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나라가 온통 비탄에 잠겼다. 얼마전까지 전국적으로 가축 300여만 마리가 땅에 묻혔다고 하니 축산농가들이 흘린 눈물은 또 얼마나 될까?

경기도 파주지역에서도 사육중이던 소와 돼지의 90%를 땅에 묻었다고 한다. 정부에서 피해농가에게 보상을 해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보상금이 살처분한 가축에만 적용되는 것이지 설비투자까지 포함하는것은 아니어서 빚을 내 설비를 갖추고 축산을 통해 갚아가려던 농가들은 보상금을 받아 들고도 한숨을 짓고 있다.

파주시 적성면의 ‘은우네’가 바로 이런 가정이다. ‘은우네’는 10년전 베트남에서 시집온 ‘당티방(30)’을 아내로 맞은 다문화 가정으로서 당티방은 ‘은우(8)’, ‘선우’, ‘희우’ 세 남매를 낳고 남편 박씨와 함께 돼지 600마리를 키우며 한국에서의 삶을 축복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축산설비를 하느라 수억원의 빚을 졌지만 열심히 일하면서 갚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다가 악마처럼 다가온 구제역으로 인해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면서 그 믿음도 함께 날아갔다. 남은 것은 덩그러니 빈 돼지축사와 마리당 30만원씩 쳐준 보상금, 그리고 보상금보다 훨씬 많은 빚 뿐.

자식처럼 키우던 돼지들을 땅에 묻은 은우네는 그 충격으로 인해 마을을 뜨고 싶어 하지만 빚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사육을 재개하고 싶지만 리스크를 감수하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는 남편, 그리고 너무나 이쁜 세 남매와 함께 알콩달콩 10년동안 키우던 꿈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 은우네 돕기 자선음악회 ⓒ심자득

파주 선한교회(강산규 목사)가 구제역 피해 농가인 은우네를 돕기 위해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작은교회임에도 2년전 조선족 가정을 위해 음악회를 열었던 바로 그 교회가 이번엔 다문화 가정인 은우네를 위해 자선음악회를 연 것이다. 당당뉴스 가족들이 이곳을 찾아 갔다.

장소는 통일로 변 헤이리에 위치한 “풍금이 있는 자리”로 예전과 같았다. ‘손님’들에게는 먹음직한 돈까스와 과일 그리고 차(茶)가 무작정 제공된다. 물론 먹고 그냥 나가려면 다소 부담을 느껴야 한다. 입구에 방명록과 봉투, 커다란 헌금함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티켓을 사전 구매한 이들은 예외다.

음악회는 매시간 정해진 연주자들이 공연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기자가 찾아간 시각에는 ‘리틀라이프 앙상블’의 현악협연, 이어 팬플릇이 연주 되었다. 이 외에 섹소폰, 바이올린, 통키타, 피아노 연주, 그리고 주인장의 노래 공연 등이 순서에 따라 손님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 온누리교회 청년들이 서빙 봉사를 하고 있었고 파주지방 목회자들과 가족, 그리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자선음악회를 연 파주 선한교회의 강산규 목사는 “저는 은우네에게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먼 이국에서 이 나라로 시집와 아이 셋을 낳아 주었었을 뿐 아니라 주님을 영접하기도 했으니 이 나라에게 얼마나 좋은 일을 한 것입니까”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그런데 이런 일을 당했으니 얼마나 상심이 클까요. 음악회 열어서 얻은 수익으로 피해액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당신을 위해 관심가지고 있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강산규 목사는 이날 자선음악회를 열어 모두 572만원의 매출을 냈다. 예상보다 조금 많은 수입이라고 한다. 이 중 재료비와 인건비, 장소대여비 등 230만원을 제하고 342만원을 은우네에게 전달했다.

은우네가 출석하고 있는 적성교회의 담임인 박승옥 목사는 은우네가 당한 구제역 피해가 당장은 힘들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또 베트남 선교에도 결국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바램을 이야기했다.

“은우네는 한국으로 시집 온 이후 전도된 다문화 가정입니다. 그 인연으로 몇해전에는 저희 교회가 은우 엄마(당티엔) 고향에 교회를 지어주고 돌아 오기도 했지요. 한국에서 잘사는게 베트남 선교에도 도움이 될텐데 이런 일을 당해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교회가 이렇게 도우려 애쓰는 모습이 잘 전달되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하나님이 준비하실거에요. 은우네가 용기를 잃지 않기 바랍니다”

은우네 가족을 사진에 담아 소개해 보려 했지만 은우네가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지도 모른다고 해 촬영을 포기했다.

“구제역 끝났다는 소리 듣게 되면 소원이 없겠다”

구제역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파주 지역 목회자로서 강산규 목사는 지역과 교회의 아픔을 그렇게 나누고 있었다.

▲ 리틀라이트 앙상블의 현악협연

▲ 두터우면서도 부드러웠던 돈까스.

▲ 음악회 장소를 제공한 "풍금이 있는 자리" 주인인 김영규 씨(좌). 몸이 편치 않은 그는 이웃의 아픔이 남일 같지 않았다. 선한교회 강산규 목사(우)는 "당신을 위해 관심가지고 있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선음악회를 연 동기를 밝혔다. ⓒ심자득

▲ 적성교회 박승옥 목사. "그렇지만 교회가 이렇게 도우려 애쓰는 모습이 잘 전달되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하나님이 준비하실거에요. 은우네가 용기를 잃지 않기 바랍니다” ⓒ심자득

▲ 사진제공 ⓒ 선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