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지방의 선한교회(강산규 목사)가 지방내 불우한 이웃을 위해 지난 26일 조촐한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개척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교회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크고 작음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올 해로 세 번째 이어져 오고 있다.

무엇보다 선한교회는 지금의 예배당을 지을 때 많은 빚을 진 교회이다. 3년전 담임자의 79학번 동기 목사님들이 이 교회의 건축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깨동무선교회’라는 것을 조직하고 수차례 자비량 부흥회를 여는 사랑과 수고의 빚을 진 것.

그 빚이 지역을 섬기는 일로 갚아져 가는 것이라고나 할까 선한교회는 강도 만난 이웃을 살리는 선한사마리아인의 모범을 삶으로 살아내는 일에 꽤나 열심을 낸다.

기자가 선한교회를 찾은 점심무렵엔 이미 음악회가 시작되고 있었다. 지역의 색소폰 동호회인 ‘글로리아 색소폰 앙상블’이 찬송가와 복음성가를 한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멋지게 연주하는 중이었다.

이 교회 담임인 강산규 목사님은 방명록 까지 준비해 놓고 모금함 앞에서 손님을 맞았다. 그 앞을 모르쇠로 지나갈 순 없을테고 봉투가 얇아서는 방명록에 이름 남기기도 낯간지러울 일이었다. 혹여 그냥 지나칠라하면 손님을 맞는 인사를 나누고는 방명록에 사인이라도 하시라고 안내를 하셨다. 물론 모금함이 그 옆에 아주 잘보이게 놓여 있다. 세 번의 음악회를 열기까지 체득한 강 목사님의 모금신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교제하던 지방 목회자 가족들, 그리고 장로님 몇몇이 와 계셨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테이블에 앉았을 때 강 목사님은 주방을 향해 “심기자가 왔어요오~~풀코스!!”를 외쳤다. ‘풀코스’란 벽에 걸린 메뉴판내의 음식 모두를 제공받는 특별서비스였는데 그래봐야 김밥+떡, 잔치국수, 호박죽 그리고 후식으로 과일과 차가 전부였다. 최대(?)의 마진을 겨냥한 메뉴랄까? 다른 이에게서 개별 주문을 실제 받았는지 모르지만 이번엔 강산규 목사님의 경영신공(?)이 또 확 느껴졌다. 아마도 이날 방문한 모두가 ‘풀코스’를 대접받은 것 같다. 그렇게 모두가 귀빈이었다.

▲ 모금함 앞의 강산규 목사(선한교회)

단촐한 메뉴였다. 그래도 선한교회 사모님과 성도님들이 재료를 사다가 삼일 밤낮으로 음식을 준비했다고 한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고자하는 친절와 기쁨이 가득 담긴 것임에 틀림 없다. 마침 식때를 만난 기자는 참 맛있게 먹었다.

김밥을 열심히 말던 선한교회의 어느 성도는 “어깨동무 집회를 통해 도움을 받아왔던 성도들이 이번에 우리들도 멋있게 도움을 주자는 마음으로 한마음 한 뜻이 되었다”며 환하게 웃는다. 사모님은 주방에서 열심히 주문받은 음식을 내고 통통 튀는 재기발랄함의 교회 청년들은 봄기운 스며들어 나들이 가고픈 화창한 하루를 종일 음식을 나르는데 기꺼이 드렸다.

이날 선한교회의 자선음악회에 참여한 10여팀의 연주자들은 모두 자비량으로 참여했다. 자선음악회가 시작된 이후 계속 참여한 팀도 꽤 된다. 마술쇼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기해 했고, 목회자 부부로 구성된 kmc 색소폰 앙상블의 합주는 듣는이나 연주하는 이들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다. 피아노와 플릇, 바이올린, 기타 등 다양하고도 소중한 재능들이 밤 열시가 넘어서까지 자선음악회에 기부되고 있었다. 출판사인 김영사는 이 자선음악회에 후원사로 비중있게 참여했다. 샘아트앤디자인은 해마다 팜플렛이며 현수막을 후원해 왔다.

▲ 강산규 목사님과 김경순 할머니

앞서 두 번의 음악회를 열었던 헤이리의 ‘풍금이 있는 자리’ 카페가 폐업하여 이번엔 교회에서 열게 됐다. 조선족 가정인 ‘홍이네’를 돕기 위해 시작된 2009년의 첫 번째 자선음악회 때에는 돈가스를 팔아 300여만원을 전달했고 구제역이 돌았던 2011년에는 베트남 다문화 가정인 적성리의 ‘은우네’를 위해 두 번째 자선음악회를 열어 전과 비슷한 금액을 전달했었다. 당시 파주시의 소와 돼지 90%가 살처분되는 와중에 은우네는 돼지 600마리를 땅에 묻고 망연자실해 있던 참이었다.

올해 선한교회가 돕기로 한 대상은 파주 문산읍 선유6리에 위치한 한길교회(이재명 목사)의 김경순 할머니다. 공교롭게도 기자가 당당뉴스에 오기전까지 10년간 목회하던 교회였고 그 때 전도된 할머니셨다. 당시 할머니는 허리와 무릎이 안좋으셔서 50여미터 거리의 교회에 예배하러 오실 때 낡은 유모차 같은걸 의지해서 걸어 오시곤 하셨다.

기억해 보자면, 10가정이 겨우 출석하던 한길교회에는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 성도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유독 많았다. 1km정도 거리의 큰 이웃 마을에 주일 아침마다 승합차를 돌리는 번듯한 교회가 있었는데 동네 대부분이 그리로 가셨고 그나마 차 타는 것도 여의치 않은 분들은 결과적으로 우리 교회로 나오는 그런 모양새였었다.

암튼, 김경순 할머니는 무릎에 염증이 심하여 지난해에 수술을 받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재활운동을 하시다가 넘어지셔서 엎친데 겹친격으로 골반뼈가 부숴지는 중상을 입으셨다. 이때 무릎에 또 손상을 입으셔서 골반수술은 물론이고 무릎도 재수술을 받으셨다.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낫자고 들어온 병원에서 혹 떼려다 혹 붙이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의사는 이후에도 한번 정도의 수술과 장기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김경순 할머니는 퇴원하여 통원치료를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한다. 몸이 나아서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 때문이었다. 그나마 영세민이어서 꽤 할인을 받았는데도 병원이 내민 청구서에 적힌 250만원이라는 돈은 감당할 엄두조차 못하는 액수였다. 게다가 영세민에 대한 병원비 보조는 한 병원에서 한 달을 넘겨서는 적용이 안된다고 한다. 늦을 수록 혜택없는 병원비만 불어날 판이었다. 빨리 퇴원하거나 병원을 옮기는 것이 상책이었다.

병원을 옮겨다니며 한달로 제한된 영세민 보조를 피할 수 있겠지만 병원에서 병원으로 옮겨다니려면 그때그때 지불할 능력이 되어야 한다. 그게 될 턱이 없기에 얼마간이라도 사이사이 지낼 집이 있어야 할 일인데 그러려면 사글세가 밀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 입원하기 전부터 집주인이 방빼달라고 수차례 요구해 온 터라 도대체 몸과 마음 쉴 곳이 없었다.

자식들도 이럴 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큰 아들은 오래전 가출하여 생사를 알 길이 없고, 페인트 칠하는 일을 하는 작은 아들은 일감이 없는 겨울철이라 어린 두 손주와 만삭의 며느리 배도 곯게 하는 판이었다. 그나마도 어려운데 어미마저 짐이 될 수는 없었다.

어찌어찌 몇 안되는 교우들에게 돈을 빌어 250여 만원의 병원비를 지불하고 일단 그렇게 도망치듯 퇴원을 했다. 교우들도 별반 나을 게 없는 사정을 뻔히 아는데 그래도 그때는 그들이 하나님이고 구세주였다. 아마도 어떤 교우는 돈을 빌리기 위해 몇 살지도 않는 동네를 구걸하듯 돌았을 것이다.

그사이 목사님은 마침 도와줄 대상을 찾는 선한교회 강산규 목사님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두달 째 대상을 찾던 강목사님이 그 때 이렇게 질문했다고 한다. “그 성도를 위해 기도할 때 눈물이 나더냐?”고.

목자가 양이 저리 고통스러워 하는데 자신도 빌어먹는 처지(기자는 선교비에 의지해 살아가던 한길교회 담임 시절을 자조적으로 그렇게 표현했었다. 다른 뜻은 없으니 오해 없기 바란다.)에서 아무 힘이 되지 못하는 무력감은  대신 아파주지도 못하는 것 이상으로 고통이었을 것이다.

목사는 그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했고 강산규 목사님은 “하나님이 김경순 할머니를 돕게하시려 두달 동안 대상을 찾지 못하게 하셨나 보다”며 기꺼이 허락하셨다고 한다. 듣자하니 장애인등급판정을 받으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서 지금은 이 일에 발품을 팔고 있다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몇푼 줄이면 지금 형편에 그게 어딘가!

▲ 한길교회 교우들과 목사님.

음악회 도중에 한길교회의 목사님이 김경순 할머니를 모시고 왔다. 전임자가 취재 온다는 소리에 얼굴을 보겠다며 동행한 세분의 할머니 집사님들이 김경순 할머니를 들어 매듯 들어서는데 그 광경에 눈물이 핑 돌았다.

기자를 알아본 전순분 집사님은 다짜고짜 매달려 울어 대신다. 김경순 할머니를 위해 이렇게 여러분들이 수고하고 있다는 고마움과 할머니가 당하신 서러움이 자신에게 이입되어 하필 기자에게 쏟아낸 것이다. 전순분 집사님은 바깥 어른이 풍을 맞아 쓰러지신 후 집안의 사주를 다 불태우고는 어른을 업고 제발로 교회를 찾은 분이다. 이후 교회의 사찰을 자처하며 거듭남의 기쁨을 누리며 사셨다. 이번 일에도 앞장서서 도우셨다 한다.

선한교회는 이날 모아진 수익금 392만원을 김경순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김경순 할머니는 빌린 병원비를 갚고 나머진 밀린 방세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여전히 재수술비는 모자란 형편이다.

한길교회의 이명아 사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작은교회지만 도움만 받는것이 아닌 작은것부터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길 소망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받은만큼 줄수 있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달았어요. 그리고 사랑은 나누고 섬기면 그기쁨이 더 커진다는것도 알게 되었지요”  

▲ 풀코스 메뉴다.

▲ 감리사님(우측, 류인섭 목사, 금촌제일교회) 부부와 만남교회(전대호 목사) 부부. 가장 왼쪽은 한길교회의 이명아 사모님

▲ 79학번 동기 목사님들

▲ 사모님들의 노래자랑

▲ 이번엔 목사님들이...

▲ 피아노과를 지원하겠다는 고교생 피아니스트를 위한 기도도 해주고..

▲ 전 현직 목사님들로 구성된 KMC섹스폰 앙상블의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