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우 목사(공동준비위원장 종교교회 담임) 

지난 몇 십년간 한국교회는 부흥과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감리교회는 이번 대회를 통해 교회와 성도가 참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되찾으려 한다. 110년 전 하디의 관심은 교회의 성장이 아니라 진정한 교회, 성직자, 성도들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에 있었다. 그의 회개는 부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깊고 진실한 자아의 반성이며 사명의 회복이었다. 그의 회개는 부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깊고 진실한 자아의 반성이며 사명의 회복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던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철저한 통회가 진정한 부흥의 발판이 되었던 것이다. 그 부흥이 교회의 성장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지, 교회의 성장이 하디의 성령부흥운동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이와 같은 본질적 부흥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감리교회는 ‘근본으로 돌아가 민족을 사랑하고, 섬기고, 돌보고, 세워가는 것이 본래의 자세를 회복하고 진정한 부흥을 일으키는 일’이라는 것에 뜻을 모은 것이다.

이를 위해 감리교회는 따뜻한 교회로 돌아가려 한다. 크고 대단한 일을 계획하기보다 작고 세심한 사랑으로 초점을 옮기려는 것이다. 하나님의 일을 이 시대에 회복하는 것이 보다 본질적이고 위대한 일이라는 것에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하디에게 일어난 성령의 역사는 ‘불과 같은 강력한 역사 보다는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사랑’으로 설명되는 사건이다. 원산에서 하디에게 임한 성령의 역사는 그가 가졌던 조선인에 대한 실망과 편견, 비난과 평가를 내려놓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그들의 상한 심령을 바라보며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며 사랑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한 것이다.

술과 담배, 도박과 향락에 빠져 있던 조선인들을 정죄하기보다 그들에게 따스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시작한 것이 원산 대부흥운동의 출발이었고 또한 결과였다.

하디는 그 날 이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잘못을 반성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새 일을 시작하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하디는 아주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성령님을 의지하고 그와 동행하기를 시작했을 때, 그는 따뜻한 사람이 되었다. 조선의 백성들에게 좀처럼 곁을 주지 않던 사람이 오히려 직접 찾아가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전에 그의 관심은 하나님의 공의뿐이었다. 그래서 차가울 수밖에 없었다. 예리한 하나님의 공의로 조선의 사람들을 바라볼 때 당시 우리 민족은 못나고 어리석게만 보였다. 그래서 그들을 정죄하고 비난하고 원망하기만 하였다. 그런데 성령님은 그가 모르던 것을 깨닫게 하신 것이다. 우리가 못나고 어리석기 때문에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사랑이다. 그 공의를 따라 우리가 살아가도록 사랑으로 돌보시고 도우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알게 하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웨슬리도 차가운 공의의 사람이었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인디언들을 원망하였다. 그런 그에게도 성령님은 찾아가셔서 동일한 사실을 일깨워 주셨다. 그의 가슴을 따뜻하게 매만져 주신 것이다. 그 경험 이후 웨슬리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높을 대로 높아진 교권과 형식의 옷을 벗고 스스로 낮아져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만나며 복음을 전하고 그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비로소 예수님을 닮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성령님은 동일한 일을 이루실 것이다. 우리가 이 일에 순종하기를 기다리실 것이다. 다시 따뜻함을 회복하는 일이다. 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차가운 공의만 있어도 되지만 생명을 이어가는 일에는 반드시 따뜻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교회는 사망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의 살아있는 몸이다. 교회를 지키겠다고 이웃을 향한 교회의 문을 닫으면 교회는 생명력을 잃는다. 문을 열어 이웃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어야 한다. 그들의 어리석음을 평가하는 ‘공의의 심판관’이 아니라 그들의 연약함을 채워주고 옳은 데로 인도하는 ‘사랑의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아 슬프도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사역하는 목회자가 얼마나 되는가!” 하디가 남긴 이 말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에게 다시 뜨겁게 울려나야 한다. 그동안 많은 목회자들이 교인들에게 일어나 빛을 발하라고 요구만 했을 뿐 내 자신이 빛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성도가 되어야 함을 잊었다는 것이 우리의 고백이다. 오늘이야 말로 목회자들이 세상이 어떠한지 비판하는 것을 내려놓고 내 자신의 모습을 먼저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는 진실함이 펄요한 시점이다. 이번 하디 성령부흥운동이 단순히 원산에서 있었던 회개운동의 반복이 아니라 이 시대 회개의 본질을 찾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