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Miss Zaytun So Much"

▲ 정재원 목사

그러나 저는 오늘도 이라크 아르빌 땅과 자이툰 부대 꿈을 꾸면서 마냥 행복했습니다. 함께 했던 전우들과의 아름다웠던 시간들, 피는 달라도 한 형제같고 오랜 지기 같았던 아르빌 현지인들과의 만남과 교제, 쿠웨이트로, 바그다드로, 키르쿠크로 다니면서 만났던 다국적군인들과의 교류등등... 꿈속에서 만난 장면들은 악몽일 수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너무 힘들고 지쳐서 하루 빨리 복귀일이 도래하기를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꿈 속에서라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아름답고 그리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김종은 목사님(특전사)을 모시고 활동했던 자이툰에서의 1년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꿈 속에서도 잊지 못하는 이 그리움을 간직한 채로...


장면#1. 특전교육단 파병준비

2005년 7월 22일(금), 경기도 광주 특전교육단에 소집된 자이툰 3진 1차 장병 1,800여명.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 땅의 평화와 재건을 도우며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미지의 세계를 향하고 있다는 긴장감은 모두 숨이 턱턱 막히는 뜨거운 날씨 앞에 무색하기만 했습니다.

숙소에서나 사무실에서나 모두 땀을 비오듯 쏟았고 그 속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지휘부의 배려로 특교단 교회로 내려와 컨테이너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잠을 잘 수 있던 것이 감사했습니다. 에어컨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연일 계속되는 더위에 힘이 들었지만 이라크 적응 훈련이라고 자위하며 파병 준비를 하였고 동시에 한국 교계에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1진에 비해 국민적 관심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대부분의 교회들은 파병시기 문제로 한없이 늦어졌던 1진 파병 때 이미 여러모양으로 지원했던데다가 시기적으로도 교회마다 여름행사로 정신이 없을 때라 전화연결은 커녕 만나서 브리핑 할 기회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그래도 온누리교회, 임마누엘교회, 인천내리교회, 영락교회, 예수마을교회가 파병장병들을 위해 위문집회를 열어 주었고 광림교회로부터는 성탄절 선물을 약속받았습니다. 또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정성을 모아준 군인교회들 덕분에 용기를 잃지 않고 파병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 (좌) 임마누엘교회 위문집회 후. (우)온누리교회 주관 위문집회(사회:박수림아나운서, 특별출연:탤런트 홍경인)

2005년 9월 5일(월) 새벽 5시. 3진 1차 4제대 장병들을 실은 버스들이 특전교육단을 출발했습니다. 전세기를 타기 위해 아직 주변이 칠흑같이 캄캄한 이른 시간에 채비를 갖추어 출발한 것입니다.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공군 K-16기지인 성남 비행장 활주로에 쓸쓸하게 서 있는 대한항공 전세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320명을 태울 수 있는 대형 비행기였지만 큰 활주로에 홀로 서있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습니다.

이른 새벽 우리를 환송하기 위해 나온 특전사령부 소속 간부들과 군악대가 우리를 진심으로 격려해 주었습니다. 군악대의 연주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큰 활주로를 가로질러 태극기를 앞세우고 비행기를 향해 걸어가는 순간 군악대의 연주가 군가에서 애국가로 바뀌었습니다. 앞장 선 대형 태극기와 애국가! 그리고 적은 수였지만 환송간부들의 손에 들려 있던 작은 태극기들…. 울컥 했습니다. 그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애써 눈물을 삼키며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랑하는 조국을 떠나 이라크를 향하였습니다.

성남 비행장을 이륙한 비행기는 서울 상공을 날았습니다. 한눈에 보이는 서울 시내가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을 이용할 때는 볼 수 없는 장면이라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창밖을 내려다보며 엄청난 규모의 서울 시내를 감상했습니다. 50년 전 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했던 나라가 이 정도로 발전해서 이제는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 편이 뿌듯했습니다.

성남비행장을 이륙한 비행기는 11시간을 날아 쿠웨이트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국군 장병 여러분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라는 스튜어디스의 인사말을 들으며 비행기에서 내리려고 준비하는데 순간 뒤쪽의 병사들 사이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야, 이거 뭐야? 지금 몇 시야! 미치겠구만! 국방부시계가 거꾸로 돌아갔잖아!”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한국보다 6시간이 느리기 때문이었습니다. ‘걱정말게, 무사히 임수를 완수하고 복귀하는 날에 앞으로 날아가는 국방부 시계를 볼 수 있을테니까!’


장면#3. 쿠웨이트 Camp Virginia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내리려는 순간 숨이 턱 막혔습니다. 51℃의 기온과 바람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캠프 버지니아로 이동하기 위해 탄 버스에서는 에어컨이 히터 역할을 했습니다. 손을 가까이 대보면 분명 찬바람이었는데 느껴지기는 뜨거운 바람이었습니다. 에스코트할 현지 경찰을 기다리느라(이 곳 사람들은 1시간 늦는 것은 예사, 모두가 인샬라-알라의 뜻대로) 버스 안에서 기다리던 2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1시간 가량을 이동해 도착한 캠프 버지니아는 미군이 건설한 캠프로 다국적군의 이라크 전개를 위해 모든 것을 지원하는 베이스 캠프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대가 있는 이라크 아르빌로 가기 위해 이 곳에서 대기하며 우리나라 공군 다이만 부대의 C-130기 탑승 명령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한 가운데 천막과 컨테이너 건물들로 구성된 캠프 버지니아는 대낮에도 캠프 곳곳에 가로등을 켜 놓고 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켜야 했습니다. 엄청난 모래바람으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동할 때마다 입을 틀어막고 몸을 돌려보아도 입에서 모래가 서걱거릴 정도였으니...

그러나 그 캠프에서 다시 한 번 미국이라는 나라의 힘을 경험했습니다. 그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임시 캠프이지만 곳곳에 체육관, 영화관, 게임장, 도서관등등 수없이 많은 편의시설들을 세워 놓고 언제든지 이용할 수가 있었고 심지어 비데까지 설치된 화장실들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식사를 했던 DFAC (Dinning Facility)의 풍성함은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음대로 먹고 가져갈 수도 있게 만들어 놓은 수많은 과일들과 20여가지에 이르는 각종 음료수와 우유들, 심지어 배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라크 가지 말고 여기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병사들의 농담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 Camp Virginia의 숙소 천막 모습과 Camp Virginia의 DFAC(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