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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9월 01일 (금) 00:00:00 [조회수 : 27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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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성린재활원에 갔을 때 한 젊은이가 악수를 청했다.
“유 승원이라고 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습니다.”
악수를 청하면서 나에게 ‘너 자신을 알라’고 하는 것 같았다.
키가 작고 귀염성이 있는 청년이었다.
옆에 있던 직원이 “승원씨 나가요.”하며 사무실에서 그를 내 보냈다.
유 승원 형제와의 첫 만남을 지금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나는 다른 장애인들이 그를 놀리는 모습을 보았다.
“유 승원, 네 꼬락서니를 알아야지”
승원 형제는 아무나 보고 느닷없이 ‘소크라테스가 네 자신을 알라’고 했다는 말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승원 형제는 수시로 약간의 영어와 한문을 말했다.
승원 형제는 홀트복지회에서 온 정신지체장애인이다.
직원들 이야기로는 어렸을 때 머리를 맞아서 정신장애가 온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눈동자는 흐렸고 항상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 해 추운 겨울날이었다.
재활원 수도가 얼어서 먹을 물도 부족했다.
나는 추위로 게으름을 피우며 방에서 늦장을 부리고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는데 승원 형제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손수레에 큰 물통을 싣고 오고 있었다.
아침 일찍 어디선가 물을 길어온 것이다.
누군가 시켰는지도 모른다.
지체장애인들이 곧잘 귀찮은 일이 있으면 승원 형제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그러면 승원 형제는 싫은 표정 없이 심부름을 했다.
나는 그런 승원 형제를 보며 나의 게으름을 부끄러워한 적이 있었다.
언제나 나는 승원 형제에게는 허 종 전도사이다.
재활원을 떠난 후 몇 년이 지나고 목사가 되어 찾아 갔을 때
승원이가 ‘허 종 전도사님 안녕하셨어요?’하고 인사를 청했다.
이제 전도사가 아니고 목사라고 해도 언제나 그는 나를 허 종 전도사로 불렀다.
이제 그도 오십이 넘은 나이가 되었다.
아직도 그는 재활원에서 살고 있다.
평생 시설에서만 살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백내장으로 안경을 쓰고 다니는데 수술을 받지 못하고 지낸다.
지금도 재활원에 가면 언제나 악수를 청하면서 ‘허종 전도사님이시지요? 안녕 하셨어요?’ 하고 인사를 한다.
오십 평생을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승원 형제를 생각하면 마음이 저리다.
악수를 청하면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승원 형제를 생각하며 그를 위해 기도를 했다.
그리고 교회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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