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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의 영적인 감수성
1903년, 격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풍전등화의 운명을 맞고 있는 조선 땅 북동부 해안에서 사역하던 장로교와 감리교 소속의 신실한 두 여성이 선교사들에게 성령이 임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그 기도가 응답되어 선교사들이 일주일 예정으로 성경공부를 하게 되었고, 하디는 세 번의 설교를 부탁 받는다.
요한복음 14장 12-14절과 16장 23-24절을 본문으로, 그리스도를 믿음(faith in Christ), 그리스도 안에 거함(abiding in Christ), 오순절 체험(experience of Pentecost)에 대해 준비하고 있었다. 한 순간, 그는 말씀을 전하는데 솔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선 본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고,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던 때문이며, 수년간 성령 충만의 필요성을 말하기는 했지만 성령 충만을 받아야 한다고 스스로고백하지는 않는 자신을 본 것이다.
이 영적인 예민함! 섬세한 영적 자기 검열! 까마득히 잊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아니, 목회자들의 본성을 다시 만나는 순간의 감동이다.
하나님 앞으로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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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디 |
하디는 죄책감이 깊어지면서 평안이 솟구쳤다고 말한다. 그 것은 모든 죄에서 씻김을 받았다는 믿음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어서 그리스도 안에 거하며 말씀대로 살겠다는 결심과 성령을 받았다는 확신이 임했다고 어떤 수사나 설명도 덧붙이지 않고 담백하게 기록했다. 단지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 하나님의 손길이 닿는 순간의 변화(God's Touch in the Great Revival).
올해 한국교회가 하디를 찾은 것은 우연히 얻은 행운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특별한 은총이 아닐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의 무기력하고 오만하고 모순 된 모습을 보는 순간 하나님 앞으로 한발자국 다가서는 그 순진무구함이 놀랍지 아니한가! 당시의 망해가는 조선이나 풍요 속에 방황하는 지금의 상황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 앞에 나가기 위해서 왜 그렇게 거쳐야 할 것이 많은지. 사람들에게 잘 길들여져서 사람들을 통해서 자존감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상처 받고 울부짖고 있는 나를 본다.
나는 이런 순수함을, 하나님을 향한 순진한 마음을 어디쯤에 놓아두고 여기서 방황하는 것일까?
고통과 수치로
‘기도회 참석자들에게 방금 체험했던 것을 말하자 그 즉시 다른 사람들도 같은 체험을 하게 되었고’ 이어서 ‘선교사로서 생활이 실패했던 원인이 자신의 결점과 믿음 부족, 그리고 선교비 유용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토착교회 교인들 앞에서 ‘고통과 수치로’ 자백했다고 기록했다. 그 다음 주일에는 수치과 곤혹스런 얼굴로 등장해서 자기의 교만과 강퍅했던 마음, 믿음 없었음을 자백하며 개개인과 회중 전체에 용서를 구하였는데, 그 때 비로소 거기 모였던 한국 교인들은 참된 의미에서 죄책과 회개가 어떤 것인지를 목격하였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회개를 수없이 말해왔지만 참 된 회개를 본 것이 언제인지, 아니 참된 회개를 본적은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정말 목회자로서 회개를 바로 알고 실천하고 있는지를 말하기 조차 부끄럽다.
회개를 위해서는 ‘고통과 수치’를 감수하며 회중들 앞에서 고백해야 한다는 것을 하디를 통해서 새삼 깨달았다. 한국교회에 우리 감리교회에 값싼 회개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한다.
절망하자!
자신에게 절망하자, 철저히 절망하자 하디처럼. 그리고 익숙하고 길들여진 사람들이 아니라, 잘 다듬어진 종교의식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자! 수치와 고통을 감당할 용기를 달라고 무릎을 꿇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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