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 스타일 노래와 말춤-
 
1
 
황량한 미대륙 서부
어느 날 새벽,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黎明의 말발굽소리가
나를 깨웠다. 어둠 속에서 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며
말을 타고 오는 한 카우보이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장고였다. 
 

 
2
 
실로 대박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싸이의 대박이 로토처럼 결코 우연만은 아니다.
필연의 결과다. 절기를 만나 찬란하게 피어난 한 송이 꽃이다.
 
흔히들 미국을 청교도 정신으로 세운 나라라고 한다.
미국 백인들에게는 틀림없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메리카 원주민들, 흑인들, 멕시코인들, 그리고
소수민족들에게는 무자비한 카우보이 정신으로
세워진 나라가 미국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청교도들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황금과 대박을 꿈꾸며 쌍권총을 쏘아대는
보난자 들, 곧 카우보이 들이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카우보이 정신을
고상하고 듣기 좋은 말로 개척정신, 또는
뉴프런티어 정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인들의
자기 합리화고 사탕발림이다.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미식축구경기가
카우보이 정신의 대표적인 예다.
내가 알기로는 한 골을 넣으면 여섯 점을 취하고,
이것도 부족해서 한 점을 보너스 로 얻는 운동경기는
지구상에 미식축구경기밖에 없다.
세계인들의 상식을 초월하는 싹쓸이 운동경기가
미식축구다.   
  
3
  
언제부터인가 카우보이 들의 땅, 미국에 서서히
석양노을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로마제국의 땅과 대영제국의 땅에는 해가 떴다가
졌다.  그러나 미국대륙은 해가 뜨기는 해도,
결코 질 수가 없고, 또 져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미국 카우보이 정신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이 세상에는 예외가 있을 수는 없다.
해는 아침에 떴다가 저녁이 되면 지고,
산은 정상에 오르면 언젠가 내려가야 하며,
파도가 높으면 내려옴 또한 깊은 법이다.
이것이 우주의 섭리이고 창조원리다.
 
또, 세상은 상대적이다.
기는 놈이 있으면 뛰는 놈이 있으며,
뛰는 놈이 있으면 그위에 나는 놈이 있다.
이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다.
 
오래 전부터 미국인들의 의식주, 생활풍경이 완연히 변해가고 있다.
미국인들의 안방, 도로, 옷차림, 컴퓨터와 전화기....
그 모든 것들이 대부분 그들이 한때 쿨리라고 깔보고 업신여겼던
동양인들이 만든 제품들로 바꾸어져 가고 있다.
카우보이 들 입장에서는 심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분하기도 하고 애가 타서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들 무슨 특별한 비책이 따로 있을 수가 있겠는가?
그것이 역사의 도도한 물줄기이고 흐름인 것을...
 
대부분 미국인들은 이미 흘러간 강물,
그 허망한 카우보이 꿈과 환상에 아직도 흠뻑 젖어 있다.
엄연한 변화와 현실을 거부하는 것이
카우보이들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믿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정치판은 아직도
카우보이들과 카우보이 정신이 지배하고 있다.
굳이 공화당, 민주당을 가릴 것도 없다.  
선거 때마다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미국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앵무새처럼 한결같다.
 
 "미국은 결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다.
 세계의 모든 문제들은 우리 손바닥 안에서 일어나고,
 그 해결 또한 우리 카우보이 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쌍권총의 힘으로 가능하다."
 
이런 호언장담을 하지 못하는 정치지도자들은
국민들로부터 무능한 지도자로 낙인이 찍혀
돌팔매질을 당하고 만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처럼... 
 
4
 
싸이의 강남 스타일 노래와 ‘말 춤’이
이렇게 오만으로 가득한 미국 카우보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열광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솔직히 그는 미국에서 가수로서 성공할 수 있는
필수조건인 가창력이 특별하게 뛰어난 가수도 아니다.
또, 그는 여인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는
흔히 말하는 꽃미남 가수도 아니다.
더구나 몸놀림과 춤으로 미국인들의
눈을 홀릴 수 있는 유연하고 갸름한 몸매의
소유자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 나 뷔페식당에서 흔히
마주치는 평균을 넘어 선 뚱뚱한 체구의 소유자가 싸이다.
 
무엇보다,
그의 한국말 노래가사를 이해할 수 있는 있는 미국인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런 면에서 그의 성공은
귀신도 머리를 흔들만큼 신비한 일이다.
 
그렇다면 싸이의 성공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을 판다는 옛 속담이 있다.
이는 싸이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싸이는 애초부터 황야의 무법자들처럼
미국의 연예계를 정복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야심을 품었던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미국연예계의 한  멘에지먼트 회사에서 큰 기대가
없이 혹시나 하는 호기심에서 초청한 케이스다. 손님 가수다.
그러나 현재 그가 누리고 있는 대박은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뽑는 수준이 아니다.
미국 팝송계를 통째로 흔들어 놓은 대지진 수준급이다.
   
한국의 싸이가 미국 팝송계에서
한국축구계의 판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 던 히등크 감독과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까?
 
암튼, 싸이의 ‘말 춤’이 미국인들에게 늙고 시들어 가고 있는
카우보이들에 대한 향수를 일깨워 주는 돌아 온 장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통쾌하고 자랑스럽다.
나만의 개인적인 이해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