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神話)와 역사적 사실과 영성(靈性) 3

실제로 성경의 중심 내용은 심오한 종교적 진리(사상)들을 함축하고 있는 특수한 문헌이다. 즉 성경의 내용은 고대문화 특히 서구문화 형성의 핵심적 역할을 한 사상의 한 축인 "헬레니즘"(Hellenism)의 반대 축인 "헤브라이즘"(Hebraism)의 중심사상들인 숭고한 종교적 관념들 곧 신관, 인간관, 자연관 및 역사인식 그리고 윤리적 교훈들, 특히 신약성서에 있어서는 인류와 만유의 조화와 통합과 완성 곧 궁극적 평화실현의 원리 등이 함축되어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의 여러 종교와 철학의 중심사상들이, 예를 들면, 인간과 만물(모든 존재)의 시작과 끝과 완성의 도리 등이 다 함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 곧 숭고한 종교적 진리들이 고대인들의 세계관의 표현인 초자연적인 신화적 표현들과 함께 미묘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오늘날 현대인들이 성경 이해에 있어서 경험하는 가장 큰 곤란 점은 바로 성경의 기록들이 역사적 사실과 함께 신앙적/종교적 의미 곧 영성적 의미들과 또한 초자연적/초역사적/신화적 표현들이 뒤엉켜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까지가 윤리적 의미 혹은 영성적 의미이고 어디까지가 초역사적/초자연적 혹은 신화적 표현인가를 구분하기가 심히 곤란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이 오늘날 과학적 우주관을 가지고 사는 현대인들이 성경을 이해하는 대 있어서 직면하는 가장 곤란한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성경의 말씀들은 역사적 사실들과 함께 초자연적/초역사적 혹은 신화적 표현들이 혼합되어 있는 것이 성경의 특징 중 하나이다. 그런 점에서 성경은 이 세상의 모든 종교문헌들(경전들, 예를 들면, 불경이나 사서삼경이나 도덕경과 같은) 중에서 가장 난해한 경전/종교문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성경의 내용들은 과학적 지식이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에는 그대로 사실로 믿기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는 그런 신화적 개념으로 표현된 내용을 그대로 믿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신화적 표현들이나 또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나 개념들은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는 납득하기 곤란한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드려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첨단 과학교육을 받은 현대인들 특이 젊은이들 혹은 지성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교회에서 행해지는 설교나 혹은 성경강해의 내용들이 역사적 사실들과 영적인 진리(의미)들과 신화적 표현들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하는 결과 때문일 것이다. 즉 초자연적/초역사적 혹은 신화적 표현들로 채색된 성경의 말씀들을 현대 지성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개념들로 재해석되지 못하고 그대로 전달되는 데서 오는 지적 혼란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성경 속에 나타나 있는 초자연적 사실들 혹은 자연의 법칙에 반하는 기적의 사건들 혹은 신화적 표현들에 대해서는 그것들이 나타내고자 하고 또한 그것들이 함축하고 있는 영적인 혹은 종교적인 의미들을 현대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을 필자는 영성적 의미의 파악 혹은 영성(신학)적 해석(spiritual understanding or spiritual interpretation)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영성적 이해와 해석이란 성경의 문자들 배후에 숨겨진 깊은 종교적/신학적 의미를 파악해 내는 일을 의미한다, 성경기자들이 어떤 깊은 영적인 진리를 묘사하려 할 때 의도적으로 신화적 표현을 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예수의 부활의 진리를 말하려 할때 "빈무덤"의 사건을 말한 것 같은 경우이다. 성경이 성령의 감동으로 쓰여 졌다는 말은 그러한 신화적/문자적 표현들 이면에 깊은 영성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즉 성령의 감동(inspiration)이란 문자 하나 하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의미 곧 영적 의미를 지칭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성경을 영성적으로 이해한다고 해서 신화적인 것을 더 신화적으로 들리게 말한다든가 또는 너무도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엉뚱한 방향으로 비약해서 이해하거나 해석하는 일은 물론 아니며 그 반대이다.

즉 성경의 영성적 이해와 해석이란 성경말씀의 내용을 어떤 특정한 교리에 적합하게 설명하는 것이거나 혹은 지나치게 추상적인 신학적(예를 들면 삼위일체 교리와 같은) 개념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꼭 필요한 내용으로, 곧 자연의 질서와도 조화되고 또한 인류의 평화로운 삶과 공동선에도 조화되도록 깊이 이해되고 공감되는 내용으로 설명하고 해석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의 영성적 이해와 해석 방법은 불트만의 비신화화 이론(방법)에 관련하여 최상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된다. 왜냐하면 불트만의 비신화론의 근본 의도는 모든 신화적 표현들 너머의 성경의 근본적/본질적 진리 곧 성경의 가장 깊은 종교적 의미, 다시 말하면 예수의 복음의 궁극적 목표 즉 각 개인과 전 인류 공동체 및 전 창조세계의 온전한 평화와 자유(구원)의 실현의 진리를 올바로 이해하려는데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평신도들의 성경이해에 있어서나 혹은 목회자들의 설교에 있어서 특별히 유의해야 하고 경계해야 할 일은 고대인들의 우주관(현대인들에 있어서는 신화적으로 느껴지는)으로 표현된 성경의 말씀들을 현대인의 우주관에 용납될 수 있는 개념들로 재해석함이 없이 그냥 그대로 전달하는 일이다. 그것은 심도 있는 신학적 훈련/연구와 또한 철저한 영성적 수련을 통해 획득되는 깊은 영적 통찰력으로 성경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일인 것이다. 그런 태도는 마치 성경을 신문이나 소설처럼 문자적으로 쉽게 해석할 수 있는 책으로 잘못 판단해서 오는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태도는 평신도들에게 있어서는 용인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영적 지도자인 목회자들에게게 있어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태도는 성경 말씀의 참 의미를 오늘의 지구촌 혹은 우주 촌(cosmic age)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올바로 즉 공감할 수 있도록 의미 있게 해석해 내야할 목회자의 가장 중요한 책임을 포기하거나 회피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수많은 수도사들이나 영성가들이 일생동안 성경을 가지고 깊이 묵상하며 사색에 사색을 거듭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고대로부터 현대까지의 많은 신학자들과 기독교 사상가들이 성경을 그것도 성경 중 한 권 혹은 극히 일부를 (어떤 경우에는 몇 단어와 몇 구절을) 가지고 일생동안 연구하고 그것을 가지고 씨름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경 안에 지극히 심오한 종교적 진리(교훈)들이 함축되어 있음과 동시에, 그 안에 여러 요소들 즉 역사적 사실들과 윤리적 교훈들과 신비 체험적/영성적 내용들이 혼합되어 있기 때문이며, 그리고 특히 고대인의 우주관의 표현인 신화적 옷까지 덧입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모든 교회 지도자들 (여기에는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선교사들도 포함된다) 특히 오늘의 목회자들은 어떤 교리에 얽매이지 말고 성경의 내용을 현대인의 세계관/우주관에 공감될 수 있도록 깊이 이해하고 올바로 해석하고 알리는 일에 모든 노력을,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의 생명을 거는 필사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하리라 사료된다. 왜냐하면 바로 그 일이 오늘의 교회/기독교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