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세력을 지배하는 주된 생각이 있으니 미국을 향한 원인모를 적개심과 중국에 대한 뿌리깊은 사대주의다. 그 결과가 핵을 가진 북한에 대해서는 한없이 자비로운 두둔으로 나타난다. 개인이 어떤 세계관을 갖고 살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겠으나 사드를 거부해야 그리스도인의 ‘칭의’라는 김달성 목사의 주장에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그의 왜곡된 주장을 하나씩 검토해 보고 ‘사드’논란의 함의를 밝히는 것이 이 글의 주된 목적이다.

1. ‘사드 배치는 일방적’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사드’는 순전히 군사적 필요에 따른 군 최고통수권자의 결단사항이다. 국가안위를 위한 대통령의결단은 국회의 ‘허락’사항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지고의 선’이라는 망령부터 버려야 안보가 산다. 대한민국 법원이 확인한 DJ의 대북 송금액만 4억 5천만 달러(한화로 약 5천 억원)에 달했다. 국회의 사전동의가 없었음은 물론이다. DJ와 그의 휘하는 이를 두고 대통령의 ‘통치행위’라고 우겼지만 법원은 일관되게 이 대북송금만큼은 유죄로 인정했다. 방어용 미사일 도입이 ‘폭력적’이라면 현존하는 북한과 중국의 안하무인 진짜 폭력에는 왜 침묵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2. ‘사드 배치는 신냉전체제를 도모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미국의 군사식민지 운운 자체가 80년대 운동권식 발상에 불과하다. 중국의 극심한 반발은 유사시 남한을 향할 중국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동북아 세력균형이 깨지는 것에 대한 불쾌감의 무례한 표현인 것이다. 이마저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만만한 한국을 향해 무도하기 짝이 없는 언사만 퍼부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도를 넘는 반대에 국가 안보문제가 휘둘리는 것이야말로 종속적이고 주체적이지 못한 비굴한 모습이다. 더구나 중국이 이미 운용중인 對한반도 레이더에 대해서는 일체의 비난도 못하는 것은 왜 그럴까? 중화주의에 젖어 있는 뼈 속 깊은 굴종의식 아닌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징은 [중국과 러시아 vs. 일본과 미국] 사이에 끼인 운명이란 것이다. 이 구도 자체를 바꿀 ‘신의 한 수’는 자유민주 통일 밖에 없다. 한국이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아니라 독자적인 돌고래가 되려면 주도적인 운명 결정권 정도는 가져야 한다. 그 때까지 한국에게 안보비용을 분담하고 군사력을 보강해줄 나라는 중국일까? 미국인가? 북한은 핵 무기의 완성단계에 들어선 2016년 지금 말이다.

한국이 ‘헬 조선’이 된 이유는 만연된 부패한 윤리의식과 기독교인이라고 불리는 25%의 국민이 마땅히 갖춰야 할 엄격한 자기검열의 정신을 상실했기 때문이지 애먼 ‘사드’ 탓이 아니다. 우리의 진짜 생존권 위협은 핵을 가진 북한과 그런 북한을 방임하는 중국으로부터 말미암는 것임을 김달성 목사는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3. '북핵 문제 해결은 더 어렵다'는 주장에 대하여

북핵 문제가 가시화된 것이 어느새 30년 가까이 돼 간다. 지난 세월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접근은 화해와 양보를 통한 핵 보유 의지를 무마해 보려는 것이었다. 그것이 완전한 실패로 끝났음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 사실의 문제다.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는 일시적인 감정적 조치가 아니라 그간의 대북관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다. “중국과 러시아와 척을 지면 북핵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김목사의 인식은 국제정치의 현실에는 무지한 순진하고 어리석은 발상이다. 이제까지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와 척을 졌기에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자력갱생과 부국강병이 뒷받침 되지 않는 국력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맨 얼굴’이다.

4. '사드 배치 비용'에 대하여

이미 발표된 대로 사드 배치 및 운용비용은 전적으로 주한 미군의 몫이다. 한국은 부대부지만 제공한다. 발생하지도 않았고, 미래에 발생할지도 불확실한 의혹으로 반대를 일삼는 논리 자체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5. ‘중국과 경제마찰’에 대하여

과연 중국이 대남 제재 조치를 취할까? 이제까지 중국정부는 중국인민의 가시적인 피해가 대외적으로 보여지고, 그것에 대해 정부가 뭔가를 했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만 구체적인 대외조치를 했다. ‘사드’는 ‘마늘’이 아니며 중국인민과 아무런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이다. 경제적 단절이라면 중국이 감수해야 할 출혈이 더 크다. 중국의 IT산업은 절반이 문을 닫아야 한다.

결국 중국은 직,간접적인 군사행동이나 대남 경제 보복은 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북핵 이슈와 별개로 한반도 상황을 다른 차원으로 전개시키고 중국에 결코 이롭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를 견뎌내야 할 어떤 지정학적이고 경제적인 이익도 중국에겐 없다.

중국이 동북아에서 한국을 겨냥한 안보불안정성을 높인다면 그로 인한 경제적 리스크는 고스란히 중국의 몫이 된다. 그걸 중국이 참아낼 만큼 남한의 ‘사드’가 중국에게는 치명적이지 못하다. 일본의 자신감은 여기서 나온다. 할 테면 해보라는 암묵적 냉소가 깔려 있다.

6. ‘사드 배치로 이득을 보는 세력’이란 것에 대하여

한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사드 배치가 아니라 북핵과 중국의 교활함이다. 태평양을 ‘반분’하자는 중국과 어림없다는 미국의 패권경쟁이 남한의 ‘사드’ 포대 하나로 격화되기란 역부족이다. 중국이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기엔 이제 한국의 덩치가 커졌다. 어차피 북한은 완전한 핵무장이 ‘공인’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자기의 길’을 갈 것이다.

김목사의 구태한 주장은 오래된 운동권 시각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일본과 한국을 미국의 군사적 속국으로 보는 인식은 동북아 안보현실에 무지하거나 악의적인 왜곡이다. 핵을 가진 북한과 자유민주적 체제 질서를 갖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를 곁에 두고 있는 한국의 진정한 이웃은 누구일까? 중국을 향한 맹목적인 호의는 5천년 묵은 중화 사대주의의 잔재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7. 김목사의 ‘칭의’에 대하여

‘남한 내 사드’라는 맥락에는 ‘對중국 압박용’이란 정치적 기대효과도 노린 대통령의 전략적 선택사항이다. 군 최고통수권자의 정치군사적 결단이야말로 고도의 통치행위일 수 밖에 없다. 북한에 퍼주기로 끝나고 DJ식 햇볕정책도 그렇다고 주류 야권이 주장하는 마당에 말이다.

‘사드’ 도입 결정으로 한국이 그간 미국과 중국의 사이를 오갔던 줄타기라는 ‘전략적 모호함(strategic ambiguity)’은 사라졌다. 대한민국의 국가관과 대북관을 분명히 한 것이다. 향후 어떤 대북 안보정책을 선호할지 분명한 신호를 외부에 보낸 효과를 얻었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나의 의도를 알지 못하기에 상대방이 부담해야 할 기회비용이었다.

정작 문제는 다른데 있다. 유별난 사드 논쟁은 익숙한 풍경이다. 정작 중국이 노리는 것은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중국의 반발이 당연한 것 인양 편승하는 국내 여론은 중국의 불법조업은 간과하며 우방인 미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유별나다. 이것은 주체적인 국가의 모습일까? 중국이 한국을 우습게 대하는 이면에는 한국이 ‘노’라고 해야 할 때 침묵으로 자초한 일면도 크다.

정치적 결정은 정치적 의지의 반영이다. ‘사드’ 도입은 정치적 의지의 실현사항 중 하나다. 그렇다면 왜 꼭 ‘사드’를 들여와야 했냐는 근본적 의문은 왜 기필코 반대하느냐는 의문과 일맥상통하게 된다. 모든 전략적 선택은 기회비용과 국가목표가 변수인 방정식의 해(解)다. ‘사드’없는 남한이 ‘사드’있는 상태보다 더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가? 안보정책은 근거 없는 맹신에 기초하지 않는다.

한국의 현직 대통령은 사드를 통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통해 한반도에 냉전적 평화를 지속시키려는 저들의 속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 어떤 전략무기의 우세도 완전한 핵무기 보유국에 관한 한 무용지물이며 사실상의 핵 균형으로 전환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기록이다.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세우려던 1962년 미국의 국방장관이었던 맥나마라는 훗날 이렇게말했다. “미국 땅에 단지 몇 개의 핵무기가 떨어질 가망성만 있어도 워싱턴은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을 것”이라고 고백했던 것이다(새로 쓰는 냉전의 역사, p. 489).

긴 논란 끝에 ‘사드’는 이제 들어온다. 북한 핵 미사일을 완전히 막지 못한다는 식의 비난은 어리석다 못해 부도덕하다. 핵 무기는 언제나 ‘갑 속의 칼’과 같다. 쓰지 않고도 위협이 되는 것이 억지력(deterrence)이란 거다. ‘사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반발은 신경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드’와 ‘칭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둘을 억지로 엮어보려는 노력 자체가 비성서적이다. 김달성 목사의 주장은 ‘감리교시국대책위원회’의 성명서와 일맥상통한다. 언제부터 기독교가 국제안보 정치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반응했는가 되묻는다.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북한의 동포들과 중국의 인권탄압, 핵 개발에 올인하며 3대 세습독재로 인민생활을 옥죄는 북한 정권에는 이다지도 침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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