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발발된 감신대사태가 10월로 들어서면서 촛불을 점화시켰다. 촛불을 든자와 들게한 자의 대립구도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여 어떤 선택을 해야할 것 같은 당위에 직면하게 만든다. 기득권자들이 촛불을 들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촛불은 저항의 의미가 강하다.

학생과 교수, 이사회 법인처 직원은 어제(19일)  검사실에서 각각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신분으로 14시간에 이르는 대질심문을 벌여 집안싸움을 바깥으로 끌고 나갔고 이사회던 감독이던 교단의 지도자연 하는 어른들은 강건너 불구경이다. 촛불이 어디까지 타들어 가게될지 가늠이 안되고 있다.

▲ 촛불든 감신대 사태, 어디까지 타들어 가야하나

감신 선후배가 함께하는 2015 범동문 촛불 기도회

20일 저녁 6시부터 감신대 아레오바고에서 총학생회와 여학생회, 동아리연합회, 종교철학·기독교교육 전공 학생회 등이 주관한 <어머니 감신, 선후배가 함께하는 2015 범동문 촛불기도회>가 개최됐다.

감신대 재학생들과 동문 선후배 등 200여명이 참석한 촛불기도회는 김지웅 학생(기독교교육전공 학생회장)의 인도로 강민정 동문(93학번)의 노래와 시낭송, 이정배 교수의 설교, 학생회 임원들의 ‘뜻 없이 무릎 꿇는’ 찬양, 김기환 학생(총학 학술부장)의 경과보고, 박성중 목사(92학번)의 성명서 낭독, 여교역자가 집례한 성찬식 등으로 100여분 동안 진행됐다.

촛불기도회에서 대표기도를 맡은 민학기 학생은 “개인의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학문하고 개인의 구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학교, 동시에 어머니 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될 수 있는 학교, 그런 감리교신학대학교는 꿈에서나 볼수 있는 것 같아 애통하다”고 감신의 현실을 탄원했다.

그리고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한국교회가 언제부턴가 자본과 권력에 눈이 멀었고” 감신도 다르지 않아 “자본이 삼키려하는 감신을 하나님께 돌려드리고자 이곳에 모였다”고 기도했다.

“교수로서 학문에만 전념할 수 없는 감신의 현실이 애통합니다. 개인의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학문하고 개인의 구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학교, 동시에 어머니 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될 수 있는 학교, 그런 감리교신학대학교는 꿈에서나 볼수 있는 것 같아 애통합니다. 하나님 한국교회는 이런 애통한 현실 속에서 예수의 삶과는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한국교회가 언제부턴가 자본과 권력에 눈이 멀었습니다. 아픈자, 가난한자, 소외된 자와 존재로서 함께했던 예수그리스도의 모습과 달리 오늘 한국교회는 손길이 필요한 곳에 존재로서가 아닌 자본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애통한 현실을 안고 우리가 모였습니다. 감신의 문제는 한국교회의 문제로 보여집니다. 자본이 삼키려하는 감신을 하나님께 돌려드리고자 이곳에 모였습니다. 우리가 빛과 소금의 모습을 솔선수범할 수 있게, 겸손할 수 있게하소서,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하는 자아도취와 자만에 빠질까 두렵습니다. 저희가 주님의 일을 행하는데 있어서 미움 다툼 시기 질투 버리게 하시고 저흰 그저 아무것도 아닌들자로서 주님의 성숙한 사랑만을 바라보며 주님의 이름만을 높일수 있게 도와주소서. 한국교회가, 감리교신학대학교가 주님의 발걸음을 따라가길 소원합니다. 아멘”

▲ 설교 : 이정배 교수 ‘주님, 우리의 희망!(예레미아 애가 3장)’

단식 5일째를 맞은 이정배 교수는 힘든 기색이 역력한 채 종합관 계단 옆에 마련된 단에서 ‘주님, 우리의 희망!(예레미아 애가 3장)’을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교수는 설교중 수차례 감정에 복받쳐 울먹이고 설교가 끊기기를 반복했다.

이교수는 먼저 “세월호의 침묵을 보면서 이것이 국가인가?를 물었던 우리들은 무너져 내리는 130년 역사의 감신 현실 앞에서 ‘이것이 공동체인가?를 다시 질문해야만 했다”고 “악의와 조롱, 왜곡과 절망으로 얼룩진” 지난 4월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감신대의 참담한 현실을 토로했다.

지난 학기동안 ”교수들은 가장 실력 없는 교수로 폄하되었고, 힘겨운 학생들의 고혈을 빠는 고액 연봉자로 조롱 받았으며, 우리 학생들 조차 8등급 인생들이라 여겨졌고, 보수신문에서나 듣던 종북좌빨의 색체가 교수들에게 덧씌워졌고, 한 여교수는 신앙 여정에서의 고뇌가 무신론으로 호도되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예레미야가 동족으로부터 온갖 미움을 받고 부르던 애가(哀歌) 한 구절 ‘까닭없이 나의 대적이 된 사람들이 새를 사냥하듯 나를 좇습니다. 그들이 나를 산채로 구덩이에 처넣고 돌로 막아서 나올 수 없게 하였습니다. ...그 깊은 구성이 속에서 나는 주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를 들려주면서 자신도 “함께 공부하던 선후배 목사들, 심지어 가르친 제자들에 의해 신앙적 조롱을 받을 때 너무 힘겨워 이스라엘 공동체의 멸망을 바라던 예레미아의 절박했던 마음을 충분히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억울해도 같은 하늘아래 살 것을 예레미아에게 당부하셨으므로 자신도 그리 할 것”이라면서 “수 천 만 원짜리 법을 사서 우리를 범법자로 만들려 해도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품어 감신 공동체를 지킬 것이고 더불어 살 길을 새롭게 찾고자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최근 쌍방간에 벌어지고 있는 법적 소송을 의식하여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사실’이 밝혀져야 이 공동체가 달리 시작될 수 있는 탓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월호 이전/이후의 대한민국이 달라져야 하듯 2015년 감신대사태 이전/이후의 감신대는 확연히 구별되어져야 ‘주님, 우리의 희망’이라는 고백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성중 목사(92학번)는 감신동문 209인 명의로 지난 19일자에 발표된 성명 <감리교신학대학교는 교회의 시녀가 아니다!>을 낭독했다.

성명에서 동문 209인은 △김인환 이사장과 이규학 이사의 사퇴 △이사회의 독단적 운영과 민주적 공동체 수립 보장 △박종천 총장의 감신정체성 수호의 동참 △감독회장의 입장천명과 사태해결 촉구 △학생들의 보호 등을 요구했다.

총학생회, 총장실앞 바리케이트 점거

한편,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생 20여명이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의 즉각공개’를 요구하며 어제(19일) 밤부터 100주년 기념관 2층의 총장실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점거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총장실로 출입하는 복도의 입구에 의자와 책장 등으로 바리케이트 쌓고 바리케이트 뒤쪽에 메트리스 등을 깔고 앉아 “총장님 이사장님 그만 학교를 떠나주세요”, “학교를 살려냅시다”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 하고 있다.

복도의 로비쪽 유리막에는 1층 로비에서 보이도록 “진조위 보고서 공개하라”, “대형교회의 교회장악”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총학생회 측은 “지난해부터 학내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학생이 고소당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은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24시간 내내 총장실 앞을 지킬 것이며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 까지 점거가 무기한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감신대 학생경건처장(이성민)은 바리케이트가 쳐진 복도 초입의 커다란 기둥에 ‘총장실 입구 바리케이트 해체 및 원상복구 요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붙이고 “21일(수) 17:00까지 바리케이트를 해체하고 CCTV 등의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원상복구 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덧붙여 “추후 발생하는 일에 대하여는 전적으로 총학생회에 책임이 있음을 알린다”고 경고했다.

교수평의회의 교수들은 송순재, 이정배 교수의 뒤를 이어 21일부터 감신대사태가 해결될 때 까지 무기한 릴레이 단식기도를 시작한다고 알렸다.

▲ 사회 : 김지웅 학생(기독교교육전공 학생회장)

▲ 강민정 동문(93학번)의 노래

	▲ 촛불든 감신대 사태, 어디까지 타들어 가야하나

▲ 촛불든 감신대 사태, 어디까지 타들어 가야하나

▲ 대표기도를 맡은 민학기 학생

설교 : 이정배 교수

▲ 학생회 임원들의 ‘뜻 없이 무릎 꿇는’ 찬양     ▲ 김기환 학생(총학 학술부장)의 경과보고     ▲ 여교역자가 집례한 성찬식 : 집례자 - 윤정미 목사(84), 집례위원 : 홍보연(M.div 89), 장진순(91), 남궁희수(95)         ▲ 박성중 목사(92학번)의 성명서 낭독     ▲ 축도 : 권종호 목사(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