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광 전도사 가족이 지난 6월에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왔다. 적응기간이 끝나고 지난 6일 하나원을 나와 19일 오후 가족들과 함께 전명구 감독회장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한국에 오도록 도와주신 분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하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힘들게 온 것 생각하며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김세광 전도사가 북한을 탈출한 아내와 두 아들을 9년 만에 만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명이는 12살짜리 개구쟁이가 되어 있었고 두 살 위의 첫 째 아이 성이는 의젓한 티가 나는 중학생이 되었다. 탈북자의 가족이라는 냉대와 감시 속에 살던 고왔던 아내는 모진 세월을 견디느라 많이 상해 있었다. 북한을 나온 지 9년,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이 북한을 탈출 한지 6개월, 이제 가족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김전도사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기적이라고 고백한다.

김세광 전도사는 9년 전 북에 가족을 두고 혼자 탈출했다. 북한을 탈출하려고 작정하고 탈출한 것이 아니고 한국군 장성이던 처의 삼촌이 남북회담차 평양을 방문했다가 가족을 찾으며 연이 닿은 게 발단이었다. 이와 동시에 가족에 대한 감시도 시작됐다. 처삼촌을 만나느라 중국을 오가던 어느날 북한국경수비대를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죽음의 문턱에 이르는 큰 부상을 입었고 그 몸으로 압록강을 건넜다. 사경을 헤매던 중 장백의 한충열 목사와 만나게 되면서 신앙을 얻었다. 그리고 한국에 왔다.

한국에 와서 신학을 공부하며 북한선교의 꿈을 키웠다. 교회의 사찰로 일하면서 받은 많지 않은 월급을 쪼개어 북한의 가족에게 보냈고 더 많은 비율의 돈을 북한선교단체에 보냈다. 자신은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얻었다. 그럼에도 가족에게 가는 돈은 대부분 배달사고가 났다. 그러다 지난 봄, 우연히 탈출루트를 아는 분을 만나 가족을 데려올 계획을 세웠다. 그의 고향은 충성분자들이 사는 평양 인근이었다. 탈북자들이 많지 않은 지역이라 9년을 기다려야 했던 루트였다.

문제는 탈출 비용이었다. 1인당 1천5백만원, 합 4천5백만원이 필요했지만 모으느라고 모은 주머니에는 3백만원이 전부였다. 그래도 일을 진행시켰다. 가족들은 브로커들의 도움을 받아 집을 나선지 23시간만에 중국에 도착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탈출이어서 북한의 수사망이 뒤따라 올 시간조차 없었다. 아내는 잠간 남편을 만나러 가는 줄 알고 저녁반찬을 만들어 찬장에 쟁여놓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북한을 탈출하는 즉시 돈을 건네줘야 했지만 김전도사는 돈이 없었다. 중국 모처의 가족들은 돈을 받지 못하는 브로커들에게 본의 아니게 억류되었다. 이들에게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면 다시 북한에 넘겨지거나 본전을 뽑으려는 그 사람들로부터 팔아 넘겨질 수도 있었다. 그들은 이미 상당한 돈을 써가며 가족을 빼내온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말미가 4일 주어졌다. 그 상태에서 김전도사가 본지를 찾아 도움을 호소했다.(여기 까지의 과정은 기사 “아내와 두 아들을 한국으로 데려 올수 있게 해주세요” 참조)

주일이었던 6월4일, 김전도사의 사정을 호소하는 기사가 나가고 딱 10시간 만에 목표치를 상회하는 모금액이 약속되었다. 전명구 감독회장을 비롯해 협성대학교와 감신대총동문회가 급하게 모금에 나서 상당액을 모아주었다. 김전도사가 관계된 모 선교단체에서도 상당액을 출연했다. 김전도사가 사역하고 있는 부천광림교회와 특별히 개포교회가 거금을 내놓았다. 그리고 몇몇 개인이 적게는 1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까지 십시일반 탈출자금을 보내왔다. 당당뉴스도 내놓았다.

약 7천3백만원이 모아졌다. 정말이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요한 경비를 쓰고 남은 것은 전액 김전도사에게 전달했다. 협성대 박사과정을 이어가야 하고 가족들이 오면 필요한 것이 많을 것 같았다. 다만 모금되는 과정에서 후원자들로부터 입금이 조금 지체 되어 브로커들에게 돈이 건네진 것은 사흘 후였다. 서두르다 보니 탈출조와 연결이 매끄럽지 못해 처음 예상비용에서 600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이 비용을 아끼려면 보름을 기다렸다가 비영리단체와 연결하면 되었지만 좁혀오는 수사포치를 피해 촌각을 다투어 제3국으로 빠져나가야 했으므로 머뭇거릴 수가 없었다.

북한을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이동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여전히 아빠를 만나고 돌아가는 줄 알았다. 어디를 가는지 몰랐다는 이야기다. 이때가 6월 초순이었다. 이후 중국국경을 넘었다는 소식 외엔 거의 3달 가까이 가족들의 생사를 알지 못했다. 한국으로 왔다는 암시성 소식은 전해 졌지만 확실한 것이 없었다. 그 사이였던 지난 7월, 중국 선양에서 제3국을 거쳐 한국행을 시도하다 공안에 체포된 10여명 중 압송이 두려워 일가족 4명이 자살했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들렸다. 루트가 비슷했기 때문에 혹시 이들 중에 가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가족들의 루트는 이후에 닫혔고 브로커들도 대거 연행됐다는 소식도 들렸다.

사실 이때 김전도사의 가족은 중국과 라오스 국경을 넘어 태국수용소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한달을 머물다 난민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극히 민감한 사안이라 한국으로 이송되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 가족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가족을 바로 만날 수 없었다. 국정원과 하나원을 거치는 기나긴 조사와 정착과정을 기다려야 했다. 하나원을 방문해 한 번 가족 면담을 한 것이 전부였다. 아내와 아이들은 북한을 탈출한지 6개월 만인 지난 6일에 하나원을 나와 자유인으로 아버지와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부에서 마련해준 서울 인근의 작은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김전도사는 또 말한다. 이 모든 것이 기적이요 하나님의 은혜라고.

▲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는 전명구 감독회장

▲ 전명구 감독회장이 금일봉을 주어 김세광 전도사 가족을 격려했다.

19일 오후, 김세광 전도사가 가족들과 함께 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을 찾아 가족이 북한을 탈출하도록 기도해 주고 도움을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생면부지였지만 생사가 걸린 일에 발벗고 나서준 여러 교회와 성도님들께 역시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큰 빚을 졌다며 거듭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사선을 넘어 자유대한의 품에 안기게 도와주시고, 사모님과 아이들이 건강하게 들어올 수 있게 해준 것 감사드린다. 하나님 함께 해주셔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기뻐하고 “하나님께서 이 가족을 지켜주시고 이 땅에 정착하여 하나님의 일꾼으로 무장하고 준비하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큰아들 성이는 “한국에 오도록 도와주신 분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하다... 정말 감사드린다. 힘들게 온 것 생각하며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제법 의젓하게 감사와 각오를 전했다. 작은 아이 명이는 라오스에서 경찰에 쫓기며 밤길을 내달리고, 태국의 수용소에서 배를 곯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아버지를 만나기까지 겪었던 일을 평안도 사투리로 무용담 들려주듯 펼쳐놓았다.

아이들의 어머니도 “대한민국에 오도록 도와준 감독회장님, 기자선생님, 그리고 목사님과 성도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열심히 살겠다”고 인사했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김세광 전도사 가족에게 금일봉을 주어 격려했다.

                    영수기

 (잔액은 이미 김전도사에게 전액 전달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김전도사와 무사히 만날 수 있게 도와주신 여러분들께, 그리고 기도로 동참해 주신 독자여러분들께 진심을 담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당당뉴스 대표 심자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