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제61회기 1차 실행위원회가 열렸다. 회의를 진행중인 김근상 회장. 왼쪽 서기 배성남 목사, 오른쪽 총무 김영주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2013년 첫 번째 실행위원회를 열었다. 17일 오후 2시 기독교회관에서 제61회기 제1차 실행위원회로 모인 것이다. 오늘 초미의 관심은 한기총과 공동 합의하여 발표한 소위 ‘WCC 공동선언문(이하 선언문)’의 처리 여부였다.

기타심의사항으로 다뤄진 이번 ‘선언문 사태’에 대해 참석한 실행위원들은 ‘이 선언문은 에큐메니칼 교회의 정신에 반하는 매우 잘못된 합의’라고 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한기총에 속한 근본적인 신학을 바탕에 둔 일부 교회들로부터 카톨릭과 함께 ‘개종의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는 한국정교회의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대주교는 발언을 통해 ‘이 선언문은 신학적으로 오류가 있다. 아마 세계 정교회 뿐만 아니라 WCC도 이 선언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오늘 실행위원회가 이 선언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고 이 문서를 쓰레기로 버리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국 정교회 대교구 비서 박인곤 요한 사제는 정교회의 공식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정교회의 최고의결 기구인 세계 총대주교청’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논의 중이다. 그것이 결정되는 대로 한국 정교회의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선언문 사태와 관련하여 김영주 총무는 경과보를 통해 ‘이 일은 전적으로, 절차와 과정을 지키지 못한 제 책임임을 통감하며, 필요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날 선언문은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지는 못했다. 김 총무가 이 문서 자체를 실행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총무는 이에 대해 ‘교회협에서 공동선언문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문서를 제출하라’고 항의하자 김근상 주교(의장)은 ‘워낙 매스컴을 통해 잘 알려져 있어서 모든 위원들이 다 이 선언문의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줄 알았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끝내 선언문은 실행위원들에게 제출되지 않았다.

화해통일위원회 조헌정 목사는 고난함께,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등 에큐메니컬 진영의 27개 단체의 명의로 회의장에 배포된 ‘‘WCC 제10차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문건을 회의장에서 낭독하려다 의장으로부터 ‘우선 이 선언문부터 처리하자’며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 문서에는 ‘선언문은 교회협의 역사에 매우 치욕스러운 사건으로 기록 될 것’이라며 3가지 항목에 걸쳐 공동선언문의 파기를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회의 말미에 ‘의장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자’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흐르자 조헌정 목사가 ‘이 선언문은 이 자리에서 당장 거부되고 파기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항의의 표시로 자리를 뜨려하며 의장을 질책하자, 이에 의장이 ‘왜 나한테 화를 내느냐’며 잠시 고함이 오가기도 했다.

‘이 선언문 사태에 대해서 대책위원회 또는 (일련의 합의과정과 절차상의 하자에 대한)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과 ‘(모든 실행위원들이 이 문서에 동의하지 않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니)이 사태의 수습에 대한 모든 권한을 의장에게 일임하자’는 개의 안이 맞선 가운데 결국 실행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수습 방안을 의장인 김근상 주교에게 일임하기로 결의하고 회의를 마쳤다.

회의를 모두 마친 후, 참석했던 한 실행위원은 인터뷰를 통해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당시 한기총 회장 홍재철 목사는 한기총 운영위원회에서 이 선언문이 통과(채택)되지 못하면, 이 합의는 자동 파기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전 세계의 교회가 주목하고 있는 오늘 회의에서 이 문서에 대한 분명한 반대와 선언문 폐기를 결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전했다.

한편 또 다른 위원은 ‘이 문제를 의장에게 일임했다는 것은, (그럴리는 없겠지만)논리적으로는 만약 의장이 ’이 공동선언문을 그대로 받겠다‘고 한다면 실행위원회도 그대로 인정해야 되는 꼴’이라며 오늘 결의된 사항에 대한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제 이 선언문 사태는 교회협 총무의 독단으로부터 시작된 불똥이 회장에게 옮겨 붙은 형국이 되었다. 과연 김근상 NCCK 회장은 상처 입은 에큐메니컬 진영의 형제 교회들과 뜻밖의 소식에 놀랐을 WCC 소속  세계교회의 치유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매듭을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배태진목사가 WCC 준비진행과정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하자 김영주 총무가 침통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 일련의 진행과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퇴장하고 있는 배태진목사(기장)     ▲ "정교회 뿐만 아니라 WCC도 이 선언문에 동의하지 않는다. 실행위원회에서 폐기선언 후에 (선언문)을 쓰레기로 버리면 된다."고 발언하고 있는 한국정교회 암브로시오스 조성암대주교, 옆은 통역이자 한국정교회 대교구 비서 박인곤 요한 사제     ▲ '책임은 가리되, 잘 해결되도록 지혜를 모으자'는 발언 중인 신복현 목사(감리교)     ▲ 조헌정목사(기장)가 '당장 이 자리에서 공동 선언문에 대한 폐기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 회의 말미 김영주 총무가 '부끄러운 역사를 되돌리기 위해, (결자해지차원에서)자신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조심스럽게 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