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과의 공동선언문과 관련 '대국민 담화문발표' 기자회견 중인 김근상 NCCK 회장. 왼쪽부터 손달익 예장통합총회장, 나홍균 기장총회장, 조성암 암브로시우스 한국정교회 대주교

‘WCC 공동선언문(이하 선언문)’ 논란과 관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하 교회협) 김근상 회장이 대국민 담화문(이하 담화문)을 발표하고, “선언문과 교회협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1.13선언문 사태 이후 교회협 차원의 첫 공식입장이다. 

25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된 담화문 발표 자리에서 김근상 주교는 ‘선언문 사태’ 논란과 관련 이같이 밝히고, 이 문제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담화문은 ‘(선언문에) 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의 싸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교회협의회(WCC)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없다’고 언급하고, ‘(WCC 부산 총회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WCC나 NCCK 정신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1.13 선언문(1월13일 공동선언문 발표)의 형식(절차)과 제한적 조치(선언문 내용)들은 에큐메니칼 정신에 따르더라도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본의 아니게 이 선언문에 담긴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깊이 상처를 입은 여러 사람들과 단체, 특히 정교회와 로마 카톨릭 교회에게 마음을 담아 사과를 드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열린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김 회장은 ‘이 선언문은 교회협과 어떤 토론도, 어떤 이야기도 나눈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문서 자체를 교회협 차원에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있지도 않은(인정하지 않은) 문서를 파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선언문의 공동서명은 철저하게 김영주 총무 개인의 일이라는 것.

한편, 이같은 교회협의 입장표명은 많은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교회협 총무(의자격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선언문에 싸인을 했다‘는 논리는 지극히 자의적인, 진영논리에 매몰된 해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영주 목사가 개인자격으로 그 선언문에 싸인을 했다면, 이는 그 선언문 내용의 옭고 그름을 떠나 그 자리에 함께 배석했던 다른 세 단체(WCC총회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WEA 총회 준비위원장, 한기총 대표회장)의 대표들을 기망한 행위가 된다(김영주 총무가 당연히 교회협 총무로서 사인하고 있다고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교회협 총무의 모든 공식 일정에는 (총무가)교회협을 대표해서 나왔는지, 개인자격으로 나왔는지’를 물어야 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을 상정하는 일도 가능하다. 오히려 ‘(교회협 총무의 자격으로서) 선언문에 싸인한 것을 인정하고, 교회협 차원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좋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한편 김영주 총무의 거취문제와 관련해서 김 회장은 (김영주 총무가 사퇴를 하게 되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앞으로 현재 맡은 일을 더 열심히 하도록 지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배석한 손달익 예장 통합 총회장도 발언을 통해 ‘교회협이 공식적으로 ‘채택’했을 때 ‘폐기’란 단어도 쓸 수 있는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원인무효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김 총무에 대해서도 ‘앞으로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정교회 대주교는 ‘WCC는 정치나 비즈니스가 아니라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신학적 토론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WCC의 기본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담화문 발표를 계기로 이제 관심은 WCC 총회준비 상임위원회에 집중되고 있다. 김영주 총무로부터 시작된 불똥이 김근상 교회협 회장을 거쳐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회로 옮겨 붙은 형국이다.

공동 선언문 발표와 선언문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교회협의 공식입장에 대해, 김삼환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이 어떻게 대응할지, 또다시 사퇴카드를 들고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WCC 총회가 9개월 앞으로 다가오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