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열 장로 <시대의 증언> 녹취록

여운형 선생은 “우리가 해방독립된 것은 우리 선열들이 오랫동안 투쟁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소 비판적인 평가를 받는 이승만 박사 조차도 1948년 전후에는 “우리나라의 독립이 연합국의 승리로 도래한 것이 아니라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그 희생의 터 위에 있다”분명히 얘기하고 있다. “만약 대한민국의 수립이 연합국의 승리로, 선물로 이루어 졌다면 창피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일제의 강고한 포악적 정치하에서 민족독립을 위해 들고 일어난 우리 선진들의 노력에 의해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 그래야만 우리의 역사가 떳떳해지고 자라갈 수 있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오늘날 이승만을 국부라고 하자는 이들은 적어도 당시 이승만의 역사인식만큼은 공유해야 할 것이다.

해방당시 우리는 여러 과제를 안고 있었다. 첫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친일잔재를 청산하는 일이었다. 독립된 사회에서 구 잔재가 이 사회를 지배하거나 이 사회에 세력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정 3년과 이승만 정권하에서 친일세력들이 반공이라는 간판 뒤에 서서 자기 몸을 숨기고 오히려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6.25 민족상잔은 독립세력을 박멸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 뒤 이땅에는 친일세력들이 오히려 ‘천황을 섬기던 것을 독재자를 섬기는 것’으로 변화시켜 그들의 권력을 강화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이날까지 친일잔재 친일파를 청산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반공주의와 반민주주의의 OO가 되기 때문이다. (잘 안들렸음)

두 번째, 새로 독립된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길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한국교회가 뒷바침된 이승만 세력에 의해 처음부터 미끌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잘 아는바와 같이 1952년 대통령직선제를 시작하고 삼선개헌을 합법화 시키기를 시도했다. 한국교회는 그를 당선시키기 위해 부정선거에 깊이 개입했다. 그러나 4·19, 80년의 광주민주화 운동, 87년의 6월혁명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를 성취시키려 노력해 왔다. 한국교회가 여기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이곳에 계시는 목회자는 교회의 행정이나 치리를 민주적으로 이끌어가지 않는 한 민주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잘 안들림)... 주의를 제대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우리는 해방뒤 분단됐다. 이 분단을 해소하는 일은 지금까지 우리의 사명이었다. 다행히 한국교회는 1960년, 70년 군사정권하에서 민주화 운동을 강조해 왔고 실천해 왔다. 1974년,  1976년, 1978년에 있었던 여러 사건들은 바로 유신치하라는 그 암울한 상황에서 벌인 민주화 운동이었을 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이 한계에 다다랐던 1980년대에 한국교회는 통일운동으로 전향하면서 한국사회의 통일운동의 기반을 조성해 갔던 것이다. 사실, 80년대의 한국 통일운동은 한국교회, 혹은 한국 성도들이 선도해 이끌어낸 중요한 열매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선 자세히 얘기할 겨를이 없다만, 이 통일운동은 남북의 정권위에서만 남북문제를 가지고 장난질 쳤던 80년대의 통일논의를 민중의 자리로 내리는데에 기여한 한국교회의 큰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은 꼭대기의 사람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통일의 시대를 누려야 할 사람들이 참여해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는 각오하에 80년대에 통일운동에 나섰고, 1985년에 통일선언, 1986년, 1988, 1990년 스위스에서 남북교회가 만나고, 88년 2월 29일에 NCC가 중심이 되어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교회선언’을 발족했다. 이 선언은 한국 통일운동사에 깊이 간직해야 할 중요한 지점임에 틀림없다. 과거 1972년에 나온 남북공동선언에서 통일의 원리를 자유, 평화, 그리고 민족대단결에 두었지만 한국교회 통일선언은 거기에 두 가지, 즉 인도주즤적 방법, 민주주의적 원리를 적용시켜야 함을 강조해 통일의 원리를 확장시켰고 통일운동의 방법도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88년 2월의 통일선언은 당시 노태우 정권의 77선언의 밑바탕이 됐다. 이 선언은 1990년대, 남북기본합의서를 제정한다던지, 91년 한반도비핵화선언을 남북이 합의하여 채택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통일운동이 1990년대에 들어서서 북한이 어렵게 되자 북한을 돕는 운동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한국교회의 대형교회들이 중심이 되어 반핵·반김을 빙자해 통일운동을 가로막았다. 때문에 한국교회는 1980년대 한국사회 통일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법의 통일운동을 이끌어갈 책임이 있다. 1993년 기독교계에서는 북한을 돕기 위한 ‘남북나눔운동’이 만들어 졌다. 이 운동은 당시 진보와 보수가 합쳐 만든 북한돕기운동단체였다. 1968년 박정희의 3선 개선을 기해서 한국교회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졌었는데 1993년에 북한을 돕자는 이 날을 계기로 해서 다시 손을 잡고 북한을 돕자는 운동에 나선 것이다.

며칠전(8월 9일) 선언을 하고 오늘 이 모임을 가지는 것도 한국교회의 진보와 복음주의 권이 민족문제를 두고 손을 잡는다는데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선언에는 선언 뿐 아니라 10대실천과제가 있다. 이 과제는 오늘 우리 사회가 세계를 행해 가져야 할 중요한 문제를 다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선언만 해서는 안된다. 선언을 계기로 이제 보수와 진보, 진보와 보수가 더 긴밀히 유대해서 10대과제를 이루어야할 새로운 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선언을 실천하기 위해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협력하는 기구라던지 연대조직이 나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선언과 관련해 특히, 통일 문제와 관련해 한마디만 더 하겠다. 80년대 기독교인들이 통일운동에 새 계기를 만든것과 같이, 이 선언과 모임을 계기로 지금의 정체된 남북관계를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제치하에 있을 때 1919년 교계중심으로 3.1운동을 만들었다. 종교인들이 모이면 이런 것을 할 수 있다. 2010년 이명박 정권의 5.24조치 이후 남북관계가 기금까지도 얼어붙고 조금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늘 이 선언과 모임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새롭게 돌파할 수 있는 역량을 모으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겟다. 31운동에서 그랬고 80년대에 그랬고, 90년대에 그랬듯이 기독교인들은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돌파하기 위해 어떤 계기,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시대의 증언을 마친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한국 그리스도인의 선언]

동포여, 해방의 새 날을 맞이하자

역사를 주관하시는 창조주 하나님께로부터 해방의 역군으로 부름을 받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광복70주년을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우리는 죄와 사망의 쇠사슬로 부터 인류를 해방하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불의와 독재와 분단의 고통에서 우리 민족을 해방시키시려는 그리스도의 역사에 동참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소명이라 믿는다.

한민족은 70년 전 일제36년의 식민지 억압에서 해방되었으나 강대국의 횡포와 우리의 죄로 인해 분단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남북한 권력자들은 분단이 야기한 적대적 공생관계를 활용하여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시대착오적 권력 세습을 감행했으며, 왜곡된 이념적 대립과 물신주의와 성공제일주의의 쇠사슬로 우리를 얽어매고 있다. 조국 해방을 위해 생명을 바친 선열들의 기대와는 달리 광복70년을 맞는 이 시점에도 외세의 간섭은 더 심화되고 있으니 이 어찌 통탄한 일이 아닌가!

먼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우리는 한민족이 분단의 고통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이념대립에 편승하여 분단 상황을 고착시키는 죄를 범했다. 우리는 교회성장을 빙자하여 세속적 물신주의와 성공제일주의를 추종했으며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윤리를 가르치고 실천하는 역사적 길잡이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우리는 건전한 기독시민의 양육에 실패했고 양극화를 정당화시키면서 한국 사회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데에 일조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과 민족 앞에 범한 죄악을 통절히 회개하면서 진정한 민족 해방의 역군이 될 것을 선언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용서와 화해와 일치의 모범을 보여주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평화통일을 선도하고자 한다. 분단고착세력들은 분단 비용이 통일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닌데도 통일비용을 과대포장하면서 통일의욕을 꺾으려 하는가 하면 핵무장과 전쟁의 공포를 확대재생산하면서 증오와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는 민족분단의 고통스런 현실을 권력과 부의 증진 기회로 삼으려는 세력들에게 단호히 맞서고자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북한 동포와 제3세계 민중들에게 빚진 자임을 고백한다. 억압과 궁핍으로부터의 해방은 모든 약소국 민중들의 염원이자 하나님의 명령이다. 한반도에서 이루어질 새로운 해방은 아직도 강대국의 횡포와 패배주의로 인해 절망에 빠져있는 약소국의 민중들이 같이 누려야 할 기회요 희망이다.

우리는 세상의 어떤 이데올로기도 절대화하지 않으며 오직 하나님 나라의 용서와 정의와 평화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원칙이야말로 분단 고착 세력들에 의해 조성된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타파하는 가장 중요한 무기이며 새로운 시대의 비전이다. 하나님 나라의 용서와 정의와 평화에 입각하여 한반도의 통일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열망한다.

인류가 살고 있는 하늘과 땅과 바다는 하나님께서 지으셨고 영원히 보존해야할 삶의 보금자리다. 그러나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은 창조질서를 파괴했으며 만물을 끝없이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맹목적 경제성장의 이데올로기와 시대착오적 전체주의에 찌든 한반도에서 생태정의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지금 한반도의 모든 피조물들은 착취와 파괴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줄 그리스도의 자녀들을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해방70주년을 맞아 남북 동포들과 함께 이렇게 외치고자 한다.

“보라, 희년의 새 아침이로다.

동포여, 우리를 얽어맸던 모든 억압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나라를 함께 건설하자!”

― 아울러 한국 그리스도인은 희년의 새 날을 맞이하기 위한 10대 과제를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

<10대 실천과제>

1. 한반도 평화통일은 분단 해소의 완성이며 진정한 해방의 시작이다. 평화통일을 위해 주변국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국가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역동성은 우리 자신들에게 있다. 남측이 북측에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이룩한 4대 합의를 존중함으로써 남북 간의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당파적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분단 상황을 악용하던 지난날의 과오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2. 해방70주년은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기회다. 분단 극복의 첫 걸음은 긴장 완화이며 이를 위해서는 휴전 상태가 해소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분단에 책임 있는 당사국들이 남북의 평화협정 체결에 적극 나섬으로써 자신들이 저지른 역사적 과오를 청산해야 한다.

3. 한반도의 비핵화는 한민족과 세계인들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 우리 몫의 과제이다. 핵무기는 창조질서를 파괴하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폐기해야 하며 남한은 평화협정을 통해 이 노력을 돕고 세계적 수준의 비핵화로 확산되도록 힘써야 한다. 핵발전소는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남북이 공동 개발해야 한다.

4. 피조물의 해방 및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남북한은 비무장지대를 생태평화공원으로 지정하고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해야 한다. 남한은 북한의 산림녹화사업을 도와서 한반도 생태계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제3세계의 생태환경보존 노력을 적극 지원하고 양극화 해소와 대외종속 저지를 위해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5. 양성평등의 실천은 정의로운 공동체 정립에 필수적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남성위주의 가부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 여성노동력 착취, 성적 불평등으로 인해 모성과 가족적 삶의 기반은 한없이 피폐해지고 있다. 양성평등을 통한 여성 고유의 생명성 회복으로 해방의 새로운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6. 애국선열들의 열망이 담겨있는 제헌헌법 제84조가 선언한 대로 모든 국민의 기본 생활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이 정치경제의 기본이다. 조세정의를 실천하고 상속의 범위를 최소화하며 투기소득에 중과세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천민자본주의와 사회적 양극화를 정당화하는 시장근본주의를 극복하고 정의롭게 성장과 분배가 이루어지는 경제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7. 하나님의 공의에 따라 공동체를 관리하는 선한 청지기의 자세를 정착시켜야 한다. 부정직한 지도자를 처벌하는 주민소환제와 공명선거제도를 강화하고,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할 뿐만 아니라,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환수하는 징벌적 보상제를 실시해야 한다. 과다한 소비를 절제하고 검소와 절약을 생활화해야만 올바른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가난하고 외로운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노인과 어린이들을 잘 보양하며, 장애인들의 처지를 향상시키는 정책을 실천해야 한다.

8. 토지와 물과 공기와 우주공간은 인류가 자자손손 공유해야할 공동체적 자산이다. 배타적 점유권과 이윤동기에 의한 자연의 훼손과 남용은 마땅히 절제되어야 한다. 남북한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활성화하고 지하자원의 공동개발을 추진하되 식량과 기본재화의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유전자조작식품의 확산을 방지하고 토착 환경에 잘 맞는 먹거리를 생산하며 다국적기업의 횡포로부터 보호받는 자조·자립의 마을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9.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아이들을 무한경쟁에 몰아넣는 작금의 비교육적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과 재능을 찾아 그것으로 이웃과 세상을 섬기는 자로 자라가도록 입시와 사회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학교가 배움의 기쁨을 회복하며 평화로운 관계를 훈련하고 소명의 발견을 돕는 공동체가 되어 한국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뿐 아니라 통일 후 북한의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넉넉한 품이 되어야 한다.

10. 언론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언론의 독점과 영향력 장악은 민족의 고통을 온존시키려는 분단고착세력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대상이고 전략이다. 부패한 언론과 부패한 권력의 협력체제 구축은 사회정의 실현과 민족해방을 요원하게 만든다. 공평하고 정직한 언론의 실현이 진정한 민족해방의 첫 걸음이다.

2015년 8월 15일

선언자 일동

[설교문]

화해의 입맞춤

-창 33:1-4

김경호(예수살기 공동대표, 들꽃향린교회 목사)

야곱이 고개를 들어 보니, 에서가 장정 사백 명을 거느리고 오고 있었다. 야곱은, 아이들을 레아와 라헬과 두 여종에게 나누어서 맡기고, 두 여종과 그들에게서 난 아이들은 앞에 세우고, 레아와 그에게서 난 아이들은 그 뒤에 세우고, 라헬과 요셉은 맨 뒤에 세워서 따라오게 하였다. 야곱은 맨 앞으로 나가서 형에게로 가까이 가면서, 일곱 번이나 땅에 엎드려 절을 하였다. 그러자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끌어안았다. 에서는 두 팔을 벌려, 야곱의 목을 끌어안고서, 입을 맞추고, 둘은 함께 울었다.(창 33:1-4)

오늘 한국의 보수와 진보 교단이 함께하는 뜻깊은 연합예배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그리스도인선언과 10대 실천과제를 한마음으로 발표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오늘 본문은 형과 아버지를 속이고 20년 이상 집을 떠났던 야곱이 고향으로 돌아와 형과 만나는 장면입니다. 집을 떠나 있는 동안 야곱은 항상 형을 속이고 떠나왔다는 큰 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야곱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형을 만났습니다. 혹시 형이 자신과 가족을 죽일까봐 근심하며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염려와는 달리 에서는 야곱을 보자 달려와서, 그를 끌어안았습니다. 에서는 두 팔을 벌려, 야곱의 목을 끌어안고서, 입을 맞추고, 둘은 함께 울었다고 오늘 본문은 전합니다.

이들이 만나 서로 얼싸안고 흘린 눈물은 그동안 야곱의 삶에 맺혔던 큰 짐덩어리를 한꺼번에 씻어내리는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야곱은 “형님의 얼굴을 뵙는 것이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 듯합니다”고 합니다(창 33:10). 사람의 만남은 하나님과의 소통을 가능케 합니다. 예수께서는 제물을 드리기 전에 형제와 불화한 것이 생각나거든 제물을 놓고 먼저 가서 화해하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사이에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면 이 세상의 전쟁은 사라질 것입니다. 대화가 되지 않으니 서로 각자의 불신의 마음을 쌓아가다가 전쟁이라는 집단 폭력으로 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야곱은 이스라엘 12지파의 근원입니다. 야곱의 열두 아들이 각각 이스라엘 지파의 시원이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이 각각 다른 12부족이 합하여 나라를 세웠지만 그 각각의 지파는 서로 다른 뿌리가 아니고 한 아버지의 자손이니 “우리는 하나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데올로기의 중심에 야곱이 있습니다.

에서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서는 유다와 철천지 원수였던 에돔의 조상입니다(오바댜 1:18). 이스라엘의 남북왕국은 주변국들과 적대관계를 맺고 다투었습니다. 그 중에도 특별히 에돔은 가장 증오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유다가 망할 때 옆에서 박수치는 에돔이 더 미워서 ‘에돔에 대한 저주’를 쓴 것이 오바댜서입니다. 그런 에돔까지도 한 아버지의 아들에서 나온 한 뿌리라는 메시지입니다. 이삭을 통해 주변의 이웃 나라까지 하나로 통합됩니다.

올해 우리는 해방 70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는 동시에 분단 70년이기도 합니다. 어제 대통령께서 ‘진정한 광복은 통일이 되어야 이루어진다’는 멋있는 말씀을 했습니다. 정말 그 말씀에 진실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슴을 후벼내는 아픔으로 70주년 광복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느닷없는 지뢰사건으로 그나마 반쪽으로 진행하는 광복절마저 막장 증오의 불놀이 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 동안 중단했던 대북방송, 전단살포 등을 재개하고 모든 적대적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해방 70주년으로 분단에 대한 반성이 높아지자 이에 대해 물대포를 쏘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이며 박근혜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선택입니다.

한국교회는 어떠합니까? 오늘 선언은 한국교회의 죄책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은 남북한 합해서 300만명 이상이 희생된 무서운 범죄의 살인극이었습니다. 서로 미쳐 날뛰며 300만명을 도륙한 일에 무슨 신앙적 정당성이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주신 계명의 모든 조항을 한꺼번에 범한 무서운 죄에 대해서 한국교회는 진정 하나님 앞에 반성하고 사죄하였습니까? 아니면 뉘우치기는 커녕 아직까지 광란의 분심을 뿜어대며 또 다른 전쟁과 살해의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는 데 가담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고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은 도대체 어디로 갔습니까? 정말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가지고 한국교회에 묻습니다. 믿음의 진정성을 가지고 한국교회는 이 일에 신앙으로 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생기면 우선 흥분하고 규탄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 분노를 이용하여 덕을 보는 손길들이 뒤에서 조정하고 있다면 우리의 분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천안함,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해 우리의 흥분의 댓가는 글로벌 호크, 스탤스 전투기, 공중조기경보기, 각종 미사일등 우리에게 별로 필요없는 과잉전력을 들여 놓는 결론으로 귀착되었습니다. 매번 같은 결론이 맺어지고 우리가 한번 흥분할 때, 대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댓가가 치러집니다. 누군가 우리들의 분노를 조장하여 그 댓가로 우리의 주머니가 무섭게 털려 나가고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북한에 퍼주기를 한다며 대북관계를 전면 중단하고 있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 15년간 남북교류협력으로 지불된 돈이 5조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해 미군에게 퍼주는 금액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매년 현금으로 미군에게 지급하는 비용으로 2015년 방위비분담금 9320억원 입니다. 이 돈이 남아서 미군은 수천억 이상을 저축해놓고 이자놀이까지 하고 있습니다. 현금지원 이외에도 해마다 미군과 미군기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기지 사용료, 유류, 통신, 전기등 면세 특혜가 해마다 3조원에 이릅니다. 거기에 미군기지 건설비, 정기적이고 부정기적으로 사건마다 증액되는 무기 구입비는 매년 수조원에 이릅니다. 이리저리 따지면 해마다 10조원 가까이에 이릅니다. 15년간 5조원 퍼주었다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언젠가는 우리가 지불해야할 통일비용이지만 해마다 미군에게 지불되는 비용은 분단 상태를 유지하는 소모성 비용에 불과합니다. 북에 대한 퍼주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왜 그에 대해 수십배가 넘는 미군에 대한 퍼주기는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까?

미국은 우리에게 사드미사일을 구입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사드(THAAD)는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입니다. 사드는 고도 40-150킬로미터에서 요격하는 미사일인데 이는 성층권 높이의 3배에 달합니다. 이 높이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로 북은 이에 해당하는 노동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구실로 우리에게 사드를 구입하라고 압력을 넣습니다. 그런데 북이 발사한 미사일이 그 높이에 올랐다면 이미 그것은 한반도를 벗어납니다. 만약 근거리 목표물을 사격하기 위해 고도를 높여서 발사하면 이는 목표물에 명중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상대가 충분하게 요격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에 매우 어리석은 선택입니다.

북의 미사일을 막자며 미국은 이를 평택이나 오산에 설치한다고 합니다. 한반도에 2기가 필요한데 비용은 12조까지 듭니다. 매년 막대한 유지 관리비도 듭니다. 문제는 무기의 값이 아닙니다. 사드를 평택에 배치하는 것은 앞으로 중국을 적성국가로 보고 중국과 적대하겠다는 정책 전환의 의지를 표명하는 꼴이 됩니다. 사드는 한번도 발사해 본적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발사할 일이 생겨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핵무기가 탑재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난무하는 상황은 이판사판의 종말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그냥 상상의 무기이고 개념상의 무기일 뿐입니다. 사실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여기에 부과된 X 밴드 레이더입니다. 이 레이더는 주변 2000Km를 안방보듯 볼 수 있는 레이더이니 이것으로 중국 전체는 물론 러시아까지 모든 상황이 그대로 노출됩니다.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각별하게 “사드 배치를 신중하게 고려해달라”고 부탁했고 신화통신은 “한반도에 싸드가 배치가 되면 중국과의 관계가 희생될 거다”고 공공연히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드는 단지 그 설치 비용이 얼마가 든다든가 무기 하나를 구입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경제적 동반자인 중국을 적으로 만드는 일이며, 평택은 자동적으로 중국을 위협하는 최전선 기지가 되어 핵무기의 목표물이 되는 것을 말하며, 한중관계가 아주 극단적인 대결상태로 치닫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메르스로 중국 관광객만 들어오지 않아도 우리 경제가 흔들거리는데 중국과 적대적 관계로 나아간다면 우리 경제는 소망이 없게 됩니다.

어제 8.15대회에 참여한 미국 시민운동가이며 ‘우주무기와 핵을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브루스 K. 개그논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는 사실 방어가 아니라 증언했습니다. 이미 미국이 선제공격 전술로 전환하였기에 먼저 미사일을 선제 공격한 후에 그에 대한 대응 사격이 오는 것을 방어하겠다는 것이 MD체계의 기본 개념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미국은 이를 위해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많이 듣던 이름이면서 어딘가 낮설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한미동맹입니다. 그런데 어느새 그 사이에 슬쩍 일본과의 동맹이 끼여 들어왔습니다.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는 것은 한국국민이 아주 싫어하는 것입니다.

MB 정권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했었습니다. 밀실에서 몰래 추진하다가 조약에 최종 싸인하기 직전에 알려졌는데 하루만에 반대 여론이 비등하여 조인식 두시간 전에 협정은 취소되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우회해서 협정보다 한 단계 낮은 국방부간의 양해각서(MOU) 형태로 이미 2014년 12월 26일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꼼수가 있는데 하나는 국회의 동의를 피해가려는 것이요, 또 하나는 일본과 직접하는 것은 여론의 반대가 심하니 미국을 끌어넣는 꼼수를 부린 것입니다.

미국은 한미일 공조, 협력을 요구합니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한국이 과거 문제에만 매이지 말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라고 충고합니다. 사실 아베가 저렇게 까지 나가는 것은 이미 미국의 기본 전략이 변하였기 때문입니다. 1994년에 클린턴 정부는 북에 핵무기 선제공격을 하고 전쟁을 일으키기 30분 전까지 갔다가 멈춘 일이 있습니다. 그때 멈추게 된 중요한 원인은 전쟁을 하려면 일본이 병참기지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일본이 헌법 9조를 이유로 들어 거부했습니다. 그 이후 미국은 아시아에 대한 정책을 바꾸어 지금 아베가 추진하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아시아에서 일본을 활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일본은 이를 이용해 야욕을 불태우게 된 것입니다. 지금의 아베를 낳은 것은 미국입니다. 아베가 저렇게 나가는 것은 믿는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과거문제에는 강경하지만 한일간의 협력은 미국의 주문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미일 연대’라는 말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합니다. 연대하자는데 나쁠 것이 없지만 이것의 실상은 ‘대중국 적대 연대’라고 불러야 합니다. 나아가 ‘북에 대한 선제 핵공격을 위한 연대’라고 불러야 합니다. 아니 이는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연대가 아니라 아시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전쟁연대’라는 것이 그 실상입니다. 이는 한미일 연대와 북중러 연대가 다시 동아시아에서 부딪혀 다시 냉전을 불러오고 우리는 시장의 반 이상을 잃고 쓸데없는 군비증강에 목숨걸어야 하는 판으로 끌려들어가게 됩니다. 동아시아는 한미일, 북중러가 모두 함께 무기를 내려 놓고 연대하여 집단안보체제로 나아가는 길만이 더 이상 외세에 의해 농락당하지 않는 길입니다.

만약 평택에 사드를 배치해 놓는다면 거기서 얻어진 정보를 미국, 일본과 공유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만이나 랴오이타이(센가꾸열도) 문제가 발생하거나 북한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할 때 일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은 물론 한국이 중국과의 전쟁에 자동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이 완전한 MD 체제를 갖추기 전까지는 미국이 한국의 작전권을 행사달라고 부탁 했습니다. 우리의 주권을 영구위임해준 셈입니다. 사실 한미일 공조라는 것은 우리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언급에 불과합니다. 이미 우리의 의견은 작전권이 없으니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니 이제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까지 상전으로 모셔야 할 판입니다. 한반도에 완벽한 MD체계가 가능합니까? 어차피 이런 무기들이 상상 속의 무기이기에 끝이 없습니다. 그들에 붙이는 가격 역시 끝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야곱과 에서가 흘린 눈물입니다. 서로 과거를 용서하고 하나가 되는 진정한 눈물이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입니다. 이제는 남과 북이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 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 붙어있는 모든 쇠붙이들, 모든 껍데기들이 썩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수조원, 수십조원을 들여서 방어를 하더라도 그것은 완벽한 방어가 아닙니다. 정말 완벽한 방어는 오늘 에서와 야곱이 서로 얼싸안고 흘린 화해와 용서의 눈물입니다. 그 눈물 한방울은 수십조원의 방어무기보다도 더욱 완벽한 방어수단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전쟁 무기를 쌓아 경쟁하기 보다는 서로의 적대감을 해소하고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