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神話)와 역사적 사실과 영성(靈性) 1

과정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종교가 어느날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완성되어 지상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이 세계에 대한 자각 혹은 의식(意識)의 고양에 따른 우주관의 향상과 더불어 점진적으로 발전되어왔다고 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현대 세계의 고등 종교들이 등장하기까지에는 짧게는 수천 년에서 길게는 수 만 년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그의 종교론에 해당하는 <종교의 형성과정>(Religion in the Making)이란 저서에서 그는 종교의 형성과 발전 과정에는 네 단계가 있다고 말했다. 즉 (1)의례(ritual) 행위, (2)감정(emotion)의 순화의 단계, (3)종교적 신념들의 탄생, (4)합리화(合理化) 과정 등 4단계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화이트헤드에 따르면, 종교의 초기단계는 인간의 집단적 의례 행위와 그것을 통해 획득되어지는 감정의 순화 단계이며, 그 다음 단계가 종교적 관념들(신념들)의 형성 단계인데, 이 단계에 있어서는 신화(Myths)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종교의 형성/발전 과정의 마지막 단계는 종교적 신념들에 대한 합리화(rationalization)의 단계 즉 합리적 종교의 탄생인데, 이 합리적 종교란 그 종교의 신념들이 우리 인간의 삶의 일관된 질서화에, 예를 들면, 개인과 인류의 평화, 자유, 행복의 증진 등과 같은 것에, 중심적 요소를 제공하는 목적과 함께 제 조직된 종교를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발전된 합리적 종교로는 기독교와 불교를 지목했는데, 그 이유로는 이들의 인접지역에는 이들 두 종교에 대한 경쟁자들이 있었지만, 이들 두 종교는 이념/사상의 명료성, 사유의 일반성, 도덕적 품위, 존속의 능력 그리고 세계에로의 확대의 폭 등에 있어서 그들의 여타 경쟁자들을 훨씬 능가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화이트헤드는 이들 두 종교는 그들의 초기에 비해서 현제 쇠퇴의 길에 들어서있다고 지적하고, 그 쇠퇴의 원인은 두 종교가 자기만족에 빠져 문을 닫고 상대방으로부터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화이트헤드의 종교론에서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점은 신화(Myths)에 대한 그의 독특한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신화(神話)란 측량할 수 없는(고대인들에 있어서는 우주는 신비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을 것이다/그것은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안에서의 원시인들의 생생한 상상력(imaginations)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의 초기(고대인)의 지적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그는 말한다. 왜냐하면 고대인들에 있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나 우주에 대한 지식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상상력을 통한 신화적 발상이 자연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에 따르면 신화란 황당무계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우주에 대한 합리적 이해의 단계 이전의 고대인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생각해 낸 우주관의 표현들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 신화의 시기는 종교가 인류의 향상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형성적 요소로 기술된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 위대한 종교적 신념(사상)들 즉 신관(神觀)이나 자연관 및 인간관 등이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요컨대 화이트헤드에 따르면 신화는 고대인들의 상상력의 소산으로서 그들의 우주관을 반영하는 것이며, 그리고 그것은 종교적 관념들을 탄생시키는 산파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으로 해서 종교사적으로나 사상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서 기독교/신학의 범위 안에서 신화(神話)에 대한 문제를 가장 심도있게 다룬 이는 아마도 독일의 성서신학자 루돌프 불트만(Rudolf Bultmann, 1884-1976)일 것이다. 불트만에 따르면 신약성서에 나오는 신화적 표현들은 고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과학 이전의 우주관을 반영하고 있다. 이들의 우주관에 따르면 이 세상은 3층 곧 하늘과 땅과 지하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늘은 하나님과 천사들이 거주하는 곳이며, 땅은 인간과 자연적 존재(동식물)들이 사는 곳이고, 땅 밑은 음부 곧 사탄과 악귀들이 활동하는 무대이다. 불트만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의 활동들, 예를 들면, 기적과 치병 행위 등과 십자가와 부활 사건도 신화적인 세계관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불트만은 20세기 초기에서 중반까지 마브르그(Marburg) 대학의 신약성서 신학 교수로 활동하면서 <공관복음 전승사>, <요한복음>, <신약성서신학>, <예수>, <예수와 말씀>, <케리그마와 신화> <신앙과 이해, 논문집> <역사와 종말론, 기퍼드 강연> 등 신약성서 신학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학문적 저술들을 발표하였다. 불트만에 따르면 신약성경 특히 복음서들은 예수의 삶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이 아니라, 그가 곧 인류의 구원자라는 초대교회/원시기독교 공동체의 하나의 신앙고백(kerygma)이며, 설교라는 것이다. 따라서 복음서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적 상(참모습)을 찾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복음서의 예수는 철저하게 신앙으로 고백되어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즉 불트만에 따르면 복음서의 기록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인간의 본래적 존재에서 이탈되어(소외되어) 불안과 초조 및 죽음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인간실존을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속의 본래적 존재로 회복시키며 하나님 나라 실현과 구원을 경험하게 하는 구세주라는 사실을 들어내는 케리그마 곧 선교적 메시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예수의 (동정녀) 탄생으로부터 시작해서 십자가와 부활 승천에 이르기 까지 그의 생애와 활동에 대한 모든 것들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역사적 기술이 아니라 그가 곧 인류의 구원을 가져오는 하나님의 아들이며 구세주 곧 메시아(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증거 하기 위한 신앙 고백적 표현들이란 말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신화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신화적 요소를 제거해 내야, 달리 표현하면 신화적 표현으로 옷 입현 진 덧옷들을 벗겨내야 그 본래의 의미 곧 복음의 근본 내용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신화란 초월적인 현상들 (예를 들면 신이나 천사들의 활동과 같은 초시간적/초공간적 활동)의 내용을 사실적인 것이나 혹은 역사적 사실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