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와 칭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드 배치

지난 7월 8일 한국과 미국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고 발표했다. 두 나라는 발표문을 통해 '양국은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파괴무기,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 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처로 결정하게 되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양국은 '사드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어떠한 제 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는 사드 배치에 강력히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서 한 말이라고 본다.

그러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대다수 국민의 안전과 생존권을 위협한다. 최소한 다음 5 가지 점에서 위협적이다.

(1)사드 배치는 일방적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민주적 논의 과정이 전혀 없었다. 사드는 단지 하나의 미사일이 아니다. 그것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 그 배치에 대한 공론화 과정 없이, 소수가 그 배치를 일방적으로 밀실에서 결정했다. 그리고 상명하복을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다.이 방식은 그것 자체가 폭력이다. 이 일종의 국가폭력은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위협한다. 나아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약하게 만든다.

7월 15일 국방부는 경북 성주읍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발표를 기습적으로 했다.혈서를 쓰는 등 사드 배치를 집단적으로 결사반대하고 있는 성주군민들의 대표인 성주 군수는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동안 성주군은 권위주의적인 보수정권을 세우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 지역이다. 권위주의적인 정권을 세워놓고 민주적인 협의나 절차를 원하는 모습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2)사드 배치는 신냉전체제를 도모한다.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을 막는 데 요긴한 무기체계가 아니다. 사드는 말 그대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다. 즉 장거리 미사일을 방어하는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종심이 짧은 남한에 위협적인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방어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사드 한 기 갖고 유사시 북한에서 몇 분이면 날아오는 단거리 미사일 수백발을 방어한다는 말은 상식적으로도 웃기는 이야기다.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는 이야기다.

사드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집중 겨냥한 무기체계다. 사드는 미국이 군사식민지로 여기는 한국에 배치하는 중국 견제용 무기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남한에 배치되는 사드에 대해 중국은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라는 초강경 입장을 천명했다. 러시아는 남한에 배치된 사드를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식의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명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강경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우선 사드의 레이더에 있다. 사드의 초강력 레이더는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 영토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다. 마치 길거리에서 어느 주택의 안방을 훤히 들여다보듯이 말이다.

만약 중국이 쿠바에 사드를 배치한다면 미국의 반응은 어떨까?

사드 배치는 미-일-한 삼각군사동맹(특히 MD체계)의 완결판이다. 그래서 사드가 배치되면 중-러-북의 군사동맹도 강화될 게 뻔하다. 이렇게 새로 조성되는 신냉전체제 아래서 군비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동북아시아 평화는 더 멀어진다. 팽팽한 대결과 긴장 속에서 일반 국민의 정신은 더 피폐해지고 군사비 부담 증가 등으로 경제는 더 어려워진다. 정치적으로는 반민주적인 세력이 더 활개를 치게 될 것이다. 또한 긴장이 고조되다가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군사적 충돌이라도 나면 남한에 배치된 사드는 우선적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한반도)이 주변 강대국들의 전쟁터가 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사드는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아주 현실적인 요소로 지금 우리 코앞에 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헬조선'인데 사드 위기까지 겹치면 99% 국민의 삶은 더욱 곤고해질 것이다. 결혼해서 애를 낳아 기르고 싶은 젊은이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3)북핵문제 해결은 더 어렵다.

우리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협조를 받아야만 한다. 어쩌면 필수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드 배치로 중국이나 러시아와 척을 지면 북핵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4)사드 배치 비용

사드 한 기를 배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대략 1.5조내지 2조 가량 든다고 한다. 배치 이후에 들어가는 관리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이 막대한 비용을 또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물게 된다면 그 또한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평화를 도모하며 군비축소를 해야 될 시대에 긴장을 도모하고 군사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자꾸만 나아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5) 중국과 경제 마찰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런데 우리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6%나 된다.이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에 우리가 수출하는 비중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다. 이제 중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독감에 걸리는 상황인데, 사드 배치 같은 무모한 결정을 하니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중국은 사드를 남한에 배치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의사를 단호하게 공식적으로 누차 천명했다.'마늘파동'의 악몽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0년 한국 정부는 국내 농가를 보호한다고 중국산 마늘의 관세율을 10배나 올린 적이 있다. 그러자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중단하는 보복을 했다. 당시 중국산 마늘 수입 규모는 100억 정도인데 비해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출 규모는 약 6,000억원 정도였다. 한국 정부는 한 달만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이게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

중국을 무시하고 기를 쓰고 사드를 일방적으로 배치하려는 세력의 속내는 무엇일까? 한국 국민의 민주적 논의를 무시하고 사드 배치를 독선적으로 강행하는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의 속셈은 무엇인가?

사드 배치로 이득을 보는 세력

사드 배치는 대다수 한국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위협한다. 그것은 99% 국민에게 심각한 해를 끼칠 것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로 이득을 보는 세력이나 집단이 있다. 첫째는 미국이고, 둘째는 일본이고, 셋째는 남북한 강경세력이다. 현재 미국의 대아시아 외교안보정책의 최대 목표는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강고한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주먹으로 패권을 유지하는 목적은 오로지 더 많은 돈을 버는 데 있다. 미국 자본의 돈벌이에 있다. 전쟁과 무기 장사는 미국의 장사 중에 으뜸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명분 삼아(때로는 조장하기도) 중국을 견제한다. 그런데 이 견제 작업의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을 십분 활용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정책을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추진하기 위해 미국이 공을 들이는 전략은 미, 일, 한 삼각군사동맹이다. 그것의 구체화는 소위 MD미사일체계이다. 사드 배치는 이 체계의 일환이다.

그런데 이 체계를 기반으로 한 삼각동맹은 서열적 동맹이다. 미국 밑에 일본이 있고 일본 밑에 한국이 있다. 이 동맹은 미국에게 매우 유익하고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주류 일본에게도 매우 유익하다. 그러나 한국에게는 최악의 수다. 개피를 보기 딱 좋은 악수다. 우리 민족은  19세기 말에 한반도를 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 내줌으로써 이미 개피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사드까지 배치하고 신냉전체제에 말려들면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전쟁터가 되기 십상이다. 통일은 커녕 민족의 생존이 위태로워 질 수 있다.강대국들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며 평화적인 통일을 도모하고,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이룩하기는커녕 아시아의 비극과 참화의 도구가 될 여지가 농후하다. 한국은 Peacemaker 가 아니라 악마의 도구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이득을 보는 세력이 우리 민족 내부에 있다. 남한과 북한에 있는 호전적인 강경세력들이다. 남한엔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전쟁을 도모함으로써 기득권이나 정권을 유지, 강화하고, 떼돈을 더 벌 수 있는 세력이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망국적인 사드 배치를 기획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는 게 아닌가하고 의심하는 여론이 있다. 북한에도 군사적 긴장과 대결을 조성하고 전쟁을 도모해야만 기득권을 유지하며 부귀영화를 누리는 세력이 있다.  전근대적인 수령주의적 왕조체제 아래서 호의호식하기 위해 쉼 없이 군사적 위기와 대결을 조장하는 집단이 북한에 있다.

믿음으로 얻는 칭의 -구원과 사드

사드가 배치되고 신냉전체제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누구인가? 한국교회는 무엇을 하는가?

주류 한국교회는 크게 3부류로 나눌 수 있다.여기서 주류라 함은 양화를 구축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악화 같은 세력을 의미한다.

첫째는 불의한 수구적인 기득권 세력을 적극 지지하는 목회자와 교인들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미국은 신의 대리자 같은 존재다. 이들은 미국에 맹종하다시피하며, 호전적인 국내 세력과 유착되어 있다. 이들은 광신적인 반공주의에 이직도 사로잡혀 있다. 이분법적인 사고와 흑백논리적인 신앙을 고수하며 증오심과 전쟁을 부추긴다.

둘째는 기존의 현실 체제에 순응하며 그 체제 아래서 개인적으로 부자되기와 높아지기에 몰두하는 목사들과 교인들이다. 매우 개인주의적이고 기복적인 신앙을 갖고 있다.

셋째는 피안적인 신앙으로 무장한 교인들이다. 이들은 첫째와 둘째 부류와 같은 신앙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으면서 피안적인 신앙을 강하게 갖고 있는 교인들이다. 이들은 내세 천당을 갈망하기에 부조리한 현실에 그리 적극적으로 집착하지는 않는다. 이들 가운데 극단적인  사람들이 소위 시한부종말론자들이다. 시한부종말론자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한국교회 밑바닥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런데 이 세 부류의 목회자와 교인들은 대개 공통적인 구원론을 갖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편협한 칭의론稱義論에 입각한 구원론이다. 이 편협한 칭의론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대신적(substitionary) 속죄 행위로 이해한다.  그리스도 예수의 죽음은 죄인들을 대신하여 하나님의 형벌을 받은 것이요, 인간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를 풀어버린 대속의 제사였다. 율법을 지켜 스스로 의로움-구원을 이루지 못하는 인간이 의롭다함을 얻고 구원을 받는 길은 오로지 대속의 제물로 죽은 예수를 자신의 구원자로 믿는 데 있다. 칭의는 믿음을 수단으로 하여 값없이 얻는 은혜(선물)이다. 예수를 믿으면 지금 이미 '무죄 선언'(사면, 죄 사함)을 받고 의인이라는 신분(자격)을 얻는다. 이렇게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얻은 확신만 갖고 살면 종말에 하나님의 심판석 앞에서 최종 확인되어 구원의 완성에 들어가게 된다.

앞에서 살펴본 칭의-구원론은 성경 특히 바울서신이 가르치는 칭의-구원론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은  칭의-구원론의 단면일 뿐이다. 때문에 그것이 칭의-구원론의 전부라고 믿는다면 반쪽 칭의- 구원의 은총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편협한 칭의- 구원론은 단지 편협한 상태로 머물지 않는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즉 그것은 믿는 사람을 방종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것은 교인으로 하여금  내세 천당 가는 구원을 이미 따 놓은 당상으로 여기게끔 만든다. 그 사람의 행실과 삶은 방종하기 십상이다. 더 나아가 그런 칭의의 신앙은 악행을 합리화하거나 조장하는 역할도 한다. 그것은 그리스도를 온전히 좇아 사는 삶을 방해한다.

칭의는 주권의 전이

사도 바울은 '칭의'의 핵심을 드러내는 가르침을 골로새서 1:13-14에 담고 있다.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 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속량 곧 죄 사함을 얻었도다."(골 1:13-14)

여기서 사도 바울은 예수를 믿음으로 얻는 칭의-구원을 '주권의 전이(Lordship change)'로 설명하고 있다. 위 구절에서 '속량(redemption) 곧 죄 사함'이라는 표현은 칭의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칭의란 흑암의 지배를 받던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의 지배를 받는 사람으로 변화되는 은총인 것이다.'권세'나 '나라'라는 낱말은 통치 개념이다. 인간의 칭의 -구원이란  다시 말해 자신의 마음과 삶의 주권을 흑암에서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로 바꾸어 가는 과정이다. 칭의 -구원은 이제까지 흑암의 지배를 받고 살던 삶을 용서받고, 빛이신  그리스도의 지배를 받는 삶으로 전향하는 과정이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칭의 -구원의 완성을 위해서 사드 배치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는 흑암의 권세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야훼보다 맘몬, 인간보다 자본, 생명보다 이윤의 극대화, 평화보다 전쟁, 화해보다 적대를 부추기는 흑암의 세력이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달성목사(평안감리교회. '옆구리 뚫린 아담의 기쁨'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