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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천 목사님의 글의 핵심은 자신의 글에서와 같이 “믿음은 구원의 조건이고 행함은 구원의 결과입니다”라는 것입니다. 100만 불을 미리 주는 주인과 후에 주는 주인의 비유는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몇 차례 글을 적은 바와 같이 이러한 이해는 참 안타깝습니다.

개혁주의에서는 믿음을 “영접하고 의지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그 정의는 하등의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잘못된 것입니다. 영접하는 것은 믿음입니다. 의지하는 것도 믿음입니다. 성경은 믿음을 둘로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롬 1:16)은 대표적입니다.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넜을 때에 하나님과 그 종 모세를 믿었더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애굽에서 열 재앙을 온 몸으로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애굽에서 소유하였던 것을 포기하고 탈출하였습니다. 애굽 사람들로부터 보물들을 얻었습니다. 홍해를 앞두고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뒤따라오는 애굽 군사들을 보았습니다. 너무나도 강력한 생명의 위협에 직면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님의 역사로 무사히 홍해를 건넜습니다. 오히려 뒤쫓아오던 애굽 군사들은 모두 홍해에서 수장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홍해를 건넌 이들이 하나님을 애굽에서의 여러 잡신들과 다른 유일하신 참 신으로 영접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들이 하나님과 그 종 모세를 믿었더라고 진술된 이유입니다. 여기에서 믿었다는 표현은 하나님을 유일하신 참 하나님으로 영접하였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부르심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부르심의 은혜를 받은 것입니다. 그 은혜를 불가항력적이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 편에서의 어떤 행위가 없습니다.

신약 시대에는 성령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열어 복음을 청종하게 하시는 역사로 표현됩니다. 이 역사는 신자가 아닌 사람을 신자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불가항력적입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합니다. 역시나 신자가 됨에 있어서 어떤 선행된 행위는 없습니다.

그들이 광야를 지나 가데스바네아에 도착합니다. 가나안 땅 정복을 앞두고 열두 정탐꾼을 보냈습니다. 갈렙과 여호수아와는 달리 나머지 사람들은 비관적입니다. 그 열 정탐꾼의 말을 듣고 이스라엘은 애굽을 돌아가려고 합니다. 가로막는 갈렙과 여호수아를 돌로 치려고 합니다. 그때에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너희가 언제까지 나를 믿지 않겠느냐”고 선언하십니다. 이스라엘이 유일하신 참 하나님이라는 믿음을 버린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여전하였습니다. 다만 그들은 가나안 땅을 기업으로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과 그 약속의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은 것입니다. “믿지 않는다”는 하나님의 선언이 가리키는 바입니다.

이 믿음은 불가항력적이 아니라 가항력적입니다. 약속이 주어졌는데 약속을 수용하느냐 수용하지 않느냐를 스스로가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수용할 수도 있고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수용하는 것이나 수용하지 않는 것이나 모두 행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용하는 것은 순종이며 수용하지 않는 것은 불순종입니다. 이스라엘은 가나안을 기업으로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 다르게 말하면 그 약속의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았기에 애굽으로 돌아가려고 했고 가로막는 갈렙과 여호수아를 돌로 치려고 한 것입니다. 여기에서의 믿음은 행위가 있으며 믿음과 행위는 동시적입니다. 그래서 동전의 양면이라고 이야기됩니다.

신약 시대에는 육신의 소욕과 성령의 소욕을 거스르는데 육신의 소욕이 아니라 성령의 소욕을 좇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것 곧 그분을 의지하는 것입니다. 육신의 소욕으로 성령의 소욕을 거스를 수 있다고 하는 것에 담긴 바와 같이 역시나 가항력적입니다. 성령의 소욕을 따르는 것,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고 의지하는 것은 믿음이면서 동시에 순종입니다. 믿음과 순종이 동전의 양면입니다.

여기에는 의지함인 믿음이 없으면 다르게 말하면 순종하지 않음으로 영원한 구원을 얻지 못할 수 있음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배교하는 경우, 윤리적 범죄를 지속하는 경우,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저버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항상 깨어 경성하여야 하며 동시에 항상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이처럼 믿음을 둘로 구분하지 않으면 구원과 관련한 성경의 진술을 바르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믿음은 구원의 조건이고 행함은 구원의 결과입니다”라는 표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왜 그 표현이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요?

이 표현에서 믿음이 어느 경우를 가리키는 것일까요? 구원의 조건으로서 믿음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는 것을 뜻합니까? 아니면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합니까?

전자라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함이 진실하다면 그 이후에는 행위로 나타난다는 말이 됩니다. 문제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진실되게 영접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행위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육신의 소욕으로 성령의 소욕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후자라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는 믿음은 어디로 가버린 것입니까?

“믿음은 구원의 조건이고 행함은 구원의 결과입니다”라는 표현에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는 믿음과 그분을 주님으로 의지하는 믿음이 혼용되고 있습니다. 마음을 열어 복음을 청종하게 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역사로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진실되게 영접하였다고 하더라도 행함이 뒤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냥 지난 교회 역사에서 이야기되었던 바를 따라 당연하게 그러려니 하는 생각으로 옮기고 있는 것입니다.

구원도 성경은 구분하고 있음에도 전혀 구분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자의 믿음과 연관된 구원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것입니다. 언제나 과거형으로 표현됩니다. 사람 편에서의 행함은 없습니다. 후자의 믿음과 연관된 구원은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미래형으로 표현됩니다. 신자 편에서의 행함과 함께 움직입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이란 다르게 말하면 순종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구원의 조건이고 행함은 구원의 결과입니다”라는 표현에서 구원은 어떤 의미일까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의미라면 행함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 구원은 행함과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후자라면 믿음과 행함이 동시에 그 구원의 조건입니다. 영원한 구원은 믿음으로이면서 동시에 행함 정확하게 말하면 순종으로이기 때문입니다. 행함이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면과 관련하여서는 구원의 결과인데 영원한 구원이라는 면과 관련하여서는 구원의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기독교의 구원은 싸구려”라는 말은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의미라면 옳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 편에서의 어떤 대가도 지불되지 않고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너무 비싸서 도저히 인간 편에서 그 값을 지불할 수 없어서 값없이 주어진 것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반면에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의미라면 완전히 틀린 말이 됩니다.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의지하는 믿음 다르게 말하면 그분의 새 계명을 지키는 순종이라는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진술을 따라 믿음이라는 표현을 구분하지 않으면 성경에서 말씀하는 믿음과 관련된 진술을 바르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성경의 진술을 따라 구원이라는 표현을 구분하지 않으면 성경에서 말씀하는 구원과 관련된 진술을 바르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제까지의 교회 역사가 그러했습니다. 지금도 그 역사의 연장선상에 성경을 읽고 그 결과물을 성도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성도들은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어떤 구절들은 읽으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진실되게 영접하였다면 구원이 불변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믿음이 조건이고 행함이 결과라면 지극히 당연하게 행함이 뒤따라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어떤 구절들을 읽으면 분명히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진실되게 영접하였음에도 배교, 사명을 저버림, 지속적인 윤리적 범죄로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목사님들의 설명은 이렇게 헷갈리는 성도들을 더 부추길 뿐입니다. 믿음이 조건이고 행함이 결과라고 하고서는 행함이 없으면 믿음이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조건이 앞서고 결과가 뒤따르는 것이 정상적인데도 결과를 앞세워 조건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는 그 마음을 열어 복음을 청종하게 하신 성령 하나님의 역사에 대한 거부입니다. 행함과 아무런 상관없이 그분이 주권적인 역사로 주시는 선물에 대한 거부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조차 못하고서 말입니다.

믿음과 구원의 상관관계에 대한 성경의 진술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믿음과 구원의 의미에 있어서 성경의 용례를 따라 구분하기만 하면 말입니다. 그렇게 구분하고 각 문맥에서 사용된 단어의 의미를 바르게 부여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로마서의 이신득의- 행위로 의롭다함을 받지 못하고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나 야고보서의 이행득의- 믿음으로만 의롭다함을 받는 것이 아니라 행함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가 전혀 모순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성경에 대한 바른 해석이 중요합니다. 지난 교회 역사에서 결과물을 답습하는 차원에서 벗어나서 진실로 “그러한가?”라는 자세로 겸손하게 연구하면 바른 이해에 이를 것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한 구원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칼빈주의와 알미니안주의의 상반된 두 구원론에서 벗어나서 말입니다. <닫힌 성경 열기>(등과 빛)는 그러한 연구서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