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콘클라베인가?

감리회를 비롯한 한국교회의 교단장 선출은 국민들이 가장 혐오한다는 정치권에서 이루어지는 선거보다도 더 타락해 있다. 따라서 현재의 선거방식으로는 사회의 그 어떤 집단의 지도자보다도 더 신앙적이고 도덕적이며, 윤리적이어야 할 교회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소위 교회의 지도자를 자칭하는 이들이 이와 같은 비 신앙적이고 타락한 선거방식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욕심을 버리고 전통적으로 교회 안에서 발전해 온 고위 성직자 선출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그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면 감리회와 한국교회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교회 안에서 고위 성직자를 선출하는 방식은 다양한 모양으로 발전해 왔다. 그 중에서 한국교회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방식이 가톨릭교회의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와 세계 교회 중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에 하나이고 17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이집트 콥틱교회의 교황 선출방식이다.

감리회가 콘클라베와 콥틱교회의 교황선출 방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 교회 역시 교황 선출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 왔고, 그들 교회 역시 지금 감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당연히 겪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가장 신앙적이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온 결과가 바로 오늘 그들이 선택한 방식일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콘클라베와 콥틱교회의 교황선출 방식을 살펴보면서 주목하는 것은 그 절차와 과정에 신앙적 수단들이 배치되어 있는 등 이들 교회가 교황 선출은 인간이 하지만 그 결과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믿음이 담겨져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는 사람을 선출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그들 나름대로의 고민이 그 선출 방식에 묻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2-3회에 걸쳐 가톨릭교회의 교황선출 방식인 콘클라베와 이집트 콥틱교회의 교황선출 방식을 살펴보고 거기서 감리회 감독 및 감독회장 선거개혁의 단초를 찾아보고자 한다.

▲ 콘클라베

• 콘클라베는 어떤 제도인가?

콘클라베는 가톨릭의 교황을 선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초기 교황의 선거는 그 지방의 성직자와 신자들에 의해 선출되었으나 로마 주교가 교황으로서 서구 가톨릭교의 총대주교이자 이탈리아의 수석주교의 권위를 갖게 됨에 따라 4세기부터 로마 황제와 귀족, 독일 제왕들이 교황 선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였고, 동로마 황제는 교황선거의 승인권을 요구하기도 하여 6~8세기경에는 교황이 황제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교황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후 교회는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교회를 지키려는 교회개혁운동이 진행되었고 1059년 교황 니콜라우스 2세가 교황선거를 추기경 주교들에게만 국한시켰고, 1179년 제3차 라테란공의회에서는 교황으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선거권자의 3분의 2의 득표를 얻어야 하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었고, 이들 제도는 교황 알렉산데르 3세의 교황령에 의해 성문화되었다.

그러나 선거인 3분의 2를 득표해야 하는 선거방식은 선거를 지연시키고 이에 따라 교황의 공석이 길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자 교황선거를 신속하고 안정성 있게 치르지 위한 방식이 첨가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콘클라베이다.

콘클라베는 본래 ‘열쇠로 잠근다.'는 뜻으로, 교황선거를 하는 동안 추기경들이 유폐되었던 장소를 가리킨다. 1268년 말 교황선출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271년까지 교황을 선출하지 못하는 결과가 주어지자 당시 비테르보 시 당국과 시민들은 추기경들을 한곳에 감금하고 빵과 물만을 공급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교황으로 선출된 그레고리우스 10세는 이 방법이 훌륭했음을 인정하고 1274년 그것을 제도화하였다.

감리회에서 감독선거 개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나 법 개정을 이야기 하는 사람 중에서 선거법이 복잡하고 길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리고 법의 모든 내용을 모든 대중이 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짧고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법의 의미와 구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법, 특히 선거법은 그 법이 목적하는바 즉 선거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불법과 부정을 예방하고, 범법자는 범법의 규모에 적절하게 처벌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운전을 하지 않을 사람이 도로교통법 전체를 알아야할 이유가 없고, 보행자는 파란 불이 들어오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되듯 모든 감리회 신자가 감독선거법 전체를 이해하고 또 외우고 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선거권자는 자신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을, 피선거권 자는 또 자신들이 지켜야 할 내용과 해서는 안 되는 내용을, 선거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그에 따른 내용을 제대로 알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면 법을 짧게 그리고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오늘처럼 아무데도 쓸데없는 절름발이 법을 만든 것이다. 콘클라베의 경우도 전체 조항이 92조에 해당하는 방대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선거 절차와 과정에 대해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 콘클라베의 시기와 준비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하여 새로운 교황을 선출할 필요가 있으면 관방처장 추기경, 전 국무원장, 교황청 바티칸 시국위원회의 위원장인 추기경들로 구성되는 위원회가 <성녀 마르타의 집>에 추기경들이 머물 숙소를 마련하고, 선거가 진행될 시스티나 성당에서 선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 그리고 정통 교리와 도덕적 권위로 뛰어난 두 사람의 성직자에게 그 시대에 교회가 직면한 문제점들과 새 교황 선출에 요구되는 신중한 분별력에 관한 두 가지 묵상거리를 준비하도록 하여 추기경들에게 제공하고 이 두 가지 중 첫째 묵상 거리를 제공할 날짜와 시간을 정한다. 그 후 추기경들에게 배정할 숙소를 추첨으로 정하고, 투표를 시작할 날짜와 시간을 정한다.
이때 교황 선거권은 오직 추기경들에게만 있으며 교황이 사망하거나 교황이 사임한 날 전에 80세에 이른 추기경들은 선거권이 없다. 또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추기경 수는 120명을 초과할 수 없다. 콘클라베는 교황이 공석이 된 후 최대 20일이 지나면 시작되고, 교황 선거가 시작되면 추기경이 머무는 숙소인 <성녀 마르타의 집>을 비롯해 선거가 진행되는 <시스타나 성당>은 봉쇄된다. 또한 봉쇄된 장소 안에서 추기경들은 선거가 종결되기까지 서신 교환이나 전화 통화 등 어떤 통신 수단 혹은 어떤 방식으로든 외부인들과 연락할 수 없으며, 추기경들 사이에도 말이나, 글, 신호 및 그 어떤 형식으로든 대화하는 것은 금지된다. 그리고 이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비밀을 누설할 경우 당사자는 자동 파문된다. 그리고 추기경들은 선거를 시작하기 전에 선거에 관한 규칙을 지킬 것을 맹세하고 서약문에 서명하는 등 선거를 위한 절차를 진행한다.

• 교황 선출 전 서약과 미사

선거 준비가 끝나면 추기경들은 예복을 입고 ‘오소서, 성령님’ 성가를 부르며 성령의 도움을 청하면서 장엄한 행렬을 지어 <시스티나 성당>으로 행진한다. <시스티나 성당>에 도착하면 추기경들은 성당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수석 추기경이 아래 서약문을 큰소리로 낭독한다.

“이번 교황 선거에 참여한 우리 선거인 추기경들 전원은 각자가 1996년 2월 22일에 발표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주님의 양떼」교황령에 포함된 모든 것을 충실히 성심껏 지킬 것을 약속하고 서약하고 맹세합니다. 또한 우리는 우리 가운데서 누구든지 하느님의 섭리로써 교황으로 선출될 사람은 보편 교회의 목자로서 베드로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과 성좌의 영적 및 세속적 권리 및 자유를 힘껏 온전히 보존하고 수호할 것을 약속하고 서약하고 맹세합니다. 특히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교황 선거에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하여 그리고 선거장에서 직접으로나 간접으로나 투표 결과와 관련하여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성직자든 평신도든 모든 사람에게 충실히 비밀을 지킬 것을 약속하고 맹세합니다. 우리는 새 교황이 명백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한, 선거 중이나 선거 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이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맹세합니다. 그리고 어떤 품위나 등급의 세속 권위든, 또는 어떤 단체나 개인이거나 막론하고 교황 선거에 개입하려는 어떠한 찬성이나 반대나, 또는 어떠한 형태의 간섭에도 도움을 주거나 호의를 베풀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맹세합니다.”

그리고 곧 이어서 추기경은 서열에 따라 “나, 추기경 ○○○는 그와 같이 약속하고 서약하고 맹세합니다.” 하고 맹세한 후 복음서에 손을 얹고 “하느님과, 내가 손을 얹고 있는 이 거룩한 하느님의 복음서는 저를 도우소서.”하고 말한다. 마지막 추기경의 맹세가 끝나면, 전례처장이 “외부인은 전원 퇴장” 하고 명령한 후 성당은 전면 봉쇄되며 추기경들은 두 번째 묵상 거리를 가지고 묵상하고 이어서 추기경들은 교황 선거 특별 규칙서에 있는 기도문을 낭독한 후 추기경 과반수가 선거개시에 동의하면 선거절차를 시작한다.


• 교황 선출을 위한 투표와 개표

교황은 추기경 3분의2 이상의 득표로 선출하되, 선거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추기경들은 매일 오전과 오후에「교황 선거 봉쇄 회합 예식서」에 정해진 대로 기도를 한 후 선거를 실시한다. 교황선출을 위한 투표는 첫 날 오후에 한 차례의 투표를 실시하고 당선자가 없으면, 둘째 날에는 오전과 오후에 두 차례씩 투표를 실시한다. 둘째 날과 같은 방식으로 투표하여 셋째 날에도 교황 선출에 실패하면 추기경들은 최고 1일 동안 선거를 중단하고, 기도하며, 추기경들 간에 자유로이 대화한 후, 첫째 부제 추기경이 간단한 영성적 권고를 한다. 그런 다음에 같은 형식대로 투표를 계속하되. 7회를 투표하고도 교황 선출에 실패하면, 다시 기도와 대화를 한 후 7회를 투표를 실시하고 그래도 선출이 되지 않으면, 다시 기도하고 대화한 후 다시 7회의 투표를 실시한다. 이렇게 7회씩 세 번에 걸쳐 투표하고도 교황선출에 실패하면 추기경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과반수 득표로 교황을 선출한다.

교황선거를 위한 투표는 투표용지 준비와 분배 및 계표인과 병자집표인 그리고 검표인 각 3인을 추첨하는 1단계, 투표와 투표지를 섞은 다음 수를 헤아리는 계표 그리고 개표 등 2단계, 그리고 각자가 얻은 총 표수를 집계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점검하는 절차를 거친 후, 마지막으로 투표지를 소각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3단계로 이루어진다.

투표용지 준비와 분배 및 계표인, 병자집표인, 검표인 각 3인을 추첨하는 1단계가 끝난 후 2단계가 시작되면 각 추기경은 투표용지에 기표한 후 투표용지를 손 위로 치켜들고 제대로 걸어가 “나를 심판하실 주 그리스도를 증인으로 삼아 나는 하느님 앞에서 당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선거합니다.”라고 맹세한 후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자기자리로 돌아온다.

투표가 끝나면 개표를 진행하는데 먼저 계표인이 투표함을 여러 번 흔들어 표를 섞은 후 투표용지를 꺼내 다른 빈 상자 안에 넣으며 수를 헤아리되, 첫째 계표인이 투표지를 한 장씩 집어서 선택된 사람의 이름을 확인한 후 둘째 계표인에게 건네고, 둘째 계표인 역시 선택된 사람의 이름을 확인한 후 셋째 계표인에게 건네면, 셋째 계표인은 큰 소리로 선택된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그 이름을 문서에 기록한다. 이런 방식으로 개표가 끝나면 계표인들은 표를 얻은 사람들의 이름 순서대로 각 사람의 득표 총수를 집계하여 별도의 용지에 기록한 후 투표용지에 바늘로 구멍을 내고 실에 꿰어 투표지를 안전하게 보전하되 개표가 끝나면 실 끝을 매듭으로 묶고 묶은 투표지들을 탁자 한편에 놓아둔다. 이 과정에서 투표지 수와 추기경 수가 동일하면 개표를 시작하고 틀리면 투표지를 모두 불태운 후 제2차 투표를 실시한다.

개표가 끝나면 제3단계가 시작되는데 이 단계에서는 각자가 얻은 총 표수를 집계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점검하는 절차를 거친 후, 마지막으로 투표지를 소각한다. 이 절차는 개표가 종료될 때마다 뒤풀이 되며 제2차 투표를 실시해야 할 경우에는 제2차 투표의 투표지를 마친 후 한꺼번에 소각한다.


• 교황의 취임과 착좌

앞의 절차에 따라 교황 선출이 완료되면 수석 추기경이 추기경단을 대표하여 당선자에게 “당신은 교회법적으로 이루어진 선거에서 교황으로 선출되었음을 수락합니까?”라고 묻고 동의를 받는 즉시 “당신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합니까?”하고 물어 새 교황의 이름을 정하고 이를 증명하는 문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추기경들은 선출된 교황에게 새 교황에게 다가가 경의와 순종을 표하고, 첫째 부제 추기경이 기다리고 있는 백성들에게 새 교황의 선출과 새 교황의 이름을 공포한다. 곧 이어 새 교황은 바티칸 대성전 발코니에서 로마와 전 세계에 사도적 축복을 내린다. 그 후 규정된 예식에 따라 취임식을 거행하고 라테라노 총대주교좌 대성전에 착좌하는 것으로 모든 교황선출 절차는 종료된다. 하지만 교황선거는 선거가 이 교황령이 규정한 것과 다르게 치러지거나 규정된 조건들을 준수하지 않았으면, 선거는 바로 무효가 된다.


•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콘클라베의 경우 교황 선거 중에 저질러지는 불법과 부정에 대해서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처벌하는데 예를 들면 선거장소가 봉쇄된 후 교황선출에 대한 비밀을 지킬 것을 서약한 이들이 이 서약을 위반할 경우 자동으로 파문되고, 교황 선출을 빌미로 성직 매매 죄가 저질러질 경우도 당사자는 자동 파문된다. 또한 누구든지 교황의 생존 시에 그 후계자 선출에 관한 계획을 세우거나 또는 어떤 투표를 약속하거나 또는 비밀 모임에서 이에 관하여 어떤 것이든 결정하는 것은 금지되며, 특정인에게 투표를 하거나 거부하도록 하는 온갖 형태의 거래는 금지되며 설사 거래가 이루어졌을 지라도 그것은 무효가 되며 그 위반자들을 자동으로 파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