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200여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종교재판으로 출교된 감신대 6대학장 변선환 교수를 기억하며 감신대 총학생회와 신학과학생회가 그의 제자 들을 초청하여 토크콘서트와 세미나를 열었다.

먼저 지난 20일 오후 5시반 감신대 웨슬리제1세미나실에서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고 변선환의 제자였던 이현주 목사, 이보철 목사, 이정배 교수를 초청하여 변선환의 생전에 겪었던 일화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22일에는 ‘일아 변선환, 그의 삶과 신학의 유산’을 주제로 한 강연이 있고 이어 참가자들을 세 파트로 나누어 ‘변선환 이후의 웨슬리의 생명 평화 신학의 전개 가능성(박성용 교수)’, ‘오늘의 교회: 무종교 시대와 다종교 시대 사이에서의 기독교(박일준 교수)’, ‘변선환 선생님의 생각에 대한 생각(최대광 교수)’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편 변선환과 함께 출교당했던 홍정수가 이번 세미나에서 조명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성용 교수가 주제강연 서론에서 밝혔듯 신학적으로 자유롭다는 감리교회에서 교단정치부흥사들과 그들의 교권정치에 의해 출교된 변선환을 이해한다는 것은 지금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건 이후 한국 신학계에서 토착화시도는 정체되었고 감리교의 정체성이 혼란해 졌으며 한국신학까지도 정체되었다. 그리고 감리교신학대학은 입학 정원을 채우기에 급급해 하는 학교로 전락했다. 사실, 감리교사태로 대변되며 교권을 두고 벌이는 작금의 혼란의 밑 바탕에는 학연의 패거리문화와 함께 변선환을 죽여야 했던 ‘신학의 차이’가 도사리고 있다.

‘변선환 토크콘서트’는 지금의 감신대생들에게 변선환은 어떤 학자였는지를 인간적인 면에서 만나게 해준 시간이었다. 변선환의 애제자들인 패널들은 그래서 슬픈 이야기를 말하면서도 웃음꽃을 피웠다.

토크콘서트에 앞서 한인철 목사(세브란스 원목)가 축사에 나서서 “선생님을 뵌적도 없는 학생들이 변선환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데 함께 공부했던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낀다”면서 “이 모임이 잠들었던 선배들을 일깨우는 자명종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변선환의 제자였지만 변선환이 ‘내 스승’이라고 평가했다던 이현주 목사는 “선생님이 출교 됐을 때 찾아 뵙고 축하드린다고 했다”면서 그 이유를 “감리교의 창시자인 웨슬리나 종교개혁자인 루터나 기독교 대장인 예수 모두 쫓겨났는데 선생님도 그 대열에 서셨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다”는 일화를 소개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자신 같으면 “교회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하지 말고 교회에도 구원이 있다고 했을 것”이라고 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독일에서 변선환의 부름을 받고 감신대에 와서 합창단을 이끌었다는 이보철 목사는 당시 종교재판 상황을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변선생님의 신학은 싸우지 말고 같이 살자는 종교평화신학”이므로 “교회중심의 배타성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보철 목사는 변선환에 대해 “영원히 살아있는 스승이자 순교자”라고 평가했다.

이정배 교수는 “역설적이고 이율배반적이게도 선생님이 너무 넓으셔서 교회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하셨지만 정말 사랑하신건 감리교셨다.”고 회고하면서 "선생님만큼 웨슬리를 잘 가르치신 분이 없었다"는 말로 변선환 출교의 부당성을 꼬집었다. 그리고는 “선생님은 내게 큰 명예이자 현실적으로 멍에이다. 여러분에게도 선생님이 명예이자 멍에가 되길 바란다”는 바램을 전했다. 

이날 서경은 학생의 사회로 개최된 토크콘서트를 풀어본다. 세브란스 원목실의 한인철 교수가 토크콘서트에 앞서 축사를 했다. 이어 사회자가 던지는 질문을 세사람의 패널이 돌아가며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인철의 축사 - 2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을 새삼 느낀다. 선생님의 신학을 화재로 다시 올리는 것에 감사한다. 변선환은 여전히 감신대에 살아 있음을 느낀다. 선생님을 뵌적도 없는 학생들이 변선환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데 함께 공부했던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이 모임이 잠들었던 선배들을 일깨우는 자명종 역할을 할 것이다. 변선환은 여전히 감신대에 살아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소망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변선환 교수님은 파면되었지만 변선환 선생님은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신다. 이 세미나가 도화선이 되어 변선환이 감신대뿐 아니라 감리회안에도 여전히 살아계시고 그 분이야 말로 참 목사였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표명하는 역사가 곧 일어나길 바란다.

▲ 축사하는 한인철 목사(세브란스)

사회 - 먼저 각자의 소개를 부탁한다.

이현주 - 사랑이 뭔지 배우고 싶어서 왔다. 잘 배우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름 시간낭비하지 않고 잘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이보철 - 변선생님의 토착화를 노래로 푸는 목사다. 독일에 있을 때 새벽에 합창단을 맡아달라는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감신역사 최악의 시기에 감신대에  왔다.

이정배 - 학교에서 선생님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펼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재판받으실 때 거기에 있었는데 ‘나혼자만 죽여라, 제자들은 놔두라’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 사회 : 서경은 학생

사회 - 오늘은 변선생님의 인간적인 모습과 삶을 재조명하려고 한다. 스승으로서 변선생님은 어떤 분이셨나? 강의시간이 희열과 정열이 넘치는 시간이었다던데..

이현주 -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교실에서 들었던 강의를 거의 다 잊어 버렸다. 칠판을 두어번 지웠다 썼다하면서 열심히 쓰시면서...침이 하도 튀어서....앞자리엔 잘 안앉으려 했다. 강의실에서의 선생님 모습은 그정도 남아있다. 뭐를 가르치셨는지 다 까먹었다. 참 미안하다. 그런데 돌아가시던 해, 제가 설날 세배를 갔는데 마침 저혼자가 아니었다. 세배를 드리고 앉았더니 엔도 슈사꼬라는 소설가가 쓴 Deep river를 읽어 봤냐고 물으시더라. 그 소설을 가지고 딱 한시간을 강의하셨다. 칠판만 없었다. 난 꼼짝 못하고 들어야 했다. 미안하지만 들은 내용은 또 다 잊어 먹었다. 그런데 그 진지함, 딱 한사람 앞에 앉았는데 당시 얘기하는 모습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다. 겨우 끝나시는거 같아 얼른 일어났다. 막 나오는데 이정배 교수님 내외가 들어오길래 빨리 인수인계 했다. 그 마지막 한시간 강의가 선생님의 마지막 기억하는 모습이다.

▲ 이현주 목사

이보철 - 변박사님 강의만은 빼먹지 않고 들었다. 강의시작하면 멘붕이다. 환타스틱했다. 이분의 강의는 시같았다. 그 소리가 지금도 막 들려오는거 같다. 그리고 비유를 하자면 내가 이세상에서 만난 최고의 부흥사셨다. 굉장했다. 77년도에 복학해서 공부했는데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정희수 감독은 불교전공하러 동국대 대학원에 갈 정도였다. 변선생님 하면 검정고무신, 책보자기, 옷에 묻은 분필가루, 돋보기, 그리고 특유의 제스쳐가 생각난다. 당시 학생들이 경외하는 교수들을 열거해 보면, 변선환의 실존주의, 윤성범의 성리학과 토착화, 안병무 문동환의 민중해방신학, 문익환의 구약과 시문학, 유동식, 서남동, 현영학, 강원용 함석헌, 지명관 같은 크신 분들이 암흑속에 횃불이었다.

이정배 - 그날 이현주 목사님과 마주친 이후 '깊은 강'을 읽어보라고 학생들에게 권했다. 그날 두 분이 대화하는 모습이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변선생님의 강의는 열정적이었다. 이현주 목사님은 칠판을 두 번 지웠다고 하시지만 난 여섯 번까지 칠판을 지운 것을 기억한다. 분필가루와 침튀기는 강의셨다. 기억나는 게 하나있는데, 저녁을 사주시고는 밤7시에 수업을 시작하셔서는 밤 11시 40분까지 한번도 안쉬시고 강의를 하셨다. 그날 인천사는 친구들은 집에 못갔다. 그거 하나만 봐도 열정이 얼마나 대단하셨는지 알수 있다. 선생님의 그런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

사회 - 여러분의 삶에 미친 변선생님의 학문적 영향은 무엇이었나?

이현주 - 참 말씀 많이 하신건 알겠는데 기억은 잘 안난다. 사상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노자가 그랬다. ‘말없는 가르침을 베푼다’고. 말로 가르치는 것 보다 그 몸짓과 행동, 눈빛, 말하는 자세가 생각난다. 한번은 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책읽다가 놓치신적도 있다. 그런 삶의 자세... 지금도 난 보던 안보던 책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게 그분께 받은 영향이다.

이보철 - 소변을 보며 책을 읽으시다가 30분을 서계신적이 있다는 일화도 있다. 박사님은 ‘신학은 변하는 것’이라며 책을 안쓰셨다. 한마디로 한국적 신학은 서구적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데서 출발하셨다. 그걸 넘어서려면 교회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다보니 교회와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교회중심주의를 강조하는 목사들과 교회를 벗어나야 한다는 신학자의 싸움은 오래된 것이다.

1930년에 감리교가 자치선언을 했다. 선언문에 ‘우리 감리교는 진정한 기독교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기독교인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감리교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한국교회여야 한다’고 했다. 이미 1930년에 전세계에 당당하게 자치를 선언했었다. 한국교회를 한국화 시키고 신학을 한국적으로 하자는데 뭐 잘못된거 있나?

그러나 일본제국시대에 신학교육받은 그 틀에서, 미군정의 틀에서, 이들에게 철저히 종속되어 모든 문화가 식민지화 됐다. 그 의식이 힘좀 쓰는 목사들 속에 꽉찼다. 그러니 변박사의 이야기는 그들에게 택도 없는 얘기였을 것이다.

통일찬송가 550곡 중에 우리나라곡은 18곡뿐이다. 3%다. 97% 남의 나라 노래 부르고 있는게 한국교회이다. 미국교회 다음이 한국교회라고 자랑하지만 실상 내용면에서 보면 빈약하다. 요즘나온 찬송가는 좀 나아서 645곡중 128곡이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변선환은 불교와 기독교를 접목시켜 토착화를, 윤성범은 유교와 접목시켜 한국적 신학을, 유동식은 무속신앙과 접목시키며 유불선의 토양위에 들어온 기독교를 연구하자는데 뭐가 잘못됐다는 것이냐.

난 신학을 미학적으로 접근하여 79년에 '한국적예술신학의 가능성'이란 논문을 썼다. 찬송가를 한국화 시키려 노력하고 있는데는 동기가 있었다. 독일에서 한국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는데 예배후 한 독일 목사님이 화를 내더라. 그 이유가 “왜 우리 국가를 부르느냐”는 거다. ‘시온성과 같은교회’를 두고 한 말이었다.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자기나라 노래 외면하고 남의 나라 노래부르는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민족에겐 독특한 음악문화가 있다. 이 음악에 우리 신앙의 얼을 담아서 한과 흥으로 찬송을 불러야 한다. 변박사님이 내게 하라고 해서 노래로 토착화 노력하고 있다.

▲ 이보철 목사

변선환의 제자사랑법

사회 - 변선환에 대한 컨퍼런스가 드류에서 있었다. 여기 계신 이정배 교수님 등 많이 참석하셨는데 이렇게 제자들이 한 스승을 계속 추억하는 것이 단순히 그 분의 명강의만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분의 ‘제자사랑’도 있었을 텐데 변선생님의 인간적인 모습이나 제자사랑을 어떻게 하셨는지... 어떤 사랑을 받으셨나?

이현주 - 85년도에 백수가 됐었다. 8군데 연재하던 것을 다 중단하고 무작정 충주 집에 내려가서 한푼도 돈을 벌지 못할 때였다. 하루는 변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수안보에 세미나가 있어 왔다시며 서울 가는 길에 들르마 하시더라. 오셔서 잠간 앉았다가시면서 “먹고는 살아야지” 하시며 봉투를 하나 꺼내시더라. 봉투를 열어보니 전날 세미나 강사비 전액이었다.

비리를 하나 밝히겠다. 62년 입학했다가 65년에 퇴학을 당했었다. 그리고 69년에 복학했는데 그때 강사로 계시던 변선생님이 문학강의를 하셨다. 그런데 당시 나는 오전에만 강의를 듣고 오후엔 직장엘 나가야 했었다. 변선생님의 강의는 오후여서 신청만 하고 한시간도 출석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점수가 95점이 나왔다. 변선생님을 찾아가서 점수가 잘못됐다고 하자 ‘아냐 제대로 했어’ 하신다. ‘왜요’하고 물으니까 ‘너는 기독교 문학가자나’하시는 거다. 그런 비리가 있었던 것 이제 밝힌다(웃음).

이정배 - 선생님의 제자사랑하는 방식이 때론 무모할 때가 많았다. 내가 스위스에서 공부할 때 칼 바르트의 둘째 아들인 크르스토퍼 바르트 교수 집에 세들어 살았었다. 한밤중에 칼바르트의 며느리 마리아 끄네르 바르트가 잠옷바람으로 문을 두드리며 한국에서 전화왔다며 받으란다. 그 집에 전화가 한 대 있었고 그 전화는 그들 부부의 침실에 있었다. 전화를 하시려면 현지시간을 알고 하셔야 하는데... 그래도 안쫓겨나도 5년동안 살긴 했지만 그렇게 제자를 사랑하시면 곤란하다...(웃음)

또 하나는, 81년 유학갈땐 비행기표값이 매우 비쌌다. 그래서 홀트에서 입양보내는 아이 여섯을 덴마크, 독일 등에 데려다 주는 조건으로 표를 구해 떠났다. 그 때 변선생님이 100만원을 쥐어 주시며 이거 가지고 공부하라고 하셨다. 당시로선 엄청 큰 돈이었다. 아마 신옥희 사모님 몰래 주셨을 거다.

그런 사랑을 받은 이면을 보자면, 친구들은 다 목사 장로의 자녀로서 신학교를 왔지만 난 유교적 전통의 아버지와 칠성당 신앙의 어머니가 계시는 배경에서 신학교를 왔었다. 이게 내 열등감이고 아픔이고 상처였다. 이런 내게 선생님이 ‘오히려 그런 나의 바탕이 신학하는데 큰 힘’이라시며 격려하셨었다. 신학을 그만두려고도 했었던 나를 공부시키시려 그렇게 사랑해 주셨다. 입이 열 개라도 신학함의 길을 열어주신 그 고마움을 다 말씀 드릴수가 없다.

이보철 - 변선생님이 생전에 ‘금관의 예수’를 좋아 하셨다. 은퇴하실 때 합창단이 불러 드렸고 돌아가셨을 때도 조가로 불러 드렸다.

▲ 이정배 교수

종교재판에 대해

사회- 무거운 이야기를 나눠보자, 종교재판이라는 이름으로 출교를 당하셨다. 오늘날에도 많은 화제가 되고있는 사건인데 종교재판에 대해 당시 사건의 경위와 당시 변선생님이 취하신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이보철 - 종교재판을 92년만 생각하는데 이미 78년에 김홍도 목사가 시도했었다. 당시 총회가 열리는 배화여고에 전교생이 몰려가서 변선환 종교재판 회부를 발의하려고만 하면 소리를 지르며 방해 했었다. 당시 쪼개져 있던 교단을 합치자고 학생들이 웰치채플에서 일주일 째 철야기도를 했었는데 나와 한 친구가 협상을 마치고 자교교회를 나오는 김창희 감독을 납치해서 감신대로 모셔 왔었다. 밤새 토론하면서 두가지 조건을 냈다. 교단 쪼개져서는 안된다는 것과 변박사님 기소하지 말라는 거였다. 그런데 총회를 다녀오신 김용옥 교수님이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한표차로 기각됐어요”하시더라. 그 때부터였다.

당시 시국이 어수선 해서 잠잠하다가 90년도에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됐다. 곽전태 감독회장때인 91년 10월 총회에서 ‘종교다원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가르치는 변선환 홍정수를 의법처리하자’는 결의가 되면서 시작된 거다. 김홍도 목사가 동의하고 박기창 목사가 재청하여 통과됐다. 즉각 재판위원회가 만들어 지고 본격적으로 사람죽이기작업에 들어갔다. 참 가슴아픈 일인데, 92년 5월 7일 금란교회에서 종교재판이 열린다. 재판정은 김홍도 목사가 이끄는 사람들이었다. 금란교회 신자 3천명이 동원됐고 그 안에 찬송가 소리와 통성기도 소리가 꽉 찼다. 감신대에서 400여명이 갔는데 건달같은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막고 교회 통로도 다 막아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이정배 교수와 나는 들어갔다. ‘마귀 물러가라 사탄물러가 기도하는데 광기를 느꼈다. 우리 두사람은 견디다 못해 나왔다. 학생들은 동원된 남선교회 사람들이 줘패서...

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재판위원 15명중 13명이 교리수호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김홍도, 유상열) 사람들이었다.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다. 이미 결론까지 내려놓고 재판한거다. 그것도 금란교회에서 자기네 교인 총동원해 장소를 다 막아놓고... 그게 이 사건이다. 그러고 나서 변박사님은 침묵으로 돌아가셨다.

가슴아프게 카메라 포커스가 맞춰진 채 마지막 변론을 하시던 변박사님의 모습. 너무 시끄러워 변론을 할 수가 없었다. 변론하는 동안에도 찬송하고,.. 부목사가 찬송인도 하고 통성기도하는데 어떻게 변론하나. 그래도 참새도 죽으면서 짹한다고 마지막으로 “흑백논리만이 횡행하는 감리교의 현실이 안타깝다. 기독교는 더 이상 정복자의 종교가 아니며 전체 인류의 구원을 위해 종교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종교적 다원주의는 감리교의 세계적 추세다.”하시고 침묵으로 돌아가셨다. 홍정수 교수는 계속 맞서 싸웠다. 기득권의 근본주의 신학으로 우리를 끌고 가려는 사람들, 감리교를 장악하려는 사람들에게 맞서서... 시사저널에 잘 소개되어 있다. 

이현주 - 출교가 결정됐을 때 시골에서 뉴스를 보고 선생님을 뵈러 학교로 갔다. 학장실에 들어가서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제가 선생님 제자라는 사실이 저로선 참 영광스럽습니다”고 했다. "뭔소리냐" 하시길래 “저나 선생님이나 감리교인 아닙니까. 감리교 창시자인 요한 웨슬리는 영국성공회에서 쫓겨났고, 감리교가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개신교인데 개신교 창시자 마틴 루터는 천주교에서 파문을 당했습니다. 좀 더 거슬려 올라가면 기독교인데 기독교 대장인 예수는 쫓겨난 정도가 아니라 사형당했습니다. 모든 종교를 보면 다 비슷한데 종교안에 죽이는 놈이 있고 죽는 놈이 있습니다. 쫓아 내는 놈이 있고 쫓겨 나는 놈이 있습니다. 예수부터 웨슬레까지는 쫓겨난 사람입니다. 이제 선생님이 그 대열에 서셨으니 이 얼마나 영광입니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하고 말씀 드렸다.

“그래도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말씀은 표현이 좀 잘 못 됐습니다. 그러면 저들이 화를 많이 내지요. 저라면 ‘교회 안에도 구원이 있다’고 할텐데요.” 그랬더니 “어 그거 말된다. 야 냉면 먹으러 가자” 하고 을지로 4가의 우래옥에 같이 갔다.

이보철 - 음식 얘기 하니까 변박사님 개고기 먹는거까지 트집잡아 문제삼으려 하더라. 이북 사람들 개고기 안먹는 사람 어딨나. 자기들은 안먹나? 목사들이 제일 밝히는게 개고기 인데...

이정배 - 사실 종교재판에 대해 할말이 많은데, 목요일에 그 이 야긴 다시 나누기로 하고...공교롭게도 변선환 선생님하고 제일 형 아우 했던 분이 종교교회 나원용 감독님인데,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고, 변박사님이 4학년 때 1학년이셨다. 아이러니칼 하게도 그 아우의 도장이 찍혀서 파문이 됐다. 또 변박사님과 둘도 없는 친구가 장기천 감독님이셨는데 그 는 감신대 이사장이셨다. 참 운명이 이렇게 엇갈릴수 있다 생각하니 안타깝다.

여기저기서 변박사님을 사랑하는 방법들이 달랐다. 변박사님 하시는 말씀이 “야 이현주가 나더러 죽으란다”시더라. 어떤 이는 적당하게 타협하자. 감리교도 이런 일로 분열되는 것도 안좋으니 학교도 살고 교단도 살고 너도 사는 방식으로 가자'는 분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분이 친구이자 이사장이던 장기천 목사님이셨다. 그 때, 변박사님이 ’내 제자이지만 내 스승‘이라고 까지 좋아하셨고 말을 잘 들으시던 이현주 목사님의 ’그냥 죽으십시요‘하던 말씀을 들으셨을 때, 인간으로서 왜 갈등을 느끼지 않았겠는가. 살고 싶고... 출교 당하면 일생 퇴직금도 못받고 ....엄청난 갈등이 있었는데 그 때 이현주 목사님이 선생님을 향해 ’그냥 죽으십시오, 그게 우리에게 영광된 일입니다’ 하셨던거 때문에 저들과 타협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순교자의 길을 가셨던 것이다.

나중에 원광대에서 안타까운 나머지 교수님을 정식 교수로 초빙하려고 했다. 선생님은 출교된 후 거기서 교수직을 하면 별별 말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셔서 거절하셨다. 원불교 창시자를 기념하는 소태산의 어느 곳에서 글을 쓰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마무리를 못지으셨다. 그래서 내가 원불교 사람들이 많이 참석한데서 대독을 하고 왔다. 그런데 그들이 다 일어나서 선생님을 위해 3분간 묵념을 하면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그분은 참 좋은 목사님이다’고 했다. 예수님의 죽음을 두고 다 도망갔지만 이방인 백부장이 ‘참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했지 않았나. 감리교에선 내쳤지만 원불교 사람들이 묵념하며 좋은 목사님이라고 이방인들이 고백하면... 그거면 된거 아니냐? (박수). 선생님과 나의 이런 관계가 명예이자 멍에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내게 큰 명예이자 현실적으로 멍에다. 동면의 양면처럼 함께 있다. 운명처럼 갖고 사는 것이 오늘 이런 자리를 만든게 아니겠는가. 여러분에게도 선생님이 명예이자 멍에가 되길 바란다.

▲ 이정배 교수가 소개한 변선환의 강의 노트. 글씨체를 알아보기 힘든 것으로 유명하다.

사회- 마지막으로 변선생님은 세 분께, 또 우리 신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해달라.

이현주 - '깊은강(Deep river)' 강의 듣던날 현관에서 헤어지며 이러셨다. ‘난 어릴 때부터 책이 좋았어, 책을 읽으면 행복했어. 한평색 책에 묻혀 살았어. 난 책과 떨어질 수 없었어. 내생애는 그런것이었어’ 하셨다. 그게 나에게 좋았다. 이것저것 집적거리지 말고 내가 생각만 해도 행복한 것 한가지만 갖고 살으라신 거다.

이보철 - 당시 학내분위는 학부 대학원의 무기한 수업거부하는 상황에서 목사들이 감신대를 접수하려고 92년 9월부터 95년까지 집요하게 시도하는 시기였다. 곽, 김, 김, 표, 이....이OO 목사님은 학생들이 학교를 막아서 못들어 오니까 광화문 본부에 총장실을 차리고 결제 받기도 했다. 집요한 작업이 후속으로 이어 졌지만 교수와 학생들이 학교를 지켜냈다. 그 때 학교 뺏겼으면 대대로 감독 목사들이 총장했을 것이다. 총장은 비즈니스 하는 자리라는 명분으로...

변선생님의 신학은 '평화'다. 너하고 나하고 싸우지 말고 같이 살자는 종교평화신학이었다. 유불선이 섞인 이 나란데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나. 남북도 같이 살아야지 전쟁해서 되겠나. 그는 선구자셨고 순교자셨다. 서구편식에서 벗어나야, 교회중심의 배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셨다. 그렇지 않으면 평화가 지켜지지 않지 않나. 한국적 신학에서 한국적 교회문화가 이루어 져야 한다. 문화를 상실한 한국교회에 변선환 박사의 신학이 등뼈가 되어 다시 살아나야 한다. 미국문화, 유럽문화가 아니다. 한국교회에 한국문화가 서야 한다. 변선환선생님은 영원히 살아있는 우리의 스승이자 순교자이다.

이정배 - 책사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가지 더... 제자사랑이다. 아마 한국에서 한 사람에 의해 그렇게 많은 제자들이 학문하는 자리뿐 아니라 예술 하는 자리, 목회하는 자리의 수 많은 제자를 둔 선생님은 변선생님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건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제자사랑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

또 선생님은 이율배반적인게 있는데, 그렇게 경계를 다 넘어서는 분 같지만 감리교 사랑이 대단하셨다. 그분의 신학 원리를 보면 감리교를 훌적 넘어서야 하는데 역설적이고 이율배반적이게도 감리교 사랑이 말도 못했다. 요한웨슬리를 굉장히 좋아했고 그분의 웨슬리 강좌를 들어보면 집중하게 된다. 발딛고 있는 이곳을 소중하게 여기셨다. 아무리 이론적으로는 넓어도 현실적으로는 웨슬리의 후예라는 감리교사랑이 투철했다. 그분만큼 웨슬리를 잘 설명하고 가르치는 분이 없다.

선생님은 당신이 신석구 목사님에게 세례 받으신걸 제일 자부심으로 여기셨다. 당시 선교사들이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가르칠 때 독립선언서에 서명하신 분이고 끝까지 변절하지 않으셨던 신석구 목사님이셨다. 그게 변선생님의 자부심이었다. 우리가 어떤 정신세계에 살고 있고, 잇대어 있고, 어떤 발자취를 따라가느냐 하는게 중요하다. 바라기는 이런 자리가 '잇대어 서는' 지점이 되면 좋겠다. 그래서 여러분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에는 다르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선생님이 너무 넓으셔서 교회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하셨지만 정말 사랑하신건 감리교셨다. 그 사랑하는 마음이 넓어지진 거다. 그런 마음으로 발 디딜곳을 분명히 하고 더 넓어지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1992년 종교재판 사건의 요약 (세미나 자료집에서 인용)

1990년 변선환은 카톨릭 회관에서 열린 개신교, 천주교, 불교의 학술 모임에서 “불타와 그리스도”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글에는 변선환의 종교간의 대화와 존중을 추구하는 개방적인 신학이 드러나 있었는데, 당시 감리교 교단의 일부 목사들은 이러한 신학을 이단 사상으로 규정하고 비난했다. 특히, 김홍도 목사, 유상렬 장로, 박기창 목사, 배동윤 목사 등은 교리수호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교리수호운동을 전개하였다. 감리교내 위원훤 회장이었던 김홍도 목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감신대 변선환 학장의 주장은 적그리스도 또는 사탄의 역사이므로 반드시 추방해야 하며 만일 이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교단 분열도 불사할 것이다”. 신학자의 논문에 대해 학문적 접근도 없고, 신앙적 고민도 없던 그들의 주장이 교단차원에서 수용되어 변선환은 종교재판에 회부되었다.

종교재판 기소에 대해 변선환은 자신의 토착화 신학이 이단사상이라는 논리를 반박하면서, 자신의 신학이 지닌 필요성과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헬라 철학이나 독일 철학을 사용하여 만든 서구 신학은 혼합주의가 아니고, 유단 동양 철학의 범주를 가지고 복음을 재해석한 모든 아시아 신학은 아시아적 혼합주의라고 비판하는 이유를 본인은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복음을 아시아의 심성에 울림하는 아시아 종교나 아시아 혁명의 새 언어를 가지고 설명하는 우리 아시아 신학을 개발할 때, 그때 아시아 교회는 독립신학의 바벨론 포수에서 벗어나서 비서구화 된 아시아 기독교인의 주체성을 찾게 됩니다”

또한 최후 진술에서 “흑백논리만이 횡행하는 감리교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기독교는 더 이상 정복자의 종교가 아니며 전체 인류의 구원을 위해 종교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종교적 다원주의는 감리교의 세계적 추세”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1992년 5월 7일 감리교 서울연회 재판위원회는 변선환의 오랜 시간의 진술에도 흔들림 없이, 준비해 온 판결원고를 그대로 읽음으로써 변선환을 출교시켰다. 200년 감리교 역사상 전례 없는 종교재판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진행되었고, 이에 당시 감리교신학대학의 수많은 학생들과 목사들의 반발로 감신대가 장기간 분규에 휩싸이기도 했을 정도로 변선환 목사의 파문사건은 감리교회 내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파장이 있었다.

"우리가 오늘날 필요한 이는 천재가 아니라 순교자이다.
사람들에게 예수에게 대한 복종을 가르키기 위하여서
자기가 몸소 죽도록 복종하는 순교자, 순교자. 사람들은 이 순교자를 쳐 죽이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들이 가장 필요한 이가 바로 이였다고 하는 것을 깨닫게 하는 순교자,
우리는 순교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1992년 10월 변선환 학장의 은퇴기념식에서의 송별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