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회, 총회는 없다 ①-총회결의부존재판결의 의미

1. 양날의 칼

지난주 결정된 <총회결의부존재소송> 판결에 대한 해석들이 분분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변죽만 울릴 뿐 그 본래적 의미는 놓지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총회결의부존재판결은 곧 감리교회 총회의 법적인 사망선고로 여긴다. 한마디로 감리교회 총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지나친 확대해석이 아닐까, 천만에 결코 지나친 해석이 아닌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번 총회결의부존재 소송의 핵심은 결의정족수의 부족이다. 왜, 총회의 결의정족수가 부족하게 되었는가, 그 이유는 감리교회의 총대들이 KD측과 반KD측으로 사실상 양분되어 있는 현실 때문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사실은 이번에 총회결의부존재 판결이 양날의 칼처럼 '종교총회' 뿐만 아니라, KD측에서 의욕적으로 진행했던 ‘임마누엘총회’, '천안총회'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다만 소송이 없었을 뿐이지 만약 소송을 진행했다면 결과는 동일하다. 그들만의 총회가 수많은 결의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 이를 반증한다.


2. 행정총회 혹은 임시총회

이제 강흥복목사님에 대한 감독회장직무정지가처분의 본안판결이 나면 치욕적인 백대행 체제는 끝나고 법원에서 임시감독을 선임하는 수순을 남겨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부와 연회감독당선자 진영은 행정복원총회(?)나 재선거를 통해서, KD측은 선거법을 개정해서 다시한번 특정인의 재기를 노리는 임시총회(?)를 통해서 저마다의 의도를 관철시키려는 형국이다. 허나, 어떤 측에서 임시감독회장이 선임되더라도 우여곡절 끝에 총회는 소집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그 총회는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반KD측 행정복원 총회든, KD측 임시총회든 현실적으로 총대들이 양분된 상황에서 결의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것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성원이 되거나 한자리에 모이더라도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던 28차 안산총회의 재탕이 되고 말 것이다.


3. 이번 총회의 총대는 누구(?)

총회가 불가능한 더 중요한 사실은 임시감독회장이 소집한 총회라 할지라도 정통성이 없기에 또 다시 법적인 정당성의 시비에 휩싸일 것이다. 그 이유는 이번 총회결의부존재소송의 핵심이였던 총대선임, 다시말해 ‘누구를 총회대표로 선임할 것인가’의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새롭게 여는 총회가 무기한 연기된 28차 총회의 속개라면 총대는 28차 총회대표들이여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난 연회에서 선출되었던 총대들인가, 그도 아니면 이번 연회에서 새롭게 선출되는 총대들인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총대를 멋대로 재구성했기에 총회결의부존재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사실상 이 문제에 대해서 누구도 충분한 답변과 근거를 정리할 수 없기에 앞으로 ‘특별총회’이니 ‘임시총회’니 ‘비상총회’니 아무리 이름을 달리해서 떠벌려도 더 이상 감리교회의 정상적인 총회 자체가 불가능한 이유이다.


4. 아! 28차 안산총회여~

다시 말하지만, 감리교회는 곧 총회이다. 이번 총회결의부존재소송으로 더 이상 어떤 결정도 결의도 할 수 없는 사망상태임을 자각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중요한 사실은 감리교회의 총회는 이미 3년전 시행된 감독회장선거파행 사태와 그로 인해 총회의 의장을 감금하고 거룩한 성찬상을 유린한 28차 안산총회에서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 책임은 폭력적인 KD측 뿐만 아니라 당시의 행정을 책임진 본부, 선관위, 장개위, 총실위, 총회재판위 등 소위 감리교회의 핵심지도층들이 합작으로 만들어 낸 공동작품이다. 이러한 감리교총회의 사망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이유는 그동안 재선거에만 눈이 어두웠고 소위 본부를 중심으로한 기득권층에서 온갖 편법과 연회감독선거등을 치르면서 임기응변으로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일체의 과정이 법원에 의해서 실체가 드러났다. 한마디로 이미 뇌사상태에 빠진 환자를 기계호흡으로 연명해 오다가 급기야 심장이 멈춰 법적으로 사망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거듭되는 소송으로 인해 온갖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신기식목사님의 소송질(?)은 불가피하게 재평가해야 할 시! 점에 놓여있다. 그는 감리교사태를 혼탁하게 한 원흉이 아니라 도리어 감리교사태의 본질, 곧 총회가 기능을 상실하고 급기야 사망했다는 현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선견자일지도 모른다. 그분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모든 과정이 신목사님 개인의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법원의 법률적인 판단, 즉 교리와 장정에 근거한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판단이였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때문이다.


5. 사족(蛇足)

감리교회가 이번 감독회장선거 사태를 통해서 근본적으로 새로워지길 소망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소송당자인 신목사님 자신이 의도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 과정(총회의 법적인 사망선고)은 감리교회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밑거름(철저한 파괴와 사망)을 마련한 귀한 사명을 감당한 소신 있는 주의 종으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아직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채 정상화의 명목으로 감독선거에만 열을 올리며 계속해서 의미 없는 총회개최를 시도할지도 모르는 본부측으로 대표되는 반KD측의 완고함과 이미 4년의 회기가 다지나고 은퇴연한을 넘기신 그분만을 유일한 지도자로 섬기는 KD측의 무모함이다. 이와 더불어 주지해야 할 사실은 총회를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감리교본부 및 총회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일체의 모든 행정은 모두 그 효력이 정지되는게 마땅할 것이다. 총회 없인 모조리 불법이기 때문이다.


감리교회, 총회는 없다②

1. 정상화인가, 개혁인가? (先개혁, 後재선거)

2. 저주 받은 감독제도

3. 무너진 총회를 거룩한 총회로 다시 세우라.

▲ 김명섭 목사