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대외정책과 글로벌 미션을 위한 제언

김종구 목사(감리교 동북아선교연구센터 소장)

1)‘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신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

(1) 데이빗 페이튼(David Paton)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으로 막을 내린 자신의 중국선교사역의 경험을 토대로 1953년에 전 세계 선교역사에 경종을 울린 <기독교선교와 하나님의 심판> Christian Missions and the Judgment of God 이라는 보고서를 낸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선교사역의 잘못된 기초와 신학적 실패를 강렬하게 비판하면서 서구 제국주의의 침략의 한 부분이었던 중국선교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설명할 적절한 단어로 ‘debacle’(총체적 실패)을 선택하여 표현하였다. 나아가 페이튼은 이것이 비단 중국에서 나타난 현상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신흥교회들(younger churches)에서 공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임도 밝히면서, 다가오는 에큐메니칼 선교시대에서 대안적인 선교학을 제시할 역할도 이러한 신흥교회들이 감당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페이튼의 기독교선교에 대한 평가는 1948년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성립과 더불어 세계교회안에 일고 있었던 선교학에 있어서의 전환과정을 아주 극명하게 설명해주는 한 예이다. 지나간 시기에 일반화된 개념인 ‘해외선교’(foreign mission)가 전적으로 서방세계로부터 동방세계를 향한 일방적 선교활동을 의미하였던 것이라면, 새로 등장하는 개념 ‘세계선교’(world mission)는 모든 교회들이 복음을 전세계를 향하여 전파하는(the whole church would bring the whole gospel to the whole world) 전방위적 개념으로 선교를 이해하는 표현이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선교적 이해가 바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이다. 이후 하나님의 선교는 전 세계적 규모에서 특히 식민지로부터 정치적인 해방을 이룬 국가의 교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들 각 국가에서 하나님의 선교의 이름으로 정치적 민주화, 인권의 신장, 남녀평등 등의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2) 그러나 21세기 새로운 밀레니엄이 가까워지면서 20세기를 풍미했던 에큐메니칼 선교학이었던 ‘하나님의 선교’도 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도전의 출발점은 아시아교회들로부터 시작된 소위 “제3세대 선교학”(Third Generation of Missiology)으로 볼 수 있다. 1999년 아시아교회협의회(CCA)와 세계선교협의회(the Council for World Mission)가 공동으로 주최한 에큐메니칼 선교라운드테이블은 “선교학적 이슈들과 ... 도전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이끌 목적으로 새로운 밀레니엄을 바라보고 있는 세계교회들을 향하여 “하나님의 모든 사람들안에 있는 하나님의 선택받은 사람들: 기독교선교의 개척자들”(The People of God among All God’s people: Frontiers in Christian Mission) 이라는 중요한 선교학적 문서 하나를 제출하였다. 이 문서는 아주 선명하게 당시 전 세계를 뒤덮고 있던 글로벌리제이션이 비록 자원의 공유나 세계인들의 연대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세상에 있는 모든 악의 세력들의 무대이자 최종목표인 “시장”(the Market)을 부각시키는 과정이며, 환경의 파괴와 대다수 인류의 가난을 초래하는 과정임을 분명히 선언하였다. 아울러 문서는 이러한 글로벌리제이션의 도전에 저항하기 위해 치유공동체로서 교회는 하나님의 모든 백성들(All God’s people)과 연대하면서 비판적인 입장으로 권력과 사회구조에 참여해야 하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치유와 온전케 하심을 근간으로 하는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기독교선교를 수행하는 개척자들이어야 함을 선언하였다.

(3) 동일한 맥락속에서, 스티픈 베번즈(Stephen Bevans)와 로저 슈뢰더(Roger Schroeder)는 2004년 그들의 공저 <변화하는 상황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 오늘의 선교신학> Constants in Context : A Theology of Mission for Today 에서 21세기를 이끌 6가지 선교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그들은 그 중에서 “예언적 대화로서의 선교”(Mission as Prophetic Dialogue) 모델이 21세기 선교신학의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들에 의하면 “예언적 대화로서의 선교”는 20세기의 마지막 4반세기 선교학을 지배했던 세 가지 중요한 선교적 접근 –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적 협력으로서의 선교인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하나님의 통치의 해방사역으로서의 선교(해방신학의 주장), 그리고 우주적 구원주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선포로서의 선교 - 을 집대성하는 가장 적합한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21세기의 선교는 한편으로는 인간실존을 보다 아름답고 거룩하게 만드시려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적 협력의 삶을 상징하는 ‘대화’의 측면을 가져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의와 평화라는 하나님의 통치에 기반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폭력에 저항함으로써 주변화된 존재들을 보호하는 ‘예언’적 성격과 전 세계의 구원주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주님되심을 선포하는 성격을 동시에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4) 한편, 마이클 푼(Michael Poon)이 “예언적 대화로서의 선교”모델을 비판하면서 20세기 하반기를 풍미한 하나님의 선교를 비판한 대목은 경청할 만한 의미를 지닌다. 푼은 “예언적 대화로서의 선교”는 진보적 선교학과 보수적 선교학의 절충에 불과하며, 이것은 복음주의 진영과 에큐메니칼 진영으로 양분된 기독교계의 영적 주도권을 잡으려는 서구기독교의 기획에 불과한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푼은 ‘선교에 있어서 교회가 궁극적인 중요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하나님의 선교신학의 핵심개념을 중점적으로 비판하였는데, “예언적 대화로서의 선교”는 하나님의 선교신학의 이 맹점을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전제로 삼았다고 비판하였다. 푼에 의하면 하나님의 선교론은 선교의 주체가 하나님임을 주장하면서 교회로부터 선교를 분리시켰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세계선교에 있어서 지역교회의 책임과 역할을 심각하게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의 선교론은 교회중심의 선교활동을 폐기하고, 그리스도의 주님되심의 확립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전환하면서 선교학을 실천적인 학문에서 이데올로기적인 개념으로 전락시키는데 일조하였다는 비판도 가하였다. 결국 하나님의 선교는 점점 추상적인 개념이 되었고 하나님의 정의를 위한 백성들의 구체적인 투쟁으로서의 현실성과 특수성을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5) 필자는 하나님의 선교론이 20세기 신흥교회들에게 끼친 신학적인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한국교회의 한 담당자로서 하나님의 선교론에 대한 또 다른 측면의 비판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평가하면, 하나님의 선교는 한국적인 맥락 속에서 지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던져주지 못하였고, 교회연합기구들과 기독교인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지역교회의 책임과 역할을 하나님의 선교로부터 제거해버렸다. 그러나 그것이 이제 한국적 상황에서 하나님의 선교론이 무의미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하나님의 선교론에 대한 비판들과 21세기 새로운 선교학의 정립을 위한 논의들이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다. 특별히 그간의 세계선교가 복음주의진영의 선교론에 일방적으로 경도되어 진행되었고, 또 교회의 다양한 기구들보다는 지역교회들이 세계선교의 주요한 역량을 이루고 있는 한국교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상황을 고려할 때 더더욱 하나님의 선교론에 대한 비판적인 수용이 앞으로 한국교회의 세계적 역할을 위하여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하여 필자는 하나님의 선교론에 대한 비판과 “예언적 대화로서의 선교” 개념을 종합하여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대외정책과 글로벌 미션의 주요한 선교신학적 패러다임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2)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대외정책과 글로벌 미션의 현실

(1) 한국교회의 선교학이나 선교정책은 2차 대전 이후 전 세계가 경험해온 선교학의 변천과정을 고스란히 겪어왔다. 1970년대 이후 선교적인 관점이 본격적으로 한국교회에 스며든 이후,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의 독특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전통적인 선교학과 하나님의 선교론사이의 치열한 경쟁을 경주해왔다. 게다가 이러한 경쟁의 쌍방(복음주의 진영과 에큐메니칼 진영)은 공히 1970년대 이후 세계교회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받고 또 세계교회의 신학적 논의의 중심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세계의 복음주의 진영은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중심으로 한 교회성장의 놀라운 역사에 주목했고, 에큐메니칼 진영은 민중신학을 필두로 전개된 한국의 진보적 그리스도인들의 인권, 민주, 통일운동의 치열한 싸움에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였다. 이후 한국의 복음주의진영은 교회성장의 열매를 바탕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선포하는 전통적 선교론의 깃발을 들고 세계로 나아갔다. 반면 한국의 에큐메니칼 진영은 세계선교에는 관심할 겨를이 없이 국내의 경직된 상황을 뚫고 하나님의 선교를 이루기 위한 거센 투쟁을 줄기차게 진행하였다. 이러한 상황의 와중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교회들은 세계선교는 복음주의적이고 전통적인 선교의 방식으로, 국내의 상황에 대한 대응은 상당부분 하나님의 선교론에 바탕하여 참여하는 나름의 분리된 전통을 만들어 왔다. 결과적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대외정책과 글로벌미션에 있어서 신학적인 불일치와 선교론적 혼선에 말려들 수밖에 없게 되었다.

(2) 우리는 이미 우리 사회의 깊은 어둠에 복음의 빛을 제시하거나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는 신학적 선언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놓쳐버린 지 오래되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일찍이 사회신경을 통하여 우리 땅을 하나님의 질서를 닮은 공간으로 바꾸고자 하는 신학적 관점을 세워왔다. 지금도 하나님의 선교를 지향하는 다양한 그룹들과 활동가들이 있어 외로이 광야의 소리를 내지만 이러한 외침들이 기감의 대외정책으로 통일되게 모든 지역교회를 향한 실천방안으로 제시된 적은 없다. 양극화해소, 외국인노동자, 생태계, 평화와 통일 ... 의 이슈들은 전혀 대외정책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집단인가?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브렉시트로 흔들리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하나의 나라처럼 공동의 화폐를 쓰고, 공동의 국가방어체제를 형성하며, 공동의 경제체제를 구성한 유럽연합의 시작이 유럽 각국의 교회들의 교류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교회의 대외정책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얼마나 큰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비근한 예로, 우리는 싸드로 분열되는 국론과 고조되는 동북아지역의 긴장고조에 어떠한 선교적 입장을 지니고 있는가? 우리는 중국교회나 일본교회와 이 문제에 대한 선교적 입장을 일치시키고 동북아평화공동체를 위한 논의와 공동의 실천을 조직할 수는 없겠는가?

(3) 세계선교의 현장에서는 다양한 국가에서 선교사들의 사역이 오히려 현지교회의 사역을 방해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지적을 받는 현실에 처하고 있다. 오늘날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익숙한 사회와도 온전한 관계를 맺지 못할 뿐 아니라, 복음의 확장을 위해 우리가 파송되어 있는 새로운 사회와도 관계 맺기에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2015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시아교회협의회 총회가 개최되었을 때, 필자는 수십 명의 예장통합측 인도네시아 선교사들이 참관인들로 참여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반면 단 한명의 기독교대한감리회 파송 인도네시아 선교사를 CCA 총회에서 만날 수 없었다. 이것은 오늘 우리 기감의 세계선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시금석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 기감의 선교사들은 현지의 교회들이나 현지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훈련되고 있지 않다. 지극히 전통적인 방식의 선교훈련을 받고 교회개척을 하고 현지인들을 동원하며 사역하지만, 미리 하나님께서 길러놓으신 현지교회의 지도자들과는 전혀 교류를 하지 않도록 내적 오리엔테이션이 되어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선교는 여전히 우리 기감선교사들의 세계선교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동남아에서도, 중국에서도, 나아가 뉴질랜드나 호주나 심지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기감의 국제관계는 본부관계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기감의 세계선교는 오직 선교사들에게만 의존하고 있다.

(4) 감리교의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필자는 베번즈와 슈뢰더가 제시한 “예언적 대화로서의 선교” 모델이 우리 기감의 대외정책과 글로벌미션정책을 한걸음 진전시키는 대단히 중요한 모델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지난 세기 한국교회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전개해온 두 가지의 흐름이자 우리 교단의 교회들이 거쳐 온 두 가지 중요한 흐름 – 복음주의의 교회성장과 세계선교/에큐메니칼 진영의 하나님의 선교 – 을 통합하는 시도이자 노력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언적 대화로서의 선교”모델에 대한 마이클 푼의 문제제기를 잊어서는 안된다. 단순히 복음주의 진영과 에큐메니칼 진영을 절충시키려는 어설픈 노력에 그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들은 지금까지의 선교의 여정 속에서 존재했던 훌륭한 전통과 실제를 찾아내고 오늘 우리의 현실에 맞게 다시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그간 에큐메니칼 운동의 현장을 경험하고 공부하는 중에, 에큐메니칼운동은 기구가 아니라 사람사이의 네트웍이며, 이를 위해 리더쉽의 양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배워왔다. 그러므로 지금 기감의 대외정책과 글로벌미션의 정립을 위해서는 기감 안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기감의 선명하고 온전한 대외정책을 위해서는 분명한 선교신학의 정립이 필요하고, 또한 글로벌 미션을 위해서는 잘 훈련된 에큐메니칼 리더쉽의 네트웍이 중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그동안 세계에큐메니칼운동 속에서 발견하는 실험적인 양육과정을 소개함을 통해 오늘 우리 기감의 대외정책과 글로벌미션 정책의 수립을 도모하고자 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것은 절대로 기감 본부나 혹은 특정기구가 감당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감의 지역교회들의 역량으로 함께 담당해나갈 때 이 제안들은 우리 기감의 새로운 희망의 역사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3. 에큐메니칼 지도력의 구축을 위한 가능한 대안

(1) 먼저 소개하고자 하는 에큐메니칼 양육프로그램은 1961년 미국장로교회에 의해 고안되었던 선교실험프로젝트였다가 훗날 범세계적인 청년지도자 양육프로그램이 된 Frontier Internship in Mission(FIM)이다. FIM은 세계교회의 네트웍을 이용하되 보내는 측(sending body)과 받는 측(receiving body)이 서로 협력하여 젊은이들을 크리스챤 리더쉽으로 길러내는 것이었다. 당시 남북으로 갈라져 있던 세계의 현실을 감안하여 주로 선진국의 젊은이들이 개발도상국의 삶의 현장으로 파송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보내는 선진국이 비용을 감당하고, 받는 개도국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형식이었다. 보내는 측에 의해 선발된 젊은이들은 받는 측의 국가나 지역으로 가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활동하는데, 보통 2년동안 진행되었다. 젊은이들은 받는 측과 서로 동의하는 프로그램영역에 참가하게 되는데, 주로 해당사회의 가장 긴요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교육 혹은 조직)에 참여하거나, 복음을 전파하는 순수한 선교활동에 참여하도록 인도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유럽교회들과 에큐메니칼기구의 재정후원으로 운영되었고, 뉴 밀레니엄직전에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말미암아 프로그램이 폐지되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상당 수 참여하였고 후에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지도력으로 성장하였다.

FIM은 오늘날 우리 기감의 선교사훈련과정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 훈련기간의 차이는 차치하고라도, FIM의 가장 큰 장점은 sending body와 receiving body의 협력속에 양육한다는 것이다. 주로 자신들의 국가보다 열악한 나라와 지역으로 가게 되지만, 그런 경우에도 철저하게 receiving body의 지도력과 협력하며 존중하는 훈련을 거친다. 반면 현행 기감의 선교사훈련과정은 거의 현지의 한국인선교사들의 주도하에 이루어진다. 현지 교회의 리더쉽과 교류할 수 있는 경험을 훈련과정에서 전혀 할 수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비교적 단기이긴 하지만 현행의 선교사해외집중훈련만이라도 현지감리교회와의 협력과 지도하에 수행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야 선교현지에서 에큐메니칼 협력선교가 가능해질 것이다.

아울러 취업난에 헬조선의 현실을 절규하는 젊은이들에게 하나님의 선교의 이름으로 세계를 호흡하는 길을 열어주고 세계 각 곳의 전문가로 길러내는 한국판 FIM을 교회들의 선교역량이 연합하여 결성하는 것은 어떤가?

(2) 두 번째로 소개하고픈 에큐메니칼 경험은 중국기독교협회가 주도하여 만든 사회선교재단인 중국의 <애덕기금회>(The Amity Foundation)의 교회관련 프로젝트방식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선교를 기구차원이 아니라 지역교회의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가는 방식이다. 애덕기금회는 기독교신앙에 바탕한 국내외 교회와 선교기관들, 그리고 사회개발기구들과 중국교회의 우호적인 교류를 통해 중국사회의 공익사업을 발전시키고, 사회발전과 공동체에 유익을 끼치며, 나아가 세계평화에 공헌하는 것을 목적으로 창립되었다. 애덕기금회의 프로그램의 핵심은 삼자의 협력이다. 기구-지역정부-지역주민(교회)의 삼자협력속에서 일이 진행된다. 필요한 사업은 삼자가 연합하여 결정한다. 사업이 결정되면 기구는 기금을 담당하고, 지방정부는 사업의 안정적 시행을 지원하고, 주민들은 노동력을 비롯하여 실제 사업을 만들어간다. 교회는 이 과정에 주민들의 협력기관으로 참여하면서 국제기구들과 관계맺는 방법을 배우고, 지방정부들과의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며 주민들 속에서 지도력을 배양한다. 현재 중국의 많은 농촌교회들은 애덕기금회와의 협력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사회개발 전문가들을 많이 양육하여 보유하고 있다.

필자가 이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이유는 기감의 선교사들이 선교현지에서 이와 같은 프로그램의 리더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필자는 최근 라오스교회협회와 협력선교를 하면서 라오스 지역교회들이 유기농업을 통해 교인농가자립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받고 함께 협력한 적이 있다. 실제로 교회 한 곳과 협력한 프로그램이지만 그 교회 교인들 전원들과 구체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이었다. 이만한 선교가 있겠는가? 심지어 필자는 라오스어를 전혀 할 수 없는데, 우리는 만나면 오래된 친구같이 서로 어울려 논다. 물론 이같은 선교협력을 위해서는 기감 선교국 해외선교부가 애덕기금회와 같은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선교사를 관리하고, 선교사가 하는 일을 묶어서 기감의 글로벌 선교라고 규정하는 선교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선교현지마다 하나님의 선교적 접근방식을 정하고, 그에 걸맞는 선교사양성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3) 에큐메니칼 선교협력에 참여하면서 필자의 마음속에 오래 전부터 생겨난 제안이 하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선교현지에서 에큐메니칼 선교협력을 이루기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라고 여겨서 여기에 제안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가 선교사를 파송할 때, 구체적으로 리시빙 바디를 정하여 그 기관이나 교회에 파송하고, 선교사의 활동비와 사례비를 리시빙바디를 통하여 주는 것이다. 우리가 국제기관에 사람을 파송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CCA나 WCC의 일부간사들도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측에서 피파송자의 월급을 전담하지만, 직접 주지않고 기관을 통해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선교사들의 활동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우리 기감과 현지교회와의 협력관계가 굉장히 진전되리라 여겨진다. 필자도 애덕기금회에 해외연락간사로 파송되었을 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사례비를 지급받았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언제든지 나의 상사는 중국인임을 잊지 않았고, 선교사로서 흔히 가질 수 있는 고립감이나 교만함 같은 것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4. 맺는 말

감리교의 대외정책과 글로벌 미션을 제안하기에는 턱없는 실력이기에 원론을 언급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교회의 선교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세상의 구원을 이루시려고 지금도 일하시는 하나님의 선교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서구교회의 경험은 침체하는 교회의 현실속에서 에큐메니칼 기구들이 물적 자원을 가지고 전 세계를 무대로 하나님의 선교를 시행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업적들이 쌓였지만 최소한 한국교회에서는 구체적으로 지역교회가 감당할 선교적 실천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연합기구와 활동가들 중심으로 국한되어버린 한계를 지니게 되었다. 그 기간동안 기감의 세계선교는 전통방식의 일방적이고 교회중심적인 선교방식으로 굳어져버리고 말았다.

하나님의 선교신학을 지역교회가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선교신학의 정립을 이루고, 이를 토대로 한 사회의 복음적 변화와 해방을 이루어내는 선교모델이 창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현지교회와 에큐메니칼 선교협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러한 새로운 선교패턴을 잘 훈련하고 실행해나갈 젊은 에큐메니칼 선교요원들을 차분히 양육해가는 예비선교사 혹은 에큐메니칼 선교역량 양성과정을 시급히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이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는 실질적인 선교정책으로 무장하고, 세계의 에큐메니칼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교단으로 속히 거듭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