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감독선거 개혁,
콥틱교회의 교황 선출방식에서 배우자.”


∙콥틱교회, 어떤 교회인가?

세계 교회 중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에 하나인 이집트 콥틱교회가 새 교황을 선출했다. 콥틱교회란 명칭은 나일 계곡에 살고 있는 원주민을 지칭하는 <콥트(Qubt)>에서 유래되었다. 교회사가 유세비우스(AD 260- 340)에 의하면 콥틱교회는 예수의 제자이자 마가복음의 저자이며, 바나바의 조카이고 바울과 함께 전도 여행을 마가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복음을 전하면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콥틱교회는 마가를 초대 교황으로 부른다. 콥틱교회는 교회사에서 그의 통치기간을 <순교자의 시대>로 불리는 디오클레시안(Diocletian)이 로마 황제로 즉위한 AD 284년을 콥틱교회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AD 311년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까지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콥틱교회는 공인 후 가톨릭교회에 속하게 된다. 하지만 콥틱교회는 예수의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이 완전히 결합해 하나의 성(性)을 이루고 있다는 단성설(單性說, monophysitism)을 고집하다 AD 451년 칼케톤 종교회의에서 파문을 당하고 가톨릭교회에서 분리된 후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콥틱교회는 AD641년 이집트가 이슬람의 지배를 받게 된 후에도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 왔는데 그 싸움의 원천이 수도원을 통한 영성운동에서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콥틱교회의 특징

콥틱교회는 가장 오래된 교회로 알려져 있으며 초대교회 당시 성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신자들의 생활방식이나 신앙관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교회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콥틱교회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수도원 운동이다. 수도원 운동의 발흥지로 알려져 있는 콥틱교회의 수도원의 영성은 오늘날의 콥틱교회를 지탱하게 하는 힘으로 국가의 승인에 의존하여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원 운동을 통해 단련된 영적 힘으로 교회에 대한 박해와 시련들을 견디어 냈다. 초기 수도원 운동을 대표자하는 이로는 사막에서의 은둔과 금욕생활을 하면서 수도원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안토니우스와 공동생활 중심의 수도원 운동을 하면서 공동규율을 제정하여 수도원 생활을 강화한 파코미우스를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콥틱교회에서 출발한 수도원 운동은 훗날 동방과 서방교회로 확산되었다. 콥틱교회는 수도원을 중심으로 많은 영적인 지도자와 클레멘트나 오리겐 등과 같은 유명한 교부들을 비롯한 출중한 신학자를 배출했다.

콥틱교회는 일주에 세 번 예배를 드리는데 수요일에는 유다의 배신을 기억하기 위한 예배를 드리고, 금요일에는 예수의 죽음을 기념하는 예배를 드리며, 주일에는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한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예배를 드릴 때마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성찬식을 거행하는데 9시간 이상 금식을 하지 않은 신자에게는 성찬식 참여를 금하고 있다.


∙콥틱교회의 교황 선출

콥틱교회의 교황 선출은 두 가지를 특징으로 한다. 하나는 교회 내의 민주적인 선출 절차를 통해 교황선출에 모든 신자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교황 선출의 최종결정은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믿음으로 마지막 선택은 인간의 뜻이나 생각을 배제한 채 결정되도록 한다는 점이다.

콥틱교회의 교황선출에 관 구체적인 방식을 살펴보면 우선 교황선출 1단계 과정은 모든 콥틱교회 신자들이 투표를 통하여 10명의 교황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1단계 절차를 통해 10명의 후보가 결정되면 2단계 교황선출 절차에 돌입하게 되는데 2단계 교황 선출절차는 5,000명의 콥틱교회 신자들이 투표를 통해 10명의 교황후보 중에서 2명을 선출한다. 그리고 2단계 교황 선출절차가 끝나면 다음으로 최종 결정은 하나님께 맡긴다는 뜻으로 모든 교회와 교황 후보들이 참여하여 예배를 드린 후 예배에 참석한 제일 어린아이로 하여금 눈을 천으로 가린 채 제단에 놓인 유리상자 안에 넣어 둔 후보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여 교황을 결정한다. 콥틱교회는 이와 같은 교황 선출 과정을 하나님의 손에 의한 선택으로 판단한다.

2012년에 선출된 콥틱교회의 교황 슈노우다 3세도 이와 같은 방식에 의하여 선출되었다. 당시 최종 후보로 선출된 콥틱교회의 교황 후보자는 새 교황으로 선출된 타와드로스, 라파엘 주교, 라파엘 아바 미나 신부였으나 새교황으로 선출된 타와드로스는 첫 번째 선거에서는 1위를 차지하지 못하였으면서도 2,400개 교회가 모인 회의에서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콥틱교회의 교황 선출방식에서 배우는 교훈

콥틱교회는 교황선출 방식에는 콥틱교회가 세계교회 중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이고 초대교회 당시 성서의 기록에 기초한 신자들의 생활방식이나 신앙관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교회라는 특징과 민주주의 정신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감리회는 콥틱교회의 교황선출 방식에서 다음 몇 가지를 배울 필요가 있다.

첫째 콥틱교회의 교황선출 방식은 후보선출 과정에 전체 신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회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이들이 신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교회에서 신자들은 고위성직자 선출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고위 성직자를 선출하는 교회 내의 선거는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콥틱교회의 경우는 교황선출 과정에 모든 신자의 참여를 보장하여 가장 민주적인 교황선출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둘째 콥틱교회의 교황선출 방식은 교황으로서 갖추어야 할 적절한 능력과 품성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신자가 선거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한계는 투표가 인기투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선거가 인기투표로 전락하지 않고 고위성직을 감당할만한 후보가 선택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자격과 품성 그리고 능력을 검증할 장치가 필요한데 콥틱교회의 경우 모든 신자들이 선택한 10명의 후보 중에서 5000명의 선택된 신자들이 2명을 선택하도록 하여 후보자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콥틱교회의 교황선출 방식은 교황의 선출을 인간의 선택에만 맡겨두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감리회를 비롯한 한국교회의 고위성직자 선출은 인간의 탐욕과 모든 부정한 방식이 동원되는 가장 타락한 선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제도 아래서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는 것은 하나님을 모욕하는 것이다. 하지만 콥틱교회는 교황선출의 마직 단계에서는 인간의 방식으로 모든 절차를 진행한 후 마지막 단계에서는 인간의 어떤 영향력도 배제한 가운데서 교황이 선출되도록 하여 선출된 교황은 물론 선거에 참여했던 신자들까지도 자신들이 교황을 선출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앙적이다.


∙ 콥틱교회의 교황선출에서 배워야 할 감리회 감독선거 개혁

감리회가 헌법 제3조에서 “감리회의 기초교리는 기독교 개신교파가 공통적으로 믿는 복음주의 신앙에 기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감리회의 감독의 선출방식에는 복음주의에 입각한 신앙적 관점이 녹아 있어야 한다. 또 헌법 제6조에서 “감리회의 기본체제는 의회제도에 기초한 감독제다.”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감리회의 감독의 선출방식에는 복음주의에 입각한 신앙적 관점과 더불어 민주적인 절차와 관점이 규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감리회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제비뽑기 방식은 그 절차를 섬세하게 디자인하고 나아가 자신의 대표는 자신의 손으로 선출한다는 민주주의적 관심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신앙적일지는 몰라도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감리회 헌법의 정신에 부합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현행 선거방식은 물론 감리회 내의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고 나아가 금권선거의 가능성을 줄여보자는 뜻에서 감독은 연회 정회원과 평신도 대표가 직접선거하고 감독회장 또한 모든 연회의 정회원과 평신도 대표가 선출하도록 선거권자를 대폭 확대하자는 주장 역시 현재의 제도보다 민주적일 것은 틀림없지만 여기에 신앙적 관점이 들어있지 않다는 점에서 헌법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후 감리회 감독 및 감독회장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은 콥틱교회의 교황선출 방식에서 얻은 영감과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방식인 콘클라베 방식을 혼용하여 실현 가능하고 또 민주적인 동시에 하나님의 뜻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그 대안과 관련하여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할 예정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