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의 김세광 전도사(44세)가 지난 1일 탈북하여 중국에 억류중인 아내와 두 아들을 데려올 돈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한 사람당 1천5백만원씩 무려 4천5백만원이 필요하다. 오는 8일 아침까지 돈을 주지 않으면 가족을 빼내온 사람들이 가족을 어찌할지 알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례적으로 이른 시각에 북측의 수사포치(수배령)가 떨어진 상태다. 이 기사는 염치불구 대놓고 도와달라고 읍소하는 글이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 올해 2월, 감신대 대학원을 졸업한 김세광 전도사.

평안남도가 고향인 김세광 전도사는 2009년 10월 중순 탈북해 2011년 3월에 하나원을 나온뒤 부천의 한 교회에 기거하며 사찰일로 생활을 꾸려왔다. 옹색한 삶에도 불구하고 북한선교에 비전을 품어 감신대 3학년에 편입한 뒤 올해 M. div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협성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북한에서는 군사전문학교를 졸업한뒤 10년의 군복무를 마쳤다. 이후 채취공업성에서 운영하는 회계전문학교를 졸업했다.

김전도사를 토요일 오후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 대화자리에는 이번 탈북을 도와준 김전도사와 고향이 같은 여성 탈북자 출신 A씨도 함께 했다. A씨는 자신의 아들과 동생을 탈출시키며 이번 탈북 루트를 개척하여 이후 몇몇을 데려왔다고 한다. 김전도사는 탈북후 가족을 데려올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A씨가 탈출루트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 일이 진행된 것이다.

대화중에 중국으로부터 연락이 몇 번씩 왔다. 약속한 돈을 빨리 보내라는 독촉인 모양이었다. 탈출과 동시에 약속한 돈이 건네져야 하는건 이 계통의 불문율이라는데 서둘러 일을 진행하다 보니 돈이 준비되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중국측은 일이 틀어질수도 있어서 짜증을 내는 모양이었다. 일이 틀어진다면 아내와 아이들이 팔려가거나 북송되거나다. 심지어 장기가 적출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A씨는 중국으로부터 오늘 받았다는 아들의 영상을 김전도사에게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북측인지 한족인지 브로커로 보이는 북한말씨의 한 남성이 아버지가 한국에서 돈을 마련하는데 차질이 있지만 다 잘 될거라며 아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기자에겐 점잖은 협박처럼 들려왔다.

중국측 브로커가 김전도사의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이었는지 전화를 바꾸란다. 김전도사와 A씨가 번갈아가며 잘 하지도 못하는 중국말로 8일 아침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사정했다. A씨로서도 신용이 전부라는 이 ‘사역’에 중대한 타격을 입게 되는 모양이다. 김전도사 보다 A씨가 더 안절부절이었다.

김전도사는 대화가 오래되자 콜록이며 괴로워 했다. 탈북과정에서 국경수비대에 발각되어 도주하던 중 절벽에서 뛰어 내리다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한 팔이 부러지고 허리를 크게 다쳐 장애인이 됐다. 20여미터 쯤 되는 높이였다는데 살아난게 기적이었다. 그 몸으로 헤엄을 쳐서 압록강을 건넜지만 중국공안에 발각되어 끌려갔고 너무 심하게 다쳐서 살 가망성이 없다고 본 중국공안은 그를 다시 압록강 근처에 버렸다고 한다. 덜 다쳤다면 북한으로 압송되었을 일인데 돌아보니 어쩌면 하나님이 살려서 쓰시려고 죽음의 문턱에 까지 이르게 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길에서 김전도사는 북한소행의 테러로 지난해 4월 숨진 장백교회 한충렬 목사를 어찌어찌 찾아가 한국에 올수 있었다. 극적으로 살아나는 이 과정에서 믿음을 갖게 됐으며 장차 북한 선교에 헌신하기로 하나님과 약속하고 신학을 공부했다. 다행히 학교의 배려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학비는 많이 들지 않았다.

하나원을 나온 뒤 부천의 한 교회에 기거하며 그 교회 사찰일을 해서 받는 돈으로 책을 사고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면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장차 열릴 북한선교를 위해 사역자를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 믿어서 죽어라 공부한다는 것이다. 탈출과정에서 얻은 부상의 통증을 가시게 하려고 매일 한웅큼 씩의 피를 부앙으로 뽑아내면서 말이다. 심지어 많지도 않은 급여를 모아 북한선교에 썼다고 한다. 한충렬 목사와 인연이 된 북한의 지하교회와 자신이 관리하는 북한 사역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 중국 모처에 억류중인 김세광 전도사의 아내와 14살, 12살된 두 아들. 중국측 브로커가 A씨에게 보내온 사진다. 안전상의 이유로 모자이크 처리했다.

그러나 기자는 대화중에 몇가지 의문이 생겼다. 첫째, 왜 이렇게 큰 돈이 드는지, 둘째, 왜 돈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일을 추진했는지, 그리고 탈출한지 3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수배령이 떨어졌는지 등이다. 대화중에 기자 자신도 초조함을 느낄 정도여서 이 사람들이 나를 압박하여 똔을 뜯어 내려는 사기가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 기자가 어수룩해 보이기는 할 것이다. 물론 대화중에 이 모든 의심은 사라졌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해서는 A씨의 설명을 듣고 어느정도 수긍이 갔다. 안전상의 이유로 자세한 설명은 못하지만 이 탈출루트에 수십명이 가담해 있다고 한다. 크게 북한과 중국으로 나뉘는데 각 지역마다 속칭 브로커가 있고 보위부가 있고 군인이 있고 민간인이 있어서 각 단계마다 뇌물과 수고비가 든다고 한다. 이들도 목숨을 거는 일이라서 그 댓가 또한 적지 않게 지불해야 하는 매우 고약한 구조다.

(김정은시대가 들어서면서 국경경비는 국가예산이 몇 배로 투자되었다. 독일산 감청기가 설치되어 지역 주민들의 핸드폰추적은 초당 실행되고 있으며, CCTV가 500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어 탈북은 불가능하다. 2000년대 초만해도 국경경비대 없이 ‘열통’ 하나로 도강하는 ‘깡 도강’이 빈번했으며 브로커 비용도 인맥관계에 따라 일인당 200~5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5년부터 김정은은 탈북자는 물론 탈북을 도운 협력자까지 무자비하게 총살하라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사태는 급변했다. 브로커 비용은 일인 1500만원으로 상승되어 고착되었다. 한국과 통화 중 적발된 자는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진다. 국경경비대 간부들을 끼지 않고서는 한국과의 통화, 탈북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북한 사법기관, 일선에서 체제를 보위하는 국가보위부 간부들도 국가 월급으로써는 살아갈 수 없는 구조이기에 탈북비용은 먹이사슬관계로 엮어진다. 80년대 동유럽권의 붕괴로 사회주의의 시장이 마비되면서 북한 경제체계도 마비되었고 이로써 부정부패로 결탁된 뇌물구조로 인해 탈북비용이 지속 상승될 전망이다)

물론 덜 드는 구조도 있다고 한다. 교회나 민간인 루트, 북한내 조력자 없이 자력으로 탈출한 경우 등인데 2010년까진 가능했지만 2011년부터는 엄두도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이번 경우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9년을 기다린 루트였다.

또하나 의아했던 점은 보통 북한에서 누군가를 탈출 시키려면 충분한 자금을 준비하고 작전(?)을 수행한다고 하는데 가족탈출을 요청한 김전도사가 돈을 마련하지도 않고 추진케 한 데 있다. 나중에 고백하기를 수중에 단돈 200만원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김전도사가 A씨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본인이 준비하지 못하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시간을 두고 자금을 마련한 뒤에 추진해야 했다.

이 사안에 대해 김전도사는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면 탈출시도가 새어나갈 수 있어서 가족의 안전이 염려됐다고 이유를 말했다. 그리고 기자와 A씨가 보기엔 무모할 뿐인데 일단 탈북하면 설마 북으로 돌려보내기야 하겠느냐는 막연한 기대와 ‘하나님께서 도와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성격상 ‘열통(담)’도 크다고 했다. 기독교인이기도 한 A씨는 김전도사가 믿음을 언급할 때는 반응이 없다가 ‘열통’을 말하자 그저 한 숨만 쉰다.

북한에 작전(?)을 시작하게 한 A씨도 실수가 있었다. 김전도사가 자금을 준비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A씨의 변명은 이랬다. 자신도 가족을 데려올 때 교회가 나서서 전액을 지불해 주었기에 김전도사가 교회에서 해결해 준다고 말해서 걱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는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뒤라 여유가 없는 상태라고 한다. 동향 사람이어서 마음이 앞선것도 일을 서두르게 한데 작용했으리라.

이정도면 포기하는 게 맞다. 그래도 A씨가 포기하지 않고 김전도사를 돕기로 한 이유는 자신도 가족과의 이별이 뭔지 체험하였고, 특히 하나님의 신실한 제자로써 신학 박사과정 중 이라는 신앙심과 그 처절한 노력, 그리고 물질에 정복당하지 않고 자기는 쓰레기통을 뒤져서 반은 썩어버린 음식으로 배를 채우면서도  아끼고 아껴서 선교하는, 정말이지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보도듣고 못한 사명과 이타심으로 사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너무 오버스러웠지만 대화를 끝낸 뒤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으로 믿어졌다.

마지막 의심도 풀렸다. 이례적으로 빠른 수사포치(수배령)는 처의 성분 때문이었다. 처는 출신성분으로 인한 불이익을 피하려고 삼촌이 6.25전쟁중에 실종됐다고 당국에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은 월남하여 새 가정을 꾸렸고 아들이 장성하여 군 장성이 되어서는 문민정부시절에 남측대표로 북한에 왔다. 이 군장성이 하필 아버지의 가족을 찾아달라고 북측에 부탁하면서 처의 거짓말이 탄로 나게 되어 이후로 집중 감시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수사포치도 빨랐던 것이다. 김전도사도 처음엔 탈북할 생각이 전혀 없다가 이 장성의 영향으로 탈북하게 됐다고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틀어지며 지금은 이 긴박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했다.

여하를 막론하고 지금은 이 모든 ‘틀어짐’을 따질 시간이 없다. A씨를 만난것도 기적이고 탈출에 성공한 것도 기적이었다. 그리고 이제 또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그에게 탈북자금 4천5백만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꿈에도 이루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오늘부터 단 4일만인 8일(수) 아침까지 마련해야 한다. 더 빠를수록 가족은 더 안전하다. 당당뉴스도 (없는 살림에) 2천불을 도와주기로 덜컥 약속을 해버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 교회에 도움을 요청드린다.

도움 주실 계좌

농협 351-0317-9157-63 예금주:김세광

국민은행 011201-04-144697 예금주:당당뉴스

* 김세광 전도사와 연락을 취하고 싶거나 더 상세한 사정을 알기 원하신다면 본 기자에게 연락바랍니다.  혹 도움을 주실분이나 이미 주신분이 계시면 저에게 내용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모아졌는지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모금 내역은 추후 보고드리겠습니다. (010-5246-1339 심자득)

▲ 중국의 브로커에게 말미를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 친구를 통해서 받았다는 북한에서의 가족사진.     ▲ 김세광 전도사(맨우측)의 군목부시절. 염소를 훔쳐서 동료들과 잡아 먹었다고 한다.     ▲ 군복무시절. (맨우측이 김세광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