제가 上帝께 告訴하기는 내의 生命을 내의 國辱을 싯고 彼倭의 원수를 갑기 前에는 我가 不死하겟다 하엿소이다. 至誠이 有하여 至誠으로 事를 도모하면 應當 上帝가 許諾하시리이다. 다른 말씀 全無하올세다.” 라고 하여 중국어연수를 왔을 때부터 토지를 구매하는 일을 추진해 왔는데, 재만동포사회를 국민적 기반으로 삼기 위한 첫 단계로“醫師 幾人을 내여다가 病院을 幾處에 設立하고 北滿洲에 土地를 좀 예비하고 가감한 사람 十餘人을 揮하야 交際할 터인대 其事는 一二年中에 成就되지 못하나 弟의 愚見에난 五年內로 絲와 如한 機關이 생기고 十年內에 運動이 생길 줄 信望하나이다.”라 하여 의료선교를 통해 교민들의 인심을 얻고 토지를 마련하여 독립운동기지를 마련하는 장기적 포석으로 독립운동에 임했음을 알 수 있다.

2) 해외 선교활동과 진도 유배

1911년 봄 감리교연회에 참석 차 한국에 귀국했을 때, 해석은 그해 4월에 『그리스도인 회보』에 투고한「기독교인의 자신력(自信力)」이라는 글을 기고해 기독교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자신력을 가질 것을 역설한 바 있다. 이 무렵 해석은 기독교 지도자들을 통해 입수한 소식을 미국에 있는 안창호에게 전하고, 안창호와 조성환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지사들의 독립운동 소식을 국내 인사들에게 전달하는 소식통의 역할을 담당했다.

1911년 6월 미감리교연회에서 집사목사(deacon pastor)로 안수받은 후 北京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기독교 선교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1912년 3월에 서울 상동교회에서 개최된 미국감리회 연회에 참석하고자 잠시 귀국해서 자신의 선교활동을 보고한 바 있다. 그리고 “청국의 봉천 북방 하얼빈 남방”선교사 임명되어 하얼빈으로 파견된 해석은 안중근의거의 역사 현장인 하얼빈에서 중국인과 한국인 교포들을 포교 대상으로 한 교회를 개척했다. 이 때 200명의 교인을 얻었고 모금과 강연, 설교와 노동 등 선교회의 지원없이 자력으로 비용을 마련해 이층예배당을 헌당하고 한국인들을 위한 공동묘지까지 마련하는 등 열정으로 교회를 발전시켰다. 이같은 교회 발전은 순수한 종교 교회로서가 아닌 해외에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하는 독립운동의 거점이 되어가자 하얼빈 일본총영사관과 조선총독부에서는 하얼빈의 한인 교회를 주목했고 해석을 독립운동가로서 주목했다.

1912년 7월, 해석은 하얼빈를 방문할 예정인 桂太郞 일본 수상을 암살하려 했다는 이른바‘가쓰라 타로 암살모의사건’을 일으킨 주모자로 하얼빈영사관 경찰에 체포되어 3개월간 취조를 받았다. 당시 해석을 포함해 총 23명의 애국지사들이 체포되어 조선총독부 경무부로 압송되었다. 그 중 20명은 석방될 수 있었으나 해석은 재판에 회부되어‘보안법조례 위반’으로 1년 유배형을 선고받고 11월에 전남 진도로 유배되었다. 그 당시 일제의 신문 과정에서 받은 고문과 악형의 휴유증으로 해석은 일생을 고통받았다. 진도 유배지에서도 해석은 유배지 근처 주민들과 수십리 밖에 떨어진 주민들과 교제하며 예배를 인도하고 성서를 가르쳤으며 심지어 순사와 형사들까지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는 전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1년만인 1913년 11월 초에 유배지에서 석방되었고 11월 10일에는 감리교신학교 학생들이 마련한 석방 환영회에 참석했다.

3) 정동교회 목회와 독립운동

해석은 1914년 6월, 정동 제일교회에서 열린 미감리회 연회에서 동대문교회 목사로 파송 명을 받았다. 동대문교회로 부임해 1년간 목회하는 동안 해석의 설교와 간증, 믿음의 실천에 감동받은 많은 신도들이 몰려들었다. 해석이 시무하는 동안 교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신도들은 교회 건물 밖 마당에서 예배를 드릴 정도로 동대문교회는 성황이었다. 1915년 4월에는 현순 목사의 후임으로 정동 제일교회 목사로 발령을 받았다. 이 소식을 들은 동대문교회 교인들은 연판장을 돌리며 해석의 교회 이임을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새로 부임한 정동 제일교회 주변에는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이 있었다. 해석의 설교는 민족적 감화력이 뛰어나 젊은 남녀학생들이 그의 설교를 듣고자 예배에 참여했다. 당시 예배를 보는 동안 남반과 여반으로 갈라놓았던 휘장이 쳐져 있었는데 해석은 그 휘장을 과감히 제거했다. 또한 정동 제일교회 내에 엡윗청년회가 10년 만에 재조직되어 활발한 활동을 재개했다. 그리고 600원의 헌금을 모아 교회를 증축하고 수리하는 등 해석이 부임해 시무를 보는 동안 정동교회는 한국 최고의 교회로 발전했다.

1917년 해석은 우여곡절 끝에 협성신학교를 제5기로 졸업하고 1918년 6월 23일에 장로(Elder)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러나 해석은 정동교회로 부임한 지 3년째 되는 해에 갑자기 ‘신병치료’를 이유로 휴직원을 내고 고향 근처 평양으로 이사했다. 해석의 갑작스런 이사의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후 처리를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평화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1919년 1월에 상해 신한청년당에서 파견한 선우혁을 만나면서 국내에서 3.1운동에 참여할 기독교계 인물들을, 이승훈, 길선주, 이필주 등 목사들을 연계시켜 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의친왕 이강 공과 하란사(河蘭史) 2사람을 파리강화회의에 참여시키기 위한 준비를 위해 중국으로 망명을 결심했다. 파리 평화회의가 열리고 있는 중에 한국인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대대적인 만세운동을 벌이고 독립을 선언해야 한다는 기독교계의 조용한 움직임에 동참했던 해석은 민족대표 33인 중에 한사람으로 서명하기로 했다가 또다른 흐름의 독립운동인 파리강화회의에서 의친왕 이강공을 참여시키는 일에 뛰어들었다. 독립운동가로서의 활동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해석과 이 거사에 동참한 이는 정동 제일교회 보호여회(Ladies Aid Society) 회장이며 미주 동포사회의 지원을 받아 1918년에 정동제일교회에 파이프 오르간을 한국 최초로 설치한 河蘭史이다. 그들은 정동교회에서 긴밀히 독립운동을 의논하고 있었다. 앞서 해석은 하란사를 시켜 손병희의 애첩인 朱山月과 접촉한 후 손병희를 설득해 민족대표 33인에 참여시키고 천도교의 경비 지원을 이끌어냈으며 왕궁의 궁녀들을 통해 엄비와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해석과 하란사는 과거 네데란드 헤이그 만국 평화회의에 밀사를 파견했듯이 파리강화회의에 의친왕 이강과 하란사를 참석케 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독립운동을 알리고 한국정부의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었다.

해석은 평양에서 망명의 기회를 노리다가 2월 중순경에 잡을 떠나 3월 1일 上海에 도착했다. 당시 상하해에는 동제사와 박달학원을 이끌었던 신규식과 현순, 이광수, 선우혁, 김철 등이 속속 도착해 독립운동의 방향을 논의 중이었다. 그리고 파리에서 강화회의에서 미국 윌슨(Willson)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 제창한다는 소식을 들은 상해의 呂運亨·韓鎭敎·鮮于爀 등은 신한청년당을 결성하고 신규식〔申檉〕의 이름으로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독립의 원조를 요청하는 취지의 전보를 보내고 이어 당시 하얼빈에 거주하던 김규식(金奎植)을 상해로 초대하여 민족대표자로써 강화회의에 파견할 것을 결정해 김규식은 1919년 1월 파리를 향해 출발했다. 해석은 3월 8일에 북경을 행해 출발해 의친왕 李堈 공과 하란사를 파리강화회의에 보내고자 손정도는 입정(立丁), 현순은 석정(石丁), 최창식은 운정(雲丁)이라는 암호명으로 서로 연락하면서 일을 추진해 나갔다. 이들 모두는 감리교의 목사들이다. 북경 哈達門 안에 감리교회가 운영하는 병원에 유숙하며 거사를 논의하던 중 하란사가 유행성독감에 걸리고 3월 10일 급사하는 변고를 당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해석과 현순은 3월 26일에 함께 상해로 돌아왔다.

3. 중국 망명과 임시정부 수립

1) 상해 임시의정원의 출범과 정부 수립 선포

1919년 4월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하였다. 1919년 4월 신한청년당 가입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설립을 주도한 해석은 4월 29일 대의원 선거에서 평안남도의 대의원으로 선거되었다. 초대 부의장에 선출되었으며 임시의정원 의장이 되었다.

해석과 현순은 상해로 돌아와 프랑스조계 김신부로(金神父路)의 한 회의장에서 임시정부 수립하였다. 1919년 4월 10일과 11일 양일간 회의에서 먼저 임시의정원을 출범시켰다. 11일에 개최된 제1회 임시의정원 회의에 참석한 이는 29명이었다. 해석은 임시의정원 부의장에 선출되었다. 그리고 11일에 역사적인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임시의정원 의장으로 선출된 이동녕이 이틀 만에 사퇴하게 되자 4월 13일에 해석은 제2대 임시의정원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 상해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 당시 손정도 목사(두번째 줄 왼쪽 8번째)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기 이전 해석의 활액은 목사보다도 독립운동가의 면모에 가깝다. 해석은 종파를 초월하여 독립운동 세력을 통합하는데 앞정섰다. 천도교 인사들과 접촉했으며 정부 조직에 필요한 자금으로 천도교에서 1만원, 미국 선교부에서 1만원을 모금해 정부 수립을 준비했다. 상해 임시정부 수립의 기반은 해석과 현순으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관언은 아니다. 해석은 상해 임시정부에 이어 4월 23일에 수립된 한성임시정부에는 18인의 評定官 중의 한사람으로 선정되었다. 이처럼 해석은 상해정부와 한성정부에서 총장급으로 선임되지는 않았으나 임시정부 수립의 실제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석은 미주에 있는 도산을 초빙하였고 5월 25일 상해에 도착하여 국무총리 대리 겸 내무총장에 부임한 도산과 함께‘대한민국임시헌장’을 발표하고 정부 내각을 조각하고 임시의정원 명단을 발표했다.

2) 임시정부 외각 단체 활동

정부가 수립된 후 임시정부의 가장 큰 현안은 자금 모금, 재정확보 문제였다. 5월 1일 각도 대의원회를 열고 운동자금모집 방법으로 구국 의무금을 상해 거주 교민들로부터 모집할 것을 논의하고, 한국내의 자산가에 대해서 賦課令을 발하고 일본정부에 납세 거부 선전을 할 것을 협의했다. 그리고 1919년 7월, 聯通制를 제정해 각도와 연락을 계획하였다.

▲ 상해 임시정부 당시 사진(가운데 안창호 왼쪽이 손정도 목사)

한편 상해, 한성, 블라디보스토에서 각각 수립된 정부가 1919년 9월 통합임시정부를 수립하자 해석은 임시의정원 기초위원에 선출되었다. 상해로 온 국무총리와 각 총장들의 취임직은 10월 15일에 와서야 이루어졌고 의정원 의장 해석은 환영사로 이들의 취임을 환영했다. 그리고 이듬해 새해가 되자 해석은 독립신문에 「독립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뇨」라는 글을 통해 먼저 독립할 만한 민족이 될 것과 싸울 준비를 할 것과 독립을 위해서는 죽을 각오를 하고 피를 흘릴 것으로 요구했다.

그리고 1920년 1월 22일자로 미주에서 부임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 이승만에게 편지를 보내 국내와 상해 방면, 중국과 러시아령 등에 대한 정세 등과 대통령에 대한 인심 소식을 전하고 외교를 위해 미국에 머물지 말고 2천만의 대통령으로서 조속히 상해로 와서 대국을 수습해 줄 것을 재촉했다.

▲ 이승만 상해임시정부 도착 환영식(1920.12.28)=손정도 목사, 이동영, 이시영, 이동휘, 이승만, 안창호, 박은식, 김규식 등과 함께 찍은 사진 (이동휘는 오른쪽에서 네번째)

1920년 1월에는 김석황, 김립·김철·김구·윤현진·김순애 등과 함께 발기인으로 참여하여“조국의 광복의 희생정신으로 정부의 뜻을 받아 다음과 같은 운동에 매진하고 적과 전쟁행위를 시작했을 때는 독립군이 되어서 국사에 따를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용단을 결성하였다. 즉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절대적으로 옹호한다는 규정아래 독립군을 양성하고 일제기관을 습격하고 일제 고관들을 처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의용단원은 만 15세 이상 45세 이하의 대한민국 남녀가 가입할 수 있었고 “1.조국의 광복운동에 몸을 바쳐 헌신한다. 2.임시정부를 절대 옹호한다. 3.본단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는 정신으로 결집시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외각 기관으로서 정부의 기관을 보좌해서전쟁 시에 의용단은 독립군으로 전환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10가지의 활동을 규정했다.‘1. 포고문 혹은 권설로써 국민을 고취하며 적개심을 격발케 하고 지구력을 갖게 할 것 2. 정부 기관을 보좌하고 재정, 기타 사무를 원조할 것 3. 국민에게 개병주의와 개납주의를 고취할 것 4. 권고 기타 방법으로 왜인의 총독부에 소속한 관공리로 하여금 퇴직케 할 것 5. 적의 관청에 납세를 거절하게 하는 운동을 할 것 6. 일화 抵制를 장려할 것 7. 군무부에 연락을 취하여 가능한 방법으로 군사상 실제의 방편을 획책 도는 준비할 것 8. 임시정부 공보 및 기관지의 전포를 보편토록 할 것 9. 본단과 주의가 같은 타단체와 상호 협화 원조할 것 10. 정부의 명령 또는 지휘가 있는 것 기타 광복운동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일을 위해 종사할 것‘ 등이다. 임원진은 본단에 단장, 부단장, 총무, 서무부장, 군무부장, 장재부장 각 1명씩과 서기 약간명을 두도록 되어있고 국내의 각 도마다 지단을, 각 군마다 분단을 설치하도록 하였다. 국외에 조직을 둘 필요가 있을 시에는 분단과 지단 규모의 조직을 설치한다고 규정하였다.

1920년 4월 의용단원 김석황을 국내로 파견해 국내 의용단 지단이 조직되기 시작해 1921년부터 국내에서는 대한적십자사와 의용단이이라 칭하는 비밀결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황해도 장연에서 일제의 검거망에 걸려 검거되는 의용단원들은 각 단원으로부터 입단금을 매월 30원씩 징수하여 권총을 구입할 것, 권총의 분배와 용도 및 권총으로 형사․밀정․친일자를 암살할 것, 상해 임시정부와 연락을 취하여 독립공채를 강제 매각하고 독립신문을 구독할 것 등을 모의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1920년 8월 종로경찰서에서 보안법위반으로 또 다른 의용단 검거 사건이 일어났다. 상해 의용단의 지부 격인 이들 의용단은 동지규합 과정에서 검거되었지만 해석이 평안도와 황해도 일대의 임시정부를 지원하는 비밀결사 조직에 관여하고 있으며 일정하게 그들은 지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해석은 1920년 2월에 北京에서 열린‘미국 감리 감독교회 동아시아 총회’(Central Conference of Eastern Asia of the Methodist Episcopal Church)에 현순과 함께 임시정부의 대표로 참가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감리교 외국인 선교사들에게 한국 독립운동의 상황을 알리고 동양평화의 관건은 오직 한국 독립에 있음을 역설했다. 당시 총회에는 한국에서 최병헌, 김종우, 배형식 목사가 참가했다. 그 당시 배형식 목사는 해석에게 1천여원의 자금으로 건냈고 해석은 이 돈으로 선교사들을 초대해 그들과 좌담하며 한국의 정황을 알리고 독립을 선전 홍보하는 외교 비용으로 사용했다. 1920년 2월 7일 北京에 열린 ｢東洋宣敎師大會｣에서 행한 해석의 연설문은 수백부가 인쇄되어 대회장에 뿌려졌다. 처음에 다소 냉담한 태도를 취하던 會衆은 해석의 연설의 결과로 많은 감동을 주어 당시 대회에 참석한 선교사들이 각각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를 언약했다고 한다.

그러나 상해로 돌아오자 정부에 바치는 공금을 사사로이 유용, 횡령했다는 공격을 받았고 이 일로 해석은 큰 곤란을 당하게 되었다. 도산이 직접 조사에 나서 철저히 조사해 해석의 무혐의를 밝혀주었다. 그리고 배형식 목사로부터 “북경에서 전달한 돈은 손정도 목사 개인이 사용하라고 준 것이다”는 내용의 서신이 전달되어 해석은 횡령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일로 도산 안창호와 해석은 더욱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 도산과 해석

1920년 5월에 평안남도에서 결성된 비밀결사 청년단은 임시정부의 통신기관이 되어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고 이를 임시정부에 송금하는 일과 독립신문을 배포하고 통신연락을 담당하는 탐방원이 활약하였다. 이 청년단은 일제의 수사망에 제령 제7호 위반으로 검거되었다. 이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청년단이 해석의 지도를 받아 창설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20년 8월 미국 상하의원 위원단의 동양시찰 중에 한국을 방문 중에 이들 의용단에서는 김예진(金禮鎭) 등 20여 명의 단원들이 평남도청 폭파 의거와 8월 6일에 평남경찰부장이 타고 있는 차를 습격하는 등 격렬한 활동을 전개하여 미국 의원들에게 한국의 독립운동의 기개를 알리고자 했다. 이들 모두는 의용단 평남지단의 활동이었다. 한편 1920년 10월 15일에 평양의 기독교 장로교감리교 여신자 100여명이 대한애국부인회를 조직하고 군자금 2400여원을 모금해 임시정부에 송금한 사실이 발각되어 제령7호 위반으로 대거 검거되었는데, 당시 대한애국부인회 총재인 吳信道는 해석의 모친이고, 평양감리파 지회 서기로 대한여자애국단에 참여한 손진실은 해석의 장녀이다. 평남 강동군 일대에서 군자금 모금 활동 중 일경에 검거된 이들은 당시 임시의정원 의장 손정도발 ‘분투에 관한 서간‘ 안창호와 손정도 명의의 신임장 등을 소지하고 있다가 일제에 압수당했다.

해석의 임시정부의 외각 활동 중에 주목되는 것은 1921년 3월 3일에 결성된 대한예수교진정회(大韓耶蘇敎陳情會)이다. 해석은 임시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기독교 목사 이원익, 김병조, 김인전, 조상섭, 백영엽, 송병조, 장덕로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한예수교진정회를 결성하고 첫 회장에 취임했다. 대한야소교진정회는 국내는 물론 중국 러시아, 미주와 하와이, 구미 각국의 외국인들과 그곳의 교포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며 국제연맹과 만국장로교연합회와 감리교백년기념대회, 그리고 미국회 상의원들에게 <만국예수교우에게>라는 진정서를 보내었다. 또한 이러한 선전활동 계획을 각 교회에 보내 원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주로 본국과 구미, 중국을 대상으로 1. 본국에 관한 건은 교회역사․교회압박․교회진흥․교회와 독립의 관계 역사를 국한문, 한문, 영문으로 편집하여 외국에 선전하고, 2. 외국에 관한 건은 각국 교회의 우리나라에 대한 관계․각국 교회 또는 사회의 우리 독립에 대한 동정과 원조에 대한 역사를 국한문으로 편집하여 본국에 선전했다. 이렇게 기독교 조직을 결성하고 중국 각 교회와 국제사회에 한국 교회의 참상을 전하고 한국 독립을 선전해 기독교인들로부터 한국의 독립에 대한 동정과 원조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해석은 기독교 목사로서의 종교운동과 독립운동가로서의 독립운동을 동시에 전개해 나갔다. 그에게 두 운동은 결코 배반되지 않는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국제사회에 한국의 독립운동을 선전하고, 국내에는 국외의 사정을 전달하는 선전사업을 전개하였다. 대한야소교진정회는 국내에서 결성된 결사들에게 보낸 청원서에서 “....아 한국교회가 기필코 결정해야 할 일을 작안하여 품달해 둔 바 있지만 최선의 급무로 할 것은 나날이 승리의 그 날까지 견고하게 할 필요가 있으므로 여하한 방법으로든 지 교통기관을 설치하여야 할 것이므로 회의를 개최한 결과 상해 지회로부터는 안동현까지 교통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앙당하오니 통촉하시고 내지에서의 최고기관을 본회에 있어서 결정한 뒤에 지시가 있기를 복망한다.”하고 안동교통국을 비롯한 교통국 조직을 조직해 나갔다.

한편 1920년 가을, 일본에서 열리는 萬國主日學校大會에 한국 교회 대표는 불참할 것과 일본이 한국 기독교 교회에 자행한 만행을 세계교회 대표로 하여금 폭로하고 그 외에도 중국 각 교회에 한국 교회의 참상을 전하고 위원을 특파해 선전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이듬해 1922년 2월에는 대한적십자회 회장에 취임했다. 또한 1922년 10월 22일에 결성된 韓國勞兵會에 발기인 16명 중에 한사람으로 참여했다. 한국노병회 제1차 이사회에서 勞工部長에 선임되어 활동했다. 한국노병회는 10년이내 1만명 이상 勞兵을 양성하고 백만원 이상의 戰費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0년 넘게 운영되다가 1932년 10월에 해산되었다. 전투 병력만이 아닌 전비 자금을 스스로 마련하는 생산자인 ‘勞兵’은 노동자이자 군사이며 당시 임시정부의 정책이었던 國民皆兵制를 지원하는 임시정부 외각단체로 활동하였다. 한국노병회는‘군사학교를 설립해 사관자격을 양성할 일, 군사서적을 간행해 군사지식을 계발할 일, 외국의 군대, 군사학교 및 병공창 등에 소개해 이에 관한 지식 기능을 수득케 할 일’등을 수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군사훈련을 직접 담당할 수 없었던 임시정부를 대신해 士官으로 양성할만한 한인청년들을 선발해 중국 군관학교로 위탁 교육시키는 일을 주선했다. 또한 휴일에도 쉬지 않고 상해 한인교회 常義會 위원으로 교회 운영에 참여했으며 임시정부의 공립학교인 仁成學校 교장이 되어 학교운영을 맡았다. 학생들에게 “韓國魂”을 넣어주는 것을 지상의 교육목표로 하고 초등교육에서부터 민족․ 국가․ 국토의식을 확실히 심어주는데 주력했던 인성학교는 해석이 교장직에 있는 동안 학교 발전을 이루었다.

1921년 3.1절을 맞이하여 임시의정원장 해석은 독립신문에 ‘희생하자 분발하자’라는 화두를 던지고 단군할아버지와 한겨레인 우리 대한의 남녀가 하나로 뭉쳐 전진할 것을 다짐한 하고 있다. 그리고 그해 5월 3일자로 교통총장에 임명되어 8월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해석은 교통국 조직을 총지휘하며 더불어 의용단, 청년단, 적십자회, 대한민국애국부인회 등의 국내 조직망을 연결해 독립운동을 준비하며 외각에서 임시정부를 지원하는 활동을 전개해 나가는데 교통총장인 해석의 인맥 기반이 중심이 되었다. 임시정부와 각종 외각의 결사활동이 활발히 진행되어가자 일제는 “이들은 내외 기맥 연락이 야소교 제기관에 의하여 행하여지고 있음은 사실인 것 같다“고 진단한 바 있다.

1920년 6월 10일, 해석은 도산의 권유를 받아 흥사단원동위원부의 단원으로 입단했다. 1920년 12월 29일부터 30일까지 원동에서 제7회 興士團大會가 개최되자 해관은 동대회의 대회를 주관했다. 마지막 상별회 시간에 도산의 擧手禮 개회 선언에 이어 愛國歌 제창, 대회서기 박현환의 대회경과 보고가 있은 후 해석은 다음과 같이 대회 감상담을 토로했다.

“나는 여러 해 동안 國事를 爲하여 試驗하여 본 것이 많았습니다. 已往에 거짓되고 믿음이 없고 사랑이 없는 가운데 섞이어 일은 뜻대로 되지 아니하고 前途는 漠漠하여 마음에 기쁨을 얻을 수 없었더니 오늘날 이와 같이 모이어 지남에 기쁜 마음이 만족하니....우리의 責任은 重大하고 우리의 앞길은 長遠하니 우리 무리는 確固 不拔의 정신을 더욱 길러야 되겠오.”

흥사단원동임시위원부는 매년 흥사단대회를 통해 단결과 통일을 다짐하고 단원간에 신뢰를 공고히 쌓아나갔다.

4. 국민대표회의 참석과 이상촌 건설운동

해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공무직을 벗어던지고 1921년 늦가을에 상해를 떠나 길림으로 이주했다. 처음에는 중국인 교회에서 시무하였고 가족들은 12월 평양에서 떠나 해석이 있는 길림으로 합류했다. 해석은 길림성 밖에 새로이 벽돌 건물의 교회와 목사관을 세워 이곳에서 시무하면서 길림지역 흥사단 단원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1923년 1월부터 상해에서 개최된 국민대표회의에서 李鐸과 함께 평남대표로 참석했으며 재정분과 위원으로 선임되었다. 국민대표회의 열리기 이전에 독립운동계가 의견이 엇갈려 의견 통일을 보지 못함을 목도한 해석은 시사책진회를 결성하고 의견 조율을 위한 사전 모임을 주선한 바 있다. 당시에 해석은 과거지사를 논하지 말고 전도를 향해 나갈 것을 주창하며 개조파의 입장에 서게 되었다. 해관은 그 어떤 파벌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국민대표회의는 현 임시정부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 정부유지파와 새로이 정부를 세우려고 한 창조파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기 주장만을 앞세워 팽팽한 대립으로 치달음으로써 국민대표회의는 결국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나버렸다. 크게 실망한 해석은 다시 길림으로 돌아왔다.

1924년 9월 서울에서 개최된 미감리회 연회에 참석한 해석은 길림 新帖교회에 파송 명을 받아 길림 신첩교회 담임을 맡았고 1926년에는 액목현교회 담임을 겸했다. 또한 길림 주변의 大坌과 大崗子 교회를 순방하며 목회 활동을 했다. 정치적 지향이 강한 중국 관내 지역의 한인과는 달리 농업에 기반을 둔 재만한인들은 임시정부의 국민개병과 국민개납 방침에 기초가 되는 국민적 기반이었다. 그리고 만주는 생계 해결의 차원을 넘어 독립운동의 財政源 역할 담당과 산업 발전의 가능성이 열린 곳이었다. 이곳의 한인기반이 무너지면 독립운동의 재정적 기반 역시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해석은 1924년 1월 16일 하얼빈교회에서 열린 만주지방 감리교 사경회 및 담임자회에 참석하고 만주 순회 전도대로 활동하며 배일강연을 토하여 목회활동과 독립운동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그리고 재만한인의 생활안정과 동시에 독립운동의 재정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방도로 농업공사 운영을 추진하며‘이상촌운동’을 현실화했다. 한인들의 이상촌에 水田農業을 경영해 이주 한인들의 생활 안정과 동시에 독립운동의 재력의 기반이 될 것을 전망했다. 소작농 신세로 지주인 중국인들에게 구축당하는 비참한 처지에서 벗어나 안정된 기반을 구축하는 일은 목사이며 한인 지도자인 해석의 오랜 숙원이기도 했다. 1925년 1월 3일 양기탁, 배형식, 곽종육, 최일(최명식) 등과 함께 주식회사 滿洲農業社의 결성으로 실현되었다. 만주농업사의 발기인은 해석을 비롯해 양기탁, 배형식, 곽종육, 최일(최명식), 오덕림, 고활신, 전이덕, 최만영 등, 만주지역의 지도자들이었다. 만주농업사의 회사의 자본 총액은 10만원이며, 이를 2천주로 나누어 1주의 금액을 50원으로 정해 주식 모금에 착수하고 2백만 만주 교민들의 생활개선과 농촌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1926년 가을, 만주지역의 민생 안정책을 강구하기 위해 농민조합과 농업공사가 설립되었다. 일제 길림 총영사관은 경찰을 동원하여 수전농경 사업을 방해하고 생활이 비참했던 한인들에게 여러 구제책을 내걸며 적극적으로 회유을 통한 귀순을 종용했다. 독립운동계는 逆으로 일제를 이용해 농업경영 자금을 끌어들이고자 귀순을 위장해 일제를 속여 자금 확보를 기도한 적도 있었다.

1926년 해석은 3.1운동 7주년 기념식을 길림교회에서 대대적으로 거행하고 도산 안창호를 지원해 유일당운동을 전개해 나갔던 해석은 국내 한인들에게도 북만주의 토지를 사들여 개척해 한 조각의 땅이라도 영매한 소유주가 될 것을 호소했다. 1927년 2월에 길림 방문 중에 안창호가 대동문 밖에 위치한 최명식의 대동공사에서「조선독립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강연하던 중 일제의 사주를 받은 중국경찰이 강연장으로 난입해 40여명의 독립운동가를 체포한 이른바‘길림사건’이 발생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해석은 길림성 교섭국 통역관인 吳仁華와 함께 길림성 당국자는 물론 北京에 있는 張學良과도 교섭을 진행해 20여일 만에 모든 사람들을 석방시키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해석은 재만한인 지도자들과 함께 1927년 4월 1일에 農民互助社를 결성했다. 농민호조사의 발기는 해석이 傳言하고 있듯이 土匪의 습격과 흉년으로 인한 기아, 중국관헌들의 한인 방축 등의 시련으로부터 어떻게 한인들을 구제할 수 있느냐하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에서 제기되었다. 중국지주에게 착취당하고 토지에서 驅逐당하는 한인들에게 토지를 제공하고 영농하게 하여 한인 농민들의 경제적 기초를 배양, 생활의 안정을 기함으로써 피폐되어 가는 재만 한인사회를 재건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하여 國民皆兵, 國民皆業, 그리고 國民皆納이 가능한 독립운동의 기반을 다지고자 한 것이었다. 즉 큰 자본 없이 한인들의 특기인 水田農業 등 농업 경영을 통해 독립운동의 안정적인 인적, 물적 토대로 삼고자 한 것이다. 재정적 곤란과 국민적 기반의 분열 등 혼란에 빠진 독립운동계를 재통합하고, 재만 한인사회 救濟라는 자구책의 이해관계를 합치시킨 운동인 것이다.

농민호조사는 재만한인들의 경제자립과 독립운동기지의 견실화, 그리고 이상촌 건설 등을 목표로 여러 가지 사업을 실행했다. 한편 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인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농촌부흥과 신업진흥을 도모하고자 했다. 같은 해 고향의 전 재산을 처분해서 동생 손경도의 명의로 경박호 일대 額穆縣 지역에 3천일경(120결) 정도의 땅을 사서 이상촌을 건설했으며 穆陵에도 3천평의 농장을 개발했다고 한다. 농민호조사사업의 일환으로 농민들의 생산 증가를 도모하기 위해 근대 과학적 영농법과 기계를 도입하여 영농하고자 했다. 경박호를 大水源으로 이용하여 북만일대를 電力化한다는 계획아래 중국당국에는 한인들의 주동으로 북만일대를 개발해 중국 원주민들의 복리도 증진시킴으로써 “한중연합의 우의”를 다지고자 한다는 취지를 내세워 일단 중국 당국과 동북성당국의 지지를 받고자 했다. 부족한 개발 자금은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독일의 5개국의 차관을 청하여 충용하고 한인들의 노동력으로 대대적인 사업을 전개하고자 한 것이다. 한편 1928년 9월에는 東省歸化韓族同鄕會라는 조직을 결성해 중국 당국에 한인자치를 요구하며 만주에서 구축당하는 한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코자 했다. 해석이 주도한 한족동향회는 만철부속지와 연길, 화룡, 왕청, 혼춘을 제외한 47개현에 조직되어 중국 당국에 일제와 체결한 間島協約과 三矢協定의 철폐를 요구하고 중국 당국과 직접 교섭하며 한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활동을 적극 전개했다. 또한 초등학교를 증설하고 농민은행 설립해 한인들 스스로 상업자본을 융통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농민회 등 농업개발 기관을 세워 한인들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중국 당국에 청원했다.

그러나 흥사단원으로서 도산과 함게 이상촌을 건설에 힘을 쏟았던 혁명동지인 이탁은 1930년 5월 17일, 42세 되던 해에 상해 하비로 고려물산공사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그리고 해석 또한 만주를 노골적으로 침략해 들어오는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독립운동의 환경은 점차 악화되어 갔다. 가족의 안정을 걱정한 해석은 길림성 밖 우마항으로 이전하고 둘째 딸 성실의 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奉天에 잠시 머물렀으나 가족은 北京으로 이사하고 자신만 길림으로 돌아왔다. 건강을 돌보지 않은 탓에 과로와 격무에 시달렸고 가츠라암살모의사건으로 체포되었을 당시 일제 경찰로부터 받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육신은 고통에 시달렸다. 1930년 봄 이후에는 사실상 목회가 불가능할 정도였고 건강이 악화되었다. 北京에 있는 식구들에게로 갔었지만 가족 생활도 만만치는 못한 상황에서 해석은 홀로 동료들이 있는 길림지역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어무셴의 한 동포 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 복통을 일으키고 선혈을 토해 길림시내에 있는 일본 인이 운영하는 액목현 동양의원 응급실로 이송했으나 회생하지 못하고 1931년 2월 19일 밤 12시에 병원에서 4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5. 맺음말

해석의 유족으로는 부인 박신일과 큰 딸 진실(眞實, 1901년생), 둘째 딸 성실(誠實, 1905년생), 큰 아들 원일(元一, 1909년생), 둘째 원태(元泰, 1914년생), 그리고 막내딸 인실(仁實, 1917년생)이 있다. 2월 22일에 거행된 해석의 장례식에는 北京에서 온 아내 박신일과 친동생 孫敬道, 그리고 한인 40여 명이 참석하고 일제가 삼엄하게 경계하는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졌다. 사망한지 10개월이 지나도록 시신은 길림 동문 밖 봉천 사람의 임시 장지에 봉안되어 있다가 9월이 되어서야 길림성 북문 밖 北山에 100여 평의 토지를 구입, 이곳에 유택지를 마련해 유해를 안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문화대혁명 시대에 묘소가 파헤쳐지는 상황이 벌어지자 동생 경도는 밀산에 묘소를 마련해 유해를 이장했으며 이후 조카 손원진이 묘소를 관리해 왔다가 1996년에 한국으로 봉환되어 9월 12일에 국립묘지 임정요인 묘역에 안장되었다.

▲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손원일, 홍은혜, 맏아들 명원, 둘째 동원, 어머니 박신일, 맏딸 영자

▲ 손정도 목사 묘역(국립현충원 임시정부 요인 묘역)

각 독립운동 단체가 이념과 주의, 노선의 차이가 컸고, 한편 일제 밀정들의 분열 공작이 집요하게 계속되는 상황에서 해석은 만주의 다양한 독립운동 단체들을 통합하여 임시정부 산하로 이끌고 한인사회를 통일적으로 지도하고자 했지만 당시 재만한인들의 처지는 너무도 열악했다. 그럼에도 해석은 중국 동북지방 동포 순회 선교사로 파견되어 북경, 천진과 하얼빈을 오가며 당시 중동선 철도 주변에 형성된 한인사회와 하얼빈에 대한인국민회 만주지방총회를 거점으로 하여 선교사로 활동하며 각지 교민들에게 기독교 신앙과 함께 민족의식을 심어주며 한인사회를 결속하는 일에 열중하였다. 도산과 신민회의 독립운동기지개척운동과 미주 태동실업주식회사의 북만주 토지 개발 투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을 당시 목사로서 선교사업을 하면서 민족의 원수를 갚고자 하는 의지를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해석은 선교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목사로서 기독교에 헌신했지만 민족을 구원하는 일에 자신의 생명과 피를 아끼지 않았다. 해석에게 목회자로서의 신앙운동과 민족독립운동은 결코 분리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이상촌건설’이라는 현실을 뛰어넘는다는 의미의 용어와는 달리 해석의 이상촌건설운동은 국민안정과 재정원을 확보코자 했던 현실적인 대책이었으며, 궁극적으로 독립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재정적, 군사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던 독립운동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일제가 분석하고 있듯이 이상촌건설운동은 문화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독립전쟁을 통해 독립을 달성한다는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이를 준비하기 위해 시도되었던 것이다.

이와같이 해석은 정부의 국민적 기반과 독립운동의 물적 토대를 마련하고 기독교 정신으로 한인의 정신적 공동체를 이룩해 이들을 연대시키고자 했던 해석은 노력과 시도는 그가 일찍이 임시정부를 떠나 있었다고 하지만 한번도 독립운동계를 떠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 이 명 화 박사 (도산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